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화 〉8. 아타락시아 사건(6)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잡화점으로 향했다.
그는 헤럴드로인에 관해 묻자마자 반색했다.
“아이고, 잘 알다마다! 에휴, 참말로 불쌍한 친굽니더.”
폴슨은 헤럴드로인 아들과 친구라는 소리에 술술 불다시피 했다.
헤럴드로인은 무역을 하고 있었다.
타 영지, 그것도 다른 대륙과 진행했으며 그는 항상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제품만 취급해왔다.
그 덕분에 타 대륙에서 판매하는 진귀한 상품이자 귀족들의 인기 상품과 거래를 털 수 있었다.
당연히 그 이후 이익은 엄청났다.
그로 인해서 헤럴드로인 아들인 헤로인을 아카데미에 보냈고 동시에 그 돈으로 아레스 길드까지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그 돈이 지금 아들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니...”
리오나는 참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지금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정보도 얻은 뒤, 세 사람은 지금 헤로인 가족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타이밍이 재밌지.”
“오빠 말대로 정말 이거 뭔가 있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들어도 알 거 같아.”
구석, 구석을 지나 도착한 곳은 다 허물어져 가는 건물이었다.
한때 저 멋진 바다가 보이는 큰 저택에 머물었던 이들.
지금은 귀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으스스하고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좋지 않은 곳에 지내고 있었다.
“문을 두드렸다가 부서질 거 같은데?”
로드리게스는 조심스럽게 문을 쓰다듬다가 소리쳤다.
“저기요~ 계십니까~”
몇 번이나 불러도 대답이 없자 로드리게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쩌지? 내일 찾아와야 하나? 슬슬 해가 지는 걸 보면 늦었잖아.”
카심은 잠시 뒤쪽으로 보았다.
이쪽에서도 바다는 보였다.
바다에는 붉은 해가 떠오른 상태였다.
당연히 그 풍경은 장관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저 붉은 해가 이상하리만치 섬뜩했다.
카심은 다시 몸을 돌리더니 그대로 앞으로 걸어갔다.
리오나와 로드리게스는 문으로 걸어가는 카심을 보다가 경악했다.
쾅!
그대로 발로 문을 걷어차 버린 것이다.
“카, 카심!”
“오빠 미쳤어!?”
카심은 듣지도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더 처참했다.
형태는 마치 지구의 시골집을 연상했는데 상태는 더 좋지 않았다.
“계십니까?”
마당을 지나 방문으로 걸어가려는데 순간 카심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갑자기 팍 앞으로 달려나가 거칠게 문을 열었다.
리오나와 로드리게스도 다급히 따라 왔다가 둘은 화들짝 놀랐다.
“...”
“이런...”
“이럴 수가.”
그들 앞에 놓여 있는 것은 이미 부패 되어있는 시체였다.
***
세 사람은 아름다운 밤바다에 떠오른 달이 보이는 여관에 와있었다.
풍경은 또 너무도 멋있었지만 지금 그 분위기를 즐길 상황이 아니었다.
“어떡해? 분명히 누군가가 의도한 거야.
일부로 우리 아레스 길드를 노린 거라고.
그런데 조사하려면...”
“시간이 부족하지.”
“정말... 큰일 나는 거야?”
카심은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리오나. 너는 지금 당장 가서 다시 헤로인을 만나.
지금 상황을 알리고 그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말해야 한다.
그리고 부모님은 우리가 잘 화장하고 뿌려주었다고 알려주고.”
“화장?”
“그래. 이곳에서는 묻는 게 아니라 화장해서 뿌려주거든.
확실하게 그의 감정을 자극시켜야 해 잘 할 수 있겠어?
너희 길드가 걸려 있는 문제다.”
“알았어. 어떻게든 해볼게.”
“지금 당장. 시간 없어.”
“오빠는?”
“우린 여기서 조금 알아보고 간다.”
리오나는 밤늦은 시간임에도 다급하게 움직였다.
“우리는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좋은 술 하나 사러 가자.”
“지금?”
“시간이 없다.”
술 하나 사서 들린 곳은 문을 닫으려는 잡화점이었다.
“자네들은?”
폴슨은 카심과 로드리게스를 보고 의아하다가 그 손에 들린 것을 보더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것은 무려 20골드나 하는 아주 귀한 술이었다.
“키햐~~ 이런 맛이였군! 역시 비싼 이유가 있었구마이! 으하하!!”
“어르신. 헤로인과는 친했습니까?”
“그람! 어릴 때 자주 예뻐해주었제.
하아, 참. 지금 그 머시여 아레스 길드에서 잘 생활허고 있을 터인디...
집안 사정을 알면 을매나 힘들꼬. 어휴.”
“사실은 지금 헤로인이 그것 때문에 잡혀 있습니다. 그리고...”
카심의 말에 놀란 폴슨은 이어지는 대화에 심각한 표정으로 술잔을 들이켰다.
“그라믄... 내가 도와 줘야제. 써글 것들.”
폴슨은 침통한 표정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다음 날, 로드리게스는 폴슨 가족과 함께 우선 헤로인 부모님을 화장을 도왔고 카심은 항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케른 더 바이트...”
지나가는 배의 이름을 살피던 와중 제법 큰 배가 보였다.
배의 종류는 갤리온.
그리고 그 배 옆에는 케른 더 바이트라고 적혀 있었다.
바삐 움직이고 있었고 사람도 많았다.
배를 지키고 있는 유저들도 하나 같이 제법 강해 보였다.
바로 이놈들이 헤로인 부모인 헤럴드로인이 가지고 있는 무역을 빼앗고 그 자리를 차지한 놈들이었다.
한 눈에 보아도 무식한 놈들이 어떻게 이렇게 자연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게되었을까?
그것도 헤럴드로인이 신뢰로 다져 놓은 수십 년의 자리를.
알아내야 했다.
최대한 빠르게.
하지만 방법은 간단했다.
카심은 주저 없이 배로 향했다.
배에 올라서는 계단을 지키고 있던 험상궂은 유저는 카심이 다가오자 눈빛으로 위협했다.
그럼에도 다가오자 더욱 위협하며 말했다.
“어이 더 이상 다가 오...”
빠악!
턱을 맞고 스르르 쓰러지자마자 주변에서 일하던 이들이 화들짝 놀랐다.
카심은 천천히 올라가자, 위쪽에 있던 이들은 갑자기 올라오는 장비를 입고 있는 카심을 보고는경계하며 다가왔다.
“뭐야 씨발 오늘 누가 지키고 있는 거야?”
“릭인데... 아씨 병신새끼.
어이 너 누구야! 뒤지고 싶지 않으면 내려 가라.”
뱃머리 쪽 망루에는 세 명.
뒤쪽 망루에는 다섯이 있었다.
일하고 있는 이들은 최소 10명이 넘었고 배에 올라가 있는 짐도 제법 많았다.
“씨벌 뭐야 저 새끼는?”
“야야 형님 오시기 전에 치워라.”
“알겠습니다~”
다가오는 그들을 보며 카심은 딱히 말을 하지 않았다.
이놈들의 보스가 아닌 이상 대화는 필요 없고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다.
그저 놈이 나타나기 전까지.
패면 된다.
***
지금 케른 더 바이트 배를 몰고 있는 선장은 술을 진탕 마시고 있었다.
“크하하!”
그는 남자다운 턱에 턱수염이 지저분하게 자라, 딱 보아도 거친 남자였다.
생김새만 본다면 오랫동안 배에 오른 사람처럼 보였지만 사실 한 번도 배를 몬 적도 없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이렇게 배 안에서 술을 먹는 게 지금 그의 낙이었다.
“아니 이렇게 편해도 되는 거야!?
돈도 벌고 맨날 놀고 먹고 크흐흐.”
“그러게나 말입니다요 형님.
우리가 언제 이렇게 돈을 만져보겠습니까.”
“난 저 이쁘니들 볼 때마다 그냥 웃음이 계속 나온다니까.”
웃고 떠들고 있는 그들 앞에는 황금이 놓여 있었고 그것을 보며 더욱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그때 쾅쾅 소리를 낼 정도로 다급하게 내려 왔다.
“형님!
“뭐야 이 새끼야! 우리 이쁘니들 놀라면 어떡하려고!”
“가, 갑판에 지금...”
다급한 그 표정에 안에 있던 셋은 빠르게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갑판으로 나오자마자 중앙에는 피가 잔뜩 묻은 손으로 자신의 부하의 멱살을 잡고 있는 놈을 보았다.
“누, 누구냐!”
그리고 그때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등이 오싹한 느낌을 받았다.
“너구나.”
들고 있던 부하를 놓자 스르르 쓰러졌고 손을 올리더니 손가락으로 이리 오라며 까딱거렸다.
“저런 미친 새끼가!”
옆에 있던 부하 한 명이 걸어나갔다.
“씨뻘롬이 좀 치냐? 어?”
그의 덩치가 무려 2미터에 이를 정도로 큰 것이 꼭 아카데미에 있을 때 프툰을 보는 것 같았다.
그의 몸에서 거친 붉은빛이 흘러나오자마자 먼 거리를 순식간에 도약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카심은 날아오는 주먹을 가볍게 손등으로 쳐내고는 바로 왼쪽 갈비뼈에 주먹을 박아 넣었다.
빠악!
“커, 커헉!”
리버 샷.
이 세계에서는 모르는 권투 기술이었다.
그 효과는 보다시피 대단했다.
큰 덩치를 지닌 그가 겨우 카심의 주먹에 맞고 무릎을 꿇고는 침을 흘릴 정도로 고통스러워 했다.
쓰러진 그의 머리카락을 잡고 그대로 미간에 무릎을 박았다.
뻐억!
단 두 방.
그 큰 덩치가 저런 놈에게 단 두 방에 쓰러지니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네, 네놈은 누구냐?”
“질문은 내가 한다.
케른 더 바이트를 뺏으라고 누가 시켰지?”
훅 들어오는 말에 그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무슨 소리냐!”
“영웅 길드인가? 아니면 드래고니안?”
“아까부터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머지않아 곧 경비병들이 올 것이다! 감히 이곳에서 난동을 피우다니!”
때마침 선원 중 한 명이 신고했는지 저 멀리서 갑옷을 입고 창을 든 이들이 10명 정도 달려오고 있었다.
“뭔가 착각하나 보군.”
“...?”
“나는 지금 니가 하는 이 사업을 방해하려는 게 아니다.”
예상치 못한 말에 그는 다시 당황했다.
“누군가의 개입에 의해 일어난 사실이라는 것 자체가 궁금한 거지.
그게 누구인지 밝힐 필요도 없다.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맞는 것인지 확인하고 싶을 뿐.
그렇다면 나 역시 여기서 바로 물러난다.
겨우 그 사실 하나 뿐이다.
그러나 이야기하지 않으면 나는 저 경비병에게 알고 있는 모든 상황을 말해 줄 거다.
내 뒤에는 아레스 길드가 있거든.
아레스 길드 쪽에서 아마 적극적으로 도와주겠지.
어때? 꽤 지저분한 싸움이 될 건데.”
애당초 생각이란 것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던 그는 카심의 제의는 당장 달콤한 형태로 보여졌다.
그럴 것이 이미 불법적으로 하고 있는 행위였으니 최대한 껄끄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랐다.
“씨발. 그래! 누군가가 시킨 것이다!”
“됐다. 그거면.”
카심은 배에서 뛰어 내려 경비병과 반대 방향으로 빠르게 달려나갔다.
그리고 로드리게스가 있는 가장 높은 지대로 달려갔다.
딱 마침 유골을 모두 뿌렸는지 정리하고 있는 게 보였다.
“카심! 어떻게 됐어?”
“돌아가자.”
카심과 로드리게스는 즉시 왕국으로 돌아와 바로 아레스 저택으로 향했다.
***
“누구냐?”
하지만 입구에서 매서운 눈빛을 한 이가 막아섰다.
“리게릭님의 부탁으로 오는 길입니다.”
입구에서 제지하는 인물로 인해 잠시 서성이고 있는 사이 마침 리오나가 달려왔다.
“아저씨 아는 사람이에요!”
“리오나! 아 진짜 아저씨 아니라고!”
“아 몰라요. 빨리 들어 와.”
부들부들거리는 문지기를 지나쳐 들어가려 하는데 누군가 걸어 나오고 있었는데 그들을 본 경비병이 고개를 숙였고 리오나도 고개를 숙이자 카심과 로드리게스도 자연스레 고개를 숙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