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4. 올림푸스 아카데미(4)
순식간에 다섯 마리 스켈레톤의 머리를 박살 냈다.
***
380기에는 유명한 신입생 한 명이 있었다.
2년차 조차 관심을 보일 정도였는데 테스트에서 보인 무기 강화 레벨 5만 하더라도 그럴만한 이유는 충분했다.
지그하르트.
그가 유명한 이유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것보다 바로 배경이었다.
왕국에는 수많은 길드가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강한 길드가 누구냐 물으면 딱 세 길드를 말한다.
아레스 길드, 드래고니안 길드, 영웅 길드.
그는 바로 아레스 길드 마스터의 셋째 아들이었다.
재능과 배경.
모든 것을 지니고 있으니 당연히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그 덕분에 그레이는 한순간에 시선을 빼앗겨서 짜증이 난 상태였다.
자신 역시 나름대로 대형길드 출신의 자식이었다.
비록 세 길드에 비할 바는 안 되지만 그래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길드였다.
아카데미에 들어올 때 기세등등하게 왔건만 하필 저 괴물과 같은 기수로 들어올 줄은 몰랐다.
그래서최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젠장 이런 수업을 왜 자꾸 들어야 하는 거야.”
그레이의 짜증이 섞인 목소리에 옆에 있던 다소 날카로운 인상의 여자는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던전에 있으면 괜찮잖아.
차라리 던전 가는 건 어때?”
“그래 그레이! 루나 말대로 가서 화끈하게 놀자.
너무 지겨워 수업은.”
프툰.
아직 10대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려 190에 가까운 키를 지니고 있었다.
수업이 끝난 뒤에 빠르게 일어나 나가려했다.
그런데 입구 쪽에 보이는 익숙한 실루엣에 짜증섞였던 얼굴이 순식간에 웃음으로 바뀌었다.
“어? 리오나 누나.”
“그레이? 와~ 오랜만이네.
내가 들어 온 뒤로 못 봤으니 1년 좀 넘었나?
이번에 온다고 어렴풋이 들었는데 380기로 왔구나?”
리오나의 등장에 옆에 있던 루나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보았다.
자신보다 더 성숙한 느낌의 여성.
거기다가 제법 예뻤다.
“어. 그런데 나 만나러 온 거야?”
그녀의 아버지는 아레스 길드의 간부였고 자신의 아버지랑 잘 아는 사이라서 자주 만났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같이 지내며 어느 순간부터 마음에 담게 되었다.
이제는 자신도 충분히 성장했고 어린 시절의 귀여웠던 외모가 스스로는 멋있게 변했다고 여겼다.
거기다 충분히 재능까지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 이렇게 자신을 보러 왔다는것은 분명히 자신에게 마음이있다는 의미였기에 활짝 웃었다.
“아니, 사실 너가 온 줄도 몰랐어.
그런데 되게 반갑다~”
“아, 하하. 그, 그래?”
“아! 저기 있네.
다음에 좀 제대로 이야기 나누자.
누나 급해서.”
웃으며 볼을 꼬집자 그레이는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가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도대체 자신이 아닌 누구에게 가는지 궁금했다.
“카심!”
그녀의 외침에 그레이의 미간이 좁혀졌다.
“어머, 남자친구 아냐?”
그렇지 않아도 저렇게 반가운 듯 웃으며 다가가는모습에 짜증이 났는데 옆에서 거드는 덕분에 눈빛이 차가워졌다.
한편, 카심은 갑자기 찾아온 리오나를 보았다.
“뭐야.”
“뭐긴! 약속 있어?”
“없는데.”
“그럼 사냥 가자 같이!”
“싫어.”
“왜?”
“귀찮아.”
무시하고 지나가자 리오나는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카심은 나가려는 그때 그레이의 뜨거운 시선을 느꼈지만 역시나 무시했다.
“하아. 귀찮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네.”
“뭐가 그리 귀찮아. 늙은이도 아니고!”
“너보다 늙었다.”
“몇 살인데?”
“알 거 없어.”
“그럼 여튼 오빠네?”
지나가면서 오빠라는 소리에 그레이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루나는 이때다 싶어서 계속 말했다.
“저 언니가 쟤 마음에 드나보다.
하긴 뭐 꽤 남자답고 서로 어울리긴 하네.”
“헛소리 하지 마라.”
루나는 얄밉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레이는 순간 짜증이 나서 고개를 돌릴 때 마침 눈에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어이 로드리게스!”
“어, 어?”
“아카데미 생활은 어때?”
다가온 그는 꽤 덩치가 있음에도 그레이 앞에서 눈치를 살폈다.
그레이는 웃으며 어깨를 토닥거려 주었다.
“쉬, 쉽지 않네. 하하.”
“그래그래. 쉽지 않겠지.
그래도 열심히 다녀.
너네 아빠가 노력했잖아 응?”
“어, 응...”
“언제든 도움 필요하면 말하고.”
“고마워.”
“그래 가봐.”
걸어가는 로드리게스를 보며 루나가 물었다.
“뭐야 누군데?”
그레이는 씩 웃으며 말했다.
“장난감.”
***
리오나는 생각보다 더 끈질겼다.
“그때 알려줬잖아.”
“하지만 매번바뀌는걸?
도저히 알 수가 없어.”
“전부 다 들어 봐.”
“당연히 그렇게 해봤지!
그런데 잠시 후면다시 돌아가고 아무것도 없단 말이야.”
“...”
이 부분은 사실 카심도 잘 몰랐다.
그저 뭘 들어야 하는지만 알기에 그것만 들어 올린 건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처음부터 그것만 들어 올려야 활성화가 되는 듯 했다.
“오빠한테도 진짜 이득이라니까.
거기 클리어하면 기여도 보상도 받을 수 있잖아.”
“... 좋아. 대신 부탁이 있다.”
“응응. 뭔데?”
“사람 한 명 알고 싶어서. 좀 찾아주면 좋겠네.”
“사람? 아카데미 생이야?”
“어.”
“별로 어려운 건 아닌데. 누구?”
“레온이라고 있다.
아마 금발 머리에 꽤 잘생겼을 거야.”
“아카데미생 중에서 레온에 금발이면 그리 어렵지 않을 거 같은데. 알겠어.”
“그래.”
카심이 돌아서서 다시 가자 리오나가 당황했다.
“뭐, 뭐야 왜 갑자기 가는데?”
“왜?”
“찾아준다고 했잖아.”
“그래.”
“그럼 던전 가야지?”
카심은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보았다.
“니가 먼저 알아와야지.”
“...”
“싫으면 하지 마.”
다시 돌아서는 그를 보며 리오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와... 진짜 재수없다.”
일부로 카심에게 들리도록 했지만,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났다.
카심은 수업을 듣기 위해 앉아 있었는데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레이저에 뜨거울 지경이었다.
이 시선이 누구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
살벌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는 그레이였고 그 이유 또한 알고 있었다.
“조용히 갔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아무리 봐도 저 눈빛은 조용히 갈 것 같지 않았다.
그것보다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설픈 움직임을 하고있는 동기.
한눈에 보아도 재능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같이 팀을 이룬 이에게 욕먹고 있는 게 보였다.
“제일 서러울 때 내미는 손이 달콤한 법이지.”
잠시 후, 수업이 끝나고도 그는 홀로 남아 수련에 매진했고 그때 접근하려고 했다.
“카심!!”
리오나였다.
주변에서는 리오나를 보고는 깜짝 놀랐지만 리오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사실 리오나는 아카데미 내에서 제법 유명했는데 그런 리오나와 함께 가는 카심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겨서 여기저기서 수군거렸다.
당연히 그레이는 그런 수군거림에 더욱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저 새끼 마음에 안 드네.”
“누구? 내가 손 봐 줄까!?”
“아니 뭐, 당장 그럴 건 없고. 천천히 즐겨야 하지 않겠어?
아카데미는 3년이니까 3년동안... 지옥을 맛 봐야지.
감히 내 것을 넘본 죄로 말이야.”
“흐흐. 재밌겠다.”
“하여간 남자들이란.”
리오나와 함께 걸어나가는 카심을 보며 이빨을 살며시 내보였다.
한편, 리오나를 따라 움직이던 카심은 숙소 건물에서 멈췄다.
“3층에 머물고 있다고?”
“응. 한 명 밖에 없어서 생각보다 빨리 찾았어.
2년차더라고.
아는 사람이야?”
“그건 니가 알 게 아니다.
2년차라...”
“그럼 확인하러 올라갈까?”
“됐다.”
“어쨌든 난 찾았으니 그럼 가는 거지?”
“그래. 언제 출발할 건데?”
리오나는 씩 웃었다.
“지금.”
“... 급하기는.그래. 그럼 다시 가자.”
“좋지!”
“아, 사람 좀 모아. 클리어할 거니까.”
“어, 어? 클리어? 힘들지 않을까?
우리 쪽에 중요 전력 한 명이 없는데.”
“그냥 몇 명 더 불러.”
리오나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이 사람에게는 더 말해봐야 의미가 없을 거 같아 우선은 알겠다고 하고 세 명을 더 끌고왔다.
사실 이번에도 조금 더 제대로 된 탐사를 할 생각이었다.
당시 스켈레톤임을 잘 몰랐기에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준비를 했고 그렇게 움직였다.
그렇게 빠르게 모여서 던전으로 향했다.
그런데 던전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리오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것은 알프레도와 로렌도 마찬가지였고 다른 인원도 같았다.
푹! 푸푹!
순식간에 스켈레톤 세 마리가 쓰러졌다.
“가자.”
여섯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어, 어...”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야?
눈이 이상한 거 같은데.”
“부, 분명 그때 그 사람 맞지? 응? 리오나.”
“뭐야? 저 사람 누구야 리오나.”
“서, 설마 이번에 온 생도야? 저게? 거짓말. 트레이너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질문에 리오나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눈앞으로 거대한 스켈레톤과 100마리 정도 되는 스켈레톤이 있었다.
“거대한 놈 잡을 수 있겠어?”
카심의 말에 리오나는 잠시 생각했다.
“잘 모르겠어. 저놈 한 마리 상대하는 거면 가능하겠는데. 저렇게...”
“그래. 그럼 간다.”
“어, 어 잠시만. 그래도 좀 준비를...”
리오나가 말리기도 전에 카심이 달려나갔다.
그 움직임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도대체뭐야 저 사람. 나 이제 무서워지려고 해.”
“리오나 어떡해?”
“이씨. 나도 몰라! 될 대로 되라지! 가자!”
달려가던 카심은 특화를 사용했다.
스피드 강화가 느껴지자 몸의 감각이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느꼈다.
<상태>
근력: 30
체력: 35
마력: 25
특화: 스피드 강화 Lv 2
특성: [완벽한 육체] [미지의 힘]
그 사이 능력치는 또 변해 있었다.
그때 달려드는 세 마리의 스켈레톤의 머리를 부숴버리며 부드럽게 오른쪽으로 몸을 돌렸다.
눈앞으로 내려오는 녹슨 검을 보며 더 빠르게 놈의 머리에 박아 넣었다.
탁!
하지만 제대로 된 자세가 아니어서인지 스피드 강화만으로는 그 단단함을 꿰뚫지 못했다.
완벽한 육체가 효율을 극대화 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능력치는 심히 부족한 상태였다.
“흐음.”
이대로 둘러싸여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스피드 강화의 단점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후우.”
가볍게 숨을내쉰 카심의 눈빛과 분위기가 달라졌다.
마력이 온몸을 돌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레 그의 몸에서 강한 기세가 흘러나왔다.
“흡!”
호흡을 참고 내지른창은 빠르게 사방을 휘저었다.
푸부북! 푸부부부북!!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속도로 해골의 머리가 박살 나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리오나 일행은 이곳 보스인 거대한스켈레톤을 상대하고 있었다.
“리오나!”
“헛!”
비록 카심이 많은 스켈레톤을 잡아주고 있지만 이곳에도 스켈레톤이 있었기에 위험했지만, 알프레도의 도움으로 위험에서 벗어났다.
“뭐해!”
“미안!”
그리고 다시 집중해서 달려드는 스켈레톤의 머리를 박살 냈다.
“피해!”
그때 거대 스켈레톤이자 이곳 던전의보스가 공격해왔다.
3미터에 이르는 스켈레톤의 검이 내려오자 다급히 옆으로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