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 * *
두 사람은 근처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조셉에게 전화가 왔다.
전화를 통화를 마친 조셉에게
마리안느가 물었다.
[누구예요?]
[친구.]
[뭐 때문에 전화했는데요?]
[얼굴 좀 보자고 하더라.]
[그래서 어떻게 하기로 했어요?]
[당연히 거절했지.]
[왜요?]
[너 혼자 집에 있어야 하잖아.]
[그럼 집으로 데려와요.]
[싫어.]
[왜요?]
[귀찮잖아.]
[전 괜찮아요.]
[아니 내가 귀찮다고.]
조셉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마리안느가 슬픈 표정으로
조셉에게 말했다.
[그렇겠죠...이런 제 모습을 친구한테 보여주기 싫을 테니까요...]
결국 조셉은 친구를 부르기로 했다.
세리자와도 같이 불러서 말이다.
3일 후
조셉의 친구 2명이
마리안느의 집으로 찾아왔다.
[안녕~ 마리쨩~]
한명은 세리자와였고.
다른 한명은 모즈라는 친구였다.
[이쪽은 모즈야.]
[반가워요. 모즈라고 해요.]
조셉이 마리안느에게
친구인 모즈를 소개해주었다.
[나랑 세리자와랑 같이 보육원에서 자랐고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어.]
보육원을 나오자마자
해병대에 들어간 모즈는
지금은 해병대를 나와
중학생 딸을 혼자 키우고 있었다.
[이쪽은 마리안느.]
조셉이 모즈에게 마리안느를 소개했다.
[안녕하세요.]
소파에 앉은 마리안느가
모즈에게 인사했다.
[제 모습을 보고 놀라셨죠?]
마리안느가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모즈가 한쪽 바지를 걷어 올리며 말했다.
[마린한테는 비교가 안 되지만 말이죠…]
바지를 걷어 올리자
그곳에는 의족이 끼워져있었다.
[나도 한쪽 다리가 없어요.]
모즈가 웃으면서 말했다.
[어쩌다 그런 거에요?]
마리안느가 놀라면서 물었다.
[예전에 사막에다 놓고 왔어요.]
몇 년 전에 파병을 갔던 모즈는
한쪽 다리를 놓고 돌아왔었다.
한쪽 다리가 없는 걸 보고
잠시 놀란 마리안느는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친해지려고 다 같이 게임을 하려고 하는데 괜찮죠?]
[무슨 게임인데?]
조셉이 마리안느에게 물었다.
[나 좀 소파에서 내려줘요.]
조셉이 마리안느를 들어서
바닥에 내려놓았다.
마리안느는 탁자 밑에서
보드게임을 꺼냈다.
[짜잔~ 이거하고 놀 거예요.]
마리안느가 탁자 밑에서 꺼낸 게임은
롤플레잉 보드게임이었다.
[인터넷에서 추천받아서 샀어요.]
마리안느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세 사람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저게 뭐야.]
[몰라. 보드게임 아니야?]
[아! 나 저거 알아.]
세리자와가 보드게임 표지를 보고 외쳤다.
[학교 다닐 때 이상한 애들이 하던 게임이야.]
[학교 다닐 때 그런 애들이 있었나?]
[우리 옆 반에 있었지.]
[넌 그걸 어떻게 알았냐?]
[게네들 게임 할 때 카드 뺏으면서 놀았거든.]
[와. 쓰레기.]
[학교에 저런 거 가져온 놈들이 잘못이지.]
세 사람이 그런 대화를 하자
마리안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혹시 하기 싫어요…?]
그러자 세리자와랑 모즈가
당황하며 마리안느에게 말했다.
[아니! 너무너무 하고 싶어!]
[그래! 정말 재밌을 거 같은데?]
그런 두 사람을 보면서
조셉이 말했다.
[너희들 엄청 어색하게 말하고 있거든.]
그렇게 4명은 바닥에 둘러앉아서
보드게임 상자를 열었다.
[어떻게 하는 건데?]
조셉이 마리안느에게 물었다.
[나도 모르는데요?]
[하는 법도 모르면서 산 거야?]
[미안해요...]
마리안느가 풀이 죽어서 사과했다.
[야 넌 왜 얘한테 뭐라 그러는데!]
세리자와가 조셉의 등을 때렸다.
[맞아! 쓰레기 새끼!]
모즈가 주먹으로
조셉의 어깨를 쳤다.
[내가 왜 이딴 새끼들을 불렀을까…]
조셉은 게임 설명서를 읽더니
어떤 게임인지 대충 이해했다.
[한 명은 게임 진행자를 맡고 나머지 인원은 캐릭터를 만들어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대로 모험을 하는 게임이라는데?]
[그럼 네가 진행자를 해.]
[내가 왜?]
[마리안느랑 친해지려고 하는 거니까 우리가 마리안느랑 같이 모험을 해야지.]
[맞아. 생각 좀 해라.]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아서
조셉이 게임 진행자를 맡았다.
마리안느는 인간 사제 .
세리자와는 엘프 궁수
모즈는 드워프 전사
이렇게 3사람이 캐릭터를 만들어서
게임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 게임의 목적은 뭔데?]
세리자와가 조셉에게 물었다.
[자유롭게 여행하면서 사악한 드래곤을 물리치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라는데?]
[RPG 같은 거네.]
[그럼 시작한다.]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었다.
[길을 가던 세 사람은 고블린 동굴 앞에 도착했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셉이 대본을 읽었다.
[동굴 안에 고블린이 몇 마리나 있는데요?]
[글쎄다? 들어가 봐야 알지 않을까?]
[어떻게 할까요?]
마리안느가 세리자와랑 모즈에게
어떻게 할지 물었다.
[마리쨩이 알아서 해.]
[마린이 지휘관을 하렴.]
두 사람은 마리안느에게
지휘권을 넘겼다.
그러나 세 사람은 모르고 있었다.
마리안느는 RPG 게임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RPG를 해본 적 없는 마리안느는
희한한 자신만의 방법으로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동굴로 들어가지는 말고 동굴 입구에다가 모닥불을 만들죠.]
[모닥불?]
불을 피운다는 마리안느의 선택에
조셉이 놀라서 물었다.
[모닥불은 왜 만드는데?]
[동굴 안으로 연기를 보내서 고블린들을 질식시키게요.]
[그게 가능해?]
[가능하지 않나요?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하다 했으니까.]
조셉은 규칙을 읽어보더니
마리안느에게 말했다.
[주사위를 2번 굴려서 8 이상이 나오면 성공이라는데?]
[그럼 던져 볼게요.]
마리안느가 주사위를 입에 물고 던졌다.
주사위는 5가 나왔다.
마리안느가 다시 한번 던지자
이번에는 4가 나왔다.
[성공했어요!]
[어...그럼 모닥불에서 나온 연기가 동굴 안에 가득 차서 고블린들이 다 죽었다. 마리안느의 레벨이 올랐다. 마리안느는 스킬: 축성(??)을 배웠다.]
[너 연기 정말 못한다.]
[그러게 좀 제대로 해봐.]
세리자와랑 모즈가
조셉의 어색한 연기를 비난했다.
[그럼 니들이 하던가 쓰레기들아.]
조셉은 화를 내면서도
계속해서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리안느와 떨거지들은 고블린들을 처치하고 다시 모험을 떠났다. 그렇게 길을 가던 중 숲속에서 어린 꼬마를 발견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함정이야.]
갑자기 모즈가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분명 저 꼬마는 옷 안쪽에 폭탄 같은 걸 가지고 있을 거야.]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건데? 미아잖아?]
세리자와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이런 숲속에 어린아이가 혼자 있을 리가 없잖아. 분명 함정일 거야.]
진지한 표정으로 모즈가 말했다.
[난 모르겠다. 마리쨩이 대장이니까 마리쨩이 정해.]
[그럼 다른 길로 돌아서 가죠.]
[그럼 주사위를 굴려봐.]
마리안느가 주사위를 입에 물고 던지자
주사위가 1이 나왔다.
[마리안느 일행은 아이를 마을로 데려다주는 이벤트를 무시하고
언데드들이 가득한 땅으로 들어갔습니다.]
[너 때문에 망했잖아.깜둥이새끼야.]
[맙소사!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숲속에 있던 세 사람은
졸지에 언데드들의 땅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세 사람은 언데드들을 물리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보스전이 열렸다.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구름과 함께 나타난 건 무시무시한 엘더리치였습니다. 어찌하겠습니까?]
조셉이 봤을 때 마리안느의 파티는
도저히 엘더리치를 이길 수 없었다.
초보자인 세 사람이 이길 수 있는 상대도 아니었고
다른 언데드들을 상대하느라
세 사람은 만신창이였다.
[...어떡해야 하나...]
마리안느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하던 마리안느가 조셉에게 말했다.
[그러면 나는 축성 주문을 쓸게요.]
축성은 성속성 부여 효과를 가진 마법이다.
물에 쓰면 성수로 바뀌고
무기에다 쓰면 성속성 효과를 부여하고
음식에다 쓰면 음식을 먹어서 얻는 효과가 늘어난다.
엘더리치는 언데드라
성속성 데미지를 잘 입기 때문에
축복받은 무기로 엘더리치를 무찌를 생각인 것 같았다.
[누구 무기에다 축성을 쓸 건데?]
[무기에다 안 쓸 건데요?]
[그러면?]
[하늘에 있는 구름에다가 쓸 거예요.]
[구름에다 쓴다고?]
[그러면 지금 내리는 비가 성수로 바뀌지 않나요?]
[이럴 경우는...주사위를 던져서 숫자가 2 이하로 나오면 성공. 아니면 실패.]
마리안느가 주사위를 입에 물고 던졌다.
주사위는 1이 나왔다.
[성공했어요!]
[마리쨩 대단해!]
[역시 마린!]
세리자와랑 모즈가
마리안느를 칭찬했다.
칭찬받은 마리안느가 웃었다.
조셉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게임을 진행했다.
[비구름이 성스러운 구름으로 바뀌어서 성수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엘더리치는 성수를 맞고 녹아버렸습니다.]
하늘에서 성수로 바뀐 비가 쏟아지자
엘더리치가 마치 솜사탕처럼
비를 맞고 녹아버렸다.
[엘더리치를 쓰러트렸습니다. 사제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엘더리치의 지팡이와 마법의 가방을 손에 넣었습니다.]
[마법의 가방이 뭔데요?]
[아이템을 무한으로 넣을 수 있는 가방이라는데?]
[그럼 엄청 좋은 아이템이네요.]
엘더리치를 쓰러트린
마리안느 일행은
가까스로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의 도착한 마리안느는
마법의 가방에다가
아무거나 집어넣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돼지를 마법의 가방 안에 넣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모르겠는데.]
[그럼 집어넣죠.]
[그딴 짓을 뭐하러 하는데?]
[너는 애가 하고 싶다는데 왜 자꾸 시빈데?]
[저새끼는 예전부터 저랬어.]
[...내가 왜 이놈들하고 이러고 있는 거냐...]
RPG 게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을뿐더러
RPG 지식 자체가 없는 마리안느는
엉뚱하게 플레이를 했다.
오크 무리가 나타나자
독약을 먹인 돼지들을 풀어놓아서
오크들이 돼지를 잡아먹게 만들어서
오크들을 중독시키거나
좀비들이 가득한 마을에 도착했을 때
수많은 좀비가 마리안느 일행을 덮치자
마리안느는 스크롤을 사용해
요정 세계로 통하는 포털을 열어서
좀비들을 죄다 요정 세계로 보내버렸다.
흡혈귀가 나타나
드워프 전사를 잡아먹으려 하자
마리안느는 축성 주문을 걸어
드워프 전사의 피를 성스러운 피로 바꿨고
흡혈귀는 식중독으로 죽고 말았다.
그렇게 희한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마리안느 일행은 드디어 끝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게임의 최종 보스인
사악한 드래곤이
마리안느 일행 앞에 나타난 것이다.
[거대한 몸을 가진 드래곤이 으르렁거리며 나타났습니다. 드래곤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세 사람을 잡아먹으려고 합니다. 어쩌겠습니까?]
[화염의 검으로 드래곤을 공격한다.]
모즈의 드워프 전사가
드래곤을 공격했다.
[드래곤은 화염내성이 있어서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뭐야 그게.]
[드래곤이 불을 뿜었다. 드워프 전사는 숯덩이가 되었다.]
[깜둥이한테 어울리는 최후로군.]
세리자와가 비웃었다.
[나는 드래곤의 눈을 향해 화살을 쏘겠어.]
세리자와의 엘프궁수가
드래곤의 눈을 향해 활을 조준했다.
[주사위를 던져서 5나 6이 나오면 성공이야.]
세리자와가 주사위를 던졌다.
주사위는 2가 나왔다.
[화살은 빗나갔고 드래곤이 엘프 궁수를 삼켜버렸어.]
[아니 이거 망겜이네.]
파티의 3분의 2가 순식간에 죽었다.
마리안느 파티의 최대의 위기였다.
[드래곤이 당신을 죽이려고 다가옵니다. 어쩌겠습니까?]
마리안느는 잠시 고민하다가
조셉에게 물어보았다.
[드래곤은 마법 저항력이 크다고 했죠?]
[그랬지.]
[그렇지만 용이 먹은 건 마법이 통하나요?]
[....모르겠는데? 아마 가능할 껄?]
[그럼 저는 마법 무효화를 쓸게요.]
[어디에다가 쓸 건데?]
[엘프 궁수가 가지고 있던 마법의 가방에다가요.]
엘프 궁수가 가지고 있던
마법의 가방은
엘프와 함께 드래곤의 뱃속에 들어있었다.
조셉은 마리안느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차렸다.
[주사위를 2번 던져서 연속으로 6이 나오면 성공이야.]
마리안느가 주사위를 입에 물었다.
[마리쨩은 할 수 있어!]
[마린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뒤진 새끼들은 좀 조용히 하자.]
드래곤에게 잡아먹힌
두 머저리가
마리안느를 응원했다.
긴장한 표정의 마리안느가
입에 물고 있는 주사위를 던졌다.
6이 나왔다.
주사위가 6이 나오자
다들 말이 없어졌다.
그런 얼어붙은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마리안느가 다시 주사위를 입에 물고
하늘을 향해 던졌다.
모두들 숨죽여서
던져진 주사위가 떨어지는 걸 지켜보았다.
주사위가 바닥에 떨어졌고
주사위는 6이 나왔다.
[맙소사…]
조셉은 할 말을 잃은 체
주사위를 쳐다보았다.
마리안느의 마법 무효화가 성공했다.
드래곤 배 속에 있는 마법의 가방은
마법의 힘을 잃었다.
조셉은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하며
게임을 진행했다.
[사제가 사용한 마법 무효화가 성공했습니다. 마법의 가방이 가지고 있는 마법의 힘이 사라지자 드래곤의 뱃속에 들어간 마법의 가방은 그냥 평범한 가방으로 변했습니다. 마법의 가방이 평범한 가방으로 변하자 가방이 찢어지면서 그 안에 있는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고 드래곤과 함께 뻥하고 터져버렸습니다...그러면서 가방에 들어있던 금은보화들과 말린 생선, 칼과 방패, 돼지와 닭 그리고 이상한 모양의 돌멩이, 뭐 이딴 것들이 사방팔방으로 튀어나왔습니다......그렇게 드래곤을 물리치고 세상은 평화를 되찾았습니다......뭐야 이게.]
조셉이 세리자와에게 말했다.
[나 이거 왜 이상한 애들이나 하는 게임인지 알겠다.]
그렇게 게임이 끝났다.
게임이 끝날 무렵에는
해가 지고 있었다.
세리자와랑 모즈가
떠나면서 마리안느에게 인사했다.
[재밌었어. 마리쨩.]
[잘 있어요. 마린.]
[또 놀러와요.]
마리안느가 인사했다.
[이상한 놈들이지?]
두 사람이 떠나자
조셉이 말했다.
[좋은 친구들이네요.]
마리안느가 말했다.
[저녁이나 먹자.]
조셉은 저녁을 차리러
주방으로 향했다.
다시 집안에는
마리안느와 조셉
두 사람만 남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