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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화 〉 레반하워즘 공략전 (2) (41/85)

〈 41화 〉 레반하워즘 공략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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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도 A+의 시즌보스, 천공섬 레반하워즘.

하늘을 부유하는 여의도 면적의 거대한 섬으로, 어라이징 내 유일한 무생물 보스인 동시에, 13/14 시즌의 스테이지이기도 하였다.

"...레반하워즘? 도대체 어디서 발견하신거죠?"

...그러한 레반하워즘이 찍힌 사진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묻는 이시연. 그녀의 물음에 링 메이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한다.

"며칠전 상하이 위로 지나가길래 찍어봤어."

이어서 "날아가는 방향을 보아하니 곧있으면 너네나라에서도 보이겠다."라고 덧붙이는 그녀.

"흠......"

링메이의 말에 이시연은 무언가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심각한 표정과 함께 턱을 긁적이며 말하였다.

"확실히, 몇주전에 몽골쪽에서 모습을 보였다고 보고를 받긴 했었다만......"

뜻밖의 것의 등장에 상당히 놀랐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녀는 건네받았던 스마트폰을 다시금 링 메이에게 돌려주었다.

"'사진이 합성이 아니라면, 꽤나 큰 발견인 것은 확실하네요."

"......"

공략만 해내 본다면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레반하워즘이었으니, 그 모습이 세세히 잡힌다면 분명 세계적으로도 큰 이슈가 될 터.

"......뭐,"

이리저리 복잡한 일이 생겼다는 이시연의 말을 들으며, 링 메이는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쨌든 현시점에서 레반하워즘은 주인없는 땅, 맞잖아?"

"예, 뭐, 그렇긴하죠......"

요괴녀의 말에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이시연.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나는 내심 기대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링 메이에게 묻는다.

"그래서, 레반하워즘으로 여기 사람들을 이주시키자고?"

"그러면 최고의 시나리오겠지."

나의 물음에 빙긋 웃음을 짓는 그녀.

하늘을 날아다니기 때문에 타인들의 접근도 없고, 레반하워즘 고유의 방어시스템 덕분에 적의 위협으로부터도 꽤나 안전할 터. 레반하워즘으로 보금자리를 옮긴다면 인외변화자들에게는 확실히 좋은 요소가 될 것이었다.

"......그런데,"

"응?"

그때, 이시연이 기묘한 표정과 함께 링 메이에게 말을 건넨다. 아리송하다는 얼굴로 그녀에게 질문을 날리는 아리아 길드의 길드장.

"며칠전에 발견했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지금까지 방치해둔것이죠? 발견한 직후 이주를 시작했어도 충분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신발 끝으로 땅을 쿡쿡 쑤시며 묻는 이시연.

그런 그녀의 물음에 링 메이는 뭘 그런걸 묻냐는 듯 팔짱을 꼬고 삐딱한 자세로 답한다.

"내가 레반하워즘을 공략하러 떠났으면, 상하이는 누가 지키게."

"......"

비록 무생물, 섬의 형태라 하더라도 시즌보스는 시즌보스. 레반하워즘의 소유권을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중간보스를 클리어한 뒤 섬의 심장부에 짐입하는 것 뿐.

워낙 복잡한 지형지물 탓에 공략에 못해도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릴 터였는데, 화양연화에게 그정도 시간이라면 상해를 점령하고도 남을 시간이었으니 섣불리 링 메이가 움직이지 못한 것도 이해가 된다.

"24시간 호심탐탐 기회만 노리는 것들인데, 어떻게 집을 비울수가 있겠니."

본인도 꽤나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그녀.

그녀의 말을 들은 이시연은 한숨을 푹 내쉬며 시야를 아래를 숙인다.

"그럼, 이 기회에 섬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저희에게 부탁한다는 말인가요?"

"응, 까먹고 있었는데 얘 덕분에 갑자기 생각나서 말이지."

이시연의 말에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눈동자를 내쪽으로 굴리는 링 메이. 이시연은 삐질거리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뭐, 일단 이론은 좋다만, 그러면 공략을 위해 옥시안님이 필수적으로 나서야 된다는 건데, 옥시안님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

조심스레 나의 의견을 묻는 이시연.

아마 레반하워즘 공략이 결정된다면 링 메이는 상하이를 지키고, 이시연과 아리아길드는 화양연화측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도록 이곳에 남아있어야겠지.

물론 미리 화양연화측에다 레반하워즘 이주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만약 그랬다가 거절한다면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니, 결국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나 하나.

"......나는,"

단순히 깨부수면 되는 타 시즌보스들과는 다르게, 레반하워즘은 동시에 스테이지의 역할도 하기 덕분에, 그 속에 거주하는 다섯명의 중간보스들을 클리어 해야한다.

확실히, 확실히,

다른 일반적인 의뢰들보다 귀찮을 것 같긴 하지만,

"......완전 좋지."

귀찮음, 그런건 아무렇지도 않을 정도의 설레임이 내 가슴을 감싼다.

"그,"

천공섬 레반하워즘,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5명의 중간보스.

그중에서도 '절망'을 담당하는 여신관, 베를레히리.

"레반하워즘이 생긴거면 걔도 같이 나왔을거아니에요?"

잔뜩 기대에 찬 눈으로 내가 묻자,

이시연이 얼떨떨한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답한다.

"베,베를레히리요? 예... 뭐, 그렇겠죠...?"

"...그거면 충분해요."

"......"

흥분에 가득 찬 나를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이시연. 하지만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사태 이전, 내가 유일하게 옥시안보다 더욱 좋아했던 캐릭터가 바로 레반하워즘의 중간보스 베를레히리였다.

연보라색의 머리,

감정이 없는 두 눈,

항상 변하지 않던 무표정의 얼굴.

충분히 인기가 많을 법한 캐릭이었지만, 왜인지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한채 14/15시즌 이후 레반하워즘과 같이 종적을 감추어버린 캐릭터. 그 여자를, 그것도 실체화 된 그녀를 다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차버릴 내가 아니었다.

"그리고,"

"응?"

......이번엔 고개를 돌려, 멍하니 서있던 링 메이를 바라보며 말한다.

"레반하워즘을 공략하면, 섬의 소유권은 내가 가져간다."

"뭐어?"

나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소리치는 링 메이.

그녀는 말도 안된다는 투로 잔뜩 눈살을 찌푸렸다.

"말도안돼! 그럼 우리보고 네 통치하에 놓이라는거야?"

"음......"

소유권을 원하는 이유는 단순히 베를레히리를 부하로 부리고 싶어서이지만, 확실히, 레반하워즘의 소유권을 얻게된다면 특정인 출입금지, 범죄자 추방 등, 자신이 원하는 권리를 마음껏 행사할 수 있으니 링 메이 입장에서는 조금 찝찝할 수 있나.

......그래도 뭐,

"꼬우면 너가 나보다 강하던지."

"윽,"

힘의 차이로 보나, 상황적으로 보나, 지금 그녀가 나에게 무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 그저 하라면 하라는대로,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따라야될 뿐.

"......"

결국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숙이는 링 메이.

그런 그녀의 태도를 대충 수긍했다 파악한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쇠뿔도 단김에 뽑으라는 말이 있듯이, 이왕이면 지금 당장 출발해도 되겠지. 잡다한 뒷일은 이시연한테 맡기고, 화양연화측이 수상하게 생각하기 전에 후딱 다녀와야 되니까 말이야.

"......설마 지금 바로 가시게요?"

곧바로 몸을 풀며 준비를 해보이는 나에게 묻는 이시연.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였다.

"네, 이왕이면 빨리빨리 하는게 좋잖아요."

"음......"

나의 답에 이시연은 무언가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그래도 조심하세요. 레반하워즘을 발견한게 우리뿐이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이미 타 길드에서 조사원들을 파견했을 가능성도 있어요."

"그런거야 걱정하지 마세요."

링 메이도 아니고,

공략불가의 옥시안이다.

그 누가 미쳤다고 준비도 없이 덤비겠는가.

뭐, 만약 있다면,

"...최면이라도 걸린 놈들아닐까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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