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화 〉3. 피바람이 부는 계곡(6) (13/119)



〈 13화 〉3. 피바람이 부는 계곡(6)

저 괴물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사라지자 칼라리스 길드원은 그저 두려움에 휩싸여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이 멍청한 새끼들 정신 차려!!!”

마웬이 소리쳤지만 이미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이들의 움직임은 형편없었다.
오히려 더욱 공포에짓눌러 그저 꼴사납게 도망을 칠 뿐이었다.

“으아아!!”

물론 그중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있었다.
브랜든과 전방에서 개미를 죽여나가던 10인이었다.
브랜든은  힘을 다해 다리를 공격했고 벌어진 상처를 공략했다.

“죽!!...”

퍼억!

“크악!”

하지만 브랜든도 갑자기 안쪽으로 꺾인 여왕개미 다리에 맞고 한참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비록 박힌 것이 아니라 죽지는 않았지만 엄청난 통증에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심지어 날아갔다고 하더라도 거대한 여왕개미의 아래였으며 그 위로 다른 다리 하나가 내려오고 있었다.

“아, 안 돼.”

브랜든은 절망에 빠진 얼굴로 내려오는 날카로운 다리를 내려다보는 순간 무언가 번쩍였다.

파악! 푹!

“!!”

브랜든은 내려오던 다리가 무언가에 강하게 맞아 방향이 틀어져 자신의 바로 앞으로 떨어져 내려서 목숨을 구했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바로 카심이었다.

“일어나!”

브랜든은 통증에도 불구하고 다급히 몸을 일으켜 뒤로 빠졌다.

“움직일 수 있겠어!?”
“어, 어떻게든.”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네가 지금 가장 중요하다!”
“뭐? 방법이 있는 거야!?”
“어떻게든 만들어 볼 거다.
그러니까 네가 시간을 끌어야 한다!”
“내, 내가? 괴물을 어떻게!”
“맞서 싸우라는 게 아니야!
시간을 끌라는 거다! 할 수 있어!?”

브랜든은 침을 꿀꺽 삼키며 여왕개미를 보았다.
무서웠다.
방금 다리에 부딪혀 맞은 통증과위에서 떨어져 내리던 다리를 생각하면 지금도 죽음의 공포가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은 이미 수차례 해왔었다.

“할 수 있지!”
“좋아! 시간을 끌어줘!”

카심이 어디론가 뛰어가자 브랜든이 소리쳤다.

“지금부터 놈을 공격하는  아니라 피하는데 집중해!!”

브랜든은 빠르게 지시를 내렸고 한순간에 칼라리스 길드원 중 싸울 의지가 있는 이들의 움직임이 바뀌었다.

 사이 카심은 마웬에게 달려갔다.

“마웬!”
“카심!”
“체력을 아끼세요!”
“뭐!? 지금 상황에서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도  길드원들이 죽고 있다고!”
“그럼 남은 인원들 모두 죽일 셈입니까!?”
“젠장! 무슨 방법이 있는 거야!?”

어찌 보면 이 모든  카심의 계획이었기에 실패한 이상 그를 원망할 수 있었으나 이 방법이 아니고서는 여왕개미를 잡을 수 없음을 알고 있어서 마웬은 실패했음에도 원망하는 눈빛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 당장 새로운 방법이 있다는 사실에 작게 기뻐했다.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해봐야 할 거 아닙니까 죽기 싫으면!”
“크으. 알겠다. 어떻게 하면 돼!”
“최대한 체력을 아껴야 합니다.
지금은 브랜든과 길드원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뮬에게는  힘을, 다 해 공격을 해달라고 부탁해주세요.”
“알았다!”

카심은 그 말을 전하고는 주변을 살피다가 누군가 죽고 떨어뜨린 무기를 하나 보았는데 꽤나  창이었다.
그것을 들고 뒤쪽으로 달려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선 채로 눈을 감았다.
그 사이에도 칼라리스 길드원의 비명이 들려왔지만 카심은 순식간에 집중했다.

지금 마력은 수치로 따지자면 겨우 3 정도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저놈에게 확실한 데미지는커녕 생체기도  수 없기에 마력을 강제로 끌어모았다.

한순간에 느껴지는 주변의 마력.
그것은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모이며 카심의 몸 주위를 회전했다.
이전의 삶에서도 느껴본 적 없는 마력의 움직임들.
마치 너도나도 자신의 몸으로 들어오고 싶어서 발버둥 치는 것만 같았다.

평소에는  모든 것들을 한 번에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다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을 가릴 처지가 아님을 알았기에 카심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마음대로 하라는  몸을 열었다.

그러자 엄청난 압력이 느껴졌다.

“흡!”

한순간 호흡이 멎을 정도로 마력이 비집고 들어왔다.
마력은 정말로 위험한 힘이었다.
섬세하게 다루지 않으면 이 힘은 한순간에 몸을 망가뜨려서 지금 이 짓은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믿었다.
[완벽한 육체]의 특성을 말이다.

“크으으으.”

역시나 미친 듯이 들어오는 마력은 자기 마음대로 날뛰기 시작했고 전혀 통제되지 않았다.
지금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치는 표시된 대로 13.
하지만 지금 몸 안에 있는 마력은 무려 30을 넘어서고 있었다.
원래라면 몸의 내부부터 터져 나갔을 테지만 이 터무니없는 육체는 그것을 버텨냈다.
그리고 그것을 강제로 잡아들이며 눈을 떴다.

“후욱, 후욱.”

정제되지 않은 마력을 마음대로 움직이려 하다가는 매우 위험했다.
지금도 미친 듯이 움직이며  안을 헤집고 다녔고 그럴수록 엄청난 충격이 속에서부터 전해져 왔다.
마치 폭탄이 쉴  없이 터지는 것만 같았다.

“까드득!”

이빨이 부서질 정도로 힘을 주며 참았다.

“제발 버텨라.”

무기를 꽉 쥐고는 특화를 발동했다.
그리고  순간 이 마력들을 강제로 한 곳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정제되지 않았지만, 이전 삶의 경험으로 인해 엄청난 컨트롤로 인도했다.

파앗!

동시에 앞으로 내달렸다.
저 멀리 여왕개미는 무차별적으로 칼라리스 길드원을 죽이고 있는 게 보였다.

“큭!”

달리기 시작하니 집중력이 흐트러져 마력이 튀었는데 오히려 그것을 다시 모으는  아닌 다리 쪽으로 인도했다.
그러자 달려가는 그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처음 보여준 것보다 더욱 빨라 그의몸에서 흘러나오는 초록색 기류가 길게 늘어졌다.

파아앗!!

엄청난 속도로 순식간에 여왕개미와 가까워져 갔다.

길게 늘어진 초록색 기류가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정도 거리에 도달했을 때 다리를 들어 올려 쾅! 내려찍었다.
 빨랐던 속도를 한순간에 멈추면서 엄청난 힘의 파동이 그대로 발목을 타고 올라왔다.

우득!

하지만 워낙 강력했던 탓에 왼 발목이 힘의 반동으로 인해 그만 부서졌다.
엄청난 통증이 전해졌지만, 더욱 강하게 이빨을 깨물며 참았다.
그의 입에서 피가 질질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 힘의 반동을 그대로 허리로 끌어 올렸고 올라오는 순간 허리를 비틀어 어깨로 향하게 만들었다.
힘의 반동은 회전력이 더해져 어깨까지 올라왔다.
그와 동시에 억지로 잡고 있던 마력을 터뜨리자 정제되지 않은 마력은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 상황 속에서도손이 찢어질 정도로 창을 끝까지 최대한의 포인트까지 끝까지 잡았다.

우득, 우드득!

그 어깨는 버티지 못한 채 뒤틀리는 소리가 살벌하게 울렸지만, 그것마저 참아내며 모든 힘을 쏟아내며 창을 던졌다.

파아앙!! 쒜에에에엑!!!!

창이 손에서 떠나는 순간 뮬처럼 공기를 때리는 엄청난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에 화들짝 놀란 칼라리스 길드원은 고개를 돌렸는데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는 창에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여왕개미의 미간으로 날아갔다.

파아아아아악!!!

타격음과 동시에 거대한 여왕개미의 앞다리가 90도까지 올라갔다.
조금만 더 넘어가면 뒤 집어질  있는 상황.
만약 뒤 집어진다면 여왕개미는 저  다리 때문에 쉽사리 일어나지 못해 잠시 아주 좋은 기회가 생긴다.

칼라리스 길드원은 제발 넘어가라고 마음속으로 빌려는 순간 여왕개미는 날개를 펼쳤다.

-파스스스!

그 날갯짓으로 인해 올라가던  몸이 앞으로 다시 기울었다.
속으로 안 돼를 외치던 칼라리스 길드원은 이대로 다시 앞쪽으로 기울어가려는 여왕개미를 보다가 하늘 위에서 한 사람이 떨어져 내리고 있음을 보았다.
마웬이었다.
그의 도끼는 붉은빛을 내뿜고 있었다.

“으아아!!!”

괴성을 내지르며 떨어져 내리던 마웬은 카심이 박아버린 창을 향해 도끼로 내리찍었다.

콰아앙!!

박혀 있던 창이 마웬의 공격으로 인해 더욱 깊숙이 박혀 들었다.
파르르 움직이던 날갯짓이 천천히 속도가 줄어들다가이내 멈추었고 거기다  충격으로 인해 결국에는 뒤로 넘어갔다.

쿠웅!

거대한 몸집이 뒤로 넘어가면서 큰 굉음을 일으켰다.

한순간 정적이 흘렀다.
절망에 빠졌던 칼라리스 길드원은 다시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하지만 여왕개미의 다리는 아직 움직이고 있었다.
저렇게까지 했는데 움직이는 그 질릴 생명력에 몸을 부르르 떨어야 했다.

여왕개미 위에 있던 마웬의 도끼에 다시 붉은빛이 번쩍였다.

“하아, 하아.”

도끼에서 솟아오르는 붉은빛은 체력이 빠진 탓에 다시 거칠고 불안정해 보였는데점차 다시 안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지칠 대로 지쳐서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고 도끼를 들어 올렸다.

“제발... 죽어라!!!”

콰지직!

도끼가 그대로 여왕개미의 목에 박히면서 발버둥치며 움직이던 다리들이 빠르게 움직이다 이내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멈추면서 그들 앞에 창이 떠올랐다.

<아벨리우스시스템>

여왕개미를 처치했습니다. 피바람이 부는 계곡 던전을 클리어 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우, 우아아!!

큰 환호성이 울려 퍼졌고 모두 기쁨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카심도 지친 몸으로 인해 그대로 주저앉자마자 다리와 어깨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얼굴을 왈칵 일그러뜨렸다.

“큭!”

본래라면 마력으로 몸을 보호하면서 해야 하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마력을 몸에 보호하는  조금이라도 썼으면 충격만 줬을 뿐, 이마에 창이 박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온전히 육체만으로 받아내야 했다.

“이 능력치로 버티다니.
정말 미친 몸이야.”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떠오른 창으로 눈을 돌렸다.

<아벨리우스 시스템>

여왕개미를 처치했습니다. 피바람이 부는 계곡 던전을 클리어 했습니다.
기여도에 따라 보상이 주어집니다.

기여도: 13%
근력 5 체력 6 마력 2

13%는 작아 보여도 참여한 이가 워낙 수가 많아서 상당한 수치였다.
거기다가 클리어 조건도 어려운 던전이다보니역시나 보상이 엄청났다.
몇 달을 고생하거나 미친 듯이 사냥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수치가 한 번에 확 들어 온 것이다.
심지어 마력은 특히나 컸다.
일찍 이 특성을 얻은 것이 이토록 큰 이득이 되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클리어할 던전은 많았기에  성장을 생각하면 몸의 아픔까지 잠시 잊었다.

“으하하! 정말 터무니 없는 놈이다! 네놈은!”

마웬은 크게 웃으며 다가왔다.

“고생했습니다.”
“이런 놈이 이제  시작한 유저라니!
아마 나가서 이걸 말하면 다들 날 미친놈 취급하겠지!”

들뜬 마웬을 보며 카심은 가볍게 웃었다.

“아티팩트는 괜찮은 게 나왔습니까?”
“괜찮은 정도가 아니야!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는 없겠지.”

당장이라도 웃고 싶지만 마웬의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보상도 엄청났으나 피해도 상당했다.
무려 절반에 가까운 길드원이 죽은 것이다.
항상 가족처럼 지내던 놈들이었고 실제 가족들과도 친했었다.
그런 이들에게 가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면 벌써 막막하고 가슴이 아팠다.

“허나유저에게 이런 일은 당연히 있는 일이다.
힘들겠지만 받아들여야지.”
“후우. 그렇다면 저도 그때 부탁했던 것을 지금 말하겠습니다.”
“뭐? 벌써?”
“미리 준비해달라는 의미입니다.”
“그래. 뭐냐? 내가 들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마.”

카심은 몸을 일으키다 통증에 얼굴을 찌푸리며 어깨를 잡았다.
마웬은 그가 얼마나 무리했음을 단번에 알았다.
그래서 더욱이 그의 바람을 들어주고자 생각했다.
이윽고 카심의 입이 열렸다.

“추천장을 하나 써주세요.”
“응? 추천장?”
“올림푸스 아카데미.”

마웬의 눈이 점점 커졌다.

“뭐?”

그런데 이 말은 마웬이 아닌 다른 쪽에서 나왔다.
달려온 마리엘이었다.

“안 돼!”

카심은 그런 그녀를 무시하고는 다시 마웬을 보았다.

“영주만  수 있지만 마웬님은 이곳 영주와 친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아마 어려운 부탁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다음에 찾아올 테니 그때 받아가겠습니다.”

카심은 그대로 로그아웃하고 사라졌고 남아 있던 마웬은 한숨을  내쉬며 마리엘을 보았다.
마리엘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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