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5화 〉9. 전사의 탑(1) (45/119)



〈 45화 〉9. 전사의 탑(1)

전사의 탑 -

우주를 떠다니고 있었다.

“...”

광활한 우주는 눈이 부실 정도로 많은 행성이 빛을 내뿜고 있었기에 아름다웠다.
아벨리우스 세계에서  멋지다는 곳도 이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을 보이진 못할 것이다.

그때 눈에 들어오는 것은 푸르고 거대한 행성이었는데 문득 본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와 함께 더오르는 기억은 바로  세계로 오면서 봤던 바로 그 행성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분명히 낯이 익어야만 하는데 왠지 모르게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가볍게 다시 눈을 감고 떴을때는 익숙한 천장이 보였다.

“... 후우.”

며칠 만에 일어난 건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몸이 찌뿌둥했다.
완벽한 육체와 마력으로도 회복이 더딜 정도로 몸을 혹사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배고픔이 느껴져 바로 1층으로 향했는데 리오나와 로드리게스가 보였다.
 역시 카심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카심!”
“오빠!”

가볍게 끄덕이며 반응해주었는데 1층에는  사람 말고  한 테이블만 있었다.
아벨리우스 수정 근처 여관이기에 평소에는 대부분이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너희들은 왜 여기 있어?”
“왜긴! 니가 쓰러져 있었는데 어떻게 움직여?”
“며칠 지났는데?”
“3일.”

카심은 자리에 앉으며 음식을 더 주문했다.
그때 리오나는 턱을 괴며 카심을 바라보았다.

“왜?”
“오빠지?”
“뭐가?”
“전투의 탑.”
“헉 진짜?”
“우리를 보자마자  여기 있냐고 했잖아.
3일 만에 깨어난 사람이, 지금 이 상황을 이해했다는 의미고.”

로드리게스는 리오나를 보며 감탄하면서 천재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와... 진짜 맞아? 도대체 오빠 뭐야?”
“상황이나 보고 해.”

리오나는 잠시 새침하게 보더니 말했다.

“아직은 잘 몰라.
그런데 확실히 나쁜 분위기는 아니야.
대결도 이미 거의 취소된 거나 마찬가지야.
다른 길드 역시 전사의 탑에 정신이 팔려있거든.
뭐 싸워도 그들도 피해가 있을 테니 부담이기도 했고 서로가 좋은 핑계거리가 된 거지.
그리고 왕국에서도 조사한다는 것도 어제 왔다 갔지만, 그냥 대충흐지부지했어.
애당초 우리 쪽에는 헤로인이 사용한 것 말고는 나올만한 게 없었으니.”

좋은 흐름이다.
아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전사의 탑은 그런 매력을 지닌 곳이었으니까.
왕국에서도 가만히 있지 못할 것이다.

“전사의 탑을 지배하는 이가 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소문 때문에 왕국도 지금 바빠.”
“그렇겠지. 내가 퍼뜨렸으니까.”
“응?”
“왕국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영웅이나 드래고니안보다 더 정신이 없을 거다.”
“... 진짜 오빠는 도대체 어디까지 본 거야?”

어깨를 으쓱이며 다가오는 음식을 보며 생각했다.
이것으로 확실하게 역사는 바뀌었다.

고생한 보람을 느끼며 내려 놓는 음식을 집어먹으려는 순간 멈칫했다.

“...”

역사가 바뀌었기 때문일까?
문득 모든  낯설게만 느껴졌다.
마치 꿈에서 보았던 것처럼.

두 사람은 그런 이상한 행동에 놀라 물었다.

“역시 체력 회복이 안 됐어?”
“아니다. 그리고 알베이안에 관해선?”
“말  했어.”
“잘했다.”

알베이안.

어째서 아레스 길드를 노린 것일까?
어떠한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역사와 관련된 놈일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확실하게 놈들은 단체라고 봐야 했다.

역사를 아는 단체.

만약 진짜라면 놈들이 노리는 건 무엇이고, 이 이후에는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했다.
동시에 아레스 길드의 부 길드 마스터까지 영향력이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거대한 조직이라 조심해야 하기도 했다.

잠깐 고민에 빠지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우선 지금은 할만큼 했기에 나온 음식에 집중했다.

“하아.”

같이 남은 음식을 먹던 리오나는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아카데미 그만둘까?”
“어? 왜? 너  졸업 아니야? 아깝잖아~”
“그렇긴 한데.. 카심 오빠랑 같이 있으면 항상느끼는 건데 뭔가 내가 있는 곳이 시시해져 버려.
마치... 어린애들 놀이터 같아.
책임 지라구.”
“어! 나 그다음 대사 알아! 너 없이  사는... 읍!”
“하지   멍청한 로드리게스!”

다급하게 로드리게스의 입을 막아버리는 리오나를 보며 카심은 피식 웃었다.
유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 덕분에 복잡했던 심정이 조금은 나아졌다.

그날 이후, 안타깝게도 리오나는 아카데미를 그만두지 못했다.
리게릭에게 단칼에 거절당한 것이다.

축 처진 어깨로 돌아가는 리오나를 배웅했고 텔레포트 장치를 타고 이동하는 것을 보자마자 로드리게스는 씩 웃었다.

“그럼 바로 전사의 탑으로 우리도 가는 거야? 진짜 두근거린다.”
“아니.”
“어? 왜?”

이제부터 역사의 흐름은 확실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예전의 자신이 아니었다.

알베이안을 만났을 때 느꼈던 위압감은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만약 놈이 역사와 관련된 놈이고 그 단체라면  상태로는 위험했다.

“가자. 네 방패 좀 쓰러.”
“방패?”
“조금오래 걸리기도 할 거고 위험할 거다.”

카심이 위험하다고 하면 진짜 위험한 곳이었기에 로드리게스는 긴장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

전사의 탑이 생기고 1년이 지났다.

원래 사람이 많던 왕국에는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이한 상황이었다.

높이 솟아오른 전사의 탑.
처음 오는 이들은 이 전사의 탑을 보고 감탄했다.

원래는 왕국에 오지 않을 사람들조차 이곳에 모이면서전사의 탑에는 정말로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전사의 탑에는 재미있는 시스템 하나가 있었는데 이곳 근처에서만 머리 위로 자신이 올라간 층수가 적혀 있었다.
그로 인해서 서로의 랭킹을 과시할 수 있었다.

“푸하하. 이 새끼 겨우 12층 주제 나한테 깝친 거냐?”
“그래 봐야 너도 14층이잖아 새끼야! 그 정도는금방이라고!”
“2층 차이는 하늘과 땅치이거늘!”

뿐만 아니었다.

“전문 탑 가이드 해드립니다~ 보시다시피 30층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렇게 탑을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업체도 생겨났다.

그때 사람들은 지나가는 누군가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헉. 랭커야.”

랭커.

전사의 탑이 나온 뒤로 확실한 랭커의 기준이 생겼다.

1층부터 50층까지는 아주 다양한 형태가 있어서 혼자서 혹은 협력하기도 했지만 50층부터는 오로지 혼자서 해결해야 했으며 무엇보다 클리어하게 되면 50층의 주인이 된다.
지금 그들 앞에 걸어가고 있는 이는 바로 50층의 주인의 표시인 50에 왕관 표시가 되어 있었다.

유명한 길드의 마스터로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걸어갔으며 사람들은 그런 그를 보며 경외의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그가 움직이고 있을 때 누군가 앞을 막아섰다.

“이야 당신이야?  왕국에서 제법 유명하다며?”
“누구냐?”
“나? 곧 50층 뺏을 사람.”
“푸하하. 어디서 놀다 먹고 온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왕국에서 활동하지도 못한 떨거지 주제. 주제 파악이 안 되나봐?”
“풉. 왕국이 뭐 지들이 제일  줄 아네.”

왕국에서 활동하지 않던 수많은 유저들도 전사의 탑에 왔다.
그리고 그들 중에도 강자들이 있었다.

이들의 등장은 기존 왕국의 자존심을 무너뜨렸다.
특히 그들  한 명은 랭커중 탑 10에도 오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기존 왕국 유저들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인 신념을 깨뜨렸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기존 왕국에는 길드가 가지는 권력이 있었다.
하위 길드의 경우에는 그들의 인맥과 권력에 감히 대항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전사의 탑에선 그런 인맥과 권력을 동원할 수 없다 보니, 절대 이기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상위 길드원을 생각보다 손쉽게 이기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게 허황된 것임을 안 것이다.

특히 스톤 길드가 대표적이었다.
그들은 자신들보다 한참 아래라 여겼던 길드와 자주 부딪쳤는데 많은 길드원이 처참할 정도로 무너졌다.
이렇듯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은 길드나 유저가  치고 올라오는 일도 많이 일어났다.

물론 영웅, 드래고니안, 아레스 길드의 경우에는 여전히 굳건했다.
그들의 강인함은 단순히인맥 따위가 아니었다.
가장 높은 층에 오르고 있는 대부분 인물이 그들이었으니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강함은 더욱 절대적인 것처럼 자리 잡았다.

어찌 되었든, 전사의 탑은 왕국의 많은 변화를 일으켰고 더욱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

쿠웅!

길이만 5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육체가 주저앉았다.

그것을 보던 로드리게스는 처참한 모습임에도 함박 웃으며 소리쳤다.

“드디어!!! 잡았다아아아악!!!!”

쓰러진 거대한 몬스터 위에 서 있는 카심 역시 거칠게 호흡을 내뱉었다.

“하아, 하아.”

그의 상태도 몹시, 좋지 않았다.
왼쪽 팔이 덜렁거리고 있었고 장비는 거의  찢어진 상태였다.
특히 캐슈람의 흉갑은 더 이상 제 기능도 하지 못할 만큼 부서진 상태였다.

숨겨진 사냥터.

이곳에도 필드 보스가 있었다.
그리고 이 필드 보스를 카심은 이리 불렀다.

‘이무기’

“크윽.”

온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몸이 순간 비틀거렸지만, 간신히 중심을 잡으며 이무기를 보았다.
다시 보아도도대체 어떻게 잡았나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진짜 죽을 뻔 했네.”

무모했다.
너무나 무모한 짓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절대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로드리게스. 아직  일이 있다.”
“끄으응. 왜?”
“여기 가슴 부분을 찢어.”

로드리게스가 온 힘을 다해 찔러 넣어도 워낙 단단해서 쉽지 않았다.
그래도 마침내 찢었을 때 카심은 숨을 참고 그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우욱.”

피가 흥건하게 쏟아져 나와서 로드리게스는 속이 울렁거렸지만 카심은 더욱 안까지 파고 들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잡은 뒤에 다시 나왔다.

“푸핫!”

역겨운 냄새가 흐르는 오물을 뒤집어쓰고 꺼내온 것은 붉은색 빛이 흐르는 심장이었다.
아직도 두근거리고 있는 심장을 본 로드리게스는 화들짝 놀랐다.

“그, 그게 뭐야?”
“심장.”

그리고는 주저하지 않고 입을 벌려 씹어먹었다.

“헉!”

로드리게스는 화들짝 놀랐지만 카심은 그것을 모조리 씹어 집어삼켰다.
 순간 카심의 눈 앞에 창이 떠올랐다.

<아벨리우스 시스템>

용이 되지 못한 존재의 심장을 섭취했습니다.

그 순간 목에서부터 온몸으로 불타는 것처럼 화끈해졌다.

“크윽!”
“괜찮아!? 그러게 왜 이상한 걸 주워 먹고 그래!”
“시... 끄... 러.”

고통이 계속되다가 이내 사라졌다.

<아벨리우스 시스템>

[완벽한 육체]의 특성이 적용 됩니다

용이 되지 못한 존재의 심장을 완벽히 흡수합니다.

근력 + 10 체력 + 10 마력 + 50

“후아.”

마력 50.
어마어마한 상승이었다.
웃음이 흘러나오는 순간 갑자기 눈이 번쩍였다.

<아벨리우스 시스템>

마력이 100이 넘으면서 깨달음을 얻습니다.
특화 레벨이 올라갑니다.

잠시 후, 다시 본래대로 돌아와 상태창을 띄웠다.

<상태>

근력: 95 (+7)
체력: 101 (+3)
마력:122

특화: 스피드 강화 Lv 7
특성: [완벽한 육체] [미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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