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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화 〉 레반하워즘 공략전 (5) (44/85)

〈 44화 〉 레반하워즘 공략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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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

...정글, 사막지대, 호수, 평원, 설원, 중립구역, 이렇게 총 여섯구역으로 나누어져있는 레반하워즘. 중립구역을 제외하고는 각각의 중간보스가 자신이 맡은 구역을 지키고 있다. 따라서 나는 이 다섯군데를 돌아다니며 중간보스들을 처치하면 된다는 말씀.

시즌보스 공략치고 생각보다 쉬운 방법에, 나는 쓴웃음을 짓는다. 보스라기보다는 '이벤트'라는 느낌이 너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뭐,"

레반하워즘으로 변화한 이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공략하는 이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상황. 굳이 발목을 잡는 사실 하나를 뽑자면 '시간' 하나밖에 없었다.

다섯 스테이지, 그것도 안에 숨어있는 중간보스들까지 직접찾아내야되는 시스템상, 혼자서 이 모든것을 하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터. 물론 섬 전체를 운석으로 소멸시키는 간단한 방법도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레반하워즘에 온 이유가 사라짐으로, 아쉽지만 구시대적인 방법으로 공략을 진행해야만했다.

"음....."

다섯개의 스테이지.

내가 찾아갈, 베를레히리가 지키는 '정글'을 제외하면은 총 4개의 구역. 어떻게 해야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단축하며 보스들을 처치할 수 있을까?

"......소환."

...뭐, 답은 간단했다.

부족한 인원만큼의 내 편을 더 부르면 해결되는, 아주 간단한 문제였다.

"......"

이번에는 3개의 검정색 마법진이 지금 내가 위치한 '중립구역'의 꽃밭에 새겨지기 시작한다.

내 기준 맨왼쪽, 첫번째 마법진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검정갑옷의 거구의 기사. 등 뒤에는 산이라도 쪼갤 듯한 거대한 바스타드 소드를 차고 있었으며, 마치 충성심을 증명하려는 듯 곧바로 내게 한쪽 무릎을 꿇어보인다.

「데스나이트 듀랑발, 주군을 뵙사옵니다.」

1731레벨의 데스나이트, 듀랑발.

옥시안의, 그러니까 나의 사역마들 중 가장 근접전에 강하였고, 옥시안을 상대할 시에 가장 먼저 나와 유저들을 상대하는 중간보스의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였다.

「아크데빌 렉타우스, 전하의 부름에 달려오는 바입니다.」

이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정장을 입은 남성.

장신의 키를 지닌 그의 외모는 가무잡잡한 피부와 찢어진 눈, 뾰족한 귀를 지녔으며, 전체적으로 사악한 인상을 주었다. 아크 데빌이라는 종족 답게 이마에는 두개의 뿔이 나있었고, 뾰족한 꼬리 또한 주인을 만난 강아지처럼 살랑거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어이한 일로 부르셨사옵니까?」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말하는 렉타우스.

하위권 시즌보스급의 강함을 나타내는 그는 이미 오크무리 소탕과 아벨리아와의 전투에서 나를 도와준 적이 있었다.

「......」

렉타우스 다음, 3번째로 소환된 사역마는 전체적으로 아주 아름다운 성인 여성. 붉은색 머리칼을 지닌 그녀의 허리춤에는 천사와 악마의 날개를 반쯤 섞어놓은 듯 한 아름다운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으며, 노출도가 심한 드레스는 그녀의 몸매와 매력을 한층 더 강조하고 있었다. 마법진에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그녀 또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내게 고개를 숙이였다.

「서큐버스 퀸 세리아나, 주인님의 명을 받들게사와요.」

나를 향해 야릇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녀.

서큐버스란 종족 중 '여왕'이란 최고 계급을 지닌 세리아나는, 그 명성에 걸맞도록 1300레벨이란 적지않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비록 사역마들 중 레벨은 가장 낮았지만, 민첩도와 원거리 공격만큼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치였으며, 그녀가 구사할 수 있는 스킬의 폭은 보통의 시즌 보스들보다 더 넓을 정도였다.

"오랜만이야!"

나는 흡족한 미소와 함께 어쩌면 시즌보스들보다도 더 강하게 평가되는 사역마들을 내려다본다. 4마리 모두를 소환하는건 아벨리아와의 싸움 이후 처음이려나.

"일단 모두 일어나봐."

나는 우선 먼저 아직까지도 경례를 하고 있던 사역마들을 일으켜 세운다. 절도 있게 일어나는 그들의 입가에는 왜인지 설레는 듯 한 미소가 지어져있었다.

...그런 그들을 향해 말하는 나.

"어, 음, 그러니까 말이야,"

어디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되려나...

공적인 자리도 아니고, 내 사역마들이니 딱히 격식을 차리며 하나하나 다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까라면 까야되는게 그들의 역할이니까 말이야.

"너네들이 처치해줘야되는 놈들이 있어."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나에게 충성을 바치는 그들에게 대강의 설명을 해준다.

"여기에는 정글, 사막, 평원, 호수, 설원, 총 다섯가지의 구역이 있는데, 아드레나인 너까지 합쳐서 4명이 각각 한군데씩 맡아서 보스들을 해결해줬으면 해."

굳이 내가 일일히 순회를 돌 필요없이 사역마들을 시키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지. 게다가 각각이 시즌보스급의 힘을 지닌 이들이니, 일을 실패할 걱정도 해도 되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

「맡겨만 주시옵소서.」

「전하가 굳이 움직이실 필요없이 저희가 해결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와요.」

내 말에, 역시나 사역마들은 그런건 전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자신만만한 미소를 얼굴에 띄어보인다. 하긴, 그들에게 무서운 것이 무엇이 있으랴.

"그러면,"

만족스러운 답을 얻은 나는, 다시금 핸드폰을 킨 뒤, 이시연이 보내 준 레반하워즘 파일을 뒤적거려본다. 이번에 내가 찾은 것은 중간보스들의 정보.

"대강 각 구역의 특징과 보스들을 알려줄테니, 누가 어디로 갈 지 정해봐."

이어서 목을 큼큼 가다듬은 뒤,

귀를 쫑끗 세우고 있는 사역마들에게 레반하워즘의 중간보스에 관한 정보를 전달해준다.

"첫번째 구역은 사막."

그리고 그곳을 지키는 건 희망의 신전관 루드비히. 적힌대로라면 그는 신기루같이 다양한 환영을 만들어내어 적들을 상대한다고 한다.

「흐음,」

"응?"

「환술이 특기라면 그쪽으로는 제가 가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마자 손을 번쩍 들며 말하는 렉타우스. 하기야, 그는 악마종 특유의 '강인한 정신'특성으로 정신공격을 받지 않으니, 루드비히를 상대하기엔 제격일 것 같았다.

"좋아!"

나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여준 뒤,

계속해서 레반하워즘에 대한 정보를 읊는다.

"두번째는 호수."

호수 스테이지를 지키는 것은 망각의 신전관 레이비어. 딱히 마법이나 스킬을 구사하는 것도 아니고, 능력은 단순히 모습을 거대한 해룡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하나였으니, 그리 어려운 상대가 될 것 같지는 않았다.

「해룡...... 커다란 생선......」

렉타우스에 이어, 이번에는 아드레나인이 천천히 오른손을 올린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입맛을 다시며 기대된다는 투로 말하는 그녀.

「호수, 내가 갈래애......」

"그, 그래..."

처음으로보는 적극적인 태도의 아드레나인에, 나는 어정쩡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뭐,"

사막, 호수는 정했고,

남은건 두 구역.

"평원하고 설원, 누가 어디를 갈래?"

「......」

"평원과 설원, 거기를 지키는 신전관들은 딱히 특이사항이 없네. 부담가질 필요는 없어보여."

나는 아직 갈 곳을 정하지 못한 듀랑발과 세리아나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 두곳을 지키는 신전관들은 그냥 기본 스펙이 높은 몬스터라고만 하니, 보스보다는 맵 환경만 고려하면 될 듯 해보였다.

「흐음......」

팔짱을 꼬며 고뇌하는 듯 한 모습을 보이는 듀랑발. 그는 짧은 고민 끝에, 어디로 갈 것인지 정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송구하오나, 제가 평원으로 가겠사옵니다. 추운곳에서는 제 갑주가 얼어 기동성이 떨어질 확률이 높아서...... 」

"아."

그런가.

물리 공격이 주를 이루는 듀랑발에게 몸이 굳어질 수 있는 설원은 상극. 때문에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평원으로 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이건가.

「...그럼 제가 설원으로 가겠사와요. 」

듀랑발의 말을 들은 세리아나가 날개를 퍼덕이며 말한다. 그럼 대충 결정이 된건가.

"렉타우스는 사막, 아드레나인은 호수, 듀랑발은 평원, 그리고 세리아나는 설원으로."

그리고 나는 마지막 남은, 베를레히리가 지키고 있을 정글로 향하면 동선은 깔끔히 해결되겠네.

"각자 책임지고 보스를 쓰러뜨리고, 섬의 심장조각을 내게 갖고와."

나는 나름 진지한 말투로 사역마들에게 말한다.

기본 스펙과 레벨이 레벨이니만큼, 고작 중간보스들에게 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겠지.

"부디 날 실망시키는 일은 없도록 해줘."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책임지고 일을 끝내겠습니다.」

「배고프다아......」

나의 명령에 울려퍼지는 짧은 대답소리들.

곧이어, 4개의 거무튀튀한 형체들이 각각 밤하늘 밑으로 녹아 들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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