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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화 〉3. 피바람이 부는 계곡(5) (12/119)



〈 12화 〉3. 피바람이 부는 계곡(5)

“우선은 한 방이다. 괴물아.”

마웬의 도끼에서 붉은빛이 번쩍이더니 양손으로 잡고 여왕개미의 다리 중, 접히는부분을 향해 내리쳤다.

콰아앙!!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그 거대한 여왕개미가 움찔했다.

“이런 미친.”

하지만 마웬은 자신의 공격에도 아주 작은 생채기가 난 것을 보며 욕을 내뱉었다.
단단해도 너무 단단했다.
심지어 이곳은 카심이 말했던 그나마 약한 부위였기에 더욱 자존심이 상했다.

“쳇!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건 좀 있다가 갚고.”

사실 이게 목적이었다.
지금 이 약한 부위라도 상처를 낼 수 있는 것은 마웬과 뮬  뿐이었기 때문에 마웬이 상처를 내면 그 부위에 다른 길드원들이 지속해서 공격해 데미지를 쌓는 게 목적이었다.

-파스스.

또 다른 부위를 향해 움직이려는 도중 여왕개미의 날개가 가볍게 파르르 떨리는 것을 본 마웬은 다급히 소리쳤다.

“놈의 공격이 시작된다 도망쳐!!”

그 순간 시작된 여왕개미의 공격은 그들의 핏기를 가시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푸푸푹! 푹! 푸푸푸푸푹!!

8개의 여왕개미의 다리가 비가 쏟아지는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사방으로 찍어 내렸다.
그 다리가 움직일 때마다 땅이 깊숙이 박혀버릴 정도였기에 만약 카심의 조언이 없었다면 피하지도 못한 채,  다리에 박혀 시체는 알아보지도 못하는것은 물론  아래에 박혀버렸을 것이다.

“사, 살벌하군.”

마웬 역시 침을 꿀꺽 삼킬 정도였다.

다시 느껴지는 이 여왕개미의 엄청난 위압에 모두 침을 꿀꺽 삼키며 얼어버렸다.

“으아아!!”

그러나 그 순간을 깬 것은 마웬이었다.
마웬이 멈춘 다리 사이로 움직이며 공격하기 시작했고 칼라리스 길드원은 그것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며 다시 파고들어 공격했다.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 개미를 모조리 죽이면서 남은 길드원이 합류했고 여왕개미의 체력을 아주 조금씩이지만 꾸준히 갉아먹었다.

“피, 피해!”

 다시 이어지는 여왕개미의 공격은 무자비하게 하늘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마치 천벌 같았다.

“아, 안 돼!”

그 무자비한 공격 속에서 피하지 못한 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죽어 나갔고 그 목이 떨어져 나와 굴렀다.

“보, 볼드락!!!  개미 새끼가!!”
“리옴 안돼!!”

지금까지 부상자는 있어도 죽은 이는 없었는데 여왕개미로 인해 죽은 이가 발생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진형이 흐트러졌다.
칼라리스 길드는 가족 같은 분위기로 아주 훌륭한 길드였지만 그게 때로는 이런 식으로 독이 되곤 했다.
감정에 휘말리는 순간 순식간에 와해 되기 때문이다.

“씨발. 어쩔 수 없지.”

마웬은 어쩔 수 없이 계획을 바꾸기로 했다.
도끼에서 붉은빛이 거칠게 내뿜어지던 것이 갑자기 고요하게 도끼날 주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특화: 무기 강화 Lv. 6

“네놈 목을 칠 것을 대비해 아껴두려 했지만...
 가족이 죽었는데 빡치지 않을 수가 없잖아!!!”

마웬의 눈이 살벌하게 바뀌더니 그대로 여왕개미의 다리를 공격했다.

콰직!

이전보다 배는 강한 충격음과 함께 이번에는 다른 소리가 울렸다.
그  방에 여왕개미의 다리 절반이 부서져 버린 것이다.

-파스스슥!!

엄청난 통증을 느낀 여왕개미는 날개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미친! 반칙 아냐!”
“저런 몸으로 왜 날 수 있냐고!”

심지어 속도도 빨랐다.
날아오른 여왕개미는 무서운 속도로 하강하며  다리를 내뻗었는데 피하기가 훨씬 어려워 부상자가 순식간에 늘어났다.

그러나 대책이 없는  아니었다.

“준비!! 쏴!”

뮬의 외침과 함께 수십 개의 화살이 날아오르며 여왕개미를 향했다.
공중에 수놓은 붉은색은 거대한 화살처럼 보였고 그대로 여왕개미를 직격 했다.

“좋아!”
“오오! 역시 뮬 누님의 화살 부대!”

밑에 있던 이들은  모습에 환호했지만 안타깝게도겉으로는 거대한 화살처럼 보였으나 실상은 하나의 화살이었기에 공중에 있는 여왕개미의 단단한 외피에 제대로 된 데미지를 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명은 달랐다.

“흐읍!”

호흡을 들이마신 뮬의 화살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활이 부서질 정도로 꺾이며 까드득 소리를 내었다.

파앙!

시위를 놓는 순간 엄청난파공음 소리가 울리면서 화살은 마치 미사일처럼 날아갔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 화살이 그대로 여왕개미의 가슴팍에 박혔다.

콰앙!

-파스스스!!

여왕개미의 몸이 크게 흔들리더니 엄청난 속도로 날개가 움직였다.

“엄청 단단하네.”

하지만 뮬은 전혀 만족스러운 표정이 아니었다.
여왕개미의 몸이 크게 흔들리기는 했지만, 그것은 충격 정도의 데미지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살 부대! 지금부터 오른쪽만 공격한다! 명심해! 오른쪽만이다!”

화살 부대는 뮬의 말대로 오른쪽만을 공격했다.
이것 역시 카심이 말해 준 방법이었다.

‘오른쪽만 공격하세요.
아무리 몬스터라지만 지속적으로 오른쪽만 공격하게 되면 본능적으로 훨씬 많이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여왕개미는 방향전환이 빠르지 않기에 그것을 이용할 겁니다.’

그 말만 듣고도 뮬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다.
그리고는 다시 시위를 당겼는데 그녀가 향한 곳은 여왕개미가 아닌 종유석이었다.

“우선은 균열 정도만.”

강한 파공음과 함께 날아간 화살이 종유석의 맞닿은 부분에 박혔다.
순식간에 균열이 일었지만 당장 떨어질 건 아니었다.

-파스스!

“흩어져!”

날아오는 여왕을 보더니 곧바로 뒤쪽으로 빠졌다.

푸푸푹!

여왕개미의 공격을 눈앞에서 직접 목격한 화살 부대도 섬뜩함에 사색이 되었다.

“겁먹지 마라! 지금 여왕개미를 상대할  있는  우리밖에 없어!”

뮬은 다시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여왕개미를 향해 최대한의 힘을 끌어 공격했다.

파앙! 쐐에에엑!!

여왕개미는 유일하게 뮬의 공격에만 순식간에 왼쪽으로 틀어 방향을 바꾸었다.
그것을 보자 뮬은 더욱 집요하게 최대한의 힘을 이용해 화살을 쏘았고 그럴 때마다 한 번씩 맞을 때마다 그 충격에 어떻게서든 피하기 위해 왼쪽으로 피했다.
어느 순간에는 거의 본능적일 정도로 빠르게 피해 더 이상 맞는 확률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헉, 헉.”

덕분에 뮬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그리고 충분히 작업이 되었다 싶을 순간 마웬과 눈이 마주쳤고 끄덕이며 신호를 주었다.

“지금부터! 여왕 몰이를 시작한다!”

기회는 단 한 번이었기에 절대 놓칠 수 없었다.
뮬은 꼭 성공하기 위해 잠시 뒤쪽으로 빠져 체력을 관리했다.
마웬은 그것을 알기에 우선은 다소 우회하여 몰이하려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예상과 달리 여왕개미는 너무도 빠르게 목표했던 위치로 움직였다.

“이 씨발! 안 돼! 거기로 가지 마!”

마웬이 힘껏 소리쳤지만, 여왕개미는 그것을 들을 리 만무했다.
뮬 역시 당황하며 몸을 일으켰고 화살 부대 역시 최대한 막기 위해 화살을 쏘았지만, 순식간에 회피하고는 다시 움직였다.
놈은 빠르게 종유석 쪽으로 향했고 뮬은 하는 수 없이 남은 체력을 가지고 승부를 보기로 했다.

“어쩔 수 없어마스터! 그냥 몰아!”
“젠장!”

마웬은 하는 수 없이 힘을 폭발시키며 빠르게 달려나갔다.
그 덩치가 순식간에달려나가더니 벽을 밟고 뛰어오르기 시작했다.
순수한 육체의 힘으로 벽을 밟고 어느 정도 올라가다 서서히 속도가 떨어지려는 순간 힘을 주고 뛰어올랐다.
그 높이가 무려 50미터에 이르렀고 날고 있는 여왕개미까지 닿았다.

“말 좀 들어라!!!”

거친 빛을 내뿜는 그의 도끼에 여왕개미는 본능적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파스스!

그 사이에 어느새 뮬의 화살이 부서질 듯 휘어져 있었고 화살에서는 붉은빛이 거칠게 번쩍이고 있었다.
여왕개미의 위치가 정확히 종유석의 오른쪽 위치에 서는 순간 팽팽했던 줄을 놓았다.

파앙! 쐐에엑!

이윽고 날아간 뮬의 화살이 큰 궤적을 그리며 종유석을 때리면서 콰지직 소리를 내며 그 거대한 것이 부서지며 떨어지는 것을 보며 외쳤다.

“화살 부대!!”

화살 부대 역시 모든 힘을 다해서 화살을 쏘았다.
최대한 여왕개미가 위협이라고 느껴야 했기 때문에 화살 부대는 거의 모든 힘을 이 한 방에 담았다.
그리고 그 방향이 이번에는 여왕개미의 오른쪽이 아닌 정면을 향했다.

쐐에에엑!

그동안 만들어 놓은 습관으로 인해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여왕개미는 본능적으로 왼쪽으로 피하려 움직였다.
방향전환이 느린 탓에 몇 개 화살을 맞기는 했지만, 생채기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차피 방향전환이 목적이었고 그 목적은 완벽히 들어맞았다.
여왕개미가 움직인 바로 위로 종유석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웅.

종유석이 무서운 속도로 낙하하자 여왕개미도 그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방금 막 움직였던 상황이라 다시 움직이려면 가속도가 필요했기에 맞을 수밖에 없었다.

작전은 완벽히 성공했다.

“죽어!!”

마웬은 그것을 보며 외쳤고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종유석은 떨어져 내리고 있었고 여왕개미는 다급하게 날개짓을 했다.
타이밍은 물론 상황이 너무 잘 맞아서 이대로 종유석에 머리를 처박힐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클리어라는 달콤한 승리를 떠올리려는 순간이었다.

파슥!

그런데 갑자기 울리는 소리와 함께 여왕개미의 몸이 한순간에 옆으로 틀어버린 것이다.

“!?”
“저, 저런!”

 다시 이어진 예상치 못한 여왕개미의 행동.
그것은 자신의 날개를 억지로 비틀어 만든 결과였다.
그로 인해 여왕개미는 날개 하나가 떨어져 내렸지만, 종유석은 그대로 여왕개미 옆을 지나쳐 떨어졌다.

쿠우웅!!

떨어져 내린 종유석은 마치 그들의 운명이 다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주, 죽었다.”
“이제 클리어 문제가 아니야...”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시도가 실패했음을 깨닫는 순간 이대로 클리어 실패를 떠나 자신들은 죽을 것이라는 절망에 빠졌다.
순식간에 사기가 떨어지며 하늘을 날고 있는 거대한 여왕개미의 모습에 더욱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카심은 또 다시 예상 밖의 일에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저런 식으로 피할 줄이야.”

강제로 날개를 비틀어피할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정말로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다.
사실 종유석을 이용하는 이 방법은 예전에 동료들과 했던 방법이었는데 당시 잡았던 여왕개미는 저렇게 행동하지 못했었다.
생각해보면 그때 잡았던 개미는 바위 개미가 아닌 다른 종의 개미였다.

바위 개미의 경우에는 다른 개미와 달리 산을 사용하지 않아 위험하지 않지만, 육체적인 능력에 있어서 더 뛰어난 면이 있었다.
그로 인해 일어난 이 움직임은 정말로 예상할  없는 것이었다.

-파스스스!

하지만 여왕개미의 날갯짓도 조금 이상해졌다.
아무래도 날개  개를 버렸으니 비행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놈도 이제 쉽게 날아다니지 못한다!
곧 다시 내려올 거다! 집중해!!”

마웬은 최대한 사기를 끌어 올리기 위해 소리쳤지만, 여왕개미는 불안정한 비행으로 움직이더니 그대로 칼라리스 길드원이 있는 쪽을 덮쳤다.

푸부북!

“크아악!”
“으악!”

그렇지 않아도 괴물이었다.
저 괴물을 잡을  있는 유일한 방법이 사라지자 칼라리스 길드원은 그저 두려움에 휩싸여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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