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구더기짱-31화 (31/47)

〈 31화 〉 그러나 이제 작별이다.

* * *

조셉이 마리안느를 때려서 상처가 난 곳에

조셉은 구급상자에서 약을 꺼내서

마리안느에게 발라주었다.

그야말로 병주고 약주기였다.

얻어맞아서 아직 아프고

상처에 약을 발라서 쓰라릴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안느는 웃고 있었다.

이 사람이 마리안느를 무시하지 않으니까

이 사람이 마리안느를 신경써주고 있으니까

그런 소중한 사람이

더이상괴로워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그런 남자가 마리안느에게

울면서 사과했고

그런 남자를 마리안느는 용서했으니까 말이다.

마리안느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조셉이 말을 꺼냈다.

[너를 괴롭히고 때려서 정말로...정말로 미안하다...]

마리안느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하는 조셉에게

마리안느는

상처가 난 얼굴로

환하게 웃으면서

조셉에게 부탁했다.

[정말 미안하다면 한가지 소원을 들어줘요.]

그러자 조셉은 놀라면서도

비장한 표정으로 마리안느에게 말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그러자 마리안느는 부끄러운듯이

수줍은 표정을 지으면서

조셉에게 말하기를

[오늘 밤에 나랑 같이 자요.]

그런 마리안느의 부탁을 들은 조셉은

깜짝 놀라 당황하더니

[혹시...같이 자달라는게 그렇고 그런…]

[아니에요! 그런게 아니라! 그냥...옆에서 같이 자달라고요...]

마리안느가 빨개진 얼굴로 해명했다.

그렇게 마리안느가 창피해하자

조셉은 그런 마리안느의 모습을 보면서

수줍게 웃었다.

조셉은 마리안느를 씻기고

잠옷으로 갈아입힌 다음

이불에다 눕혔다.

여기까지라면 평소랑 똑같겠지.

그러나 조셉은 베개를 가져와서

마리안느 옆에 누웠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누워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가만히 누워만 있었다.

그런 적막하면서도

뭔가 숨이 막히는 공간 속에서

마리안느가 먼저 말을 꺼냈다.

[자요?]

[아니...아직...]

그렇게 다시 적막이 흐르던 중

이번에는 조셉이 말을 꺼냈다.

[내일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까.]

[뭐가요..?]

[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어...]

처음에는 괴롭히고 놀리고

그러다 무시했다.

그렇게 지냈던 조셉은

이제부터 어떤 태도를 보이고

마리안느를 대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자 마리안느는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평소처럼 지내주면 돼요.]

[.....]

조셉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마리안느에게 물었다.

[우리가 평소에 어떻게 지냈더라…?]

평소에 우리는 어떻게 지냈냐고

조셉이 물어보자

마리안느는 살며시 웃었다.

마리안느의 밝은 미소는

어두운 방 안에서도 환하게 보였다.

그런 미소를 지으면서

마리안느가 말하기를

[간단해요.]

마리안느는 잠시 쉬고

이어서 말하기를

[같이 밥을 먹고, 같이 놀러 다니고, 같이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당신이 평소에 내게 해준 것처럼]

[그냥 그렇게 지내면 되는 거예요.]

[그렇구나...]

[네. 그런 거에요.]

그런 대화를 나누면서

밤은 점점 깊어졌고

그러던 중 조셉이 먼저 잠들었다.

잠들어있는 죠셉의 얼굴을

마리안느가 유심히 바라보았다.

사실 마리안느는

조셉에게

같이 자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아닌

나랑 사귀어 달라고

그런 고백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리안느는

이 남자에게 사귀어 달라고

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사지가 없는 마리안느가

조셉에게 고백을 해서

까칠하지만 마리안느에게는 너무나도 상냥한 이 남자가

마리안느의 고백을 받아주어서

그렇게 두 사람이 사귀게 되고

그렇게 연인이 된 두 사람은

그러다 결혼을 해서 마리안느가 아이를 낳는다면

조셉 혼자서 아이를 돌볼 수밖에 없다.

사지가 없는 마리안느를 돌보면서 말이다.

그러니 이 남자에게 사귀어달라고

그런 무거운 부탁은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좋은 말로 변명하고 포장해도

결국 사지가 없는 마리안느는

보살펴야 할 짐일 뿐이니까

커다란 장애가 있는 마리안느와 사귀어 달라고

그렇게 부탁을 하는 건

너무나도 큰 욕심이라고

마리안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도

하룻밤 정도는 같이 자달라고

그런 부탁을 하는 것은 괜찮을 것이라고

마리안느는 생각했다.

그정도 욕심은 부려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한 마리안느는

남자에게 부탁해서

같은 이불을 덮고

함께 누웠다.

그렇게 같이 누워서 잠이 든

조셉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리안느는 애틋한 감정을 느꼈다.

왠지 모르겠지만 조셉의 잠든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리안느의 마음 한켠이

너무나도 애달프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리안느는 죠셉이 깨지 않도록 살며시

자신의 얼굴을 조셉의 손에다가 갖다 댔다.

마리안느를 때리고 붙잡아서 괴롭히던

거칠고 커다란 손

그러나 이제는

마리안느를 돌봐주고 품에 안아주는

따뜻하고 커다란 손

그런 손을

마리안느는 붙잡을 수 없었다.

같이 깍지를 끼며

마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만약

이 남자가 마리안느에게 반지를 선물하면

손가락에다가 끼울 수가 없었다.

마리안느에게는 손가락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이거면 충분하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같이 누워서 자고

그리고 내일 아침이 되면

함께 식사를 하고

그러다가 날이 좋으면

함께 외출을 하고

그렇게

같이 살아가는 거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마리안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잠든 조셉을 쳐다보던 마리안느도

서서히 잠이 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 이불을 덮고

사이좋게 자고 있었다.

아침이 되었다.

마리안느가 일어나서 눈을 떠보니

마리안느 옆에서 같이 자고 있던

조셉이 보이질 않았다.

마리안느는 혹시라도 어제 있었던 일이

꿈이 아닌가 싶어서

걱정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가보니

조셉은 주방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식사 준비를 하던 조셉은

마리안느가 나오자

마리안느를 바라보면서 말을 꺼냈다.

[잘잤어?...구더...]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구더기짱이라 말하려던 것을 취소하고

마리안느에게 다시 인사를 건넸다.

[안녕.]

조셉은 쑥쓰러운 듯이

살며시 웃으면서 말했다.

[좋은 아침이야. 마리안느.]

그렇게 조셉은 웃으면서

마리안느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마리안느도

환하게 웃으면서

조셉에게 인사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조셉.]

마리안느는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아침햇살 같은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조셉과 마리안느는

함께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오늘은 뭘 할건지

아침식사 맛은 어떤지

이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일상은

지금부터 시작이었다.

사지를 잃고

구더기처럼 살아가던

마리안느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아가는

따스한 일상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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