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9화 〉8. 아타락시아 사건(3) (39/119)



〈 39화 〉8. 아타락시아 사건(3)

칸은 입구를 박차고 걸어나갔다.

***

아레스 길드 저택의 회의실.
회의실에는 다섯 명이 앉아 있었는데 한 명 한 명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상석에 앉아 있는 은색의 긴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의 미성이 흘러나왔다.

“재미있는 소문이 돌고 있더군요.
모두 들었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예.  길드 마스터.”

대답한 이는 갈색 머리를 가진 노인이었는데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그 눈빛이 너무도 강인했다.

“이, 리게릭은 최근  소문을 접하고 빠르게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정확하지는 않지만... 드래고니안 아니면 영웅 길드 쪽에서 뿌렸다고 생각이 됩니다.”

리게릭의 말에 회의실에 있는 이들 모두가 관심을 보였다.

“계속 말해 보세요.”
“최근 유지되고 있는 세 길드의 팽팽한 힘을 깨기 위해서는 구실이 필요할 겁니다.
그 구실을 이용해 한 길드에 몰아 두 길드가 협력을 할 생각일 겁니다.”
“에이~ 영감. 그건 너무 나가는 생각 아냐?
그냥 어떤 새끼가 쓰레기 같은  쓰다가 걸리니까 나불거렸을 수 있잖아.”

거친 말이었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은 여성이었다.
금발 머리를 하고 풍만한 가슴이 드러난 도복을 입고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리게릭.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번엔 리게릭 옆에 앉은 남성이었다.
굉장히 차가운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다는 것일세.
특히 최근 드래고니안과 영웅 길드 쪽에서 거짓말처럼 동시에 확장을 시작하고 있지.”
“뭐야. 씨불! 그러면  두 새끼가 우리를 엿맥이려고 지금 개수작 부리는 거야?”

이번에도 그녀는 거친 언행으로 소리쳤다.

“안젤! 소리를 낮추게. 여긴 회의장이야.”
“흥 영감탱이  먹어.”

그러거나 말거나 안젤은 가운데 손가락을 들었고 리게릭은 워낙 익숙한지 딱히 화내지 않고 혀만 찰 뿐이었다.

“재미있네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어요.
사실은 저도 조사를 했는데... 부랑자쪽에서 그 소문이 흘러나오더군요.”
“허! 그렇다면 그 부랑자 놈들이?”
“글쎄요. 칸  친구는 아타락시아를 극도로 싫어하는데... 과연 그럴까요?”
“원래 자기 혼자 깨끗한 척하던 새끼였잖아요~ 그런 새끼들이 은근히 뒤가 구려.”
“어쩌면 리게릭 말대로 다른 대형 길드와 손을 잡고 일부러 흘리는 것일지도 모르지요.
우리에 대한 원한이 있을 테니.”

잠시 조용해지자 그는 리게릭을 보며 말했다.

“리게릭이 나서서  번 조사해줘야겠어요.
인원을 끌고 가서 우리는 명백히 아니고 철저히 조사 중이다는 모습도 보여주는 게 좋겠군요.”
“알겠습니다.”

그것을 끝으로 회의가 끝나고  길드 마스터는 잠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우리를 노린다라...”

잠시 고민하던 그의 입가에 조금씩 미소가 자리 잡혔다.

***

카심은 들고 있던 아티팩트 수신구가 반짝거리는 것을 보고 톡톡 쳤다.
그러자 음성이 들려왔다.

-카심.
네가 말한 아레스 길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어.
인원이 많아.
“알겠다.”

그 말을 끝으로 수정구를 미련 없이 버렸고 땅에 닿자마자 파스스 부서졌다.
일회용인데 무려 1골드나 되는 비싼 놈이었다.

골목에 있던 카심은 그곳을 빠져나와 사람들 사이에서 걸었다.
그 순간 느껴지는 시선에 신경쓰지 않고 걸었다.
시선이 사라지는 것을 느끼자마자 카심은 걸음 속도를 올려 2시간 정도 걸었을 때 인적이 드문 길가에서 멈춰섰다.

살며시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약 40명 정도 되는 인원이 다가오고 있었다.
왼쪽으로 바라보니 역시나 골목 사이로 다른 무리가 몰려오고 있었다.

 무리는 달랐다.

오른쪽에서 골목에서 이죽이죽 웃으며 다가오는 무리를 보았다.

칸.

부랑자 길드 마스터로 상처가 가득한 상체가 훤하게 드러나는 가죽 조끼 하나를 입고 있는 사내였다.
심지어 바지 역시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는데 그럼에도 그는 마치 강철처럼 단단해 보이는 느낌을 내뿜었다.

그의 뒤로는 20명에 가까운 인원이 있었다.
그는 카심을 보자마자 손을 가볍게 펼쳤다.

“이야~ 인재는 인재인가보네.
대형 길드 쪽에서 그리 급해서 이렇게 스카웃하려고 오다니 말이야.”

반대편에서 오고 있던 이들.
제복 같은 디자인의 붉은 가죽 자켓을 입은 리게릭이었다.

카심은 지금 그 가운데 서 있었다.

리게릭은 카심을 보며 의아해하다가 이내 칸을 보고는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찾아가려 했다. 네놈들 짓이더냐?”
“뭐야 무슨 소리야? 푸핫. 설마...”

칸은 이를 갈면서 웃었다.

“아타락시아 말이냐?”
“역시! 알고 있었구나! 이놈!”

리게릭은 무기를 꺼내며 무시무시한 기세를 내뿜었다.

“크크크. 이럴 줄 알았다니까.
3대 길드란 새끼들은 하나 같이 지들이 정의로운 척하면서 더러운 짓을 저렇게 당당하게 한단 말이지.
마치 아닌 척.
더러운 새끼들. 카악 퉤!
어이 영감.”

칸에게서도 거센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두 기세는 서로 부딪쳤는데 기세만으로도 주변으로 충격파가 전해질 정도로 엄청났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결국엔 우리가 했다고 생각할 거잖아.  그래?”
“흥. 네놈이 아레스 길드를 증오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누구냐.
누구와 손을 잡았느냐!”
“씨발 내가 너희 같은 새끼들이랑 손을 잡을 거 같아?
너희나 드래고니안이나 영웅이나 다를  없을 거 같냐고.
그런 새끼들이랑 손을  잡아 씨발!
좆같은 변명거리 처 만들지 말고 우리 치울 명분을 세웠으면 씨발 당장 덤벼!”

칸의 기세가 더 맹렬하게 내뿜어져 나오자 리게릭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 역시  강한 기세를 내뿜으며 동시에 검에서 붉은빛이 터져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네놈들의더러운 만행이 마음에 들지 않던 차였다.
이참에 확실하게 정리해야겠지.”
“지랄. 좆같은 명분을 만들고 이 지랄하는 너희가  더럽지.”

칸의 몸에서도 붉은빛이 터져 나오더니 몸 주위로 빛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특화 레벨 7의이능.
신체 강화가 가지는 이능 중 하나인 실드 형태였다.

리게릭 역시 그의 검이 손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잠깐.”

 순간 칸과 리게릭의 시선이  있는 카심에게 향했다.
자신들이 내뿜는 기세에도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서 있는 그를 보며 조금 놀라고 있었다.

“오, 진짜 난 놈인데? 이야 너 마음에 든다.
우리 길드 올래?
3대 길드란 것들이 겉으로 보면 좋아 보여도 사실은 쓰레기들이거든.”
“... 말을 들어보니 부랑자 길드원은 아닌 거 같군.
이보게 젊은이 어찌해서 지금 거기에 있는 지 모르겠지만 물러서시게. 위험하니까.”

카심은 리게릭을 향해 시선을 먼저 돌렸다.

“만약 여기서 싸우게 된다면 아레스 길드는 함정에 빠질 겁니다.”
“...”

처음 보는 젊은이가 하는 말에 리게릭은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아레스 길드는 부랑자 길드를 공격해 소탕했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아타락시아를 사용했음을 은폐하기 위함이다.
그로 인해 우리 드래고니안과 영웅 길드는 힘을 합쳐 아레스 길드에게 죄를 묻는다.
딱 그림이 맞춰지지 않습니까?”
“... 네놈은 누구냐.”

카심의 말에 칸은 크게 웃었따.

“크하하하!! 이거 재미있는 소리를 하네. 어이 영감.
 새끼 하는 말이 맞다면 아레스 길드는 병신마냥 이용당한 거네.
하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우리를 지목하고공격 오는 꼬라지를 보면 그럴만하지.”
“허어. 그렇군. 네놈은 부랑자 길드원이구나.
그런 식으로 빠져나가려는 것이렸다?
제법 똑똑했지만 소용없다.”
“미친. 저것 봐라.
자신들은 맞아야 하고 절대 틀려선 안 되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이유를 붙이는 꼬라지.
진짜 토나오게 역겹다니까.
그리고 우리도 저 새끼를 노리고 온 거라고 앙?”
“겨우  젊은이를 노리고 40명이서 끌고왔다는 말을 내가 믿을  같은가!”
“흥. 우리도 네놈들이 올 것을 미리 대비한 거지. 하긴 무슨 말을 해도 지들 마음대로 생각할 건데 알아서 생각해.”

카심은 아직 리게릭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지막이 말했다.

“리오나.”
“이놈!!”

리게릭의 기세가 카심에게 향했다.
리오나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리게릭은 순식간간에 검을 날려 보냈다.
자신의 딸을 이용해 협박하려는 속셈이라 생각한 것이다.

“아카데미 친구입니다.”

슈아악!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던 검이 미간 앞에서 멈췄다.

“그 말을 어찌 믿...”
“카심. 제 이름이니 물어보면 알 겁니다.
거짓이라면응징하시면 되는 일.
어차피 아레스 길드 정도면 제가 어디에 숨든 찾을  있을 테니.”

자신의 검이 눈앞에 있음에도 전혀 겁에 질린 표정이 아니었다.
심지어 날리는 순간에도 그는  한번 깜빡거리지 않았다.
예사 놈이 아니었다.

“그거야 확인해 보면 알 수 있겠지.”
“그리고 지금 제가 하는 말이 부랑자 길드를 위함이라 느껴지십니까?
아니면 아레스 길드를 위함이라 느껴지십니까?”
“...”
“뭐야! 이 새끼 너도 결국 아레스 길드에게 잘 보이려는 거구나! 그런 놈을 살려 둘 수 없지!”

카심은 그때야 칸에게 고개를 돌렸다.

“과연 다른 길드에서 너희들이 무서워서 놔두고 있는 줄 아나?”
“뭐?”

칸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이용하기 위함이다.”
“이 새끼가...”
“이런 식으로 명분을 이용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저 소모품에 불과한 것이지.
그런데 그런 것도 모르고 스스로 뭐라도 되는 것 마냥 까부는 꼴이란...”

혀를 차는 모습에 칸의 기세가 이번에 카심에게 향했다.

“한 번만  입을 놀리는 순간 네놈 주둥이가 날아간다.
자신 있으면 씨부려 봐.”

일말의 고민도 없이 카심은 무어라 입을 뻐끔거렸다.
그런데 그것을 본 칸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
카심의 입 모양은 지하수로를 말하고 있었다.

“...”
“거기에 숨으면 못 찾을 줄 알고 있나?
나도 아는데 과연 이들이 모를까?”

분노와 당황.

그런 칸의 반응에 리게릭은 놀라면서도 궁금했다.
어째서 저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부랑자 길드는 너로 인해 구심점으로 만들어졌지.
그런데 그게... 튼튼하다 생각하나?
스스로도 아니라고 생각할 거다.
그저 서로 살기 위해 뭉쳐진 집단이지.
그런 곳은 작은 피해만 받더라도 먼지처럼 흩어진다.
네놈은 길드원들을 건드리는 놈에게 복수를 해주며 의리를 보였겠지만 과연 밑에 있는 놈들도 그렇게 할까?
네놈처럼 강하지가 않기 때문에 자기가 죽을 위험이 되면 당장이라도 도망칠 것이다.”

칸은 이를 까드득 깨물며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다가 당장이라도 죽일 것처럼 눈을 부라리고 있을 때 카심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만약! 조금이라도 피해를 주고 싶다면!
공격받는 상황이 아니라!
공격을 하는 입장이어야 한다.
철저히 어둠 속에 숨어 있다가 쥐도 새도 모르는 순간에.
안 그래?”

그 말에 옆에 있던 사내가 다가와 귓속말을 속삭였다.

“저놈 말이 맞습니다.
형님.
이로써 분명히 아타락시아를 이용해 우리를 공격할 것이고 먼저 공격을 받는 순간 형님이 아무리 거세게 막아낸다 하더라도 역으로 피해를 입히지는 못할 것입니다.”
“씨발...”

칸도 상황을 이해했기에 다시 카심을 보았다.

“재미있네.
 내가 기억해둔다.
그리고 영감.
지금 이 상황에서도 우리가 아타락시아를 이용했다고생각하면... 그냥 뒤져라.
그게 다른 사람에게 돕는 일이니까.
그리고 생각해봐.
과연 네놈들 길드가 깨끗한지 아닌지를.”

칸은 그대로 몸을 돌렸고 리게릭은 천천히 검을 집어넣었다.
그 역시 복잡한 표정이었다.

“네놈 말대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본다.
허나! 모든  거짓이라면 네놈은 절대 살지 못할 것이다.”

카심은 고개를 끄덕였고 리게릭도 그렇게 돌아서서 갔다.
그것을 보며 카심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확실히 지금 상황에서 저 둘의 기세를 버티는 것도 쉽지 않네.”

조금이라도 더 기세가 뿜어졌으면 마력 고갈로 그대로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역시나 지금은 한참이나 부족했다.
겨우 기세하나 막는데 이렇게 크게 힘을 소비해야 했으니.

하지만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사건을 비틀었다. 자, 여기서 어떻게 흘러갈까.”

궁금했다.
이번엔 어떤 변수들이 작용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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