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구더기짱-38화 (38/47)

〈 38화 〉 내게 의존하지말고 살아가라

* * *

아침이 되자

두 사람은 호텔에서 조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리안느가 조셉에게

걱정스럽게 물었다.

[우리 부모님은 아마 이 결혼을 반대할 거예요. 어쩌면 아무런 반응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문제는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음식을 건네주면서

마리안느를 안심시켰다.

조식을 마치고

호텔을 나와서 가볍게 관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조셉은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약혼 사실을 전했다.

세리자와랑 모즈는

조셉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특히 세리자와가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

세리자와가 모즈가

음식과 술을 사들고

마리안느와 조셉의 집으로 찾아왔다.

두 사람의 약혼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세리자와가 사 온 음식 재료들을 보고

조셉이 말했다.

[미트볼을 만들게?]

세리자와는 다진 고기와 야채 같은

미트볼 재료들을 사왔다.

[이런 날에는 미트볼을 만들어 먹어야지.]

축하할 일이 있으면

미트볼을 만드는 게

세 사람의 전통이었다.

조셉은 세리자와가 사온 재료들을

커다란 그릇에다가 넣고 섞었다.

그렇게 섞은 재료들을

세사람은 손에 위생장갑을 끼고

식탁에 둘러앉아서

갈려진 고기반죽을

손으로 둥글게 빚었다.

그런 광경을 마리안느가 옆에 앉아서

지켜보았다.

세사람은 다양한 크기로 고기를 빚었다.

한입 크기로 작고 둥글게 만들기도 하고

납작하게 타원형으로 만들기도 하고

주먹만 한 크기로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다진고기를

손으로 뭉치면서

조셉이 마리안느에게 설명했다.

[우리는 축하할 일이 있으면 미트볼을 만들거든.]

[왜요?]

[쉐릴이란 여자애가 처음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전통처럼 자리 잡았어.]

[그게 누군데요?]

[우리랑 같이 보육원에서 자란 여자애.]

조셉이 이어서 설명했다.

[그리고 세리자와의 죽은 아내야.]

그 말을 들은 마리안느가 놀라서 세리자와를 쳐다보았다.

세리자와는 그런 마리안느를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빙긋 웃었다.

이야기하면서 만들다 보니

어느새 다 만들자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해 먹었다.

토마토소스에 졸여 먹기도 했고

구워서 데미글라스 소스를 뿌려 먹거나

달걀에 부쳐서 굽거나

다양한 방식으로 미트볼을 먹었다.

미트볼을 먹으면서

모즈가 사 온 술을 마셨다.

세리자와가 포도주를

조셉과 마리안느 두 사람에게 따라주면서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했다.

[마리쨩은 부디 꼭 행복하게 살아. 그리고 같이 살면서 이 새끼가 때리면 우리한테 연락해. 바로 달려와서 뒤지게 패줄 테니까.]

[맞아 맞아. 근데 나는 술 안 따라주냐?]

[니가 한쪽 발이 없는 거지 손이 없는 건 아니잖아?]

모즈는 투털 거리면서

자기 손으로 직접 술을 따랐다

마리안느는 빨대를 잔에 꽂아서

포도주를 마셨다.

2잔 정도 마시니

마리안느의 얼굴이

포도주 색깔로 변했다.

[마리안느 너 얼굴 빨개졌어.]

조셉은 마리안느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술에 취한 마리안느는

빨개진 얼굴로 실실 웃기만 했다.

[조금 마시고 엄청 취했네.]

[빨대로 마셔서 그런 거 아니야?]

[빨대랑 취하는 게 무슨 상관인데?]

[빨대로 마시면 빨리 취한다고 그러던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빨대로 마시면 빨아들이는 힘 때문에 뇌에 압력이 가서 더 빨리 취한데.]

[그게 근거가 있는 이야기야?]

조셉이 모즈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럼 우리도 빨대로 마셔보면 되잖아.]

마리안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입에 빨대를 물고

술을 마셨다.

빨대로 마시던 조셉이

희한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진짜인가? 빨대로 마시니까 그런 거 같기도?]

[나도 그런 거 같은데.]

[내가 뭐라 했냐.]

다 큰 어른들이

다 같이 빨대로 술을 마시고 있는

희한한 광경이었다.

술에 취한 마리안느가

조셉에게 물었다.

[세리자와씨는 동성애자 아니었어요?]

[여장을 하고 불알은 없지만 동성애자는 아니지.]

[근데 왜 게이라고 불러요?]

[여자 옷 입고 화장 하는 게 게이지.]

[그런가…?]

마리안느는 한잔 더 마시더니

술에 취해서

꾸벅꾸벅 졸았다.

조셉은 마리안느를 안아서

방으로 데려가서 눕혔다.

테이블에 남아있는 세 사람은

좀 더 술을 마시다가

모즈가 먼저 엎어져서

거실에서 누워서 잠이 들었다.

거실에서 자는 모즈를 보면서

세리자와가 조셉에게 말했다.

[참 어이가 없다.]

[뭐가 어이없는데?]

[이렇게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냐? 나는 여장이나 하고 있고, 한 놈은 다리 한 짝이 없고, 한 놈은 죽어도 결혼 안 할 거라 말하더니 결혼할 여자를 만났고.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보육원에 살 때는 다 같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직업, 재산, 연애, 결혼, 주거 등등

저마다 꿈꿨던 미래가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 사람은 이렇게 살고 있었다.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미래에서 말이다.

세리자와는 술을 마시더니

이어서 말했다.

[너는 소중한 사람이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아. 나처럼 되지 말고.]

그렇게 말하면서 세리자와는

조셉에게 남은 술을 따라 주었다.

다음날

친구들이 떠나고

조셉은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쓰레기를 내놓고

집에 돌아오는데

그런데 갑자기

쨍그랑하는 소리가

거실에서 들렸다.

조셉이 서둘러 거실로 가보니

탁자 밑에서

컵이 깨져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마리안느가 보였다.

마리안느는 당황한 기색으로

조셉을 쳐다보았다.

조셉이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마리안느가 대뜸 사과했다.

[미안해요...]

마리안느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책을 꺼내려다가 그만...컵을 떨어트렸어요...]

그런 마리안느를

슬픈 표정으로 바라본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물었다.

[다친 곳은 없어?]

[네…]

조셉은 마리안느를 안아서

소파 위에 앉힌 다음

깨진 컵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런 조셉을

마리안느는

안절부절못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죄지은 사람처럼 말이다.

깨진 컵을 정리한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다음에 이런 일이 있으면 반드시 나한테 해달라고 해.]

조셉은 속상한 듯이

마리안느에게 말했다.

그런 감정을 드러내자

마리안느가 울먹이며 사과했다.

[미안해요...바빠 보이길래...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서...나 혼자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 마리안느를 본 조셉은

슬픈 표정으로 마리안느 앞에 앉아서

말을 했다.

[나 화나지 않았어. 너도 잘못한 거 없고. 그러니 사과하지 마.]

울먹이는 마리안느를

꼭 안아주면서

조셉이 이야기를 했다.

[나는 너를 위한 일이라면 하나도 귀찮지 않아.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으면 제발 나한테 말해줘.]

마리안느를 꼭 안고 있는

조셉의 가슴팍이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마리안느는 울고 있는 것 같았다.

[미안해요...]

[사과하지 말라니까.]

[미안해요...]

[뭐가 미안한데...]

[그냥...전부 다...]

마리안느를 꼭 안으면서

자신이 입은 셔츠가

눈물로 적셔지자

조셉은 이때 깨달았다.

수족처럼

마리안느의 시중을 들어주어도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결국

마리안느의 진짜 손과 발이

되어줄 수 없다는

당연하면서도 받아들이기 싫은

참혹한 현실을

이때 깨달았다.

조셉은 마리안느를 꼭 안아주면서

고민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이 여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마리안느를 꼭

껴안았다.

그러면서 잠시동안

그러고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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