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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화 〉6. 예상치 못한 변수(5) (31/119)



〈 31화 〉6. 예상치 못한 변수(5)
치명적인 데미지까지는 아니었지만 상상하지도 못한 수준의 힘이었다.

“크윽!”

통증에도 참으며 뒤쪽으로 주먹을 휘둘렀고 로드리게스는 붉은 기류가 흘러 나오는 방패로 공격을 막았다.

콰앙!

“커헉!”

대충 휘두른 공격인데도 느껴지는 파워는 충격적이었다.
만약 자신의 능력치가 아니었다면 겨우 저런 공격에도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괴물...”

두려움이 엄습했다.
절대 이길 수 있을 거 같지가 않았다.
하지만 카심은 저 괴물과 엄청난 속도로 공격을 주고받는 것을 보며 이빨을 깨물었다.

“흐아아!!”

기합을 내지르며 다시 온 힘을 다해 달려들었고 셋은 뒤엉켰다.

콰악! 콰직! 슈아악! 슈슉! 콰아앙!

겨우 셋이서 쉴 새 없이 울려 퍼지게 만드는 다양한 소리는 얼마나 전투가 치열한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심지어 겨우 1분도 지나지 않은 상태였다.

“헙!”

그때 로드리게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주먹을 보고는 피할  없음을 알고 다급하게방패를 들어 올리며 본능적으로 웅크렸다.

그러나순식간에 창이 파고 들어와 그의 주먹을 가격하며 궤도를살며시 바꾸었다.

타악!

“!?”

놀라우리만치 세밀한 공격에 검은 로브는 놀라긴 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너무 깊게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았다.

검은 로브의 붉은 안광이 번쩍이더니 반박자 더 빠르게 움직이며 순식간에 카심이 입고 있는가슴 부분 갑옷을 잡았다.
비록 좋지 않은갑옷이라곤 하지만 얼마나 손아귀 힘이 강한지 강철이 일그러졌다.

“이젠 피하지 못할...!!”

그런데 그는 한순간에 시야가 변한 것에 화들짝 놀랐다.
카심이 자신의 팔을 이용해 그대로 안으로 파고들어 엎어치기 해버린 것이다.

쿵!

육중한 육체가 바닥에 박히는 순간 큰 소리가 울렸다.
그때 로드리게스가 누운 검을 박기 위해 뛰어올랐지만 검은 로브는 옆으로 몸을 굴러공격을 피했다.

“... 격투 기술도 할 줄 알다니.”

잠시 서로 거리가 벌려지면서 자연스레 대치 상태로 이어졌다.
검은 로브는 놀란 얼굴로 카심을 바라보다 갑자기 로브를 벗어 던졌다.
이윽고 드러난 그의 모습은 검은 레더 아머를 입고 있었고 갈색 머리와 붉은 눈과 함께 얼굴이 드러났다.
강인해 보이는 얼굴과 몸은 오랜 수련을 통해 만들어졌음을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해 보였다.

“그대는 전사다.
이제부터 전사로써 예를 다하마.”

그의 양손에서 붉은빛이 터져 나오더니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내뿜었다.
카심은 그것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로드리게스! 피해!”

퍼엉!

곧바로 뒤로  카심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로드리게스는 바닥을 굴렀다.

“괘, 괜찮아! 헉, 헉.”

다행히 튼튼한 로드리게스는 아슬아슬하게 비켜 맞아서  상처는 입지 않았다.

“그런데 도대체 뭐야!
분명히 떨어져 있었잖아!”
“특화 레벨 7.”
“헉! 7이라고!?”

특화 레벨이 7이 되는 순간 새로운 이능이 생긴다.
검은 로브의 이능은 원거리 공격.
접근하면 자신의 격투술로 날아오고 거리가 떨어지면 원거리로 공격한다.

이상적인 격투가였다.

“그래도 원거리 공격의 경우엔 파워가 떨어진다.”
“확실히 가까이서 맞았을 때보다 훨씬 맞을 만했어.”
“그래도 조심해야 한다.”
“근데 도대체 어떻게 공격해야 하는 거야!”
“이능 발현은 많은 체력을 소모하니까 쉽게 사용하지 못할 거다.”

카심은   앞으로 걸어갔다.

“지금부터너는 최대한 치고 빠지는 방식으로 움직여라.”

그리고는 특화를 터뜨리며 달려들었다.

파바밧!

달려가자 상대 역시 빠르게 달려들며 이능을 이용해 원거리에서부터 공격을 시도했다.
카심은 달려가면서 날아오는 붉은 빛을 피하며 접근하자마자 창을 내질렀고  역시 주먹을 내뻗었다.

카앙!!

다시 이어지는 공방전은 아까보다 더욱 거칠었다.
로드리게스는  높아져 버린 수준에 우물쭈물했지만, 집중하며 상황을 계속해서 파악하려 했다.

그러한 과정만으로도 지금 로드리게스에게는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었다.

핏!

검은 로브의 얼굴에 피가 살며시 튀었다.

피핏!

이어지는 창은 또 한 번 어깨와 목을 스쳐 지나가면서 피가 튀었다.

“흥!”

그러나 검은 로브 사내는 신경도 쓰지 않고 더욱 파고들어 주먹을 내질렀다.

콰직!

그의 주먹에 맞은 나무가 그대로 쓰러졌고 이어진 공격은 담벼락을 파괴했다.

콰앙! 쾅!!

카심은 담벼락을 밟고 뛰어오르며 뒤쪽으로 스텝을 밟으며 아슬아슬하게 주먹을 피해내다가 눈을 번쩍이더니 몸을 비틀며 창을 찔렀다.

퍼억!

가슴에 적중했지만 단단한 레더 아머조차 뚫지 못했다.
검은 로브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창을 맞은 상태로 전진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퍼엉!

공중에서 터지는 그의 주먹은 공기가 터지는 효과가 울려 퍼졌다.

“...”

카심은 뒤쪽으로 피하면서 창을 땅에 박으며 몸을 띄워 가슴을 찼다.
검은 로브의 몸이 멈칫 하는 순간 갑자기 창을 그대로 놓고 깊게 파고 들었는데 그 방향이 완전히 아래였다.
카심은 한쪽 다리를 양손으로 휘감으며 그를 넘어뜨렸다.

“헛!”

검은 로브는 갑자기 몸이 휘청거리자 당황했다.
그리고 그 순간느껴지는 발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더욱 당황했다.

“크흑!”

설마 창을 버리고 이렇게 접근전으로 올 것이라는 예상치 못한 행동과 이 세계에서는 생소한 관절기에 그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그리고 마침 로드리게스가 달려들어 검으로 내려찍었다.

쿠웅!

“크으...”

다급히 몸을 돌려 팔을 들어 막기는 했지만 제법 피해는 있었다.

“크아아아!”

그는 괴성을 내지르며 로드리게스를 향해 이능을 발현해 밀어내고는 다리를 붙잡고 있는 카심에게도 쏘았다.

“...”

카심 역시 어쩔 수 없이 바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후우. 대단하군.”

몸을 일으킨 그는 천천히 창을 잡는 카심을 보며 진심으로 감탄했다.
움직임이너무나 변화무쌍했다.

“허나! 겨우 스피드 강화로는 나를 이길 수 없다!”

외침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강한 기운은 여전히 강렬했다.
카심은 가볍게 창을 쥐며 숨을 내쉬었다.

“이게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겨우 이 정도 능력치로 저런 놈에게 나름대로 위협적인 공격을 가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원하는 건 이런 식의 움직임과 전투가 아니었다.

강하게 쥐었던 창을 힘을 조금 풀었고 전체적으로 몸에 들어간 근육을 이완시켰다.
자연스레 몸에 힘이 빠지며 자세가 바뀌었다.

“후읍!”

카심은 호흡을 한순간 참으며 앞으로 찔러 들어갔다.

압도적인 속도를 이용한 단순한 찌르기.

슈아악!

바람을 가르며 들어오는 찌르기는 단순한 공격의 형태였으나 위협적이었다.

카앙!

검은 로브 사내는 이번 공격은 살짝 흐릴 정도로 빨라서 거의 본능에 가까운 반응으로 막아내긴 했다.
그러나 본인도 모르게 미간에는 주름이 생긴 상태였다.

또 다시 오는 창을 반박자 빠르게 주먹을 휘둘러쳐서 막아내며 접근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런데 상대는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주먹을 향해 창을 찔렀다.

카앙! 촤아아악!

힘에 밀린 카심이 뒤쪽으로 쭈욱 미끄러졌다.
그 사이 로드리게스가 막아섰다.
카심은 손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어느새 창의 날이 상한 것을 보았다.

하지만 방금 공격이 지금까지 공격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떠올려야 했다.
팔머를 팰 때 느꼈던 그 감각.

카심은 다시 달려들었다.

그 사이 싸우고 있던 로드리게스는 엄청난 통증에 그만 방패를 놓쳤다.

“크악!”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능력치로도 도저히 버티기가 힘들었다.
자신보다 훨씬 능력치가 떨어지는 카심이 저 공격을 맞서는 데도 어떻게 저렇게 버티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눈앞으로 다가오는 주먹을 보며 절망에 빠지려는 순간 자신의 얼굴 옆으로 창이 튀어 나와 막았다.

캉!

두 쇠붙이가 부딪히면서 스파크가 튀어 올랐고 로드리게스는 다급히 뒤쪽으로 피했다.

다시 카심과 검은 로브가 뒤엉키며 치열한 공격을 주고받았다.

퍼퍼퍽!

카심의 창이 그의 어깨에 세 번 적중했지만 상한 날은 레더 아머를 겨우 뚫는 게 다였다.
그래서 검은 로브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이제는 주요 급소에 맞는 게 아닌 이상 그냥 밀고 들어왔다.

“안타깝군! 역시 스피드 강화로는 날 이길 수 없다!”

쿵! 콰직!

그의 공격이 주변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정도로 거칠게 이어지자 카심은 다시 뒤쪽으로 빠지며 공격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변변찮지 않았다.

“이 것도 아니다.”

밀리기 때문에 한 말이 아니다.
이것은 오로지 자신의 공격 방식 때문이었다.

보다 더 빨라야 했다.

슈악! 빠악!

창이 주먹을 타고 어깨를 가격했다.
내지르던 주먹은  공격으로 인해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카심은 그 상황에서 뒤로 빠지지 않고 더욱 빠르게 창을 찔렀다.

그렇게 두 번, 세 번이 진행되는 순간 카심의 눈동자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다른 의도는 필요 없었다.
오로지 빨라야 했다.
그렇다면 공격은 단순해야 했다.

그저 단순하게 그리고 빠르게.

 순간 카심의 눈동자가 번쩍이더니 마치 기어를 올린  속도가 빨라졌다.

퍼벅, 퍼버벅! 퍼버버버벅!!

점점 빨라지는 찌르기에 그는 화들짝 놀랐지만 소리쳤다.

“겨우 그런 단순한 공격으로! 나를 뚫을 수 없다!”

그는 기합과 함께 기운을 폭발시키며 이능을 발현하려 했다.

역동작인 걸려버린 카심은 이 상황이라면 상대에게 일격을 먹일  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손해였다.
자신은 저 공격을 맞으면 다음이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멈추고 싶지 않았다.
조금만 더 하면 무언가 보일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으아!”

그리고 때마침 달려든 로드리게스의 타이밍은 정말로 적절했다.
이능을 발현하려던 검은 로브 사내는 이제 로드리게스를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하는 수 없이 뒤로 물러섰다.

그때였다.

충분한 거리.
그리고 시간이 갖춰지는 순간 카심은 뭔가 깨달은  갑자기 자세가 바뀌더니 한순간 내뿜는 기세가 달라졌다.

오싹!

검은 로브는 처음으로 위험을 느꼈다.
로드리게스 역시 심상치 않은 느낌에 본능적으로 옆으로 몸을 날렸다.

카심과 검은 로브가 일정한 거리에 마주하고 있는 상황.

특화가 속도를 부여했다.
마력은 발에서부터 솟아 올라오더니 그 속도에 부스터를 달았다.
그리고 완벽한 육체는 거기에 힘을 담을 수 있는 근력을 제공했고 마력은 거기에 또한 힘을 더했다.

이윽고 창은 마치  줄기의 빛처럼 쏘아졌다.

파아앙!!!!

공기를 때리는 창의 소리는 심상치 않았다.

“!!”

검은 로브는 놀란 눈으로 다급히 팔을 들어 막았지만, 너무나 강한 일격에 손이 하늘 위로 솟구쳤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충격에 경악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분명히 스피드 강화였다.
그런데  파워는 뭐란 말인가?

거기다 끝이 아니었다.
카심은 또 다시 자세를 취했고 어느새 창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기합을 내질렀다.

“으아아아!!”

파아앙!! 콰아앙!!

두 개의 거대한 충격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고 두 사람의 몸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카, 카심!!”

뒤로 날아간 카심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큽! 푸확!”

속에서 올라오는 핏물을 내뱉었다.

설마 그 상황에서 공격할 줄은 몰랐다.
심지어 자신의 공격이 훨씬 빨랐음에도 그는 이를 악물고 공격을 시도했다.

한쪽 팔을 버리면서까지 말이다.

“허억, 허억.”

검은 로브 사내는 피를 뚝뚝 흘러내리는 반이 찢겨 나간 왼팔을 부여잡은 채 숨을 헐떡였다.
그러나 카심의 상태는 더 좋지 않았다.
마력으로 몸을 보호하지 않고 오로지 공격에만 한 나머지위력이 떨어지는 이능일지라도 아직 수치가 낮은 육체로 이 공격에는 버틸 수 없었다.

“크윽.”

그나마 완벽한 육체 덕분에  정도였다.

“내, 내가 마무리를!”
“로드리게스!”

로드리게스가 달려나가려하자 카심이 말렸다.
고개를 젓는 카심을 보며 로드리게스는 카심을 부축했다.
카심은 그를 바라보았다.

“이쯤하지.
너도 더 하면 위험할 텐데.
 친구도 생각보다 위험하다는 걸... 알았을 테고.
무엇보다 여기서 목숨을 거는 것보다 나에 대해서 알리는 게 낫지 않나?”

은근슬쩍 정보를 묻기 위함이었지만, 그는  부분에서는 답하지 않았지만 끄덕였다.

“... 그만하는 건 동의하지.”

그러다 검은 로브가 갑자기 물어왔다.

“네놈 이름은?”
“너희단체 이름을 말해준다면.”
“집요하군.
허나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카심은 그럼 자기도 말해줄 수 없다는  어깨를 으쓱였다.
잠시 마주치다가 그는 몸을 돌렸는데 갑자기 카심이붙잡았다.

“잠깐. 그럼  이름을 말해주면 가르쳐주지.”
“... 아쉽게도 지금은 그것도 말해줄  없다.
머지않아 다시 찾아갈 것이다.
전사인 그대와  겨루길 기대하지.
그때 내 이름을 알려주마.”
“기대하지.”

검은 로브는 처음으로 가볍게 미소를 짓고서는 다시 몸을 돌렸다.
빨리 돌아가 치료부터 해야 했다.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영영 왼팔을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저자는 위험했다.
어린 나이에 저 정도면 앞으로 정말로 무서울 정도로 강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 왼팔을 빨리 치료하지 못하면 처참하게 당할지도 모른다.
치료 후에 단련하고, 그리고 다시 붙어보고 싶었다.
모든 걸 떠나서 오랜만에 만난 전사와 순수하게 제대로 승부를 내보고 싶었다.
그것이 전사의 긍지였으니까.

다음에 만날 것을 기대하며 앞으로 걷기 위해 왼발을 올렸다.

그때였다.

앞으로 가기 위해 왼발을 올려 내딛으려는 그는 순간 갑자기 등에서 오싹함을 느꼈다.
땅을 딛기도 전에 천천히 몸을 돌렸을 때 어느새 눈앞으로는 창날이 있었다.

푸욱!

창은 그대로 눈알을 파고 들어가 박혔고 카심은 순식간에 창을 회전시키며 뽑았다.

촤악!

눈이 터지며 하얀 액체와 함께 피가 흩뿌렸다.
그는 한쪽 눈으로 도저히 믿을  없다는  카심을 바라보았다.

“그, 그대는 전사...”

하지만  말을잇지 못하고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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