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만의 구더기짱-39화 (39/47)

〈 39화 〉 마지막인데 이렇게 끝나네

* * *

마리안느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조셉이 내린 결론은

결국 마리안느에게는

진짜 손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팔과 다리를 접합해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마리안느에게 팔과 다리를 붙이는 것은

현대의학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손이나 발

팔이나 다리가 없더라도

누군가에게 기증받아서

다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수술할 수 있어도

팔과 다리를 기증받을 수가 없었다.

장기기증을 받는 것 자체가 어렵지만

그나마 신장이나 간이 제일 기증 받기 쉽고

다른 장기들도 이따금 기증자가 나오지만

팔다리는 구하기 힘들었다.

돈이 있어도 기증받기가 어려웠다.

돈을 주고 기증자를 구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지만

팔과 다리는 돈을 주고도

기증자를 구할 수가 힘들었다.

그렇기에 팔이든 다리든 기증받으려면

죽을 사람에게서나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힘든 것이

죽을 사람에게서 팔다리를 잘라내면

시신이 크게 훼손되니까

유족들이 크게 반대하여

기증받기가 쉽지 않았다.

간신히 기증자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기증자의 신체와 마리안느의 신체가

혈액형이나 신체 구조 같은

조직 적합성도 일치해야 이식할 수 있었다.

결국 마리안느에게

다시 팔다리를 붙이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러나 하늘에 별이라도 따서

마리안느가 다시 손발이 생긴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무슨 방법이라도 쓰고 싶었다.

그렇기에 조셉은

지금 대학병원에 와있었다.

팔과 다리 접합 수술을

여러 번 성공시킨 적이 있는

외과 교수에게 이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서 말이다.

팔다리를 접합하는 수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이번에 만나는 교수처럼

숙련된 전문의만 가능한 수술이었다.

접합 수술은 워낙 복잡하고 어려워서

집도의와 함께 수많은 의료진이 달라붙어서

온종일 수술을 해야 하는 고난도의 수술이었고

그런 어려운 수술을

이번에 만나는 외과교수는

몇 번이나 성공시켰다.

그런 교수에게 조셉은

은밀히 부탁할 일이 있었다.

만나서 별 소득이 없더라도

마리안느를 위해서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으로

연줄이든 뭐든 이용해서

외과 교수와 만날 약속을

겨우겨우 잡았다.

대학병원에 도착한 조셉은

안내를 받고 교수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의학서적들로 보이는 책들이

빼곡하게 책장에 꽂혀있었고

증서로 보이는 서류들이

벽 여기저기에 걸려있었다.

그 안에서

모니터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는 교수가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교수는 모니터를 계속 쳐다보면서

방으로 들어온 조셉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손짓으로 앉으라는 신호만 보냈다.

딱 봐도 만나기 싫으나

부탁 때문에 억지로 만나준다고

티를 내는 것 같았다.

[말씀 드렸던 데로 접합 수술에 대해서 상담하려고 왔습니다만…빨리 받았으면 해서 상담을 좀 하려 하는데요…]

그러나 교수는

조셉이 말하든 말든

계속 모니터만 주시하더니

[기증 희망자 등록하셨죠? 그럼 순번을 기다리세요.]

그러면서 별다른 대꾸가 없었다.

그래도 조셉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신장도 아니고 팔다리는 기증자가 거의 없지 않잖습니까?...그래서 말인데요...]

조셉은 교수에게 한가지 제의를 했다.

[혹시...기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이식이 가능한 팔다리를 가져온다면 수술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드릴 수 있습니다만...]

조셉이 그 말을 꺼내자

교수는 그제야 모니터에서 얼굴을 떼더니

조셉에게 말했다.

[나보고 지금 불법 이식을 해달라는 겁니까?]

[툭 까놓고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돈을 주고 장기를 구해서

이식을 받는 것이 불법이란 것을

조셉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라도 써서

마리안느가 걷고 서고 쥘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애초에 지금 하려는 짓이

나쁜 짓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팔다리가 없는 사람이

돈을 주고 팔다리를 구해서

다시 일어서려는 절박함에

무슨 죄가 있는지

누가 죄를 물을 수 있는 것인지

만약 그렇다 하더라도

그게 정말로 큰 잘못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만약 그게 죄라고 하더라도

마리안느가 다시 손이 생기고 발이 생기고

다시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든지 더 큰 죄도 저지를 수가 있었다.

그러나 교수는

조셉의 말을 듣고

단단히 화가 난 얼굴을 하더니

[이야기할 것도 없습니다. 당장 나가세요.]

[어떻게든 안 되겠습니까?]

[경비원을 불러야 나가겠습니까?]

그런 말을 하며

조셉을 내쫒으려는 교수는

조셉의 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조셉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혹시 소방관이세요…?]

방금까지만 해도 화를 내면서

내쫒으려던 사람이

갑작스레 저런 질문을 하자

조셉은 당황하며 대답을 했다.

[...지금은 퇴직했지만 몇 년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몇 년 전에 놀이동산에서 남자애를 구하신 적이 있죠?]

[예...그랬습니다. 왜 그러시죠?]

갑자기 그건 또 왜 묻는지

조셉은 알 수 없었다.

조셉의 말을 들은 교수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탄식 같은 걸 내뱉던 교수는

고개를 들고 말없이 천장만 바라보았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조셉은

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천장만 바라보던 교수는

잠시 뒤 고개를 내리고는

조셉에게 물었다.

[환자분 상태가 어떤지 알 수 있을까요?]

갑작스럽게 마리안느의 상태를 알려달라는

교수의 말을 듣자

조셉은 놀라면서

핸드폰에 있는

마리안느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본 교수는

마리안느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대퇴부 까지 절단이 되었군요. 팔은 양쪽 다 상완부라...]

교수는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계산하기 시작했다.

뭔지는 몰라도

흐름이 바뀌었다는 것을

조셉은 깨달았다.

조금 전까지는 들은 체도 하지 않더니

이제는 뭔지는 몰라도

해줄 맘이 생긴 것 같았다.

무슨 바람이 분 건지는 몰랐다.

그러나 어떻게든

이 기회를 붙잡아야 했다.

[환자분이 어느 정도 심각하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교수는 조셉 쪽으로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

누군가 들을까 봐 조심하듯이

조용히 말을 건넸다.

[원래라면 절대로 해주지 않겠지만 이번만 특별히 해드릴 테니 어떻게든 맞는 신체부위만 구해오세요. 그럼 수술을 해드리겠습니다.]

갑자기 순순히 불법 이식 수술을 해주겠다는

교수의 말에

조셉은 놀라면서도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사례금으로 얼마 정도를 드리면 될까요...?]

그러자 교수는 손사래를 치며

필요 없다고 거절했다.

[돈 받자고 해드리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어째서...]

교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자신의 핸드폰 배경화면을 보여주었다.

교수 본인과

부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

갓 성인이 된 것 같은 젊은 청년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남학생

이렇게 네 사람이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여기 이 남자애 있죠? 제 막내아들입니다.]

중학생 정도 되보이는 남학생을

교수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렇군요...]

대체 왜 갑작스럽게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조셉은 알 수 없었다.

[3년 전쯤 놀이동산으로 소풍을 하러 간 아들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행히도 아들은 무사했으나 대신 소방관 한 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죠.]

그 말을 들은 조셉은

갑자기 머리를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화재 현장에서 안고 나왔던

남자아이의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혹시 그 아이가...]

[예. 맞습니다.]

[당신이 제 아들을 구해준 겁니다.]

교수는 개인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2개 꺼내서

1개는 조셉에게 건네주었다.

두 손으로 음료수를 받으며

마음을 가라앉힌 조셉은

교수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제 얼굴은 어떻게 아시고...]

[돌아가신 소방관분의 장례식에서 선생님을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구부정한 자세로

조셉을 귀찮은 듯이 대하던 교수는

허리를 펴고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공손한 자세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조셉에게 선생님이라 부르며 말이다.

[선생님이 화재 현장에서 저희 아들을 데리고 나왔다는 걸 전해듣고 감사인사라도 전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장례식장에서 오열하시는 모습을 보니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제대로 인사를 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뵙게 되네요.]

교수는 손에 쥐고 있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어떻게 구했는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어떻게든 맞는 팔다리만 가지고 오세요. 그다음부터는 제가 알아서 해드리겠습니다.]

[그럼 맡아주신다는 겁니까?]

[이렇게라도 당신들의 헌신에 보답할 수 있다면요.]

그 말을 듣자 조셉은

가슴이 뜨거워지면서

울컥거리기 시작했다.

아이를 구하고

선배가 죽으면서

운명의 참혹함을 저주하던

그런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운명에 감사하고 있었다.

그날의 인연은

어딘지 모를 곳을

몇 년 동안 떠돌다가

오늘날 갑자기

조셉에게 찾아왔다.

운명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며

가슴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아서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러고 있는 조셉을

교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봐 주었다.

교수에게 인사를 하고

대학병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온 조셉을

마리안느가 반겨주었다.

[다녀오셨어요.]

마리안느가 웃으면서

다정하게 인사했다.

그런 마리안느를 보고 있자

조셉은 어쩐지 감정이 복받치기 시작했다.

어쩐지 참을 수 없어서

마리안느에게 다가가

마리안느의 가냘픈 몸을

와락 껴안았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

갑작스럽게 안겨지자

당황한 마리안느가

조셉에게 묻기 시작했다.

조셉은 마리안느를 꼭 껴안으며 물어보았다.

[만약 네가 다시 손이랑 발이 생긴다면. 너는 제일 먼저 뭘 하고 싶어...?]

[갑자기 그건 왜요?]

[그냥...]

[어...하고 싶은 게 참 많지만 제일 먼저 한다면...]

조셉에게 안긴 마리안느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당신을 꼭 안아주고 싶어요.]

[어째서?]

[지금도 나는 아쉽거든요.]

[뭐가 아쉬운데?]

[...당신을 안아줄 수 없다는 사실이요.]

그 말을 듣자 조셉은

마리안느를 더욱 세게 안았다.

조셉은

마리안느에게

어떻게든 팔다리를 붙여주고 싶었다.

방법은 모르지만

아직은 막막하기만 하지만

그러나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어쩐지 다 잘 될 것만 같았다.

이렇게 마리안느를 꼭

껴안고 있으면

어째선지

팔다리가 스스로 찾아올 것만 같은

그런 착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냥

다 잘 될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리안느와 함께 있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었다.

아침부터

조셉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은 조셉은

통화내용을 듣고 깜짝 놀랐다.

통화내용은

마리안느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이었다.

그 소식을 듣자

무언가 알 수 없는

기시감이 들었다.

어제만 하더라도

운명의 놀라움을 느낀 조셉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조셉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오후

그런 불안감과 함께

누군가가 두 사람을 찾아왔다.

누군가 찾아와서

초인종을 누르자

조셉은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그러자 문 앞에 나타난 것은

2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였다.

조셉은 그 여자를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문 앞에 서 있는 여자는

마리안느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갑자기 나타난 여자는 웃고 있었지만

어쩐지 사악해 보이는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성은

팔다리가 달려있었다.

마리안느에게는 없는

멀쩡한 팔다리가 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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