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화 〉5. 복수(7)
<상태>
근력: 152
체력: 161
끈기: 13
특화: 무기 강화 Lv 3
특성: [초인]
이것이 어제 로드리게스가 본 자신의 상태창이었다.
***
안토니오와 라이안 그리고 지그하르트는 아벨리우스수정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사실 말이야 나는 졸업하기 전에 너희들과 한 번 붙으려고 했거든?”
“그래도 되는데?”
라이안이 비웃으며 말하자 안토니오는 피식 웃었다.
“딱 좋은 상황이 나타났잖아.
기여도로 승부를 벌이면 되지.
그리고 이건... 너희들이 운이 좋은 거라고?”
“자신 없는 건 아니고?”
지그하르트 도발에도 안토니오는 웃었다.
“푸하하! 그럴 리가.
아마 내 이름이 가장 앞에 서게 될 거다.”
“졸업 전까지도 헛된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카데미에서 배운 게 별로 없네.”
“영웅 길드는 원래부터 자기들이진짜 영웅인 줄 알지.”
서로가 자신의 이름이 가장 앞에 설 것이라 스스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도착한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던전은 꽤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을 보고 의아했다.
“뭐야 누가 도전하고 있나 본데?”
“원래 여기는 매번 도전하잖아.”
“분위기가 그게 아닌데?”
라이안이 이상하게 바라보자 안토니오도 조금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우아아아!
그때 울려 퍼진 함성에 셋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곤 구경하고 있는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뭐야? 한 명인데?”
안토니오는 혼자서 서 있는 인물을 한 명 보고는 왜 사람들이 환호를 내질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함성이 울린 거지?”
뒤이어 라이안과 지그하르트도 옆에 서서 보았다.
“카, 카심?”
“...”
라이안은 카심임을 알고 깜짝 놀랐고 지그하르트 역시 같은 기수 생도였으니 알아보았다.
“뭐야아는 놈이야?”
“어, 그건 그런데.”
그때 안토니오는 옆에 있는 모르는 사람을 불렀다.
“어이. 왜 아까 소리친 거지?”
“아, 그게 저 사람 방금... 9단계 클리어 했어.”
“... 뭐?”
안토니오는 놀란 얼굴로 고개를 휙 돌렸다.
라이안과 지그하르트 역시 놀라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곳에 마지막 보스가 나타났다.
검붉은색 갑옷에 붉은 망토.
그리고 거대한 대검을 든 기사가 서 있었다.
“혼자서... 지금 9단계를 클리어 했다고?”
안토니오는 혼자서 겨우 7단계까지 갔었다.
그 이후에도 아무리 해도 8단계를 클리어하지 못했었다.
그만큼 8단계의 벽은 높았다.
라이안 역시 한 번 도전 했을 때 안토니오와 같았으며 지그하르트도 최근에야 7단계까지 겨우 클리어 했다.
그래서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셋 모두 스스로 자신이 이 아카데미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런 확신이 박살나는 순간이었기에 그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그리고 이어지는 전투는 완전히 넋을 잃게 만들었다.
파앙! 콰지직! 콰아앙!!
“...”
“...”
“...”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주위에서 소리 지르고 있었지만 세 사람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아는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보스와 카심은 투기장 전체를 휘저어가며 싸웠다.
“우, 우와아...”
“진짜 화려하다.”
주변에서 소리치는 것을 들은 셋은 개소리라고 속으로 외쳤다.
전혀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단순했다.
그저 빠르게 찌르고 빠르게 움직였으며 더 빠르게 찔렀다.
그게 너무나 빠르니 오히려 화려해 보인 것이다.
“그런데 스피드 강화가 저렇게 강한 거야?”
누군가 던진 의문.
그 말대로 특화가 스피드 강화인데 그는 속도뿐만 아니라 파괴력이 엄청났다.
그의 창이 움직일 때마다 경기장에 수십 개의 구멍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투기장의 상태는 이미 완전히 박살 나,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파괴되어, 파편들이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 환경에서도 카심이 놀라운 속도로 움직이는데 아주 작은 실수조차없었다.
오히려 그게 더 놀라웠다.
저렇게 움직이는데도 어찌 저렇게 완벽하게 공격과 방어를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이다.
이어지는 전투는 정말로 놀라울 정도였다.
아슬아슬한 지형 사이에서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서로를 향해쉬지 않고 공방전이 진행되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공격이 이루어지다 보스와 카심은 공중에서 한 번 부딪히고는 서로 반대편으로 떨어져 마주 보더니 자세를 취했다.
그 둘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세만으로도 이 공격이 서로가 펼치는 최고의 공격이라는 것을 감지했다.
장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손에 땀이 흘렀고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때 먼저 움직인 것은 보스였다.
거대한 대검이 하늘 위로 올라가더니 갑자기 높이 던지고는 앞으로 빠르게 달리더니 뛰어올라 공중에서 검을 잡았다.
그 순간 보스에게서 터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세에 구경하고 있던 이들은 숨이 턱 막혔다.
“!!”
“흡!”
“...”
세 사람 역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엄청난 기운에 화들짝 놀랐다.
저 일격은 자신들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쿠구궁!
점점 떨어져 내리는 기사에게서 느껴지는 압력이 어마어마했다.
이곳에서도 느껴지는 압력이었는데 만약 저기 자신이 있었다면 움직이지도 못한 채 저 공격에 당했을 것이다.
거대한 산 하나가 짓눌리고 있을, 것임을 세 사람은 알았다.
저건 막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그때였다.
번쩍! 파앙!
그의 창이 움직였다.
그것은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일격이었고 정확히 대검을 가격했다.
살짝 움찔거리긴 했지만 내려오는 보스의 대검은 멈추지 않았다.
이대로 끝나나 싶은 순간이었다.
파앙! 파바바바바방!!!!
굉음처럼 터져 나오는 소리와 함께 움직인 창은 내려치는 대검을 엄청난 속도로 가격했다.
흐릿한 창의 움직임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기에 소리로 수십 번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알아야 할 정도로 빨랐다.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았을때 보스의 몸이 공중에서 쩌적 갈라지더니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이들의 앞에 모두 창이 떠올랐다.
<아벨리우스 시스템>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던전이 클리어 되었습니다.
기여도: 카심 100%
던전 솔로 클리어.
올림푸스 아카데미에 다시는 없을 새로운 역사가 쓰였다.
***
아카데미 졸업식은 언제나 열기로 가득 찼다.
졸업하는 이들을 보며 생도들은 자신도 꼭 저렇게 졸업을 할 것이라며 열의를 불태웠고 그런 시선 속에서 졸업생은 자부심이 넘치는 표정으로 단상에 오른다.
카심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조용히뒤쪽에서 구경했다.
한 명 한 명 이름이 호명되어가고 있었다.
-안토니오!
이름을 호명 받고 오르는 안토니오는 평소와 달리 얼굴빛이 좋지 않았다.
언제나 자신만만하고 오만했던 그 특유의표정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그런 표정을 보던 카심은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고 주변을 보았다.
레온을 찾기 위함이었다.
안토니오와 같은 2년차였으니 이곳에 참여했을 것이다.
-프레드릭!
프레드릭이라 불린 이가 단상에 올라가는 사이에도 주변을 살피다가 단상으로 잠시 시선을 돌렸을 때,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뭐야.”
지금까지 보인 적 없던 표정이 지금 카심의 얼굴에 드러났고 동시에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었다.
“왜 네가...”
프레드릭이라 불린 사내.
이전 삶에서 유일하게 등을 내줄 수 있었던 동료.
함께 웃고 울며 사선을 넘나들었던 바로 그 동료가.
레온이라는 이름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지금 단상에 오르고 있었다.
혼란스러웠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원래 이 아카데미를 온 목적은 아티팩트도 있었지만 바로 레온과 다시 만나기위함도 있었다.
당장 동료로 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우선은 안면만이라도 틀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프레드릭일까?
왜 이름을 바꿨을까?
아니면 이전 이름이 가짜였던 걸까?
혹은 이것도 역사가 바뀐 영향일까?
아무리 역사가 바뀌었다지만 이름이 바뀌는 게 말이 되는 걸까?
아니면 여기가 비슷해 보이는 세계지만 혹은 다른 세계가 아닐까?
온갖 의문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혹시나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닐까 하고 다시 보아도 역시나 이전 삶의 그 레온이었다.
그렇다면 저 녀석은 도대체 누군가?
“...”
순간몸이 비틀 거릴 정도로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더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던 카심은 결국 멍한 표정으로 건물을 나와 걸었다.
여전히 머릿속은 어지러웠기에 조금 쉬고 싶어 방으로 돌아가던 와중 앞을 막아서는 이가 있었다.
“...”
로드리게스였다.
그런데 그 눈빛이 이상했다.
“알고 있었어?”
“뭘?”
“내 특성.”
“무슨 소리야 그건.”
“이해가 안 돼서 그래.
일부러 몬스터를 잡게 한 것도, 스펙으로 찍어 누르면 된다고 했던 말도, 그리고... 흥분해서 온 힘을 다하지 말라고 했던 것도! 알지 못하면 할 수 없는 말이잖아.
넌 알고 있었던 거야!”
카심은 안 그래도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짜증이나서 살짝 노려보았다.
“그래서?”
로드리게스는 처음 보는 그 눈빛에 움찔했다.
한순간이지만 오싹하기까지 했다.
“어, 어떻게 알았냐고. 그리고 왜... 왜 날 성장시켜 준 건데?”
“하아, 내가 널 이용하려 했던가?”
“어, 어? 아니 그건 아닌데.”
“아니면 니가 강해지면 나에게 이득이 뭐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거야...”
“내가 뭘 요구했나?”
“...”
“그리고 강해지면 네가 좋은 거지 내가 좋은 건가?”
로드리게스는 더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내가 알았던, 말던 너에게 아무런 상관없는 거다. 그러니 비켜.”
그 말이 맞았다.
오히려 감사해야하는 일이었다.
덕분에 복수까지 했고 돈을 달라고 한 것도 아티팩트를 달라고 한 것도 아니다.
지나쳐가는 카심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뒤돌아서서 말했다.
“채, 책임지라는 거지!”
“...”
카심은 그게 뭔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그때 다른 쪽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뭐, 뭐야? 그 말은? 헙! 그런 거였어?
어쩐지!이 예쁜 나한테 관심도 없더라니!
그쪽들이었구나!?”
리오나였다.
리오나는 입을 가리며 놀라다가 갑자기 두 사람을 살펴보더니 망상에 잠시 빠지고는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 다시 보니 나, 나쁘지 않은데?
내가 이쪽 취향이었나 크흡.”
“뭔 생각을 하는 거야! 그런 게 아냐.”
로드리게스는 손을 젓고서는 다시 카심을 바라보았다.
“난 이제 아카데미에서 생활할 수 없어.
놈은 분명히 복수할거야.
내기로 가족을 건들지 말라고 할 거지만 지킬지도 미지수고.”
“니가 걔보다 훨씬 강한데 뭘 어떻게 건드려.
그리고 난 오늘부로 아카데미 그만둔다.”
“어, 어?왜? 내가 이겼는데?”
“여기서 필요한 건 모두 했다.
더 이상 있을 이유가 없다.”
“뭐?”
로드리게스는 충격을 받았다.
달랐다.
이 남자는 자신이 생각하는 수준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남들은 이 아카데미에 오기 위해 수년을 노력하고 전 재산을, 받쳐 영주의 추천장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입학한 뒤에는 졸업을 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진다.
그만큼 간절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남자에게 그런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 나도 같이 가.”
“아카데미는?”
“나도 그만둔다!”
카심은 잠시 로드리게스를 보았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로드리게스는 짧은 정적이었지만 무척 긴장한 표정으로 보았다.
“마음대로 해라.”
로드리게스는 활짝 웃었다.
“이제는 도움 될 거야.”
“안다.”
그리고 옆에서 리오나는 침을 닦았다.
“스읍. 나쁘지 않아 정말...”
로드리게스는 리오나에게 아니라며 해명하면서도 넌 어떻게 할 거냐며 물었다.
“당연히 난 졸업이 우선이지.
그런데 둘 다 멋있네.
이 아카데미를 아무렇지 않게 나가다니.”
“하, 하하.”
“카심 오빠야 뭐 걱정 없는데 로드리게스 오빠는 정말 괜찮아?”
“솔직히 무섭긴 한데... 여기가 더 무서워 이젠...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잘 했어. 속이 시원하더라. 오빠한테 한 소리 들으면 솔직히 팔다리도 부쉈어야 하는 건데. 못된 놈. 어릴 땐 착했는데 다 가식이었어.”
둘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카심은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 방으로 가려했다.
“이야기 나누어라 나는 잠시...”
“카심 생도?”
그때 트레이너 한 명이 다가왔다.
“예?”
“맞군요. 그쪽한테 편지가 왔습니다.”
편지를 보낼 사람이 없는데 라며 생각하다 마크를 보고는 알았다.
칼라리스 길드였다.
그 자리에서 뜯어 보던 카심의 눈매가 좁혀지더니 더욱 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왜? 무슨 일인데?”
“오빠 왜 그래?”
카심은 잠시 눈을 감았다.
아무런 말 없이 눈을 감고 있는 카심을 보며 로드리게스와 리오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