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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6. 예상치 못한 변수(3) (29/119)



〈 29화 〉6. 예상치 못한 변수(3)

그리고 그때 카심이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고, 몸에선 초록빛이 번쩍였다.
동시에 몸에서는 마나가 터져 나오더니 눈 깜짝하는 순간 앞으로 달려나갔다.

파앗!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는 것을 본 스페르 길드원들은  속도가 너무 빨라 제대로 반응도 하지 못했다.

빠악!

그 먼 거리를 한순간에 나타난 카심은 가장 앞쪽에 있던 한 명의 가슴을 발로 차버리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곤 바로 오른쪽에 있는 놈의 뒤로 순식간에 들어가 목을 양팔로 잡아 비틀었다.

우드득!

그의 목이 기괴할 정도로 뒤틀리면서 그대로 힘없이 몸이 앞으로 쓰러졌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있는 카심을 보고당장 움직이지 못했다.
뇌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아주 짧은 정적이 흘렀다.

“다, 당장 저놈을 죽여!!!”

그것을  건 스페르 길드 마스터의 외침이었다.

“죽어!!”
“으아아아!!”

한순간에 사방에서 카심을 향해 달려들었다.
카심은 어느새 자신이 날렸던 창을 뽑아 들었고 자세를 잡더니 전방을 향해 내뻗었다.

푸부북!!!

그렇게 시작된 전투.

로드리게스는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꿀꺽.”

피가 터지고 사람의 목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너무나 허무할 정도로 사람의 목숨이 사라져갔다.

그때 또 목에 구멍이 생기며 피를 솟구쳐 흐르는 것을 손으로 막아가며 쓰러지는 유저가 눈에 들어왔다.
공포에 사로잡혀 죽어가는 그 모습만 보아도 무섭고 잔인했다.
한순간 그 얼굴이 자신의 얼굴처럼 보여 로드리게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자신도 저렇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을 것만 같아서 몸이 떨려왔다.

무서웠다.

이 상황보다 카심이 너무 무서웠다.
마치 모든 걸 알고 있어서 무서웠고 저렇게 서슴없이 사람을 죽여 나가는 것도.

그 사이, 전투는 점점 더 치열해져 가고 있었다.

스페르 길드 무리 속에 움직이던 카심은 왼쪽으로 지나가는 날카로운 것을 보자마자 몸을 비틀었다.
그 위로 다섯 개의 창과 칼이 움직였다.

카심의 몸이 잠깐 떠올라 공중에서 회전하며 창을 사방으로 찔렀다.

푸부북! 카가강!

“윽!”
“악!”
“씨발!”

몇 개의 공격은 어깨와 가슴에 박혔고  개는 방패나 단단한 부위에 막혔다.
이 자세에선 정확한 공격은 쉽지 않았다.
착지하자마자 고개를 숙이더니 그대로 앞으로 폭발적인 속도를 내며 달려나가 방패를 들고 있던 놈을 속도를 이용해 강하게 밀었다.

“크헉!”

뒤로 밀려나며 한순간 진형이 무너졌고 공간이 생겼다.
뒤를 돌아 자세를 취함과 동시에 창은 앞으로 튀어나왔다.

쉬이익!! 푸악!

무섭게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울리더니 닿는 순간 어깨가 찔리는  아닌 터져버렸다.

“크아악!”
“으악!”

제대로 된 자세에서 터져 나오는 공격은 마치 폭발하는 것처럼 파괴력이 엄청났기에 공포를 일으켰다.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세 명 혹은 네 명이 목숨을 잃으니 어느새 그들의 눈엔 두려움이 생기며 멈칫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창을 쥐고 자세를 취한 것만으로도 무서워서 함부로 덤벼들지 못했다.

짧은 사이에 죽은 이는 벌써 30명이 넘었다.
 공격이 이어지는 순간 자신이 다음 죽음이 자신이 될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에 쉽게 나서지 못했다.
자신이 다음 차례가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 타이밍에 갑자기 카심이 말했다.

“날 공격하지 않는 놈들은 나도 공격하지 않는다.”

아무리 자신이라도 지금 상태에선 많은 인원을 죽이고 스페르 길드 마스터까지 죽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래서 일부러 생각보다 힘을  사용해 확실한 무력을 보여주었다.

바로  상황을 위해서.

예상대로 이 말 한마디로 그들을 더욱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어차피 이들이 모인 것은 의리가 아니었다.
오로지 이익.
이런 이들을 상대하는 방법은 자신의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면 간단하게상대할 수 있었다.

상대를 죽여서 얻는 이익보다 자신의, 죽음의 이익이 커지게 말이다.

한편, 길드원 사이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팔머는 조용히 욕을 내뱉었다.

“씨발...”

어제는 그저 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그게 아니었다.
놈은 정말로 엄청 강했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강한 놈이왜 자신에게 그때 맞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복수를 하고 싶었는데 그때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로드리게스였다.
팔머의 입가에 미소가 잡혔다.
동료로 보이는 놈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약해 보였다.

최대한 오른쪽으로 돌아 꽤 높게 솟아오른 식물을 이용해 몸을 숨겨 뒤쪽으로 접근했다.
자신이 접근하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을 보며 자신감을 얻고 순식간에 뒤에서 잡아당겨 안으며 목에 칼을 올렸다.

“당장 무릎꿇어 이 새끼야!
니 동료가 모가지 구르는 거 보기 싫으면!”

얼굴이 여전히 팅팅 부어 있는 팔머는 의기양양 웃었다.

“크크크. 씨발 울보 새끼!
또 질질 짜게 만들어 주마!”

팔머는 어제 맞았던 것에, 대한 복수를 한다는 생각에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

팔머에게 잡힌 로드리게스는 차가운 감촉이 목에 닿는 것을 느끼고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서늘하고 날카로운 칼에 두렵기도 했지만 보다 화가 치밀었다.
각성하면서 얻게  힘으로 이제는 자신 있었다.

그런데 막상 실전에선 자신은 이전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위치에서 결국 피해만 주고 있었다.
천천히 손을 올려 그의 칼을 잡았다.

“어이어이, 허튼 짓... 으음?

단 두 손가락으로 잡고서 앞으로 밀어내기 시작하자 팔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이이익!”

아무리 온 힘을 주어도 자신의 검이 조금 흔들릴 뿐 꿈쩍도 하지 않고 천천히 벌어졌다.
심지어 지금 자신은 신체 강화 레벨 4를펼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도 힘이 밀렸다.

어느새 칼이 앞으로 밀려 공간이 생기자 로드리게스는 그대로 방패를 들어 가격했다.

빠악!!

얼마나 그 힘이 강했는지 그 큰 덩치의 팔머가 날아가 쓰러져 더 이상 움직이지 못했다.
스페르 길드원 내에서도 팔머의 힘은 상위권이었는데 그런 팔머가 힘도 쓰지 못한 채 맞고 쓰러진 것이다.

이제 그들의 인식에 둘은 마치 괴물처럼 섬뜩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뭐, 뭐하는 거야 이 무능한 새끼들아!!”

그렇게 되니 자연스레 그들은 스스로 목숨을 챙기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스페르 길드 마스터는 괴성을 내질렀지만, 그들은 오히려 더욱 멀어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카심과 스페르 길드 마스터는 단둘이 마주 서고 있었다.

스페르 길드 마스터는 다가오는 카심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런 스스로 행동에 화가 났다.
비록 특화 레벨이 자신과 같은 5라는 게 놀랍긴 하지만 그래 봐야 스피드 강화였다.
사람이 많으니 당한 놈들이 있었던 거지 이렇게  대 일로 맞붙으면 질 리가 없었다.
무엇보다 믿을 구석이 있었다.

“소문으로 들었는데 역시 올림푸스 아카데미 출신이 대단해?
새파랗게 어린놈이 이렇게  싸우니 말이야.”
“...”
“그런데  봐도 조금 스스로 강하다고 세상 물정 모르고 설치는 거 같은데.
여기가 그렇게 만만한 세계가 아니란다.
아카데미에서는 못 배운 것들이 가득하다고 어?”

카심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멈춰섰다.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알아?
우리가 괜히 리톰 영지를 먹은 게 아니야.”

멈춰선 카심을 보며 그는 다시 기고만장한 표정을 지었다.
카심은 창끝에 묻은 피와 살점을 가볍게 떼어내며 말했다.

“무섭나?”
“당연하지! 그 분이 어떤 존재...”
“아니. 내가.”
“... 뭐?”

마지막 피를 슬쩍 레더 아머에 닦고 나서 다시 그를 쳐다보았다.

“말이 많길래.”

스페르 길드 마스터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지더니 검에서 붉은빛이 터져 나왔다.
짧은 거리를 도약하며 검을 찔러 들어왔다.

가볍게 몸을 틀어 피하는 순간 검은 기괴한 방향으로 전향되어 순식간에 목을 노렸다.
억지로 경로가 변한 탓에 힘은 떨어지지만, 충분히 위협적인 공격이었다.

그럼에도 카심은 가볍게 피해 살며시 뒤로 물러섰고 한순간에 앞으로 대쉬 하며 창을 찔렀다.

챙!

스페르 길드 마스터는 빠른 속도로 들어오는 창을 다급히 쳐올렸다.
그 순간 느꼈다.
역시 속도는 빠르지만, 공격의 무게가 너무도 가볍다는 것을.

카캉! 채채챙!

수차례 이어지는 공방전이 이어지면서 스페르 길드 마스터는 몸을 회전하며 검을 내려쳤다.
그 공격을 카심은 옆으로 틀어 피했고 그 자세에서 곧바로 그의 가슴을 어깨로 가격해 거리를 벌리며 창을 찔러 넣었다.

그런데 그 순간 스페르 길드 마스터는 히죽 웃었다.
역시 어린놈이 제법 이긴 하나 경험이 부족했다.

살을 주고 뼈를 취한다.

자신이 빠르다는 생각을 하며 기고만장하고 있는 놈의 공격을 맞아주고 자신은 목을 베어버릴 생각으로 창이 오고 있음에도 검을 내려쳤다.
어차피 놈의 공격 따위 위험한 부위가 아니면 아주 가볍게 박히는 것 정도일 것이다.
무엇보다 입고 있는 갑옷은 아티팩트로 방어력도 단단했다.

푹!

왼쪽 어깨에 관통하는 통증에 조금 놀라긴 했지만, 그는 고통 속에서 웃었다.

“죽어라!”

후웅!

“!?”

절대 피할  없는 상황과 거리였다.
갑자기 놈이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놀란 그는 고개를 돌렸을 때 오른쪽에 있음을 알고 바로 뒤로 물러섰다.

“칫.”

거기다 왼쪽 어깨를 보니 갑옷의  사이를 정확히 비집고 들어온 것을 보며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이런 변수는 당연히 존재했다.
분명히 상대보다 강하다 하더라도 엄청난 능력치 차이가 아닌 이상 피부는 뚫렸고 저런 운에 상대적으로 약한 유저가 이기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다시 시작된 둘의 공방전이 빠르게 이어졌고 스페르 길드 마스터는 의도적으로 왼쪽 어깨를 움찔거렸다.
공격을 성공시켰으니 자신이 유리하다고 느끼고 있는 놈을 더욱 방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파앗!

 번의 공격이 이어지고 세 번째 공격하려는 순간  움찔했다.
그리고 카심은 순간적으로 뒤쪽으로 빠지려다가 앞쪽으로 무게 중심을 바꾸었다.

그 순간 또 다시 스페르 길드 마스터는 웃었다.
이번에도 그의 오른손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고 놈은 자신 쪽으로 파고들었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이번에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

놈은 깨닫고 뒤로 빼도 늦고 그렇다고 공격해도 자신의 칼은 목을 베어버릴 것이다.

푹!

후웅!

“어, 어?”

이번엔 왼쪽 허벅지에 공격을 당했고 또 다시 공격이 닿지 않았다.
스페르 길드 마스터는 당황한 얼굴로 왼쪽에 있는 카심을 보았다.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한다.”
“...”
“좋은 작전이지.
상처 입은 쪽에 신경을 주고 공격하게 유도한 다음 공격한다.
역시나 훌륭하다.
경험은 물론 그것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용기와 센스가 필요하다.
폼으로 마스터 자리에 있는  아니군.”

이어진 소리에 스페르 길드 마스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모든  알고 있었다.
운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걸 알면서도 오히려 역으로 이용했다.
눈앞에 있는 놈은 정말로 어린 유저가 맞나?

그러고 보면 그 타이밍에서 도대체 어떻게 피했던 걸까?
답은 하나다.

여유롭기 때문에.

생각이 거기까지 닿는 순간 어느새 눈앞에 보이는 상대의 모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그의 입이 열렸다.

“무섭나?”

아까와 똑같은 말.
하지만 스페르 길드 마스터는 이번엔 부정하지 못한 채 눈이 맹렬하게 흔들렸다.

“귀, 귀신.”

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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