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50화 〉10. 동상이몽(2) (50/119)



〈 50화 〉10. 동상이몽(2)

“피곤하군.”

오랜만에 느끼는 피곤함에 여관으로 향했다.
아벨리우스 수정 근처에 있는 여관들 대부분이 시설도 좋고 굉장히 비쌌다.
수중에 남은 돈이 얼마 없지만 그래도 그곳으로향했다.
당장지낼 수 있는 것은 겨우 7일.

30골드로 7일 겨우 묶을 수 있을 정도로 비쌌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어차피 돈은 또 모을 수 있었고 이전 삶처럼 그렇게 돈이 없어서 아낀다고 궁색하게 생활하고 싶지 않았다.

역시나 비싼 여관은 침대부터가 지구에서도 느끼기 힘들 만큼 푹신하고 부드러웠다.
그래서인지 눕자마자 잠이 쏟아지려 했다.
하지만 당장 눈을 감지는 않았다.

“...”

멍하니 고급스러운 문양이 있는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벨리우스세계.”

의도적으로  생각을 떠오르는 순간 알  없는 거부감이 들었다.
아주 미묘하고도 그 기묘한 감각은 이제야 위화감으로 인해 느껴졌다.

불편한 감각.

하지만 정말로 아벨리우스 세계가 일으키는 어떠한 작용일까 싶으면서도 괜히 이렇게 생각해서 일어나는 심리적인 현상인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부정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정말로 다른 세계를 합친 것이라면 이곳에 왜 나타났을까.”

 생각을 했다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절대 낼 수 없는 답이었기에 다른 화제로 넘겼다.

“알베이안.
정말로 역사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

그는 자신의 길드를 없애려 했다.
왜?
원래의 역사로 이어져야하니까?
아니 그전에 왜 그들은 역사가 원래의 역사로 흘러가야 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일까.

지금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역사를 아는 게 아니라 아주 우연히 어떠한 단체가 어떠한 이유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는 아닐까라는 가능성도 있었다.

그게 더 알베이안의 행동을 더 이해할  있었다.

“어렵군.”

거기다가 또 한 명의 의문의 인물이 있었다.

“프레드릭.”

모든 게 의문투성이다.

“모르겠다.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몰라도... 별 상관은 없고.
그저 돌아가기만 하면 되니까.”

슬슬 걷잡을  없을 만큼 밀려오는 졸음에 천천히 눈을 감았고 그대로 오랜만에 제대로  숙면에 빠졌다.

***

40층에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보통 사람이 모였어도 따로 모이는 편인데 지금은 마을 중앙에 수백 명이 모여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왕족인 진 레이널과 진 레첼 때문이었다.

놀랍게도 두 사람 역시 40층에 올라와 있었는데 당연히이것으로 꽤 많은 화제가 되었다.

40층은 루키들이 가기 쉬운 곳이 아니었다.
경험이 있는 유저들도 40층 정도는 되어야 실력을 인정받는 곳이었기에 그래서 안토니오와 라이안 그리고 지그하르트가 40층에 올라서면서 그 유명세를  일으켰다.

그런데 진 레이널과 진 레첼 역시 아직 젊은 나이였기에 40층에 올라갔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가장 먼저 40층에 안착했던 안토니오 보다도 이미  빨리 올랐다는 소문도 함께 퍼졌었다.

사실  모든 것은 왕족의 계획이기도 했다.
안토니오나 지그하르트, 그리고 라이안은 물론 젊은 루키들이 받던 모든 시선들을  번에 쓸어담은 것이다.
이것을 이용해 왕국의 대단함을 자연스레 알리면서, 진 레이널과 진 레첼에 대한 관심도는 한순간에 최고로 올렸다.

그렇지 않아도 파티를 통해 루키들과 만남을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루키의 대표격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거기다가 이런 방향은 사실 루키들도 싫어하진 않았다.
그 대단한 왕자와 공주와 친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마치 더 대단한 사람이 된 것 마냥, 기분을 들뜨게 했기 때문이다.
왕족은 이러한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

이로 인해서 아무리 대단한 길드라도 왕족의 대단함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일종의 메시지인 셈이다.

“그나저나 도대체 왜 40층의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일까요?”

은빛 머리카락을 가지런히 꼬아 한쪽 어깨에 올린  레첼의 모습은 파티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달랐다.
특히 그녀가 입고 있는 은색의 갑옷은 유니크급 아티팩트로 성능도 대단하지만, 디자인도 아주 아름다워 그녀와 매우 어울렸다.

“아마 조건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건이요? 흐음. 무슨 조건일까요?”

진 레첼의 말에 여기저기서 자신이 아는 이야기를 내뱉었다.

그리고 반대쪽에 있는 진 레이널과도 다른 유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진 레이널은 진 레첼가 대비되었는데, 거의 다 검은색이었다.
특히 그가 입고 있는 검은색 가죽 갑옷은 바로 우로보로스로 유니크급 아티팩트였다.
그의 은빛 머리칼과 대비되는 검은색 장비는 그의 분위기를 더욱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그의 옆에는 파티 때와 달리, 안토니오와 라이안,지그하르트가 있었다.

“오호. 조건? 그대들도 그리 생각하십니까?”
“40층의 경우에는 아직 많은 정보가 없으니 충분히 가능성있다고 생각합니다.”

라이안의 말에 진 레이널도 끄덕였다.

“과연, 저는 그저 특정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궁금하군요.
혹 저 드워프라는 종족이 가지고 있는  아닐까요?”
“하지만20층의 난쟁이와 달리 인간에게 적대감이 있더군요.”
“그러니까. 가장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그들과 호감을 올려서 어떠한 정보를 얻을 것을.”

이 의견은 꽤 솔깃했기에 그날부터 드워프와 어떻게든 친해져 보기 위해 수백 명이 이리저리 움직이며 드워프들에게 이야기를 걸었다.

“꺼져! 다신 내 집에 얼씬도 하지 마라 인간 놈!”
“저런 땅딸보 새끼가!”

하지만 쉬운 게 아니었다.
여간 깐깐한 게 아닌 드워프였기에 조금만 친해지려 다가가도 짜증 내고 소리쳐서 여기저기서 싸우며 소란스러웠다.

심지어 첫날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감히 이종족 주제 이 분이 누구인  알고!”
“공주님께 예를 갖춰라!”

 레첼이 이야기를 주고받던 와중 건방진 드워프 태도에 결국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던 이들이 드워프에게 역정을 낸 것이다.

“미친놈들. 네놈들에게나 공주지 내게는 그냥 하찮은 인간일 뿐이다!”
“이놈!!”
“죽어야 정신 차릴 놈이구나!”

결국 두 명이 검을 뽑아 달려들었다.

드워프.

그들의 힘 스텟은 최소 300이었다.

콰직! 쿠웅!

“크, 크악!”
“꺽!”

들고 있는 망치로 두드리자 저만치 날아가 벽에 처박히는 것을 보며 그들은 입을 벌렸다.
이곳에 올라온 이들은 아무리 약해도 최소 특화 6레벨에 능력치도 죄다 100은 훌쩍 넘긴 인재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단 한 방에 날아가 벽에 처박혔으니 충격이  만도 했다.

거기다 드워프의 장비가 굉장히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저렇게 이들은 더 이상 해당 드워프와 거래가 막히게 되자 그때부터는 굉장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말로 구슬리고 저자세를 취하고 혹은 선물 공세까지 해도 드워프들의 행동엔 변화가 없었다.

그러던 와중,  레첼은 드워프들 사이에서도 급의 차이가 있음을 알았고 그중 유독  드워프에게 다른 드워프들이 겸손하다는 정보를 얻었다.
드워프들이 진귀한 재료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를 위해서 왕국에서 좋은 재료까지 챙겨서 선물도 주었다.

“흐음. 꽤 좋은 재료군.
빛나는 뼈는 나쁘지 않지.”

그렇게 보름 동안 노력 끝에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자 진 레첼은 손뼉을 쳤다.

“다른 게 필요한 게 또 있으시면 제가 구해다 드리겠어요.”
“흥.”

들어가는 드워프를 보며 옆에 있던 이들도 축하했다.

“축하드립니다. 진 레첼님께서 가장 먼저 찾으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렇죠? 오라버니한테  수 없어요.”

그녀는 주위 사람들과 기뻐하고 있을 때 그때 누군가 들어왔다.

“길  지나갑시다.”

모두 막고 있었기에 그는 그들을 보며 말했는데 한순간에 돌아보는 시선들은 살벌했다.
심지어 그의 장비는 상태가 좋지 않았다.
겨우겨우 40층에 올라왔거나 아주 운이 좋은 놈이라는 걸 알았기에 더욱 무시했다.

“공주님이 계신 곳이다.
나중에 이용해라.”
“꺼져.”

공주라는 말에 그, 카심은 멈칫했다.

진 레첼.

모를  없었다.
그런데 왕국에 있어야 할 그들이  이곳에 있는 것일까?

심지어 40층에 말이다.

이것 역시 이전 역사와 달랐다.
그들은 실력이 있었지만 이렇게 대외적으로 나선 적이 없었다.

역사가 비틀어지면서 발생한 새로운 흐름이었다.

반면, 카심이 잠시 생각에 잠기자 그들은 쫄았다고 생각하고 피식 웃었다.
그때 진 레첼이 나오면서 자연스레 비면서 카심은  사이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에르베르세르.”
“오오! 카심 왔는가! 크푸푸푸! 기다리고 있었네!”

나가던 진 레첼은 뒤에서 들려오는 괴상한 웃음소리에 화들짝 놀라  돌아 보았다.
자신에게는 그토록 까칠하던 그 드워프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어...”

함박 웃음을 지으며 심지어 팔을 잡고 이끌기까지 했다.

“얼른 집으로 가지! 비키게!”

드워프와 함께 걸어가는 사람을 보며 진 레첼은 충격을 받았다.
자신이 그토록 노력했음에도 차가웠는데 어떻게 저렇게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저렇게 웃는 것은 물론 자신의 집까지 초대할 수 있을 정도로 호감이라니?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요?”
“노, 놀랍긴 하지만... 걱정 마세요 공주님.
어떻게 했는지는 나오면 물어보면 됩니다.”

아까 꺼져라고 했을  멈칫하면서 쫄았던 놈이다.
이것은 기회였다.
협박해서 정보를 빼내, 그 정보를 공주에게 알려주면 자신의 호감도가 올릴 수 있는 계획.

한편, 안으로 들어간 카심은 모든 장비를 입었다.

“어떤가! 오랜만에 제대로 힘을  써봤는데.”
“...”

솔직히 말하면 정말 오랜만에 충격을 받을 정도였다.

“이거... 너무 좋은데요.”

감정을 잘 내비치지 않는 카심마저 지금은 표정을 도무지 숨길  없었고 에르베르세르는 그것을 보자마자 엄청난 만족감을 얻었다.

“크푸푸푸푸!! 내 자네에게 꼭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들고 싶었지.
드워프들에게 있어서 최고로 기쁠 때 거든 크푸푸푸!”

일단 디자인부터 훌륭했다.
드워프들이 단순히 장비를 잘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최고의 장비를 만들 때 무엇보다 디자인도 중요하게 여긴다.
심지어 너무나 섬세하고 디테일했다.

가죽은 원래 검은색이었는데 지금은 남색이었으며 색의 발광도 은은한게 아주 고품스러웠다.
가벼우면서도 아주 단단하게 몸을 감쌌고 중간중간에 은색의 문양이 신비롭기까지했다.
무릎까지 내려오는 상의는 자신이 보기에도 멋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훌륭한 디자인이었다.

그렇다고 전혀 과하지도 않았다.
절제된 남색이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놀랍게도 아티팩트였다.

[드래곤 스킨]

장인 에르베르세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장비.
상의 하의 모두 입어야만 적용이 된다.

25% 충격 흡수
공격을 일부 흘림
착용자보다 약한 몬스터는 두려움을 느낀다
청결 상태 유지
쾌적한 온도 유지
자가 복구 기능

유니크급 아티팩트.
이것을 만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드워프제 장비들이 대부분 뛰어나지만, 이것은 뛰어나도 너무 뛰어났다.
정말로 최고의 옵션들로만 박혀 있었다.

“크푸푸. 웬만한 검으로는 생채기조차 나지 않을 것일세.
하지만 역시 하이라이트는 무기 아니겠나?”

그는 고급스러운 가죽에 말린 창을 주었다.
카심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천천히 가죽을 풀자 드러난 창에 또 한 번 눈동자가 커져 갔다.
에르베르세르는 그 반응에 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창의 디자인은 심플했다.
찌르기 형태로 된 날과 170cm정도 되는 길이.
하지만 훌륭한 재료와 압도적인 재능으로 인해 심플한 디자인임에도 흘러나오는 고급스러움 때문에 전혀 심플해 보이지 않았다.

[드래곤 티스]

장인 에르베르세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무기.

근력 15 상승
일정 확률로 치명적인 공격
공격 속도 상승
자가 복구

드래곤 스킨에 비하면 효과가 덜하지만 카심에게 있어서는 꼭 필요한 게 있었다.

공격 속도 상승.

거기다가 치명적인 공격까지 붙어 있었고 근력까지 상승시켜주었다.
사실 창 자체가 워낙 뛰어났기에 아티팩트가 아니더라도 굉장히 좋은 무기였다.

즉, 창 역시 유니크급 수준의 아티팩트 성능을 자랑했다.
충분히 좋은 장비가 나올 것이라 예상은 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좋은 장비가 튀어나왔다.

“감사합니다.”
“크푸푸푸! 내가  고맙지! 이런 귀중한 재료를 맛볼 수 있게 해줬으니.
거기다가 이 장비에 어울리는 이가 착용해서 더욱 더 마음에 들고 크푸푸푸!
내 눈에는 보여.
장비들이 기분 좋아하는 소리가 말이지.”

카심은 피식 웃으며 창을 가볍게 움직였다.
깃털처럼 가벼우면서 묵직함도 공존했다.
참으로 기묘한 감각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