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5화 〉7. 수리에바 왕국(4)
로드리게스는 신나서 돌아다녔고 카심은 2층으로 향했다.
딱히 2층이라고 더 좋은 것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종류가 달랐다.
“...”
창 하나를 집었다.
단창으로 끝이 뾰족하고 마무리가 잘 되어있었다.
이전에 사용했던 것보다 확실히 짧았는데 조금 긴 게 확실히 속도에 있어서 다소 불편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확실히 단창은 파괴력이 줄어들어서 몬스터 사냥에 조금 불편했다.
“흐음.”
그래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베는 형태의 창.
일명 언월도.
잠깐 들어서 베어보니 그 묵직함이 정말 손에 착 감겼는데 이거면 몬스터를 일격에 베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찌르는 형태로 다시 보던 와중 단창으로 꽤 독특한 생김새였다.
완전히 찌르기에 특화했는지 창날이 나선형으로 되어있었다.
들어서 가볍게 앞으로 휘두르는데 나선형 때문인지 훨씬 바람 저항을 덜 받았다.
“5골드 정도면 임시로 쓸만하겠어.”
무기를 사고 갑옷을 구경하기 위해 이번엔 3층으로 향했다.
최근에 유행한 커스텀 때문인지 꽤 다양한 디자인이 많이 있었다.
몬스터 현상을 한 것부터 드래곤은 물론 각종 몬스터 st부터 해서 개인적인 디자인도 많았다.
클래식한 디자인도 그 나름의 멋이 있었다.
그래도 움직임에 조금 편해야 했기에 레더 아머쪽으로 눈을 돌려 쓸만해 보이는 것들을 선택해 그 위에 어깨와 가슴 부위에 낄 수 있는 별 개의 방어구도 샀다.
그렇게 쇼핑을 끝내고 착용을 한 이후에 내려왔을 때 로드리게스를 볼 수 있었다.
“...”
“어때? 멋있지?”
붉은색 드래곤 형상을 한 풀 플레이트 갑옷이었다.
방패는 검은색에 드래곤 무늬가 있었으며 무기도 손잡이 부분에 용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사람 있을 때는 조금 떨어져서 걸었으면 좋겠다.”
“부러워하기는!”
고개를 절레 저으며 움직이는 카심과 로드리게스 가게를 나왔다.
그런데 골목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눈이 조심스레 다시 골목으로 사라졌다.
***
왕국이라고 해서 모든 곳이 환상적이진 않았다.
오히려 빛이 클수록 어둠도 깊고 그 속은 썩었다.
첨벙. 첨벙.
더러운 구정물이 튀기는 거리.
왕국의 구석진 곳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더러웠고 냄새도 최악이었다.
그러나 그곳에도 사람은 살고 있었는데 다만, 앉아 있는 이들의 눈에는 삶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병신들.”
그는 그런 그들을 보며 욕을 내뱉으며 무너진 건물 사이를 지나가 주변을 돌아보더니 허름한 집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가 먼지가 쌓인 허름한 카페트를 갑자기 옆으로 옮겼는데 그 아래로 문 하나가 나왔다.
끼이익.
조심스레 문을 열고는 소리가 최대한 나지 않게 살짝 닫았다.
지하실에는 꽤나 깊은 계단이 있었다.
어두운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가기 시작하자 아래쪽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한참을 내려갈 정도로 계단은 깊었고 마침내 아래에 도착한 했을 때 앞으로 문이 있었다.
똑똑.
조심히 문을 두드렸고 잠시 후, 스르륵 소리와 함께 문의 위쪽에 있는 작은 창 하나가 열렸다.
“...”
“...”
잠시 서로 눈을 마주하더니 창이 다시 닫히고는 문이 열렸다.
문을 열리자 보인 곳은 놀랍게도 지하수로였다.
거대한 지하수로는 계단을 내려온 높이 만큼 높이만 해도 아득했다.
그는 문을 열어준 덩치 큰 사내와 함께 움직였고 잠시 후, 오른쪽으로 틀고 몇 번이나 길을 틀 정도로 미로처럼 꼬여있는 지하 수로를 움직였다.
한참을 걸었을 때 또 다른 문에 도착해 문을 두드렸다.
방금과 같이 문에 있는 작은 창이 열렸다가 서로 눈을 보고는 다시 닫히고 문이 열렸다.
“오~ 왔어~?”
문이 열리자마자 진한 알콜 냄새가 풍겼다.
안은 제법 큰 공간이었는데 쇼파에 누워있는 사람들이 술을 먹고 있었고 가운데는 여자를 낀 한사내가 술병을 들고 손을 흔들었다.
“찾았습니다.”
“그래? 어딨는데?”
“중심부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냥을 한 번 갔다 온 듯한데 이번에 장비를 사고 있었습니다.”
“벌써? 오, 진짜 난 놈들인가 본데? 어이 촐스. 너 진짜 잘못 건드렸네 푸하하.”
촐스라 불린 이는 손에 붕대를 감고 거칠게 술을 먹었다.
“씨발! 방심해서 그렇다고!”
“알았어 새끼야. 크크큭.
그러니까 도와준다고 했잖아.”
그는 들고 있던 술병을 입으로 들이부었다.
술이 줄줄 흘러도 개의치 않았다.
옆에 있던 여성들은 아깝다면서 그의 얼굴을 타고 가슴까지 흐르는 술을 핥았다.
“크아... 좋다.”
그는 자신의 몸을 핥는 여성들을 쓰다듬으며 씩 웃었다.
“우리 같은 부랑자들은 말이야 쪽이 팔리는 순간 그대로 끝이야.
그 상대가 누구라도 최소한 발가락이라도 물어뜯어서 복수 해야지.
갓난애 새끼든, 저기 잘나신 대형 길드든.”
웃고 있는 그의 이빨은 마치 야수의 것처럼 날카로웠다.
***
<상태>
근력: 39
체력: 42
마력: 35
특화: 스피드 강화 Lv 5
특성: [완벽한 육체] [미지의 힘]
최근 제대로 사냥을 하지 못해 성장이 더딘 상태였다.
그래서 카심과 로드리게스는 지금 던전에 들어 왔다.
[부패한 신전]
부패한 신전은 상당히 큰 던전 중 하나였다.
신전은 시작부터 모든 공간을 사냥하려면 족히 몇 달은 걸릴 정도로 무수히 많은 덕분에 겹치지 않아 인기가 있는 던전이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인간형 몬스터였다.
그래서 전리품이 아니라 놈들은 잡다 보면 던전 보스를 잡을 때처럼 아주 가끔 빛으로 변하면서 무언가를 떨어뜨린다.
아티팩트도 가끔 떨어뜨리기는 하지만 가장 자주 나오는 것이 붉은색 구슬이었다.
이것은 아티팩트를 복원하는 기능을 가진 일명 아티팩트 수리구였다.
그래서 이곳은 쓸데없이 작업팀을 데리고 올 필요가 없기에 또 인기가 있었다.
“와 사람 진짜 많아.”
“여기 워낙 넓어서 가다 보면 충분히 사냥할만한 곳이 나올 거다.”
왕국에 와서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하려고 하자 로드리게스는 조금 긴장했다.
“여기 몬스터 강해?”
“제법.”
카심이 제법이라고 하니 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끼리만 하다 보니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도움 꽤 될 거다.”
“그런데 여기저기 너무 많은데?”
“따라 와.”
거대한 신전의 입구는 기둥의 크기만 해도 거대한 나무 세 그루가 합친 것만큼 컸다.
그런 기둥이 다섯 개나 박혀 있었다.
부서진 기둥을 지나쳐 왼쪽으로 향하자 도착한 다음 구역 역시 축구 운동장 수준으로 넓은 공간이었다.
구석에는 부서진 식탁이나 작은 조각상이나 기도할 수 있는 공간 같은 다양한 게 보였다.
보통 대부분의 구역이 이런 형태였고 반 반 나누어 두 팀이 한 구역에서 사냥하는 게 보통이었다.
이곳에도 당연히 두 유저 팀이 자리를 잡고 사냥하고 있었다.
“오. 저게 몬스터구나.”
몬스터는 검은색 로브를 쓰고 있었는데 상당히 음침했다.
세 마리가 뭉쳐 다니고 있었는데 뒤에 한 마리가 괴상한 검은색 구체를쏘았다.
그것이 땅에 닿는 순간 부식되는 것을 보고 로드리게스는 화들짝 놀랐다.
“뭐여 저게.”
그때 옆에 있던 또 다른 놈도 손을 휘젓자 가장 앞쪽에 있던 유저의 몸에 흘러나오던 특화의 빛이 확 줄어들었다.
“저건 또 뭐야?”
“디버프. 말 그대로 특화의 효과를 낮추는 거다.”
“헐.”
지금까지 잡았던 몬스터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였다.
“지, 진짜 잡을 수 있는 거야?”
카심은 어깨를 으쓱였다.
“나야 뭐. 너는 네가 잘해야지.”
“너 잘났다.”
“알고 있으니까 따라와.”
그들 사이를 지나쳐가는 와중에도 로드리게스는 싸우는 것을 지켜보며 최대한 정보를 습득했다.
그렇게 한참을 이동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진짜 더럽게 넓은 곳이구나 여기.”
그렇게 1시간을 더 걸었을 때 도착하면서 로드리게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카심은 잠시 주변을 바라보았고 입구 쪽 벽을 갑자기 손으로 만지며 위아래 훑어보았다.
“뭐해?”
카심은 대답하지 않고 이번엔 반대로 가서 살폈다.
“아니다. 사냥하자. 슬슬 능력치도 올려야 하니.”
두 사람이 오른쪽으로 향하자 이미 왼쪽에서 사냥하고 있던 유저팀은 관심을 보였다.
“뭐야? 대단한 놈들인가?”
“그러게요. 그런데 젊은 거 같은데?”
“제 또래 같군요.”
그럴 것이 자신들은 5명이 같이 움직이고 있었는데 겨우 두 명이었으니 아무래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로드리게스도 그 시선을 느꼈는지 괜히 어색함을 느꼈다.
“저들이 보고 있으니까 괜히 신경 쓰인다.”
“앞으로 자주 받게 될 시선이다.”
“오... 그렇게 말하니까 또 느낌 다르다.”
“준비해.”
카심의 말에 로드리게스는 앞으로 걸어나가며 방패를 들었다.
“로드리게스. 이제부터 방패랑 검에 동시에 강화 거는 거 연습해.”
“그러면 체력 소모가 너무 큰데?”
“충분히 버틸 수 있잖아.
그리고 그렇게 해야 네 능력치도 빨리 오른다.”
“알겠어. 해볼게.”
무기와 방패에 동시에 하는 것은 단순히 체력만 요구되는 게 아니었다.
집중력이 필요했다.
심지어 전투 순간에도 그게 유지가 되기도 했고 순간적으로 풀고 다시 할 수 있을 만큼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다.
“그게 자연스럽게 되는 순간 넌 또 달라질 거다.”
“...”
로드리게스는 굳은 의지가 담긴 얼굴로 끄덕이고는 떨어져 있는 몬스터를 향해 다가갔다.
저 멀리 보이는 세 마리 인간형 몬스터.
자세히 보면 회색빛 피부에 눈은 오로지 붉어서 괴물 같은 몬스터보다 오히려 더 섬뜩한 느낌이었다.
“후우.”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눈을 부릅뜨고 달려들었다.
가장 먼저 앞에 있는 놈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워낙 높은 능력치 때문에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고 몬스터가 인식하는 순간 이미 로드리게스의 검이 움직였다.
“흐압!”
기합을 내지르며 있는 힘껏 내려쳤다.
팅!
그런데 몬스터에게 닿기도 전에 검이 멈췄다.
“뭐, 뭐야!”
“광신도 놈들은 실드라는 보호막을 지니고 있다.”
“미리 말해 줬어야지!”
“디버프 쓴다.뒤로 뛰어.”
로드리게스는 이미 익숙한지 카심의 말에 바로 반응하고 뒤로 뛰었다.
“아무 것도 없는데!?”
“넌 안 보일 거다.”
디버프.
원래는 시전자 외에 보이지 않는 기술이었다.
그러나 [미지의 힘]이 있는 카심의 눈에는 그 디버프의 움직임이 모두 보였다.
그럴 것이 디버프는 마력의 기반이었기때문이다.
“검은 구체는 특화로 막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방패가 부식할 거다.
절대 몸에 닿지 마라.”
이어지는 카심의 말과 함께 로드리게스는 날아오는 세 개의 검은 구체를 보며 다급히 방패를 들었다.
타타탕!!
제법 강한 충격이 방패를 통해 전해졌지만 강력한 육체는 미동도 없었다.
“으아아!”
다시 괴성을 내지르며 실드를 향해 검을 내려쳤다.
티잉!
그 강한 힘에 의해 제법 강한 충격파가 전해지면서 실드에 살짝 금이 갔다.
“깰 수 있겠어!”
그러더니 한 번 더 공격해 결국 한 마리의 실드를 깨부수고는 그대로 목을 베었다.
“잡았다! 생각보다 쉬운데!?”
“저쪽 표정을 봐라.”
로드리게스는 고개를 돌렸는데 자신을 보며 입을 벌리고 있는 다른 유저팀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카심이 말했다.
“넌 지금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
로드리게스는 가슴에 차오르는 뿌듯함에 히죽 웃으려는 그때날아온 검은 구체에 다급히 방패를 들어야 했다.
“으헉!”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탓에 결국 방패의 끝부분이 부식되어 떨어졌다.
“안 돼! 내 드래곤 실드!!”
“...”
그로부터 한 달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