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후보 선발 (2)
* * *
"아......"
말릴 틈도 없이 시작되는 사역마들간의 다툼이 시작되었다. 선공을 날린 것은 아드레나인. 그녀는 당차게 땅을 박차고 뛰쳐나가, 세리아나에게 강력한 힘이 실린 주먹을 날린다.
「죽어...」
사역마는 죽어도 부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더욱 더 망설임 없이 공격을 날리는 듯 한 그녀. 스킬 하나 섞이지 않은 단순한 물리 공격이었지만,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중압감은 그것이 결코 평범한 주먹은 아니리라 말해주고 있었다.
「흥, 무식한 건 여전한 것 같사와요.」
......허나, 흠칫할 법 함에도 불구하고 눈 하나 깜짝않는 세리아나. 그녀는 오히려 싱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앞에 투명한 막(?)같은 것을 생성해내었다. 그 형태로 보아하니, 내가 주로 사용하는 혈벽과 비슷한 계열로 추측되는 방어 스킬.
「......」
갑작스러운 방어막의 등장에 아드레나인은 눈살을 찌푸린다. 기분 나쁜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이 다른 공격방법을 찾아보는 것인가 싶었지만, 멈추기는 커녕 오히려 달리는 속도를 더 높이는 그녀.
「......」
이어서 지체없이 세리아나의 방어막을 향해 주먹을 내지른다. 그러자 와장창,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하는 그 투명한 막.
「.....」
......이내 꽤 강도가 있어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세리아나의 방어막은 고작 정권 한번에 분해되어 버리고 말았다.
「역시, 약하다. 세리아나.」
비웃는 아드레나인과,
「흥!」
코웃음을 치는 세리아나.
「의기양양하긴. 방어막은 딱 그정도 용도였던거시와요.」
방어막의 용도는 그저 선공을 막아내는 것에 불가했다며, 그녀는 전혀 동요하지 않은 채 곧바로 준비해놓았던 다음 공격을 날려보였다.
「......」
방어막을 깨뜨리느라 잠시 자리에 멈춰섰던 아드레나인에게, 새빨간 화염구들이 날아간다. 묵직한 소리를 내며 소녀를 향해 발사되는 새빨간 구체들. 아드레나인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구체를 바라보며, 도마뱀과도 같이 생긴 눈동자를 번뜩였다.
"오!"
동시에 멋들어진 폼을 잡아보이는 것이, 무언가 엄청난 기술을 보여줄 것만 같아 잔뜩 눈을 반짝이던 나였지만,
[투쾅!]
"오....?"
정작 아드레나인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공격을 맞아 보였다. 피하거나 막아볼 생각 하나 없이, 꿋꿋이 자리에 서서 자신에게 날아오던 모든 화염구에 강타당하는 아드레나인.
거대했던 화염구가 그녀에게 충돌하자마자, 소녀가 서있던 곳은 곧바로 검은 흙먼지들로 뒤덮였다.
"엑? 저걸 그냥 맞는다고?"
이어서 옆에서 들려오는 경악의 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링 메이가 말도 안된다는 얼굴로 입을 턱 벌리고 있었다.
"궤도가 변칙적이지도 않았는데? 왜 못피한거지?"
어째서 회피하지 않았던 건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링 메이.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엔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러게."
...현 아드레나인이 드래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인간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저 정도 화염구를 피하기엔 충분할 능력을 지니고 있을 터. 게다가 그것도 평범한 인간의 신체가 아닌 용인(人)의 신체였으니, 아무리봐도 저것은 못 피하였기보다는 '안' 피했다는게 맞아보였다.
「...빛의 창.」
"......"
아드레나인이 회복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시야를 가린 흙먼지 속으로 다음번 공격을 전개하는 세리아나. 노란빛의 마법진이 허공에 생겨나더니, 이내 날카로운 창날 다섯개가 그곳에서부터 사출되어 아드레나인에게로 향하였다.
곧이어 들려오는 엄청난 굉음과, 더 많이 피어오르는 먼지와 연기들. 아까의 화염구보다도 강력한 위력의 공격인 듯 하였다.
"......콜록,"
코끝을 찌르는 연기에 재채기를 해보이는 나.
실눈을 뜨고 앞을 바라봐보니, 연기 속에 뒤덮여있을 아드레나인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흑천구.」
「음마의 향기.」
「천개의 눈꽃별.」
......허나, 세리아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확인 사살을 하겠다는 듯 먼지 속을 향해 자신의 각종 스킬을 난사하기 시작한다.
"어우야."
"이래서 한 맺힌 여자는 무섭다니까."
"......"
이를 악물고 공격을 날리는 서큐버스 퀸의 모습에 기겁하는 나와 링 메이. 오직 이시연만이 묵묵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화염의 정령.」
"......!!"
...그리고, 이내 필사기를 사용하려는 것인지 하늘로 솟아올라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어내는 세리아나. 그 크기로보나 색깔로보나, 결코 단순한 공격은 아님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야, 야,"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잔뜩 겁먹은 표정을 지어보이는 링 메이. 그녀는 애써 굳은 고개를 내쪽으로 돌리며 물었다.
"여, 여기 무너지는거 아니지?"
"......"
세리아나의 스킬에 혹시나 캠프가 부서질까 완전히 얼어붙은 링 메이. 그런 그녀의 걱정에 답변을 해주는 것은 내가 아닌 어느샌가 곁으로 다가온 베를레히리였다.
[걱정마라. 이미 5중으로 결계를 쳐놓았다.]
...흰색 런닝구와 돌핀패츠를 입고, 감자칩을 맛나게 씹으며 내 옆에 앉는 베를레히리.
[타 신전관들도 항시 대비하고 있으니, 우리는 그냥 싸움구경이나 즐기면 된다.]
역시나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것은 싸움 구경이라는 듯, 그녀는 잔뜩 흥미진진한 얼굴로 스킬을 전개중인 세리아나를 바라보았다. 동시에 내 쪽으로 감자칩 봉투를 내밀며 [먹어라]라고 중얼거리는 그녀. 내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과자를 빼들자, 그녀는 흡족한 얼굴로 무어라 설명하기를 계속하였다.
[보기에 폭발계열 스킬 같은데, 과연 아드레나인이 버텨낼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폭발계열......"
그러고보니, 확실히 세리아나가 전개중인 저 마법진은 이전에 잠실에서 아우레키아를 상대로 사용했던 '대폭발'의 마법진과 그 형태가 비슷해보였다.
"흠......"
아드레나인의 사망 알림이 오지 않은 것을 보아, 아직까지는 죽지 않은 것 같다만, 과연 저 스킬까지도 이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 지금까지 얻었을 상처와, 세리아나의 스킬 레벨이 매우 높은 것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버티기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플레임 블레이드.」
".....!!"
그렇게 마침내 기나긴 영창이 끝나고,
마법진에서 전방을 향해 사출되는 거대한 불기둥.
대포마냥 발사 된 그 불기둥은, 엄청난 열기와 함께 아드레나인이 서있던 곳을 싸그리 뒤덮어 버렸다.
"으, 으아악!"
"......"
이곳 천막까지 불어닥치는 충격파에 비명을 내지르는 링 메이와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나. 뭐, 솔직히 광경이라고 해봤자 불길과 연기에 휩싸인 토지들일 뿐, 별달리 볼 것은 없었지만 말이다.
「하아, 하아,」
...그리고, 불타오르고 있는 레반하워즘의 지면을 바라보는 세리아나. 거친 숨을 몰아내쉬는 것이 저 마지막 스킬로 자신의 모든 MP를 쏟아부은 듯 하였지만, 동시에 얼굴을 뿌듯한 미소로 가득 차있었다. 아마 자신의 승리를 확신해서 그런 것이겠지.
「세리아나아아아!」
「......윽?!」
허나, 그런 그녀의 희망사항을 짓밟기라도 하 듯이, 그 뿌연 연기 속에서 곧바로 어느 작은 형체가 튀어오른다.
「내가, 내가 이겼다아.」
여기저기가 찢어진 옷, 피가 흐르는 이마, 먼지에 뒤덮인 머리카락까지. 그야말로 망신창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처투성이 신체.
「이, 이 무슨 말도 안되는...!」
하지만, 아직 숨만은 멀쩡히 붙어있는 채로 날아오른 아드레나인을 바라보자, 세리아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