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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구더기짱-14화 (14/47)

〈 14화 〉 아픈 너의 고통을

* * *

그날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조셉은 집안일을 하고

마리안느는 TV나 보면서 빈둥거리다가

조셉에게 괴롭힘 당하고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러다 저녁이 되자

조셉은 저녁을 차리고

마리안느는 개밥그릇에 담긴 저녁을 먹었다.

그러다 밤이 찾아왔고

조셉은 마리안느를 씻기고 잠옷을 입혀주자

마리안느는 이불로 기어들어가서 잠들었다.

그렇게 평범하게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갑작스런 소란이 찾아왔다.

한밤중이었다.

신음소리가 고요한 집안에 울려퍼졌다.

[.....으으으.....으으......]

울려퍼지는 신음소리에 조셉은 잠에서 깼다.

신음소리는 마리안느의 방에서 나고 있었다.

조셉은 벌떡 일어나 마리안느의 방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마리안느가 울고있는게 보였다.

마리안느는 울면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조셉이 마리안느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마리안느가 가까스로 입을 열며 말했다.

[손이......손이.....으으......너무 아파....]

있을리가 없는 손이 아프다며

마리안느는 울고 있었다.

조셉은 무슨 일인지 바로 알아차렸다.

절단 되서 없어진 부위에서 통증이 찾아오는 증상.

환상통이었다.

없어진 마리안느의 손을

마리안느의 뇌가 받아들이지 못하고 발생하는 통증이었다.

마리안느의 뇌가 없어진 손으로 명령을 보낸다.

그러나 명령을 받을 손은 잘려서 없다.

손이 없어져서 명령받지 못하는 걸

뇌는 명령 불복종이라 생각하고

계속해서 손으로 명령을 보내면서 신체감각에 오류가 발생한다.

그렇게 발생된 오류는 없어진 손이 아픈 것 같은 통증을 만든다.

그래서 마리안느는 없어진 손이 아픈 것처럼 느끼고 있는 것이다.

[.....아파.....손이....너무 아파......]

계속해서 찾아오는 고통에

마리안느가 울면서 신음했다.

조셉은 어찌해야할지 몰랐다.

환상통은 마땅한 약이나 치료법이 없다.

정신과에서 처방해주는 약으로 증상을 완화하거나

진통제를 맞아 고통을 피할 수는 있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다.

결국에는 없어진 신체에서 찾아오는 고통과 마주해야한다.

그렇기에 조셉이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마리안느에게 찾아오는 고통이 멈출 때 까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무력했다.

지금의 조셉은 너무나도 무력했다.

무력했기에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고

그런 무능한 자신이 쓰레기나 다름없게 느껴졌다.

항상 이랬다.

눈앞에 누군가 고통스러워하는데

힘없는 자신은 결국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했다.

아니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두팔을 뻗었다.

조셉은 두팔을 뻗어 마리안느를 꽉 껴안았다.

마리안느가 고통으로 몸부림칠 수록

조셉은 더 쌔게 껴안았다.

자신을 속이고 싶었다.

뭐라도 하고있다는 착각

그런 착각으로 자신의 무력함을 달래고 싶었다.

아무것도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을 바라보기만 하는 건

이제 지긋지긋하다.

더이상 그런 경험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나마 꽉 껴안기라도 해야했다.

그렇게 무력한 자신을 속이고 싶었다.

잠깐만……

속인다……

속인다고………?

괴로워하는 마리안느를 안고있던

조셉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올랐다.

분명 예전에 봤던 기억이 있다.

환상통에 대한 치료법을 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조셉은 마리안느를 바닥에 내려놓고

재빨리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옷장을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

옷장 속에서 자신이 입던 커다란 후드티를 꺼냈다.

그리고 마리안느에게 달려갔다.

[......흐으윽....으으.......]

마리안느는 아파서 눈을 꼭감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후드티를 입혔다.

그다음 마리안느를 무릎에 앉히고 자신과 마리안느를 최대한 밀착시켰다.

그리고 자신의 팔을 마리안느가 입고 있는 후드티의 옷소매로 집어넣어 두손을 밖으로 뺐다.

[여기봐! 여기보라고!]

조셉은 고통으로 괴로워하는 마리안느의 뺨을 두드렸다.

마리안느가 힘겹게 눈을 뜨고 조셉을 쳐다봤다.

[자, 잘 봐봐. 이게 네 손이야.]

크게 벌린 두 손을 마리안느 눈앞에서 흔들었다.

그런 뒤 마리안느의 짧은 팔과

자신의 팔을 최대한 딱 붙여서 천천히 움직였다.

[이쪽이 왼손.]

조셉이 왼팔을 움직였다.

후드티 왼쪽 소매가 따라서 움직였다.

[이쪽은 오른손.]

조셉은 오른팔을 움직였다.

후드티 오른쪽 소매가 따라서 움직였다.

[갑자기….뭐하는거야…..]

고통 속에서 마리안느가 힘겹게 말했다.

갑자기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건지

마리안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손을 니손이라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움직여봐!]

[......그게 뭔 소리야....갑자기....그런 짓을 왜 시키는건데….?]

[그냥 하라면 해!]

조셉은 팔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리안느가 입고 있는 후드티의 소매도 천천히 따라서 움직였다.

[우선 볼을 만진다.]

조셉이 스스로 외치면서 마리안느의 말랑말랑한 볼을 만졌다.

[다음은 박수를 친다.]

조셉이 스스로 외치면서 박수를 쳤다.

짝짝! 거리는 소리가 집안에서 울렸다.

[컵을 가리킨다.]

조셉이 스스로 외치면서 바닥에 있는 컵을 손으로 가리켰다.

[이제 이 컵을 들거야.]

[네 손으로 잡는거야. 알겠지? 네 손으로 잡는거라고!그니까 네 스스로 손을 뻗어봐.]

마리안느가 고통 속에서 힘겹게 정신을 붙잡고

남아있는 짧은 팔에다가 힘을 주었다.

마리안느의 짧은 팔에 힘이 들어간 걸 느낀 조셉은

그에 맞추어 천천히 자신의 팔을 움직였다.

[자 천천히 컵을 드는거야. 천천히.]

마리안느가 마치 자신이 드는 것 처럼 팔을 천천히 올렸다.

조셉이 그에 맞춰서 천천히 컵을 들어올렸다.

마치 크레인과 크레인 기사처럼

둘은 천천히 호흡을 맞추어 나갔다.

[자 이제 니가 명령을 내려! 네 손에다가! 네가 명령을 내리는거야!]

[......귀를 만진다......]

마리안느가 힘겹게 말했다.

그에 맞추어 조셉이 마리안느의 귀를 만졌다.

[.....바닥을 두드린다.....]

마리안느의 명령이 떨어지자

조셉이 손바닥이 바닥을 두드렸다.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집안에 울려퍼졌다.

[머리를 쓰다듬는다......]

마리안느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몇번을 더 움직이자

마리안느에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마리안느를 괴롭히던 환상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한거야.....?]

없어진 손이 더이상 아프지 않게 되자

마리안느는 놀라며 조셉에게 물었다.

[내 손을 네 손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어서 네 신체를 속인거야.]

마리안느가 없어진 손으로 고통을 받는 이유는

마리안느의 뇌가 없어진 손으로 명령을 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없어진 손으로 명령이 갈리가 없다

그렇지만 마리안느의 뇌는 손을 있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신호를 보냈지만 계속해서 신호를 무시한다.

이런 오류를 뇌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마구 날뛰어서

마리안느에게 통증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조셉은 마리안느의 뇌를 속였다.

자신의 손을 마리안느의 손인 것처럼 움직여서

마리안느 스스로 손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마리안느는 바보가 아니라서움직이는게 자신의 손이 아닌 조셉의 손이란 걸 알고있다.

그냥 조셉이 시키는대로 무작정 따라했을 뿐이다.

그러나 마리안느의 뇌는 조셉에게 속았다.

손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 같은 시각적 착각을 주자

마리안느의 뇌는 손이 명령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마리안느의 뇌는 움직이는 손을 보며

손이 명령을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자

불복종하는 손에 대한 답답함이 사라졌고

고통도 같이 사라진 것이다.

조셉은 욕실로 가서 마리안느를 세수시켰다.

[이제 다시 잠이나 자자.....]

야밤에 소란을 떨었더니 피곤했다.

조셉은 마리안느를 다시 이불에 눕혔다.

고통이 사라지고 몸이 편안해지자 마리안느는 곧바로 잠들었다.

조셉도 다시 침대로 가서 누웠다.

침대에 누운 조셉은 옛날 생각이 났다.

예전에 자신은 소중한 사람을 잃었었다.

많은 걸 가르쳐주며 챙겨주던 선임

항상 바쁘게 일하며 고생했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고생했던 어머니

그런 사람들을 잃으면서 자신은 아무것도 못했다.

그냥 지켜만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런 나약한 나지만

그래도 오늘은 무언가 하긴 했구나

그런 애처로운 만족감이 들자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아주 비참한 자기연민이 따로없었다.

겨우 이딴 걸로 자기만족감을 느끼는

이렇게나 한심한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조셉은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발을 동동 굴렀다.

모든 걸 다 바치더라도 복수하겠다며

복수심에 미쳤었다.

그러나 그토록 매섭게 타오르던 복수심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그라든 것인지

아니면 나약한 자신으로는 얼마 타지 못하고 꺼져버린 것인지

어느 쪽인지 모르겠으나

고통으로 몸부침치던 마리안느를 볼 때는

그저 가엾고 딱하고 안쓰러워서

뭐라도 해야겠다

어떻게든 해야겠다

단지 그 생각 뿐이었다.

복수심도, 원망도, 증오도, 분노도

결국에는 풍화되는 것일까……

아니면 강한 척했지만

결국 약해빠진 자신을 속일 수 없는 것일까……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너무 늦었다.

더이상 자신은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너무 많은 걸 잃었다.

차라리 여기서 끝날지라도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가다가 지치고 지쳐서 결국에는 주저앉더라도

가는 데 까지 가보는 수 밖에 없다.

어차피 더이상 돌아갈 곳이

나에게는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조셉은 잠들었다.

후드티에 팔 집어넣은게 어떤 상황인지 이해 안되시는 분을 위해

그림을 허접하게 그려봤습니다.

필력이 좋았으면 이해가 제대로 될 텐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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