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4화 〉 상하이 공방전 (4) (54/85)

〈 54화 〉 상하이 공방전 (4)

* * *

「죄송합니다 전하.」

"......"

「섬 전체를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그 어떠한 흔적도 찾을 수 없었사옵니다.」

"그래, 알았어."

난이도 A+의 시즌보스, 천공섬 레반하워즘의 위.

세리아나를 살해한 범인을 수색하다 복귀한 렉타우스의 보고에, 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숙인다.

"골치 아프게 됐네......"

세리아나를 죽일 정도의 강함에다가 그 짧은 시간에 흔적도 안남기고 사라질 정도의 인물이면 훗날 분명히 골지 아파질 터. 게다가 남긴 쪽지까지 보아 정상적인 놈은 아닌 것 같으니, 지금은 아니더라도 꼭 짚고 넘어가야 될 문제인 것 같았다.

"일단 그거는 천천히 생각해보고."

스토커건은 조금 뒤로 미루도록하고,

지금 당장은 인외변화자들의 이주와 화양연화측의 설득이 급선무였다. 어느 한쪽이 끝을보는 엔딩보다는 서로 윈윈하는 결말이 가장 최선이니까 말이다.

"......오!"

그렇게 몇시간이나 비행을 하였을까,

드디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상해의 거대한 도심.

"......어?"

허나, 눈살이 찌푸려질만한 다른 부가적인 요소들도 날아와 내 오감을 찌르기 시작한다.

"뭐야 저건."

도시에 근접하자 들리는 의문의 함성 소리들. 뜻밖의 소리에 황급히 지면을 바라보자, 흰색과 붉은색 복장의 사람들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화양연화랑 아리아 길드?"

사람들의 옷 색깔로 보건데 교전 중인 두 세력은 아마도 아리아 길드와 화양연화. 더불어 상하이 도심쪽에는 군에서 파견한듯한 전투기들과 장갑차들의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

"아......"

상황을 인식할 때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마도 화양연화측이 무언가 수상함을 깨닫고 상하이 공격을 감행, 아리아 길드는 이를 막으려고 고군분투 중인 것이겠지.

"큰일났네."

게다가 병력이 부족했던 것인지, 무슨 책략이 있었던 것인지, 제일 중요한 도심부의 방어는 정작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아드레나인."

「응......」

"당장 날아가서 도시를 지켜."

「알겠다아.......」

나는 서둘러서 옆에서 멀뚱대던 아드레나인에게 명을 내렸고, 그녀는 곧바로 드래곤의 모습으로 외형을 바꾸어 도심부를 향해 날아갔다. 아리아 길드의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 링 메이 혼자서는 버티기 힘들테니, 최대한 빨리 지원을 보내주는게 급선무였다.

"베를레히리."

[왜, 왜부르는거냐.]

아드레나인이 점점 멀어져가는 것을 바라보며, 나는 이어서 베를레히리를 부른다. 자신이 호명될 것을 예상치 못하였는지, 화들짝 놀라며 답하는 그녀.

"지상하고 여기를 잇는 방법 뭐 없어?"

[지상하고 여기를?]

"응."

애초 레반하워즘 공략 목표가 인외변화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함이였으니, 피해가 더 심해지기 전에 이곳으로 빨리 옮기는게 좋겠지. 힘들게 섬을 끌고 왔는데 이주시킬 자들이 다 죽어버리면 곤란하니까 말이야.

[지상이랑 여기를 잇는 방법은 많다.]

[내 재량으로 이곳에 전이문을 열어줄 수 있다.]

"오."

자신만만한 베를레히리의 답변.

본디 전이문을 열어 이곳과 지상을 연결해줘야 했을 세리아나가 죽어버리는 바람에 살짝 걱정이 되긴 하였지만, 베를레히리 또한 전이문을 열 수 있다하면 말이 달라지지.

"네 전이문, 아무곳이랑 다 연결시킬 수 있는거야?"

[그건 아니다.]

[심각한 거리 제한이 있어서 보통 지상과 이곳을 잇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아......"

그건 조금 아쉽네.

역시 거리 제한 없이 전이문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세리아나가 유일한건가.

"베를레히리, 렉타우스,"

「예, 전하.」

"도시로 내려가서 인외변화자들 전부를 이곳으로 대피시켜."

「알겠습니다.」

[귀찮다.]

나의 명에 고개를 꾸벅 숙이는 렉타우스와, 투덜거리는 베를레히리. 그녀는 궁시렁궁시렁 거리면서도, 손바닥을 앞으로 뻗고 무어라 중얼거리더니, 이내 작고 아담한 전이문 하나를 우리 앞에 생성시켰다.

[다녀오겠다.]

「책임지고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

아마도 지상과 이어졌을 전이문이 완성되자, 짤막한 인사와 함께 곧바로 사라져버리는 그들. 이제 이곳 레반하워즘에 남은 것은 나와 듀랑발 뿐이었다.

"도시쪽 지원은 이정도면 충분할 것 같고......"

아무리 화양연화의 인원이 많고 군까지 투입되었다 한들 아드레나인과 렉타우스를 막기는 힘들 터. 더불어 중간보스급인 베를레히리까지 보냈으니 도시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

이제 남은건 고속도로 쪽에서 전투중인 무리들인가.

아리아길드 대다수가 저곳에 있는 것을 보니 이시연도 저기에 있을 확률이 크겠군.

"듀랑발."

「예, 주군.」

웃으며 말하는 나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답하는 검정색 갑옷의 사역마. 찌뿌둥해진 몸을 풀며, 나는 그에게 짤막하게 명을 내린다.

"가자."

***

.

.

.

"웃차."

기본적인 옥시안의 특성인건지, 아니면 자동으로 발동 된 스킬 탓인건지, 꽤나 높이 떠있는 레반하워즘에서 뛰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충격하나 없이 솜털마냥 착지할 수 있었다.

「......」

그것은 나와 같이 낙하한 듀랑발도 마찬가지.

갑옷 내구도가 상상 이상으로 높은 것인지, 그 또한 몸에 어떠한 상흔도 입지 않았다. 최고 시즌 보스의 사역마라면 이정도는 기본이라는건가.

"으......"

바람에 펄럭거리는 원피스를 애써 붙잡으며, 나는 내 앞에 펼쳐진 광경을 감탄과 함께 바라본다.

"절대 지면 안된다아아!"

"이건 우리 자존심이다!"

"......"

어느새 치열한 길드전의 전쟁터가 되어버린 이곳 상하이 외각 고속도로. 한중간 라이벌 의식 때문에 그런것인지, 열기로만 보자면 지난 아벨리아와의 전투보다도 한층 더 과격한 것 같았다.

"넌 뭐냐?"

"응.....?"

"인외변화자냐? 죽어라아!"

"......"

게다가 계중에는 뇌 회로가 과열된 것인지 앞뒤 안가리고 무작정 공격을 날리는, 심지어 가만히 서있는 내게도 공격을 날리는 자들이 몇몇 있었다.

「......」

"어라? 으, 으아아악!"

물론, 내 몸에 무기가 닿기도 전에 듀랑발의 손에 끝장나고 말았지만 말이다.

"에효......"

워낙 난전이라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알겠지만, 그래도 자기가 덤빌 적이 누군지는 판단하고 덤비는게 어떨까.

"뿔? 네놈, 악마종이냐?"

"......"

전장 속 어딘가에 있을 이시연을 찾으러 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나타나는 잡것들. 인외변화자 운운하는 것과 빨간 제복을 입고있는 것을 보아 대다수가 화양연화처럼 보였다.

"하찮은 벌레새끼가 도시 바깥까지 기어나오다니, 역겨운 것."

"......"

마치 여의봉마냥 세련된 봉을 붕붕 휘두르며 내 앞을 가로막은 한명의 남성. 눈가를 찡그리고 정보를 엿보잖니 50레벨의, 자이언트 슬라임과 비슷할 뉴비 중의 뉴비였다.

"하아......"

옥시안이 있었던 18/19 시즌이 약 1년 전이니, 게임에 관심이 없거나 사태 직전 새롭게 게임을 시작한 플레이어들은 날 모를수도 있는건가.

하기야, 화양연화의 길드원들은 대다수가 뉴비인 것으로 유명하니,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네.

"죽어라아!!"

"......"

C급 정도로도 보이지 않는 무기를 내게 내지르는 남성. 나는 일말의 미동도 보이지 않은 채, 손가락 하나를 뻗어 내리쳐져오는 봉에 맞댄다.

"......어라?"

그러자 곧바로 우지끈 소리를 내며 부러지는 붉은 제복 남성의 무기. 이어서 나는 바람을 방출하는 스킬, '에어 가드'를 발동하여 남성을 한쪽으로 날려보낸다.

"으갸아아악!"

"......."

나뭇잎마냥 힘없이 치워지는 그.

허나 워낙 개미만큼이나 수가 많은게 화양연화의 길드원이라 그런 것인지, 고작 몇명을 헤치운다 하더라도 길이 트이거나, 이시연 혹은 라이린 쉬옌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여기! 데스나이트다!"

"서큐버스도 있다!"

"좋아! 아리아 길드원들보다는 차라리 얘네가 더 쉽지!"

"......"

오히려 진급의 기회를 노리고 달려드는 햇병아리들만 늘어날 뿐.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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