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2화 〉7. 수리에바 왕국(1) (32/119)



〈 32화 〉7. 수리에바 왕국(1)

- 수리에바 왕국 -


“크윽!”

기습으로 죽이긴 했지만 그 덕분에 상처가 더욱 벌어졌다.
억지로 마력을 운용하면서 몸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덕분에 방심하도록 상황을 유도하고 최적의 타이밍을 노린 것이 잘 적중했다.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것을 로드리게스가 다급히 와서 부축했다.

“갑자기 뛰어나가서 깜짝 놀랐어. 그나저나... 이것도 진짜 유저의 세계지? 더럽고 치사해도.”
“실망이냐?”
“아니.”

어차피 정보를 얻을 수 없는 놈.

만약 정말로 역사를 알고 있는 것이고 단체라면 자신의 정보가 알려지게 된다.
개인이라도 죽이게 된다면 더 이상 후환은 사라지게 된다.

“크읍. 후우.
 그랬으면 언젠가 진짜로 위험해진다.
그런 위험성을 보내는 놈이 병신이지.”

비틀거리며 쓰러진 놈을 살폈다.

“뭐해?”
“이놈은 왕국 출신이, 아냐.
왕국 출신이 아닌데 이 정도의 강자는 드물지.”

전사라고 말하는 이들은 북쪽의 인물들이 자주 하는 말이었다.
그들도 왕국에서 생활하는 이들이라면 절대 전사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놀림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아니다.
왕국 출신이 아닌데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성하지 않은 몸으로 걸어가 시체를 살폈다.

“로드리게스.”
“어?”
“이거다 벗겨 봐.”
“... 이, 이걸?”
“다 아티팩트잖아.
이 아까운 걸 버리게?
너  많냐?
갚아야 할 것도 있지 않아?”

로드리게스는 갑자기 눈을 빛내며 벗겼다.
잠시 후, 나체가 된 시체를 보며 카심은 이리저리 살피다가 몸을 돌렸을 때 뭔가를 발견했다.
바로 왼쪽 날개뼈에 새겨진 문신이었다.

“...”

8이 그려져 있었고  주위로 마름모가 감싸고 있는 문신이었다.
스스로 원해서 한 문신일 수도 있지만 어떠한 단체가 가지고 있는 것일 수 있었다.

정말로 역사를 알고 그것을 개입하려는 단체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과 같은 회귀자?
그것도 아니면 그저 개인적인 이유일까.

“변수라...”

천천히 몸을 일으킨 카심은 다시 그 문신을 보았다.

“재밌겠네.”

이제부터는 사소한 복수가 아니다.

***

사람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

그런데 시야가 이상했다.
그들의 다리가 보였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얼굴이 보였다.
다만 흐릿해 그들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자신은 누워있었다.

흐릿함 속으로 들어오는 것은 트럭이었다.

“... 지구?”

자신이 이세계로 들어오게 된 이유였다.
그런데 저 멀리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트럭 주인인가 싶었는데 트럭 주인은 멍한 얼굴로 트럭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그런데  사람은 어째서 저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일까?
거기다 왜 저 사람만 자세히 보이는 것일까?

여성이었다.
거리가 있어서 얼굴은  수 없었는데 그녀는 고개를 숙이더니 갑자기 발부터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 스스로의 변화에 조금 당황한 듯하지만 이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내 그녀의 몸이 번쩍이더니 사방으로 빛이 번지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잠시 후, 눈을 떴을 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에 눈이 부셔 손으로 가렸다.

“빛으로 눈을 때려서 미안하다는 건가.”

몸을 일으키려는데 평소와 달리 조금 무거운 느낌이었다.
어제 있었던 격렬한 움직임의 피해가 아직 회복이 다 된  아니었다.
[미지의 힘]으로 인해 생긴 마력은 신체를 보다 더 빨리 회복시켜 주었고 [완벽한 육체] 또한 일반적인 이들보다 더 자연 회복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 정도 데미지가 남아있다는 것은 그만큼 위험한 전투였음을 말해주었다.

애당초 특화 레벨 7을 상대로 이겼다는  자신도 조금은 믿겨 지지가 않았다.

“후우.”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니 여관 뒤쪽 뜰에서 로드리게스가 열심히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이번 전투와 일로 인해서 생각해야 할 게 많아졌을 것이다.
만약 저렇게 하고 있지 않았다면 그때는 조금 실망할 뻔했는데 좋은 결과였다.

카심은 곧바로 영지 내 도서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작은 영지라 크기가 작았다.

“어서오세요.”
“역사서를 보고 싶습니다.”
“예! 역사 관련된 거라면...”

사서가 보여준 책들은 전부 아벨리우스 세계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아벨리우스에서 나온  말고는 없나요?”
“음. 글쎄요. 요즘은 아벨리우스 세계에서 나온  아니면 찾는 사람이 없다 보니...”
“그럼 기존 역사책은 없나보군요.”
“기존 역사책? 이쪽 대륙 역사책을 말하는 건가요?”

당연한 반응이었다
아벨리우스 세계는 다른 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기본이었다.
자신 역시 그러했었고.

카심은 잠시 고민하다가 눈을 번쩍였다.

“그럼 역사에 관련된 책을 전부 빌리겠습니다.”

10개 정도 되는 역사서는 모두 아벨리우스 세계에서 나온 책이었다.
그리고 세 개의 언어는 모두 달랐다.
당연히 이곳에서는 읽을 수 없지만 아벨리우스 세계로 가면 읽을 수 있었다.

10개의 역사서를 읽는데 하루를 꼬박 사용했다.

“...”

세 개의 다른 언어.

각기 다른 대륙의 언어로 알려져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빈틈이 있었다.
 개의 역사서가 비슷한 역사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다른 대륙이라면 그 문화가 달라야 하고 확실한 차이가 존재한다.

물론 이 3개의 역사서도 차이가 존재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비슷했다.

같은 행보를 가진 영웅.
비슷한 시기.
그런데 서로 만나는 접점도 없고 비슷한 역사관이면서 또 달랐다.

“...”

아벨리우스 세계에서 나오는 어떠한 것이든 오래된 역사 혹은 다른 대륙의 역사라고 알려져 있었다.
애초에 아벨리우스 세계에서 얻을  있는 아티팩트는 물론 특화나 특성 모두 돌아오면 적용이 되기 때문에 위화감이 없는 건 사실이다.
자신부터도 그러했고 의심 같은 것을 할 이유도 없었다.

잠시 고민에 빠져 있다가 천천히 눈을 뜨더니 조용히 말했다.

“진짜 다른... 세계인가?”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은 다른 세계에서 온 카심만이 추론할  있었다.

분명히 아벨리우스 수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지금에 이르러서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 세계의 한 일부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고 이곳에서 나오는 각종 책으로 인해 더 이상 책을 집필하는 이들은 사라지고 오로지 유저 활동만 일삼으면서  누구도 집필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집필하더라도 아벨리우스 세계에 관한 이야기지 다른 관심은 없었다.
애당초 그쪽에서 나오는 역사서가 훨씬 재밌고 스펙타클하다보니 자연스레 사장되기 마련이다.

“이제는 사라진 마법사가 아니라 원래 마법사란 존재는 없었다.”

 아벨리우스 세계는 또 다른 어딘가의 세계일 가능성이 높았다.
어떠한 이유로 이 아벨리우스 수정을 통해 넘나들 수 있게 되는 것이고.

물론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당장은  수 없어.
우선은 인지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쩌면... 내가 이 세계에 오게 된 이유가 단순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심지어 두 번이나.”

원래라면 하지 않았을 생각이다.
하지만 최근에 만났던 역사를 아는 집단과 이름이 바뀐 이전 동료인 레온.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인해 왠지 이유가 있을 것만 같았다.

“또 역사에 대해서 알고 있는 놈이나 혹은 예상치 못한 어느 집단과 만나거나, 레온 아니, 프레드릭을 만나면 알게 될지도 모르지.”

책을 덮자 탁! 소리가 울렸다.

“확실히 준비를 해야겠군.”

다시 리톰 영지로 돌아가 여관으로 갔는데 마리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아직 몸도 성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갔다가  거야?”
“알아볼게 있어서.
그나저나 뮬과는 이야기 나눴고?”
“안 그래도 오빠 봐야겠다고 해.
불렀으니까 곧 올 거야.”
“그래.”

잠시 후, 뮬이 다가와 인사를 했고 로드리게스도 같이 앉았다.

“오랜만이네요.”
“예. 바로 본론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카심은 자리에 앉자마자 이야기를 꺼냈다.

“두 사람은 다시 칼라리스 길드를 일으킬 생각이 있습니까?”

뮬과 마리엘은 서로 바라보다가 뮬이 물어왔다.

“스페르 길드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혹시...”
“제가 없앴습니다.”

뮬과 마리엘은 입을 벌리며 놀라워하면서도 신뢰했다.
그가 예전에 보여줬던 능력을 생각하면 지금은 어느정도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그렇다면 카심씨가 저희 길드 마스터로 하시는 건가요?”
“아니요. 길드 마스터는 마리엘이 있잖습니까.”
“그럼 오빠도 같이 오는 거지?”
“아니.”

단호한 대답.
두 사람은 카심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에 붙잡을 생각조차, 못했다.
그래서 마리엘은 실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카심씨도 아시겠지만, 저희 둘이서 당장 길드를 운영할 수가 없어요.”

사실 칼라리스 길드가 다시 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이미 스페르 길드가 망한 이상 역사는 분명하게 바뀐 것이다.
그저 이것은 자신이 직접 영향을 끼치고 싶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카심은 로드리게스를 보았다.

“지금?”
“어.”

로드리게스는 손바닥만한 작은 주머니 하나를 꺼냈다.

“이건... 무한의 가방?”

뮬은 조심스레 받아서 안을 열어 손을 넣고 꺼내려는데 묵직함에 깜짝 놀랐다.
이윽고 튀어나온 것은 제법 돈 주머니였는데 그것을 열자 금화로 가득 차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200골드는 되었다.

“이 많은 돈을...”
“훔친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200골드 정도면 길드 재건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둘은 희망을 가졌다.
그렇지 않아도 워낙 마웬이 잘 이끌어왔던 탓에 해체한 뒤에도 꾸준히 길드원들과 연락을 주고 지냈고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해보겠습니다.”
“뮬 언니랑  해볼게!”
“어차피 잠시 나도 머물 예정이다.
혹시나 건드는  있으면 말해.”

혼자서 스페르 길드를 무너뜨린 인물.
그런 인물이 잠시라도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힘이 될 것이다.

뮬이 워낙 똑똑해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다시 칼라리스 길드를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특히 스페르 길드 때문에 저당 잡혀 있던 저택도 찾았고 영주 측에서도 칼라리스 길드가 움직이자 발 벗고 나서서 도움을 주기 시작하자 불과 한 달이 걸리지도 않고 틀을 잡을  있었다.

‘칼라리스 길드를 건드리면 수호자가 나타나 복수한다’

스페르 길드의 악행 덕분인지 소문도 돌기 시작하면서 칼라리스 길드가 마치 정의의 수호자인  같은 이미지가 생겨  빠른 속도로 기틀이 잡혔다.

이곳에 잠시 머무는 사이에 카심은 로드리게스와 함께 아벨리우스 세계로 넘어왔다.

“아니 우리 옷 꼬라지가 이런데 그래도 조금은 나뒀어야 할 거 아냐?”
“... 미, 미안 난 급하게 준비해오라길래 뒷거래로 빨리 거래하고 그냥 싹 다 때려 박아두었지.”
“쯧, 그래 잘했다. 어차피 왕국에 가기 전에 준비도 좀 해야 하고.”

돈을 마련할 겸, 그리고 이번 전투로 인한 경험을 확실하게 체화하기 위해 로드리게스를 이끌고 아벨리우스 세계를 누비며 눈에 보이는 모든 몬스터를 때려잡기 시작했다.
지금  상태로 왕국에 가면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목이 잘려 거리에 던져질  있었기에 준비를 해야 했다.

약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두 사람은 다시 리톰 영지에 돌아왔다.
두 사람의 꼴은 그야말로 거지나 다름이 없어서 지나가는 이들도 놀랄 정도로 바라보았다.

전리품으로 나온 돈만 무려 5골드.
 외,  좋게 얻은 생활용 아티팩트로간신히 텔레포트 비용은 마련했고 겨우겨우 기본 장비 수준 정도만 맞출 수 있는 돈이 나왔다.

그런데 때마침 만난 마리엘에 의해 끌려다니며 이것저것 장비를 입어야만 했다.

“...”
“짠! 어때?”
“오! 멋있어. 카심!”

무릎까지 내려오는 가죽에 안으로는 레더 아머 안으로 철판을 끼워 만든 브리간딘이었다.
검은색과 어두운톤의 레드를 이용한 장비는 겉으로 보면 굉장히 멋은 있었다.
사실 최근에 유행하는 패션이기도 했다.
물론 실용성은 최악이었다.

“후후후.”

마리엘은 흡족스러운얼굴로 바라보았다.

“이제야 좀 사람 같다! 그전에도 멋있었지만.”
“그래. 마지막 부탁이니 들어주기는 하마.”
“훗.”

만족스러워하는 마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가볍게 웃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평화로움이 느껴진 것이다.

그리고 조금 더 머물면서 칼라리스 길드의 상태를 살폈는데 워낙 깔끔하게 처리하는 뮬 때문에 이제는 가도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이제 슬슬 준비해야겠네.”
“드디어 가는 거야? 긴장된다.”
“거기는 여기보다 더 험난할 거다.”
“나도 알아.”
“지금 너 정도면 좋은 길드에 들어갈 수 있다.”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카심을 보며 로드리게스 역시 진지하게 고개를 저었다.
의지는확고해 보였다.
사실 카심으로써도 로드리게스가 함께 해주면 든든했다.

“그런데 언제  거야?”
“내일.”
“뭐!? 진짜?”
“왜?”
“그게... 사실 안나씨랑 크흠.
잠자리까지 가져버려서... 조금 시간이...”

꽤 이야기를 많이 주고받더니 결국 일을 저지른 모양이다.
로드리게스 정도면 순하게 생긴 얼굴에 어리고 몸도 좋고 능력까지 있으니 안나에게 있어서 좋은 먹잇감이긴 했다.

“... 내일 출발한다.
알아서 해결해.
아니면 눌러살던가.
지금 너라면 여기서 사냥만 해도 남들 못 버는 돈도  수 있을 거다.
안나면 평생 데리고 살만하지.”
“아니야. 말할게. 하아.”

카심은 고개를 저으며 여관으로 들어갔다.
다음 날.

마리엘과 뮬은 카심과 로드리게스를 배웅하고 있었다.

“오빠. 또 올 거지?”
“아마...”

아마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눈을 글썽거리는 것을 보며 한숨을 내쉬며 끄덕였다.

“그래.”

웃으며 안기는 마리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다시 얼굴이 좋아져 있었다.

“고맙습니다.”

뮬은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했고 카심은 가볍게 끄덕이며 마차에 올라탔다.
로드리게스도 뒤따라 올라탔을 때 저 멀리 보이는 안나를 보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카심은 마차를 출발시키면서 물었다.

“잘 말했고?”
“어. 후우. 영웅의 길엔 원래 이런 시련도 있는 법이지.”
“그래.”

카심이 인정해주니 로드리게스는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려던 찰나 뒷말이 이어 나왔다.

“쓰레기 새끼.”
“... 어, 어?”

당황하는 로드리게스를 보며 카심은 피식 웃을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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