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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9화 〉10. 동상이몽(1) (49/119)



〈 49화 〉10. 동상이몽(1)
- 동상 이몽 -

수리에바 왕국.

아주 가끔 왕국에서 주최하는 파티는 모든 것을 제쳐두고 참여하고, 싶을 만큼 성대하게 연다.
그런데 이번에  파티는 꽤 독특했다.

바로 앞으로 이끌어 나갈 차세대 루키들만 초대한 것이다.
조건은 최소 30층 이상 오른 25세 이하의 인물들이었다.

족히 1000명은 넘는 인원이 있었지만, 파티장은 몇천 명이 와도 모자랄 만큼 넓었다.

“이야~ 라이안! 얼굴이 좋아졌네? 이제는  남자다워.”

라이안은 무시했지만, 안토니오는 웃으며 옆에 있는 음식을 집어 먹었다.

“어때? 듣자하니 요즘 기세가 등등하다던데.”
“뭐, 너 정도는 가볍게 이기지.”
“푸하핫! 여전히 농담이 재밌어?”

도발에도 웃으며 넘기고 있을 때 지그하르트도 다가왔다.

“오~ 우리 지그~”
“잘못 찾았군.”
“에이~ 어디 가.
하여간 귀여움이 하나도 없다니까?
안 그래 라이안?”
“생긴 것만 봐도 귀여움이 없는데?”
“둘 다 죽고 싶나?”

안토니오는 배를 잡고 웃었고 라이안과 지그하르트는 그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친해 보이지 않는 그들이 모이자 한순간에 주변에서 떠들고 있던 이들의시선이 쏠렸다.

영웅.
드래고니안.
아레스.

거기다 벌써 40층에 오른 압도적인 재능.
그들은 차세대주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보니 여기저기서 그들과 친해지기 위해서 다가왔다.
미래에 자신들의 인맥이 될 충분한 재능을 지닌 이들이었기에세 사람도 딱히 차갑게 대하지 않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파티를 즐겼다.

그러나 주변에는 그들에게 딱히 다가가지 않고 자기들끼리 뭉쳐 있는이들도 있었다.
그들 역시 어린 나이임에도 놀라운 재능을 지닌 이들이었기에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그래 봐야 운 좋게 올라간 것들 아냐?”
“뒷배경이 든든하잖아.”
“막상 붙으면~ 솔직히 할만, 할걸?”

이렇게 시기와 질투로 그들을 쏘아보는 무리도 있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들은 자기들끼리 모여 좋은인맥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나저나 지그 너도 40층이라며? 제법 빨라?”
“흥.”
“그럼 여기에서 우리 셋 말고는 없나?
하긴 뭐  나이에 40층을 오를  있는 수준이 없지.”
“한 명 더 있어.”

라이안이 고개를 까딱이자  사람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곳에는 금발의 남성이 다른 이들과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프레드릭. 그 역시 이미 40층이야.”

안토니오는 그를 보고 놀라워했다.

“저 놈 벌써 40층인가?
그렇지 않아도말이야.
우리 길드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거든?
근데 알고보니 올림푸스 아카데미였고 심지어 나와 같은 기수더라고.”
“그럼 잘 알고 있겠네.”

지그하르트 말에 고개를 저었다.

“기억도 안 나. 그래서 놀라워.”
“그리고 한 명 또 있지.”
“또 누구?”

라이안은 가볍게 와인을 홀짝이곤 말했다.

“카심.”
“...”
“...”

그 이름이 나오는 순간 세 사람의 눈매가 달라졌다.

평생 아래를 내려다보고 살았다.
그런데 처음으로 위로 올려다보게 된 계기를 준 인간.

그때 치욕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세 사람의 눈빛은 두려움 같은 게 아니었다.
오히려 호승심과 자신감이었다.

40층까지 오며 그들 역시 충분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만큼 성장했기 때문이다.

딴~ 따단~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음악에 고개를 돌렸다.
2층에서부터 내려오는 양쪽 계단에 한 명씩 누군가 내려오고 있었다.

왕국의 왕자와 공주.
진 레이널.
 레첼.

유일하게 성을 사용할 수 있는 바로 진짜 귀족들이었다.

그들은 왕족답게 남들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내뿜었다.
왕자는 선하면서도 포용력이 느껴졌고 공주는 너무나도 청초했다.

단번에  사람에게 시선을 빼앗겼으며 특히 안토니오, 라이안, 지그하르트는 공주에게 시선이 빼앗겼다.

아직까지 농익지는 않은 아름다움이었지만 그 풋풋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분을 상큼하게 만들었으며 살며시 미소짓는 웃음은 자신도 모르게 따라 웃게 했다.
특히 내려오면서 찰랑거리는 은빛 머리카락은 도저히 눈을 떼지 못했다.

잔잔하게 깔린 음악과 함께 그들이 내려왔고 두 사람은 자연스레 다른 이들과 인사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양쪽으로 사람이 몰렸다.

안토니오와 라이안, 지그하르트는 서로 잠시 눈치를 살피더니 바로 공주에게 향했다.
그들이 향하자 둘러싸고 있던 이들이 자연스레 길을 비켰다.

셋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예법으로 가슴 한쪽에 오른손으로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어머, 반가워요. 그대들이 바로 앞으로 용이 된 분들이시군요?”

깔끔하고도 밝고 싱그러운 미성.
동시에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화법에 세 사람은 단번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 사이, 왕자 쪽에는 프레드릭이 다가왔다.

“진 레이널님. 프레드릭이 인사드립니다.”
“오오~ 그대가 프레드릭이군요.
소문을 들었습니다.
대단하시군요! 듣자하니 든든한 뒷배경 없이 홀로오르셨다고 하던데!”
“운이 좋았습니다.”
“그대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영광입니다. 시간만 주신다면.”
“하하하!”

호탕한 웃음.
그리고 인자한 목소리와 미소.
거기에 강인한 눈빛.

그는 영락없는 훗날에 왕이 될 인물이었다.

***

40층.

이곳도 난쟁이들과 비슷한 키를 가진 이들이 있었지만, 덩치는 달랐다.
땅딸보지만 탄탄한 팔과 몸은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를 지니고 있었고 실제로  종족의 힘은 기본 300이 넘었다.

드워프.

그런 이들이 만들어내는 무기는 인간들이 만드는 무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기본 롱 소드도 배는 뛰어났고 그들은 심지어 아티팩트마저 만들어낼 수 있었다.

20층의 난쟁이.
40층의 드워프.
사실 그들은 전설에서나 나오던 존재들이었기에 이들의 출현은 당연히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었다.

그래서 과연 60층은 누구이고 80층은누구인지 모두 궁금해하고 있었다.

한편, 마침내 40층에 모습을드러낸 카심은 오랜만에 느껴지는 열기와 금속 냄새가 가득했지만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네.”

이곳의 배경은 깊은 산맥 지하에 만든 마을의 형태였다.
드워프가 만든 집은 아주 심플하고 단순했지만, 굉장히 견고했다.
그들은 애초에 이런 것에 대한 관심은 없고 오로지 무구를 만드는 것에만 관심이 있어기에 오히려 집보다 대장간이 더 화려한 느낌을 주었다.
그리고 거의 모든 집이 대장간이 설치되어 있기도 했다.

거기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가 바로 마을 전체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어서 유저들은 40층에 올라오자마자 장비를 벗어야 했다.

카심은 마력을 돌려 체온을 유지한 채로 움직였다.

지나가면서 사람들을 살폈는데 역시 40층부터는 얼굴이 꽤 낯익은 이들이 많았다.
덕분에 다시 이전 삶의 생각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곳에서 살 수 있는 장비는 20층의 난쟁이 마을과 달리 밖에서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당연히 그 가격은 최소 500부터 시작했기에 이때부터 많은 사람이 사기 위해 G 코인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수많은 강자가 40층에 머무르기 시작하는데 그 덕에 40층을 마의 구간이라 불리기도 했다.

카심은 많은 대장간 중에서  곳에 들어갔다.
마을 중앙에 위치했고 다른 대장간보다 크고 화려했다.

드워프들은 재미있는 게 한 가지 장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누구는 무기만,혹은 무기 중에서 활만 고집하기도 했고 누구는 방어구, 방어구 중에서 방패 만.
이렇게 자신이 꽂힌 것만 만드는 아주 독특한 종족이었다.
카심이 드러서자 대장간 안에서는 망치 소리가 일정한 리듬에 맞춰서 울렸다.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드워프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실례합니다.”
“물건 있으니맘에 드는  고르고 가슈.”

드워프는 난쟁이와 달리 인간에게 불친절했다.
특히 앞에 있는  양갈래 수염을 한 드워프는 더욱 인간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곳에 온 이유는 그가 바로 가장 실력이 뛰어난 드워프였기 때문이다.

“장비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일없수다.”

차가운 반응이었지만 카심은 품에서 몇 가지 재료를 꺼냈다.
무언가 만들고 있던 그는 관심도 없다는 듯 곁눈질로 바라보는 순간 눈동자가 커졌다.

“헙!”
“이 재료인데 뭐 어쩔  없죠. 다른 드워...”
“기, 기다리쇼! 내가 하고싶수다!
내가 이곳에서 최고지!”

그들은 희귀한 재료를 보면 눈이 돌아간다.
특히 지금 카심이 꺼낸 재료는 앞으로 두 번은 구할 수 없는 진귀한 것이었으니 본능적으로 희귀한 재료임을 알고 있는 완전히 180도로 태도가 바뀔 수밖에 없었다.
카심은 피식 웃으며 재료를 건네주자 그는 마치 아기를 건네 받는 것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받았다.

“크푸푸푸! 이 재료. 이 때깔. 이 단단함. 마치 드래곤과 흡사하군.”
“드래곤? 그런 게 있습니까?
전설 속에서나 나오는 생물 아닙니까?”
“있지. 물론 인간들은 모르겠지만 실제 우리는 드래곤에게 공물도 바쳤던 역사가 있으니.”
“...”

이건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드래곤.
이전 삶에서도  적이 없었고 딱히 떠도는 소문으로도 듣지 못했다.

“드래곤이라면...”

혹시나 자신이 생각하는 그게 맞는지 확인 해보고 싶었다.

“설마 드래곤을 모르쇼?”
“족히 50미터는 되며 마법을 사용하는... 그런 존재 말인가요?”
“크푸푸푸! 아는구만!”

아니다.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아는것이었다.
지구의 지식과 아주 흡사한  존재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이곳에서 드래곤이라 불리는 존재는 끽해야 도마뱀 수준이고 그 어원도 모르고 그저 그렇게 불렸기에 이 세상 사람들은 그 전설 속 생명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물론 만나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히 어떤 경로로든 들었어야 했다.

드워프.

이들도 전설 속에서 나오던 존재로 이곳 전사의 탑 여기 외에는 만날 수 없었다.
거기다 이들에게는 재미있는 게 있었는데 이들 앞에서 전사의 탑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거래를  수 없을 정도로 화를 낸다.

즉, 어떠한 이유로 이들은 이 세계가 전사의 탑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역시 이 아벨리우스 세계는 뭔가 이상했다.

“...”

광신도 집단.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세계’.
제단에서 봤던 ‘세계’
그리고 단트의 유언장의 ‘세계’

어쩌면  세계는 이 아벨리우스 ‘세계’가 아닐까 싶었다.

즉, 본래 이쪽 세계는 마법이고 뭐고 그런  없는 아주 평범한 중세시대 배경을 지닌 세계여야 했는데 아벨리우스 세계의 출현으로 이렇게 변한 것이다.

상태창이 여기에서만 열리는 것만 보아도 두 세계는 별개의 세계로 봐야만 했다.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그 당염함을 왜 몰랐을까?
아니 애당초 그럴 수 없기도 했다.
첫 경험 때는 살아 남기 위해 바빴고 원래 이런 곳이구나 하고 마냥 느낄 수밖에 없었으니.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마치 당연하다시피 퍼져 있는 인식 때문이다.
그저 워낙 오래되고 익숙해져서 마치 당연히 같은 세계, 아벨리우스 세계는 또 다른 대륙의 일이라다라는 자연스러운 생각.

“...”

그런데 문득 그 생각을 하니 위화감이 확 느껴졌다.
그 인식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마치 현혹된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의심했을 때조차 에이 설마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전사의 탑.”

이곳의 영향이 아닐까 싶었다.
생각해보면 이곳은 참으로 이상한 곳이었다.
죽어도 죽지 않았고 이곳에서는 아벨리우스 세계와는  다른 법칙이 존재하고 있었다.

마치 독창적인 공간처럼 말이다.

“그런데 어떤 장비를 원하쇼?
근데 정도 재료면 으음... 다른 거랑 조금 섞어서 만들어야겠군.”
“아마, 부족할 겁니다.”
“그렇지 이것으론 부족...”
“여기서 전부 꺼내기엔.”

그 말에 드워프의 눈이 더욱 커지며 입도 함께 커져갔다.
그리고 바로 자신의 집에서 모든 것을 꺼내 보였을 때 어린아이처럼 좋아함과 동시에 경악했다.

 한 달 정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기에 끄덕이고는 나왔다.

“오랜만에 조금 쉬는것도 괜찮겠네.
로드리게스가 여기까지 오려면 시간 좀 걸릴 테니까.”

오랜만에 전사의 탑에서 나와 왕국으로 돌아왔다.
치열했던 전사의 탑에서 이곳에 오니 자연스레 긴장이 풀렸다.

“피곤하군.”

오랜만에 느끼는 피곤함에 여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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