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구더기짱-33화 (33/47)

〈 33화 〉 마리안느로 살아갈 수 있으니

* * *

아침에 눈을 떠보니

눈앞에 금빛 물결이 펼쳐져 있었다.

아침햇살 같은

마리안느의 금빛 머리칼이

조셉의 얼굴을 덮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걷어내자

파란 눈동자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조셉과 눈이 마주친 마리안느는

어젯밤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수줍게 얼굴을 붉히면서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네요.]

그렇게 말하면서

마리안느가 이불 속에서 꼼지락거렸다.

[아랫배가 쓰라린 느낌이에요.]

[.......미안.]

[괜찮아요.]

마리안느가 살며시 웃었다.

조셉은 이불 속에 손을 넣어서

마리안느 배를 쓰다듬었다.

보들보들한 살결을 느끼며

부드러운 마리안느의 하복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자신의 배를 쓰다듬는

조셉을 바라보면서

마리안느가 물었다.

[그래서 몇 살이에요?]

[30살.]

[우와...아저씨네요....]

[미안, 아저씨라서.]

[그래도 멋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마리안느가 웃었다.

[.....나 같은 사람이 처음이라 미안해.]

조셉이 마리안느에게 사과했다.

[아까부터 왜 자꾸 미안하다고 하는 거예요.]

마리안느가 화를 내며 말했다.

[나는 당신이라서 한 거에요. 당신이라서 좋았어요.]

[...고마워.]

[나도 고마워요.]

마리안느의 하복부를 쓰다듬던

조셉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슬금슬금 올라간 손은

마리안느의 가슴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간지러워요.]

그렇게 말하면서

마리안느가 웃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이불에 나란히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후가 될 때까지

두 사람은 방에서 나오지 않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리안느를 안고 방에서 나온 조셉은

함께 욕실로 들어갔다.

욕실에 들어가서

함께 샤워했다.

물줄기를 맞으면서

마리안느의 몸을 닦아주었다.

몸을 닦아주다가

마리안느와 눈이 마주쳤다.

조셉과 눈이 마주친 마리안느는

싱긋 웃었다.

그러자 조셉도

마리안느를 바라보며

싱긋 웃어 보였다.

샤워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를 맞으며 웃고 있는

마리안느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렇게 두 사람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마리안느의 젖은 머리카락을

드라이기로 말리면서

조셉은 말했다.

[배고프겠네.]

둘다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

지금 시각은 늦은 오후였다.

마리안느에게 옷을 입힌 조셉은

식사 준비를 하러

주방으로 갔다.

조셉은 서둘러 식사를 준비했다.

식사 준비를 다 마치고

두 사람은 식사하기 시작했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다음에는 어디로 외출할지

가서 무엇을 할지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사를 마쳤을 때는 이제 다시 잘 시간이었다.

온종일 누워있다가

밥을 먹었더니

어느새 하루가 다 가버렸다.

즐거운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다.

그래서 그런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만 느껴졌다.

3일 후

오늘은 외출하기로

약속한 날이었으나

하필이면 그날 비가 내렸다.

마리안느는 거실에 앉아서

창밖으로 비가 내리는 광경을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비가 내리고 조셉도 곁에 없자

심심해진 마리안느는 노트북을 켰다.

노트북을 켜고

터치패드를 입에 문 펜으로 문지르며

유튭에 들어갔지만

딱히 보고 싶은 영상이 없었다.

[심심해...]

마리안느는 혼자서 칭얼거렸다.

그런 마리안느 곁에 조셉은 없었다.

조셉은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비가 마구 쏟아지자

2층에서 비가 새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셉은 비가 오는 와중에도

지붕을 고치느라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그렇게 바쁘게 일하고 있는 조셉에게

놀아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할 것도 없었다.

대낮에 TV에서는 재미없는 방송만 하고 있었고

유튭에서는 별로 흥미 있는 영상이 없었다.

그렇게 마리안느는 할 일 없이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중

웹소설 광고를 보았다.

그 광고를 보고 흥미가 생긴 마리안느는

그 사이트에 들어갔고

그렇게 마리안느는

웹소설이란 것을 보기 시작했다.

비가 새는 지붕을 수리하느라

홀딱 젖은 조셉은

젖은 옷을 세탁기에 집어넣고

샤워를 마친 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거실로 나와보니

마리안느가 노트북 화면을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뭘 보고 있는지 마리안느 뒤로 다가가니

텍스트들의 나열이 보였다.

[뭐 보는 거야?]

[소설이요. 같이 볼래요?]

조셉은 마리안느를

무릎에 앉히고

같이 노트북 앞에 앉아서

함께 소설을 읽었다.

조셉은 대충 훑어보고는

마리안느에게 물었다.

[저기 말이야...여기 나오는 악역..영애? 이게 뭐야?]

[악역영애는 말 그대로 악역영애인데요?]

[아니 대충 뭔지는 알겠는데 영애는 따님을 뜻하는 말이잖아.]

[그렇죠?]

[그럼 악역의 따님이란 소리야? 이 아이의 부모는 악역 역할이야?]

[이 애가 악역인데요?]

[그럼 그냥 악역이지 왜 악역영애라고 하는 거야?]

[그러...게요?]

[그리고 이 여자는 어떤 원리로 소설 속에 들어간 거야?]

[.....글쎄요?]

[그리고 주인공은 갑자기 작품 속에 들어간 꿈만 같은 상황인데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거 아니야?]

[아니 왜 자꾸 트집만 잡아요! 소설이란 게 다 그런 거에요!]

[그런 거야...?]

[그런 거라고요!]

마리안느가 그렇게 말하자

조셉은 별말 없이 있었다.

그렇게 마리안느는

조셉의 무릎에 앉아서

차분하게 소설을 읽었다.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을 지도...]

소설을 읽던 마리안느가

흘려 말하듯이 혼잣말을 했다.

[그럼 한번 써보지 그래? 어차피 할 것도 없는데.]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모레까지 계속 온다고 했다.

어차피 그때까지는

집안에만 있어야 했다.

[그치만 이렇게 많은 글을 내가 어떻게 써요?]

한편에 수천 자가 넘는 소설을

입으로 포크를 물고 타자를 친다면

입에서 경련이 날 것이다.

그런 걱정을 마리안느가 하자

조셉이 말했다.

[그럼 내가 대신 써주면 되잖아.]

그 말에 마리안느가

조셉을 바라보았다.

[어떻게요?]

[네가 내용을 불러주면 내가 대신 적으면 되잖아.]

[그렇...네요?]

생각해보니 간단한 문제였다.

[그럼 한번 해보죠.]

조셉의 무릎에 앉아있는 마리안느가

머릿속으로 떠올린 소설의 내용을

조셉에게 불러주자

조셉은 노트북으로 받아적기 시작했다.

마리안느가 말해준 이야기는

마법소녀물이었다.

마법소녀나 히어로가 되려면

국가 공인 자격시험에 합격해서

자격증을 따야 하는 세상

마법소녀는

10대만 응시할 수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마법소녀 시험에 응시했으나

불합격만 하다가 19살이 되어버린 소녀가 주인공이었다.

마지막 남은 1년을 마법소녀 시험에 도전할건지

아니면 대학진학을 위해 공부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소녀가

히어로가 되고 싶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꿈을 접고

악의 조직 전투원으로 취직한 청년을 만나서

꿈이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청춘물이었다.

그런 내용의 소설을

3화까지 써서

웹소설 사이트에 공개했으나

별 반응이 없었다.

조회수는 1자리였고

댓글도 없었다.

[엥?....왜 아무도 안읽지?]

조회수를 본 마리안느가 당황하며 말했다.

그런 마리안느에게 조셉이 말했다.

[내용이 너무 심심해서 그런거 아니야?]

마리안느의 소설에서는

전투씬은 나오지 않는

잔잔한 일상물이었다.

그런 일상물이

수 없이 올라오는 새로운 작품들과

기존에 있는 작품들 사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다.

[사람들 눈에 띄려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써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요?]

[어...글쎄다...?]

조셉은 인기 작품들을 대충 훑어보더니

마리안느에게 말했다.

[일단 주인공은 환생 같은 걸 한 상태로 시작하고...특수한 능력이 있고...그런 내용이 인기가 있네.]

[...그치만 그런 작품들은 이미 많잖아요...]

이미 그런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과거로 돌아가거나 이세계, 게임, 소설 속으로 들어가거나

그런 작품들이 수두룩했다.

마리안느가 맨 처음 읽은 악역영애물도

주인공이 게임 속으로 들어간 내용이었다.

[남들이랑 똑같은 소설을 써봤자 개성이 없잖아요....]

마리안느는 소설을 돈 때문에 쓰는 게 아니라서

자신만의 작품을 쓰고 싶었다.

그런 자신만의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봐주길 바랬다.

[그러면 특이한 소재를 넣어보던가.]

[예를 들면요?]

[...공룡이 나온다거나?]

[공룡이요? 왜 하필 공룡이에요?]

[글쎄다…? 남자들은 공룡을 좋아하니까…?]

조셉은 별생각 없이 그렇게 말했다.

조셉의 말을 들은 마리안느는

잠시 고민하더니

조셉에게 소설 내용을 받아적게 했다.

마리안느가 생각한 작품은

공룡과 무협이 섞인

동양 판타지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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