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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화 〉 레반하워즘 공략전 (3) (42/85)

〈 42화 〉 레반하워즘 공략전 (3)

* * *

"위치는 내가 분신을 붙여놨으니, 이 쌍둥이 인형을 따라가면 쉽게 발견할 수 있을거야."

"......"

붉은색의 목각인형을 꺼내 공중에 부유시키는 링 메이. 머리부분에 화살표가 달려있는 것을 보아하니, 마치 나침반이 연상되는 것만 같았다. 허나, 세리아나의 전이문을 사용하여 레반하워즘에 갈 예정이었으므로, 그다지 큰 도움이 되는 물건은 아닌 듯 싶었다.

"어, 저, 공략집이라도 빨리 찾아서 보내드릴까요?"

이어서, 내 옆에 있던 이시연 또한 자신의 핸드폰을 치켜들며 말한다. 보내준다는건 아마도 그녀의 폰에 저장되어있는 레반하워즘 정보를 가리키는거겠지.

"음......"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잠시 고민에 빠진다.

렉카챠, 링 메이, 워하드 등 다른 시즌보스들과는 달리 레반하워즘은 이벤트성 보스의 이미지가 강하여 공략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지도라도 한 장 보내주세요."

천공섬답게 그 구조가 워낙 복잡하다보니 지도 한장 정도는 있으면 좋겠지. 레반하워즘의 중간보스 역할을하는 신전들의 위치도 파악해야되니까.

"알겠어요, 블루투스로 보내드릴게요."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시연.

파일을 보내주기 위해 핸드폰을 툭툭 건드리던 그녀는 잠시 멈칫하고는 조심스레 나를 쳐다본다.

"저......"

"응?"

"꼭 가셔야되나요? 레반하워즘말고도 다른 방법이 있을수도 있잖아요."

내가 레반하워즘에 가는것이 꺼려지는건지 표정을 찡그려보인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물음에 나는 별거 아니라는 제스쳐를 취해보였다.

"아뇨, 쟤를 위해서보단 이번엔 그냥 제 만족으로 가는거에요."

"너무하다 야,"

섭섭하다는 투로 장난스레 말하는 링 메이.

나는 그런 그녀를 무시한 채 이시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간다.

"평소 좋아하던 캐릭터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인데,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죠."

레반하워즘의 중간보스 베를레히리.

솔직히 링 메이와 상해의 인외변화자를 도와준다는 느낌보단, 그녀를 만나러 간다는 목표가 더 컸다. 마치 평소에 좋아하던 아이돌을 보러 콘서트에 가는 기분이랄까.

"그렇군요."

자신이 생각하던 이유와 달랐기 때문일까. 나의 말에 이시연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답하였다. 곧이어 화제를 돌리려는 듯 서둘러서 주제를 바꾸는 그녀.

"그나저나, 레반하워즘까지는 어떻게 가실거에요?"

"......?"

이시연의 물음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떻게 가긴, 전이문을 열고 가면되지.

"정확한 좌표를 모르잖아요."

"아."

듣고보니 그렇네.

세리아나의 공간전이문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목적지의 정확한 좌표를 알아야한다. 서울이나 상하이 등, 확실히 위치를 아는 곳은 문제없이 오갈수있었지만, 레반하워즘은 하늘을 떠다니는 천공섬. 정확한 위치가 명확히 정해져있지 않았고, 그 말은 즉 전이문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

"음......"

......확실히, 전이문을 사용하지 못하면 시간이 그만큼 더 오래걸리긴하지만, 그래도 별 문제가 되는 요소는 아니었다.

"걱정마."

전이문 뺨치는 옥시안의 전용 교통수단이 있었으니 말이다. 게임 속에서는 옥시안 만큼이나 강한 힘을 내며 공략자들을 괴롭힌 그 몬스터였지만, 아군일때는 그 누구보다 든든한 괴수.

나는 공원의 빈 공터 쪽을 향해 오른손을 뻗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소환."

그러자, 내 앞에 새겨지기 시작하는 검정색 마법진. 그 흑빛의 법진은 점점 더 형태를 구체화 시키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 속에서 나의 4번째 사역마, 다크드래곤 로드 아드레나인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나오는 형태와 이질적인 모양, 그리고 생성된 마법진의 크기를 보아하니, 아마도 이번엔 인간 형태로 폴리모프를 한 채 소환되는 듯 했다.

「......」

마침내 제 형체를 드러낸 한 명의 소녀.

어딘가 맹한 듯한 느낌의 그녀는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검정색 옷, 검정색의 똑단발, 이마에서 돋아난 두개의 용뿔을 보아, 대강 다크 드래곤임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다크 드래곤 로드 아드레나인,

주군께 인사올림......」

나에게 머리를 숙이며 말하는 그녀. 졸려보이는 표정만큼이나 멍한 목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졌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의 머리맡에 넘실거리는 스테이터스 화면을 유심히 바라봐본다.

[아드레나인]

종족: 드래곤

계열: 흑(?)

계급: 여왕

레벨: 2519

'오......'

역시, 타 사역마인 듀랑발, 렉타우스, 세리아나와 비교가 안될정도로 높은 레벨에 나는 속으로 감탄을 삼킨다. 2500레벨이면 웬만한 시즌보스들을 재치는 수치. 이러한 녀석을 사역마로 마음껏 부리는게 옥시안이었으니, 밸런스 붕괴 말이 나오는 것도 과장된 표현이 아니겠지.

「.......」

"......"

이어서,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린 뒤 나를 바라보는 다크 드래곤 소녀. 무언가 중요히 할 말이 있다는 듯, 날카로운 송곳니가 빛나는 작은 입을 벌리며 말한다.

「주군......」

"......응? 어?"

「배가, 고프다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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