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1. 원치 않은 회귀(2)
울창한 숲 사이 위치한 음침한 저택.
그 앞으로는 세 여성이 서 있었고 잠시 후, 빛이 번쩍이며 그녀들이 고용했던 전문 작업팀과 그가 나타났다.
“다 왔죠? 바로 출발합니다.
거리는 잘 지켜주세요.
그리고 다른 유저들과 마찰이 일어나지 않게 조심해주시고요.”
“예예. 걱정 마십쇼.”
먼저 움직인 세 여성은 저택으로 다가가니 눈앞에 창이 하나 떴다.
[연금술사의 던전]
이름 모를 연금술사의 저택.
손을 저으며 그 창을 없앤 세 여성은 안으로 들어섰다.
“꼭 여기를 클리어해서 우리 이름을 알리자고!”
“그런데 오늘은 사람 좀 없는 거 같은데?”
금발 머리 여성이 들어오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는데, 붉은 머리 여성도 같이 주변을 보며 정말 사람이 없음을 느꼈을 때, 인력소에 왔던 갈색 머리 여성이 어깨를 감싸 안았다.
“오히려 잘됐네!
이 기회에 사냥이나 하자.
여기 전리품 은근히 쏠쏠하잖아?
솔직히 여기 칼라리스나 스페르 길드도 클리어 못 한 곳을 우리가 어떻게 해?”
“야 데인! 괜히 힘 빼게 할래?”
금발머리 여성은 웃으며 말렸다.
“그만해 리나.
솔직히 영지에서도 잘나가는 길드도 못 하는 걸 우리 셋이서 가능한 게 아니니까.”
“칫. 레이첼 너까지 그러면 시작부터 힘이 떨어지잖아.”
“대신 사냥해서 돈이나 많이 벌자!”
던전 안으로 들어서자 던전이란 말이 무색하게 저택의 넓은 홀이 나왔다.
밖에서 보던 것보다 족히 다섯 배는 넓었고 곳곳에 기둥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오른쪽 왼쪽 그리고 중앙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었고 양쪽 벽 사이로 올라가는 계단을 타고 2층에서 양쪽으로 길이 있었다.
왼쪽으로 보니 이미 사냥한 흔적이 보였기에 그들은 오른쪽으로 향했다.
한편, 뒤따라 온 작업팀은 음산한 분위기에 몸을 떨었다.
“여기는 몇 번을 와도 음산하단 말이야.”
“어쩌겠냐? 유저가 가자면 가야지.
어휴 나도 특화만 배우면 바로 작업 때려치우고 유저로 전향하는데.”
“난 특화고 나발이고 돈 모아서 나중에 장비라도 제대로 사면 전향해야지. 특화 있다고 사냥 못 하는 건 아니잖아?”
“씨뻘. 누구는 부모 잘 만나서 바로 좋은 장비 얻고 사람 고용해서 특화도 바로 배워서 유저가 되는데 말이야.”
주저리주저리 떠들자 작업팀 리더가 엄포를 놓았다.
“이 새끼들이 사냥터에서 집중 안 해? 여기 던전이야.
떠들다가 몬스터가 인식 튀면 어쩌려고. 어!?”
“에이 중앙 홀 쪽에는 거의 없는 거 아시면서.
거기다 저기도 이미 사냥하고 있으니 나타날 리도 없죠.”
“그런데 형님. 저 새끼는 아까부터 표정이 이상한데요?
아 씨발 시키는 일도 존나 못 할 거 같은데.
영 똥 밟은 거 아니에요?”
리더는 그를 보더니 인상을 팍 썼다.
“존나게 굴려야지 씨벌.”
리더가 나름대로 살벌한 시선으로 쏘고 있었지만. 그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중얼거렸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야.
분명히 지금으로부터 최소 1년에서 2년 뒤에 발견된다.
그때쯤 나도 적응해서 사냥 다니다 저게 밝혀졌다고 한참 난리가 났던 거로 기억하는데.”
혼자 중얼거리던 그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알아봐야겠어.”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의 입가에는 자신도 모르는 아주 작은 미소가 자리 잡혀 있었다.
***
“리나!”
레이첼의 외침에 리나는 붉은 머리를 찰랑이며 롱소드를 들고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키엑!”
앞에는 괴상한 형태의 네 개의 팔을 가진 괴물이 솟구쳐올랐다.
고블린.
본래 몬스터의 이름이었지만 이곳에 나오는 고블린은바로 키메라 고블린이었다.
기존의 고블린보다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몸놀림이 좋지 않았기에 리나는 빠른 몸놀림으로 키메라 고블린의 팔을 잘라 버리고 목을 꿰뚫었다.
“여긴 끝!”
“여기도~”
그녀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생긴 건 좀 별로라도 움직임이 느리고 부자연스러워서 오히려 고블린보다 쉽다니까?
가죽도 조금 더 비싸구.”
“그러니까 말이야.”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녀들 사이로 작업팀 리더가 다가왔다.
“빠르게 처리하겠습니다.”
“예 부탁해요.”
한 번 사냥이 끝나면서 그녀들이 잠시 쉬는 사이에 작업팀이 빠르게 움직였다.
리더와 함께 두 사람은 쓰러진 몬스터 시신을 끌고 왔고 다른 두 사람은 해체용 칼을 꺼내 들었다.
“어이 우리 속도에 맞춰라, 못 맞추면 짐꾼으로 쫓아버릴 테니까.”
“큭큭. 야 짐꾼도 못 하면 어쩌냐?”
“하긴, 짐꾼도 쉬운 게 아니지.
몬스터가 은근히 무겁기도 하고 혹시 죽은 줄 알았는데 갑자기 깨어나서 공격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비실비실해서 몬스터도 못 끌고 올 거고 장비도 없으니 몬스터가 갑자기 살아나면 무조건 뒤지겄네.”
“그나저나 너 씨발 제대로 알고는 있는 거 맞지?
모르면 우리가 해놓은 거 마무리하는 식으로 해. 괜히 나대다가 상처 내서 값, 떨어지게 하지 말고.
그랬다가는 우리도 씨발 욕 처먹는다고.
너 같은 새끼 때문에 전문 작업팀인 우리에게 불똥이 튀면 그날로 죽는 거야 알겠어!?”
그들의 엄포에도 그는 반응조차 하지 않고 칼을 꺼내 옮겨 놓은 몬스터 시체에게 다가갔다.
“야이 미친 그런 거로 하게? 존나게 욕 처먹을 자신 있나 보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푹 찔러 넣었다.
“저런 씨발 바로 찔러 넣...”
욕을 하고 있던 두 사람은 순식간에 해체하는 것을 보며 입을 다물더니 눈동자가 커졌다.
촤악! 촥!
심지어 너무나도 빨랐다.
저런 허접한 해체용 칼로 저렇게 빠르게 하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거기다 키메라 고블린의 경우에는 일반 고블린보다도 더 복잡한 형태였기에 절대 쉽지 않았다.
“야, 야! 야 씨발 그렇게 하면 전부 다 손상될 거 아냐!”
하지만 그들은 저렇게 빨리 한다는 것을 믿지 않았기에 소리쳤다.
때마침 다 옮긴 리더가 다가왔다.
“왜? 무슨 일인데?”
“저 미친 새끼가 해체 막 하잖아!”
“저런 씨발!”
리더도 그 장면을 보고 다급히 달려와 기다렸다는 듯,발길질했다.
“어엇!”
그런데 발길질을 했던 리더는 갑자기 철퍼덕 넘어졌다.
“개새끼가 감히 피해...”
상대가 피한 것 때문에 넘어졌고 그 바람에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 더욱 분노를 터뜨리며 일으키려던 그때 목에 날카롭고 섬뜩한 칼날이 닿았다.
“어, 어...”
“이, 이런 미친놈이! 뭐하는 짓이야!”
“저게 도랐나!”
그들을 보며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어느새 해체해버린 가죽을 그의 얼굴에 던졌다.
“푸헉! 뭐, 뭐야 이건.”
리더는 자신의 얼굴에 던진 가죽을 보더니 입을 쩍 벌렸다.
“서, 설마 그 짧은 순간에 이걸 해체... 했다고?”
작업팀 인원들은 도저히 믿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보았다.
지금까지 자신들도 많은 해체를 했지만, 이토록 빠른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딱 봐도 완벽할 정도였기에 그들은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어디론가 걸어갔다.
한편, 세 여성은 잠시 쉬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이 던전의 클리어 조건이 뭘까?”
“괜히 난다긴다하는 길드도 포기한 게 아니지. 관심 끄자.
만약 클리어하는 순간 우리는 칼라리스 길드에게도 관심받을걸?”
“와! 진짜 우리가 그 길드에 가입하면 짜릿하겠다.
아니면 왕국에서 관심 가지는 거 아닐까?”
“에이~ 겨우 이런 곳 클리어했다고?”
“뭐 궁금해서 관심은 가질 수도 있잖아. 혹시 알아 왕국에 입성할지?”
“꿈 깨셔.”
사냥을 하지 않고 웃으며 떠들고 있는 그녀들은 아까 몬스터를 잡을 때 보였던 모습과 달리 영락없는 소녀 같았다.
그때 레이첼은 누군가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휙 돌렸다.
“어?”
“뭐야?”
“작업팀? 무슨 일이에요?”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을 때 레이첼은 그를 보더니 갸웃거렸다.
“어? 그때 거지?”
“뭐?”
“무슨 소리야?”
“어 맞네! 뭐야 이 아저씨! 여기 왜 있어?”
그녀들은 그를 알아보았다.
“여기 클리어하고 싶다며.”
리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 진짜 이 거지 아저씨 어이가 없네. 적당히 해 진짜.”
“아저씨 아니고 오빠라고. 어쨌든 어때? 이번엔 돈을 요구하지는 않을 테니까.”
“뭐야 무슨 말이야?”
데인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고 리나가 대충 이전에 있었던 일을설명해주었다.
“헐! 뭐야 미친 사람이잖아.”
“이봐 작업주제 유저한테 이런 식으로 행동하다가 큰일 나는 거 몰라?
우리가 착해서 봐주는 거야.
그만 까불고 착실하게 해체 일이나 하다가 가!”
리나는 위협적인 눈빛으로 기세까지 내보냈지만, 그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싫음 말고.”
주저하지도 않고 돌아서려하자 레이첼이 잡았다.
“잠깐만요. 진짜 여기 클리어 방법에 대해서 안다는 소리인가요?”
“레이첼 설마 믿는 거야?”
“그냥 뭐, 궁금하잖아.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게. 들어나 보자는 거지.”
“그래. 어디 들어보자. 궁금하네.”
데인까지 나서자 리나는 인상을 팍 썼다.
“칫, 얼토당토 안 하면 가만 안둘, 줄 알아.”
살벌한 리나의 눈빛에도 그는 가볍게 받아넘겼다.
그 모습에 레이첼은 조금 놀랐다.
유저들의 기세는 일반인들이 받는 순간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기는커녕작은 동요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나요?”
“먼저 각 모든 종류의 몬스터를 잡아.”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다. 모든 몬스터를 잡아.”
“아니 이미 진즉에 모든 몬스터 다 잡아봤거든?”
“진짜 말 많네.우선 해 보라고.”
“그러니까! 어떻게 믿냐고! 내가 어이없는 소리 하지 말랬지!”
“하, 진짜. 다 끝나고 지랄해도 안 늦으니까 그만 좀 지랄해라.”
유저는 보통 일반인이나 작업인에게 있어서 두려움의 대상이었기에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러니 예상치 못한 행동에 셋은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동시에 조금 싸늘해지게 만들었다.
“와~ 다른 건 몰라도 이 아저씨 진짜 성격은 화끈하네. 리나 상대로 저럴 줄이야! 리나 한 방 먹었는데?”
리나의 성격을 알기에 데인이 최대한 좋게 넘어가려고 했으나 이미 리나는 성격 때문에 뚜껑이 열렸다.
“지랄? 와 나 이거는 못 참겠는데?”
살벌한 눈을 하고 들고 있던 롱소드를 뽑으려 했다.
레이첼과 데인은 자주 있는 일인지 한숨을 내쉬며 말리려 하는 순간, 갑자기 주위 공기가 변했다.
세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멈칫했고 마침 앞에 있던 남자에게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야.”
리나는 천천히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눈동자가 흔들렸다.
“너 그거 뽑으면 죽는다.”
결국, 자신도 모르게 리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롱소드를 다시 집어넣었는데 거짓말처럼 싸늘했던 공기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