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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2화 〉10. 동상이몽(4) (52/119)



〈 52화 〉10. 동상이몽(4)
물론 지금보다 20년 뒤의 모습이었지만 말이다.

“칫. 그런데 이름 뭐로 할 거예요?”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였다.

“글세.”
“진 레첼이 진짜 왕! 어때요?”
“...”
“노, 농담이에요.”
“별 상관은 없는데.”
“진짜요?”
“아니.”
“이이익!!”

그녀는 나무에다가 칼을 마구 휘두르며 분풀이했다.

“하아, 하. 진 레첼! 왕족이야. 체통을 지켜야지.”

그러면서 스스로 달래고는 다시 카심을 보았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거죠?”
“군락을 하나 찾아야지.”
“사실 오면서 하나 봤어요.”
“벌써부터 쓸만한데?”
“그렇죠? 저 쓸만한 신하라구... 요...”

칭찬에 기뻐하다가 그런 스스로의 행동에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참으로 반응이 다양하고 빨랐다.

잠시 후, 진 레첼의 말대로 근처에 오크 군락이 있었다.

“쿠엑!”
“퀵!”

 사람은 오크를 학살했고, 진 레첼의 검 앞으로 오크 로드가 쓰러졌다.

“후훗! 어때요? 제가  많이 잡고 로드도 잡았다구요!”
“잘했다.”
“후후후... 하아, 근데 내가 좋아하고 있는 거지?”

카심은 피식 웃으며 떠오른 창을 보았다.

<왕이 되어라>

오크 군락을 영지로 삼으시겠습니까?

수락하자 다른 문구가 떠올랐다.

<왕이 되어라>

먼저 나라 이름을 정해 주세요.

영지까지 얻었으니 확실한 이름이 필요했다.

“귀찮군.”

대충 짓고 다시 수락하자 주변이 빛으로 감싸더니 안에 있던 시체가 사라졌고 중앙으로 아벨리우스 수정처럼 생긴 작은 붉은 수정 생겼다.

“이, 이게 뭐예요!”
“왜?”
“어, 어떻게 나라 이름이 대충아무거나냐구요!”
“중요한 게 아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으힝! 망했어요.
대충아무거나 나라라니!
이왕 짓는  예쁜  지으면되잖아요!”
“한 번은 바꿀 수 있다.”
“정말요? 그럼 지금 당장 바꿔요!”
“싫어.”
“...”

바닥을 발로 밟고 있는 진 레첼을 내버려 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너무나 형편없는 방책과 어설픈 상태였다.
넓이도 조그마했고 다섯 개의 움막이 다였는데 그래도 영지로 지정하게 되면 식당이라 적힌 움막에서 하루에 한  음식이 나온다.

<대충아무거나 영지>

오크 군락 : Lv 1

그래서 이 미션의 진짜 재미는 지금부터였다.

“진 레첼.”
“왜 부르세요?”

퉁명스럽게 대답하면서도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그녀를 보며 말했다.

“너는 왕족이니 지금은 확실히 수치스러울 경험이지.
그러나 이 경험이 훗날 너에게 정말로  도움이 될 거다.
감히 그 누구도 할 수 없던 경험을 너는 하게 된다는 소리다.
지금은 이해 못 하겠지만 나중...”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요.
그러니까 저도 받아들이고 있는거구요.”
“...”

그녀의 눈은 아까와는 달랐다.
올곧았다.
괜히 왕족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눈빛에 카심은 잠시 놀랐다가 끄덕이며 머리를 가볍게 쳐주었다.

“무, 무슨 짓이에요!”

처음 받는 행동과 그로 인해 느껴지는 감정에 화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잠시 군락 좀 보고 있어.”

사라지는 카심을 보며 진 레첼은 자신의 머리를 만지다가 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어, 어이없어요.
감히 누구의 머리를 막 만지는 건가요? 참나.
진짜 막 화가 나네요.
얼마나 화가 나면 이렇게 심장이 뛰는 건가요? 참나, 정말루.”

그녀는 가볍게 호흡을 하며 분노(?)를 진정시켰다.

***

영지를 얻고 나면 몬스터를 잡을 때 여러 가지 아이템을 떨어뜨린다.
다양한 아이템 중, 붉은 수정이 있었는데 이것을 이용하면 영지의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레벨이 오를수록 당연히 영지의 기능이 늘어간다.

“무한의 가방을 이용할 수 있어서 다행이군.”

필요 없는 물건은 모조리 버렸다.

[영지 하급 보석]

영지의 레벨을 올릴  있다.

이곳 미션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특수한 아이템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이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라이트닝 하급 함정]

일정한 공간 안에 들어오는 순간 1서클 라이트닝이 발동

이런 종류의 아이템도 떨어졌다.
모조리 챙겨 돌아왔을 때,  레첼은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

“왜?”
“후후후. 제가 또 아주 도움이 될 거라구요.”
“...”

카심의 눈이 오른쪽으로 향해 움막 안을 보았다.

“어, 어떻게 알았어요?”

그런데 그 눈빛이 차가워지자 순간  레첼은 흠칫 놀랐다.

“아니에요! 제가 아는 사람이에요.
저를 위해서...”

카심은말을 듣지 않고 그곳으로 걸어갔다.
안에 있던  역시 인기척을 느꼈는지 나왔다.

손에는 주먹밥 하나가 들려 있었다.
곱상한 외모.
그는 가볍게 웃으며 손을 올렸다.

“아, 하하. 당신이군요? 정말 놀랐... 쿠엑!”

빠악! 콰당! 쿵!

카심은 순식간에 그의 얼굴에 주먹을 박아 넣었고 그의 몸이 세차게 굴러 날아가 나무 방책에 부딪히며 부서졌다.

“뭐, 뭐하는 짓이에요!”
“너야 말로 뭐하는 짓이지?”
“예?  사람은 저를 위해서...”
“함부로 영지에 모르는 이를 들이지 마라.”

카심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밖에서는 모두  말을 듣겠지.
하지만 인간은.
그런 상황에서도 배신한다.
하물며 여기는 전사의 탑.
언제 어디서든 배신할 수 있는 곳이다.”

당연히 왕이 되어라 여기의 시스템 중에서도 배신할 수 있었다.

“알겠다구요.”

 레첼은 입을 삐죽 내밀며 눈치를 살폈다.
그때 날아갔던 놈이 일어났다.

“아야야. 이거 참. 공격이제법 빠르시군요?”
“...”

카심은 조금 놀란 얼굴로 보았다.
순간적으로 달려들어 기절을 시킬 생각으로 턱을 노렸다.
그런데 기절은커녕 저렇게 바로 일어났으니 그 수준이 꽤 뛰어남을 알  있었다.

카심이 다시 다가가려하자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이런이런, 잠시만 진정하세요.
저는 정말로 공주님을 돕기 위해 왔습니다.”
“쓸만한 거 같군.”
“하하하, 맞습니다. 저 쓸만합니다.”
“왕국의 인물이니 당장 배신할 일은 없겠군.”

바로 왕국의 인물임을 알아차리자 그는 조금놀란 눈으로 보다가 진 레첼과 눈이 마주쳤다.
 레첼 역시 놀라고 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요. 그는 저와 함께 움직이는 기사예요.”

아까와 전혀 다른 목소리와 분위기.
이전 삶에서 봤던 그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왜 자신 앞에서 그렇게 행동했는지는 몰랐지만, 우선은 그러려니하고 그를 부하로 삼았다.

<왕이 되어라>

[대충아무거나]

왕 : 카심
신하 : 진 레첼 , 드로얀

“그런데 어디 갔다 오신 거죠?”

카심은 대답하지 않고 마을 중앙에 있는 붉은 수정에 다가갔다.

<대충아무거나 영지>

오크 군락 : Lv 1

무한의 가방에서 [영지 하급 보석]을 꺼내 수정에 닿는 순간 빛으로 변하며 사라졌다.

“와! 그거 뭐예요?”

놀란 진 레첼은 다시 아까와 같은 목소리로 돌아와 바짝 붙었다.

“영지의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거다.”

모조리 때려 박자 수정이 빛을 내뿜더니 이내 영지 전체로 흘러가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빛으로 사방이 번져 모두 눈을 감아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빛이 사라졌을 때 영지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나무 방책이 돌로 바뀌어 있었다.

<대충아무거나 영지>

오크 군락 : Lv 2

물론 겨우 1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전보다 훨씬 안정감이 있었고 움막도 작은 오두막집으로 바뀌었다.

“와! 영지가 바뀌었어요.”
“...”

드로얀은 놀란 얼굴로 바라보다가 카심을 보았다.

“신기하군요.
왕이 되어라 미션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미션인데 당신은 어떻게 아는 걸까요?”

 레첼도 카심을 보며 놀라고 있었다.

“레벨의 존재.
그렇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이겠지.
그래서 몬스터를 잡아 보았고 영지의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보석을 얻었다.
이게... 어렵나?”
“아! 그렇군요.
과연... 생각이 굉장히 빠르군요.”

충분히 도출할 수 있는 결과였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빠르고 전혀 주저함이 없었기에 드로얀은 카심을 보며 놀랄 수밖에 없었다.
허나, 드로얀은 절대로 미래를 알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는 없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경계해야 할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카심은 움막에서 오두막으로 변한 건물 중 영주용이라는 곳에 들어가 살피고 있을 때 드로얀은 진 레첼에게 다가갔다.

“공주님. 단순히 운이 좋게 이긴 놈치고는 머리가 좋습니다.”
“단순한 사람이 아니군요.”

다시  레첼은 공주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물건들이 있다는 것을 보면 분명히 다시 왕을 도전할 수 있는 물건도 있을 겁니다.”
“그런가요? 그럼... 배신하는 꼴이겠네요.”

진 레첼은 조금 흔들리는 눈빛이었다.

“공주님이 왕이 되어서 클리어 하셔야 합니다.”
“알겠어요.”

그렇게 동상이몽이 시작되었다.

***

<대충아무거나 영지>

대충 1번 영지 : Lv 5
[함정 설치]

레벨 5가 되는 순간 함정 설치가 생겼다.
함정 설치를 누르자 홀로그램처럼 영지 주변의 지형이 떠올랐는데 그곳에 가지고 있던 함정 설치 아이템을 올리면 자동으로 지정 되었다.

함정을 설치하고 나면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카심의 눈에는 함정의위치가 작은 빛으로 보였다.
당연히 드로얀과  레첼의 눈에도 보였기에 그들은 신기해하고 있었다.

“호오, 이런 식이라... 재미있네요. 이 미션.”

드로얀은 또 레벨 5가 되면서 바뀐 영지를 보았다.
이제 방벽의 높이는 무려 5미터에 이르러서 확실한 보호가 되고 있었으며 방벽 사이로 바리스타도 하나가 설치되어 있었다.

당연히 오두막도 어느새 제법 쓸만한 집의 형태로 변했고 그 쓰임새도 바뀌었다.

한 곳은 식당이었고 한 곳은 숙소였으며  곳은 창고 등, 이렇게 다양했다.
특히 가장 재미있는 곳은 바로 용병 고용소라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등급별로 용병을 고용할  있었다.

용병 더미.

목각 인형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었으며 기본 특화를 익히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높은 용병의 경우에는 무려 특화 8레벨에 해당했다.
물론  값을 치루기 위해서는 막대한 포인트가 필요했다.

[1급 용병 더미]

특화 레벨 8
(특화 선택 가능)

소환 조건 : 100만 포인트

 포인트는 각종 아이템으로 전환할  있었는데 하급 정도의 아이템은 1, 중급은 3, 상급은 20, 최상급은 100이었다.

이러니 100만 포인트를 모으려면 정말 어마어마한 시간과 투자가 필요했다.

드로얀은 이 모든 것을 보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카심을 보면서 흥미로워했다.

“묘하군.”

얼마 전 맞았던주먹.
예상치 못한 공격에 맞기는 했지만 사실 그렇게 강한 힘은 아니었다.
속도는 나쁘지 않으나, 그뿐이었다.

지금 공주님 또래에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은 안토니오, 라이안, 지그하르트나 왕자님 정도일 것이다.
공주님과의 대결에서도 이겼다곤 하지만 그것은 공주님의 실전 경험의 부족 탓이었다.
기사로써 그녀를 훈련 시켰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계속 경계심을 가지게 만들었다.

“움직인다.”

바로 저 행동 때문이다.

기사.

영웅이나 아레스, 드래고니안의 간부들조차 자신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하물며  레첼은 공주였다.
그런데 저자는 그것을 알면서도 너무나 당연하게 하대하고 있었다.

그것도 겨우 공주님의 또래의 인물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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