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구더기짱-37화 (37/47)

〈 37화 〉 그만 만날 때가 다가온 거다

* * *

조셉은 마리안느와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이야기를 나누거나

함께 밥을 먹으면서

그렇게 마리안느와 지내다 보면

어느새 마리안느의 몸은 보이지 않고

마리안느라는 존재만 눈에 들어와서

마리안느가 팔다리가 없다는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가

깜짝 놀라곤 했다.

호텔로 돌아와

마리안느가 자는

방으로 들어가자

지금도 저렇게 이불을 덮고

얼굴만 내밀고

곤히 자는

마리안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런 착각에 빠져들었다.

조셉이 들어오자

마리안느가 살며시 눈을 뜨고 일어났다.

조명을 켜지 않아서

어두운 방 안에는

도시의 야경만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일어났어?]

그러자 마리안느는

졸린 얼굴로 배시시 웃으면서

조셉을 바라보았다.

마리안느가 꾸물거리면서

이불에서 기어 나와

침대 가장자리로 다가왔다.

[...어디 갔다 왔어요?]

마리안느는 아직 잠에서 덜 깼는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

[너한테 줄 선물을 사러 갔지.]

[...저한테요?]

조셉은 선물 포장을 뜯어서

마리안느에게

목걸이를 보여주었다.

조셉의 손에 들려진 목걸이가

도시의 불빛을 받아서 반짝였다.

[예쁘다.]

마리안느가 눈동자를 반짝이며

목걸이를 쳐다보았다.

[목에다가 걸어주세요.]

마리안느가 수줍게 말했다.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잘 어울려요?]

마리안느의 목에 걸린 목걸이는

아름답게 반짝였다.

[아주 잘 어울려.]

조셉은 미소지으며

마리안느에게 말했다.

[완전히 어두워졌네요. 자고 일어났더니 배고파요. 같이 밥 먹으러 가요.]

마리안느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나 조셉은 가만히 있었다.

[왜 그래요?]

마리안느가 걱정스러운 듯이

조셉을 쳐다보았다.

조셉은 어딘가 이상해 보였다.

[잠깐만...]

잠시 뜸을 들이던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말을 꺼냈다.

[그리고 말이지...이것도 사 왔거든...]

조셉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조셉이 꺼낸 것은 반지 케이스였다.

조셉이 케이스를 열어서

마리안느에게 반지를 보여주었다.

아름답게 빛나는 반지가

그 안에 들어있었다.

반지를 본 마리안느는 놀라더니

조셉에게 말했다.

[...이건 왜...?]

[...나는 말이지, 너를 만나서 행복했어.]

조셉은 갑자기 뜬금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너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깨달았어.]

조셉은 진지한 표정을 짓더니

마리안느에게 말했다.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 말을 듣자

마리안느의 동공이 커지기 시작했다.

파란 호수 같은

마리안느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조셉은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마리안느, 나와 사귀어주지 않을래?]

조셉의 그 말을 들은

마리안느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당신을 사랑해요...그렇지만...]

마리안느는 입술을 꾹 깨물더니

괴로운듯이 힘겹게 말을 꺼냈다.

[나는 그 반지를 받을 수 없어요...]

그렇게 말하는 마리안느는

슬퍼 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몸으로는...반지를 낄 수 없어요...]

마리안느는 울음이 쏟아질 것 같은

두 눈을 꾹 감고

겨우겨우 말을 이어나갔다.

[당신이 선물한 반지조차 낄 수 없는 나는...]

[사랑 할 수 없는...사랑받을 수도 없는...]

[한심하고 쓸모없는 여자예요...]

그렇게 말하는 마리안느는

마치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그런 마리안느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조셉은

마리안느의 목으로 손을 뻗어서

목걸이를 풀어냈다.

떨리는 그녀의 목으로

남자의 손이 다가와

목에서 목걸이를 가져가자

마리안느는 흠칫 놀라면서

어깨를 움츠렸다.

마리안느는 반지는커녕

목걸이를 걸

자격조차 없는 듯했다.

그러나 마리안느의 목에서

목걸이를 가져간 조셉은

케이스에서 반지를 꺼내서

목걸이에다 반지를 걸었다.

그런 눈앞의 광경을

마리안느는 눈을 깜빡이며

믿기지 않는 듯이 바라보았다.

조셉은 반지가 걸린 목걸이를

손에 들고 확인해보더니

그렇게 만든 반지 목걸이를

마리안느 목에다 다시 걸어주었다.

반지가 걸린 목걸이가

자신의 목에 걸리자

마리안느는 천천히 고개를 내려서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다이아 반지가

마리안느의 가슴에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홀로 반짝이는 작은별처럼

작지만, 아름답게

마리안느의 마음속을

환하게 비추었다.

자신의 목에 걸린

반지를 보면서

놀라고 있는 마리안느에게

조셉이 말했다.

[이제 됐잖아.]

그 말을 듣자

마리안느는 그만

울고 말았다.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어째서 이렇게 눈물이 멈추지 않는지

마리안느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저 남자가,

마리안느에게 반지를 걸어준 저 남자가

이런 나도

사지가 없는 나도

사랑할 수 있다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래서

눈물이 쏟아지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마리안느는 엉엉 울면서

조셉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을 안아줄 수 없어요...]

[상관없어. 내가 안아주면 되니까.]

[...나는 당신과 같이 걸을 수 없어요...]

[상관없어. 내가 업고 걸으면 되니까.]

[나는...걷지도...서지도...못하는...구더기 같은 여자예요...]

[상관없어. 그런 여자를.]

[내가 사랑하니까.]

너무나도 단호한 남자의 태도에

마리안느는 고개를 푹 숙이고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조용히 말했다.

[바보 같은 사람......]

그렇게 말하는 마리안느는

흐느껴 울고 있었다.

그렇게 울고 있는 여자를

남자는 꼭 안아주면서

천천히 달래주었다.

그의 품에 안기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오직 그 사람의 모습만

눈앞에 보일 뿐이었다.

이 사람 품에 안겨있으면

없어진 팔도, 다리도

더이상 신경 쓰이지 않고

오직 이 사람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그걸로 만족해서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나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었다.

그렇게 우는 와중에

그가 내게 말했다.

[손과 발이 없다면 내가 너의 손과 발이 되어줄게.]

[그러니까.]

그는 나를

힘껏 껴안으며

내게 말했다.

[나와 사귀어주세요.]

[그리고]

[나와 결혼해주세요. 마리안느.]

그 말을 듣자

마리안느는 흐느껴 울면서

조셉의 품안에서

엉엉 울면서

마리안느는 대답했다.

[이런 저라도 좋다면...기꺼이...]

마리안느는 울면서 웃고 있었다.

반짝이는 반지를

목에 걸고 있는 마리안느는

아름답고 행복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했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창밖으로는

도시의 야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있는 방안은

조명을 켜지 않아서

어두웠다.

그러나

어두운 방 안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지금 두 사람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도시의 야경 따위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두 사람이 가진 감정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두 사람의 감정이

어두운 방 안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사랑.

우리는 그걸

사랑이라고 불렀다.

아름다운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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