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4화 〉4. 올림푸스 아카데미(1) (14/119)



〈 14화 〉4. 올림푸스 아카데미(1)

올림푸스 아카데미 -


피바람이 부는 계곡 클리어는 리톰 영지 전역을 흥분케 만들었다.
던전의 스케일.
그 강한 칼라리스 길드의 절반이 죽어나갈 정도로 대단했던 던전이었기에 많은 유저가 그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즐거워했다.

뿐만 아니라 던전에서 나온 아티팩트에 관한 무성한 소문과 그것을 이용해 칼라리스 길드는 다시 대거 인재 영입을  거라는 소문이 퍼지자 너도나도 칼라리스 길드원이 되고 싶어 했다.
비록 큰 피해가 있다지만 이로 인해서 명실상부 리톰 영지에서 최고의 길드로 완전히 자리 잡았기에 칼라리스 길드 모집은 모두의 관심 대상이었다.

그래서 리톰 영지는 지금 너무나도 활기가 넘쳤고 주변에서도 많은 유저가 모여들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한편, 카심은 지금 아벨리우스 세계에 있었다.

근력: 23
체력: 27
마력: 20

특화: 스피드 강화 Lv 2
특성: [완벽한 육체] [미지의 힘]

피바람이 부는 계곡을 클리어한 뒤였기에 능력치가 급격히 상승한 상태였는데 마력은 유난히도 상승 폭이 컸다.

“... 그것 때문인가?”

마지막 여왕개미에게 타격을 입히기 위해 거의 목숨을 내걸고 시도했던 도박.

마력을 폭발하는 직전까지 창이 몇 개 뜬 게 떠오르긴 했었다.
워낙 급박했던 상황이라 순식간에 치워버렸는데 설마 이렇게 올랐을 줄은 몰랐다.
물론 다시는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는데 너무 아프기도 했지만 그만큼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남은 시간은 약 3개월 정도인가?”

그의 앞에는 하늘을 가릴 만큼 높게 솟아오른 거대한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이곳에 자라난 버섯도 2미터는 넘어설 정도로 식물의 크기가 예사롭지 않은 장소였지만 혼자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3개월이 흘렀다.

칼라리스 길드 저택.

마웬은 의자에 앉아 두루마리를 꺼내 책상에 올리며 카심을 보았다.

“니가 부탁했던 추천장이다.
그리고 이건 가는 길에 노잣돈이나 해라.”
“감사합니다.”

카심은 추천장과 돈주머니를 집어 무한의 가방에 넣었다.

“추천장일 뿐, 테스트를 봐야 한다는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너무도 당연히 대답하는 모습에 마웬은 고개를 저었다.

“내참, 너와 대화하면 수십 년 굴러먹은 유저와 대화하는 기분이야.”
“그럼 친구하겠습니까?”
“미친놈!”

둘은 가볍게 웃었고 카심은 고개를 숙였다.

“그럼.”

말리고 싶었지만,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 임을 알았기에 마웬은 손을 들어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마웬의 집무실을 나온 카심은 저택을 나가기 위해 입구로 가려 했는데 그곳엔 마리엘이 떡하니 지키고 있었다.
마치 나갈  없다는 듯 중앙을 막고서 말이다.

“왕국은 위험한 곳이야.”
“안다.”
“가지 마.”
“왜?”
“... 가지 말라면 가지 마!”

카심은 무시하고 걸었다.

“멈춰!”

전혀 멈추지 않는 것을 보며 마리엘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소리쳤다.

“왜 가려는 거야?”
“필요한  있어서.”
“그게 뭔데?”
“니가  거 없다.”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온 카심의 두 눈동자를 보며 말했다.

“좋아해.”
“알아.”
“뭐?”
“안다고.”

마리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 그게 뭐야? 대답이?”
“좋아하지 말라는 의미다.”

마리엘은 멍한 얼굴로 서 있었고 카심은 차갑게 그녀의 옆을 지나쳐갔다.

-여행하는 구름-

시끌벅적한 소리에 카심은 조용히 음식을 먹고 있었는데 바쁘게 움직이던 안나는 조금 여유로워졌을 때 자연스레 다가와 앉았다.

“어머. 저를 매몰차게  놓고 이렇게 당당히 오는 이유는 뭔가요?”
“마지막으로 여기 음식을 먹고 싶어서요.”
“마지막... 이요?”
“예.”

안나는 조금은 놀라긴 했지만 그렇다고 딱히씁쓸해하지는 않았다.
마음에  남자긴 하지만 겨우 한  대화했을 뿐이다.

“가기 전에 선물이나 하나 주려구요.”
“어라? 왜요?”
“고마워서요.”
“... 응?”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에 카심은 돈주머니를 꺼내주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90도로 숙이는 행동에 안나는 여전히 당혹스러운 얼굴로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 카심의 행동은 도무지 이해할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가게를 나가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천천히 돈주머니를 펼쳤을  보이는 금빛들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

올림푸스 아카데미는 하나의 영지였다.

리톰 영지에 몇 배는 되는 넓이를 지닌 이곳은 성벽부터 새하얀 벽돌로 지어져 아름답기로 아주 유명했다.

입구에서 아카데미 중앙까지 이어지는 물길과 그 옆으로 피어오른 꽃.
물 안에는 다양한 예쁜 물고기가 살고 있었으며 작게 분수도 올라왔다.

그리고 양옆으로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었다.
 정원의 크기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이토록  곳이지만 이곳에 건물이라곤 단 4개 밖에 없었다.
거기다 개는 별채 수준의 저택으로 아카데미를 관리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동서남으로 한 개씩 건물이 있었는데  크기만 해도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컸다.

크기는 겨우 10층 높이 정도이긴 하지만 넓이가 리톰 영지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왕국에서 만든 아카데미로 올림푸스 아카데미는 전 대륙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이 모여들었다.

올림푸스 아카데미 훈련실.

세 개의 건물 중  곳으로 1층에 공용 훈련실이 있었는데 이곳에 지금 1000명이 되는 인원이 테스트를 보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서로 바라보며 경계하고 있기도 했고 친분이 있는 이들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하나같이 값비싼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대부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들 사이에서도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서 있는 금빛 머리의 남성.
보랏빛 머리칼을 찰랑거리고 차가운 눈매를 지닌 여성.
독특한 모양의 무기를 들고 있는 사람과 또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몸을 지닌 이도 있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저 놈이지?”
“맞는 거 같아.”
“시발 풍기는 분위기 보소.”

벽에 기대어 있는 붉은 갑옷을 입고 있는 남성.
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예리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시선을 받던 이들도  붉은 갑옷의 남성을 보고 있을 정도였다.

잠시 후, 시험 감독관이 들어오면서 시끄럽던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시험 감독관과 함께 들어오는 이들이 있었는데 약 50명 정도 되는 인원이었다.
그들은 전부 같은 장비를 입고 있었는데 바로 이곳 아카데미에서 제공되는 특수 제작한 장비였다.

올림푸스 아카데미의 테스트는 아주 간결하기로 유명했다.

“지금부터 테스트 진행이 됩니다.
이분들은 이번 테스트 진행을 도와줄 유저분들로 아카데미에서 상주하고 있으며 여러분들에게 앞으로 도움을 줄 트레이너 분들입니다.
랭킹으로는 가장 높은 분이 980위고 대부분 1000위에 있는 분들로 이들과 가볍게 대련 후, 이들에게서 합격을 받으시면 됩니다.”

랭킹 1000위에 놀고 있는 유저들이라는 말에 테스트생들은 피식 웃었다.

“뭐야. 유저 1000위면 좁밥 아냐?”
“테스트 어렵다더니 개쉽겠는데? 흐흐.”

올림푸스 아카데미는 최소 마을의 촌장급 되는 이들의 추천장이 필요했다.
그래서 테스트생들은 자신이 지내는 지역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었기에 스스로 자신감을 가졌다.
거기다 당연히 모든 관심도 받고 있었으니 자신은 왕국에서 최고가  거라는 오만한 생각도 다분했다.
그러니 겨우 1000위에 해당하는 유저들을 보니 우스울 수밖에 없었다.

너도나도 누구보다 빠르게 테스트에 통과하겠다는 생각으로 움직였다.
테스트는 우선 10명의 트레이너가 아주 넓게 한 명씩 섰고 테스트 생들은 각자 한 명을 골라 테스트를 받으면 된다.
테스트 생들은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움직였다.

각자 트레이너 앞에  테스트생들은 웃으며 검을 뽑았다.
올림푸스 아카데미에서부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릴 계획이었기에 이깟 트레이너도 한 방에 박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앗!”

그는 기합과 무기에서 붉은 기류가 흘러나오며 달려들었다.

챙!

“... 어, 어?”

 한 번의 부딪침.
테스트생의 검이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고 멍한 얼굴로 트레이너를 보았다.

“탈락. 형편없군.”

심지어 트레이너는 특화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었다.

겨우 왕국의 랭킹 1000위대 유저들.
그런 유저에게 자신이 이렇게 허무하게 질  없어야 했는데 현실은 전혀 달랐다.

“아, 아니 이건 실수입니다! 다시 하면...”
“웃기지 말고 꺼져라.”
“씨, 씨발 실수라고... 허억!”

거칠게 일어서며 다시 달려들려는 순간 트레이너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거대한 기세에 그대로 주저 앉아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의 몸에서 뿜어져 거친 붉은빛에 경악한 표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항상 주위에서 대단한 재능을 지녔다며 천재라고 떠받들어졌던 그들.

알고 보니 스스로가 보잘 것, 없는 수준의 유저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깊은 절망에 빠져야 했다.
이것이 이 테스트의 목적이었다.
어설픈 이들에게 깨달음을 선사해주는 것.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레 왕국의 위대함을 알리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

챙! 채챙! 채앵! 파바박!

하지만 역시 그 속에서 진짜는 있었다.
테스트생 한 명이 놀랍게도 트레이너와 빠르게 공격을 주고받고 있었고 그들은 순식간에 반경을 넓혀 움직였다.
두 사람의 검에는 같은 레벨의 붉은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파박! 카앙!

트레이너의 공격에 밀린 테스트생은 통증에 살짝 움찔했지만,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트레이너는 전투 자세를 풀고 끄덕였다.

“합격.”

그 말과 동시에 동전 하나를 던졌고 그는 날아오는 것을 가볍게 잡았다.

“아쉽네. 조금  붙어 보고 싶었는데.”

짧지만 대단했던 움직임에, 테스트생들은 입을 벌리며 놀랐다.

“우와아!”
“대박이야!”
“누구야  사람은!”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는데 일제히 시선이 한 곳에 쏠렸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트레이너의 검이 땅에 떨어져 있었다.
같은 트레이너들도 그 모습에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노, 놀랍군. 합격이다.”
“아핫~ 감사합니다!”

심지어 그 테스트생은 키도 작고 왜소한 인물이었다.
웃으며 뛰어가는 것을 보며 트레이너는 감탄했다.

“힘은 부족하나 그것을 메우는 기술이라니.
저 나이에 대단하군.”

천재.
혹은 괴물.
그들은 언제나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이렇다보니 아직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한 이들은 조금씩 스스로에대한 자만의 껍질을 벗기 시작하며 긴장된 얼굴로 테스트를 진행하기 시작하면서 자세도 달라졌다.

온 힘을 다했고 처절할 정도로 끈질겼다.
그래서  명씩 간간이 합격자가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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