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10. 동상이몽(5)
그것도 겨우 공주님의 또래의 인물이 말이다.
“어디로 가시는 거죠?”
드로얀의 물음에 카심은 어깨를 풀며 말했다.
“근처에 다른 영지가 있다.”
“드디어 몬스터 말고 사람과의 전투군요. 기다렸어요.”
경험이 부족함을 깨달은 진 레첼은 빨리 그 경험을 쌓고 싶어 했다.
“약 300미터 거리에 이제 막 군락을 얻었지만, 놈들의 수는 10명 정도 된다.”
“흐음. 그 말은 실력이 별로란 것이군요.
군락에는 몬스터가 있고 그 몬스터를 10명이서 처리했다는 소리일 테니.”
“아니, 두 번째 영지다.
아마 인원은 별로 없을 거다.”
“아.”
드로얀은뻘쭘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그럼 가시나요?”
“넌 왕이 움직이는 걸 봤나?”
“... 아하하.”
드로얀은 어색하게 웃었다.
진 레첼이 나서려고 하자 드로얀은 가볍게 막아섰다.
“아닙니다. 후우, 이건 저 혼자 하죠.”
“아니에요. 저도 경험을...”
드로얀은 살며시 진 레첼에게 다가가 윙크를 날리며 조용히 말했다.
“저 친구의 마음을 얻어야죠.
그리고 공주님의 경험은 아마 머지않아 많이 할 수 있을 겁니다.”
“... 좋아요. 드로얀에게 맡길게요.”
드로얀은 끄덕이며 돌아서서 카심을 보았다.
“하하, 제가 쓸만할 겁니다.”
“기대하지.”
드로얀이 나가자 진 레첼은 숨을 크게 내쉬더니 가벼운 느낌으로 변했다.
“푸후. 이제야 좀 편안하네요!
그런데 언제 보고 오신 거예요?”
“몬스터 잡다가.”
“이거이거! 우리 시켜놓고 딴 짓 하셨죠!?”
“너희보다 내가 더 많이 가져온 거로 아는데.”
“... 으흠. 뭐, 그건 그렇지만.
스피드 강화가 이럴 때 좋긴 하네요.
그런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매일 바쁘신 거예요?”
“지도만드느라.”
“지도요?”
“그래. 지금도 움직일 건데.
너는 영지나 지키고...”
“저도 갈 거예요!”
“영지는 누가 지키고?”
“빼앗기면 다시 뺏으면 되잖아요.”
“... 그래 뭐 가자.”
두 사람은 그곳에서 나와 제법 멀리까지 움직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양피지를 꺼내자 진 레첼은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훨씬 지도의 수준이 높았기 때문이다.
“우와. 대단해요. 정말 본인이 만든 거예요?
노는 줄 알았더니... 제법이네요?”
“고맙다.
이왕 왔으니 저쪽에 뭐 있는지 보고 와.
난 여기 좀 그릴 테니.”
“알겠어요.”
그렇게 주변까지 확실하게 그리며 지도를 완성하고 있었다.
“여기 이렇게. 맞아요. 오오! 다 됐어요!”
“괜찮네.”
“완전 좋아요. 재주가 있으시네요?”
“무능한 왕은 아니지.”
그러는 사이 창이 떠올랐다.
[대충아무거나]
신하 드로얀이 [전설의 용사]의 영지 [두번째 시작]을 점령했습니다.
신하 드로얀이 [전설의 용사] 나라의 왕을 제거했습니다.
“빠른데?”
“당연하죠! 저희 기사들이 얼마나 능력이 좋은데요?”
영지로 돌아오자마자 수정을 만졌다.
[대충아무거나]
1번 영지 – Lv 5
두 번째 시작 – Lv 2
두 번째 시작을 누르자 창이 떠오르더니 이동하시겠습니까 라고 적혀 있었다.
하루 한 번 가능한 영지간 이동이었다.
수정에서 나온 붉은색 빛이 감싸더니 순식간에 시야가 바뀌었다.
그곳에는 무너져내린 영지의 모습과 드로얀 말고 세 명이 멀뚱히 서 있었다.
카심과 진 레첼이 나타나자마자 놀라더니 이내 진 레첼을 보고 입을 벌렸다.
“지, 진짜였어!”
“오오! 공주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들은 진 레첼을 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카심은 그런 그들의 행동을 보는데 드로얀이 다가왔다.
“하하, 아무래도 일손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카심은 그들을 보며 신하로 삼았고 드로얀과 함께 빠르게 복구시켰다.
그러더니 드로얀과 셋이 무어라 이야기하는 사이에 카심에게 다가왔다.
“이들이 가지고 있던 게 하나 더 있다고 하더군요. 그 영지를...”
“그쪽은 가지 않는다.”
“음. 왜죠?”
“당장은 필요 없으니까.”
의아한 얼굴이었다.
사실 영지가 있으면 이렇게 이동하는데 워낙사기적이기 때문에 훨씬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
“어이가 없네.”
“그러게 지가 뭔데 저래?”
전설의 용사 신하였던 세 사람은 카심의 말에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자 빠르게 드로얀이 상황을 마무리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카심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다음 날, 몬스터 사냥을 명령했다.
“오늘부터 이곳 주위 몬스터 사냥한다.
1번 영지...”
“흐아암. 뭐라는 거야.”
“공주님, 드로얀님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들의 태도에 진 레첼은 당혹했고 드로얀은 자연스레 말했다.
“몬스터 사냥하고 오겠습니다. 자 움직이죠.”
“옙!”
“알겠습니다!”
“공주님 제가 아주 기가 막히게 잡아 오겠습니다!”
그들은 대놓고 진 레첼을 향해 소리치고는 움직였다.
진 레첼은 여전히 안절부절못한표정으로 카심을 바라보았다.
“그, 그게...”
“그렇군.”
카심은 그런 그들을 보며 피식 웃고는 이곳 주위를 돌아다니며 지도를 넓혀나갔다.
진 레첼도 열심히 도와주면서 며칠 만에 지도는 더욱 늘어나게 됐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일이 발생했다.
사냥을 나갔던 이들이 2명을 더 데리고 왔는데 그들의 첫 번째 영지에 있다가 왕이 죽으면서 자연스레 자유 신분이 된 이들이었다.
드로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그들만 영지로 들어왔다.
그리곤 카심을 보자마자 손짓했다.
“어이 왕. 이 녀석들도 신하로 받아라.”
카심은 다가오는 그들을 보았다.
“누군데?”
“아, 알 거 없고 받으라고 새끼야.”
험한 분위기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그는 카심의 옷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새끼가꼴에 좋은 장비 입었네.
야 너 어차피 쓸모도 없으니까 그거...”
“뭐하는 짓이죠?”
다가와 카심의 장비를 건드리려는 그때 진 레첼이 나타났다.
그녀의 위엄있는 분위기에 그는 움찔했다.
“아, 공주님. 저는 학센이라 합니다! 그리고 그게 아니라...”
“지금 이분은 왕입니다.
아무리 이 상황이 미션이지만 그래도 그런 식으로 질서를 흐트러뜨리면 앞으로 우리가 이 미션을 클리어할 수 있을 거 같으신가요?”
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이내, 학센이 소리쳤다.
“여, 역시 공주님이십니다. 과연 대인배!”
“정말 다르십니다.
어찌 이렇게 마음도 넓으신지.”
이상한 오해를 했는지 오히려 진 레첼을 보며 박수까지 쳤고 카심은 그런 것을 보고는 그들에게 신하를 삼는 메시지를 보낸 다음 몸을 돌렸다.
진 레첼은 이 상황에당황해하며 카심을 보며 말하려 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하지만 이미 돌아서 버린 카심은 듣지도 않았다.
그로부터 카심은 더욱 주변을 움직이며 지도를 완성하러 다녔다.
진 레첼도 같이 가겠다고 했지만 카심은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확실히 이들이 움직이는데 좋은 원동력이 되었기에 자주 모습을 보여야 했다.
공주와 인연을 맺고 싶고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서 더욱 열심히 움직였으니 말이다.
잠시자리를 비워야 했기에 그녀에게 임시로 신하를 부여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고 그로부터 약 보름 정도가 흘렀을 때, 카심은 다시 영지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인원도 진 레첼과 드로얀을 빼고 무려 20명이 되어있었다.
그들은 카심을 보자마자 수군 수군거렸다.
영지로 들어가는데 여기저기서 비웃음을 들었다.
“저 새끼야?”
“꼴에 장비는 좋아 보이는데?”
“씨발 좀 멋있는데 장비는?
하아, 왕만 아니면 뺏어버리는데.
왕은 공격 안 되잖아.”
“먼저는 안 되지.
저 병신이 우리를 먼저 공격할 리는 없으니. 크크.”
비웃음을 느끼며 지나가자 카심은 수정을 통해 1번 영지로 향했다.
그런 행동은 오히려 더욱 비웃음을 키우게 했다.
“병신 도망가네.”
“나 같아도 그러겠다.
그런데 저 새끼 뭔 생각으로 감히 공주님을 신하에 둔 거야?”
“새끼가 협박했다잖아.
공주님은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고.
더러운 새끼.”
“하긴, 드로얀님께서 꼭 공주님을 지킬 수 있게 도와달라고 했지.”
어느새 카심은 악당이 되어있었다.
마침 사냥에 나섰다가 돌아온 드로얀은 카심이 돌아왔다는 다른 신하의 이야기를 듣고 동시에 이 흐름을 알고는 만족스러움에 끄덕였다.
반면 진 레첼은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천천히 수정으로 향하더니 사라졌다.
“...”
드로얀은 그런 진 레첼의 행동에 조금 당황했다.
“드로얀 기사님. 공주님께서는...?”
“잠시 일이 있는 가보더군요.
그나저나 지금 영지 레벨은 몇인가요?”
그동안 사냥해서 얻은 것을 이용해 일부러 두 번째 시작 영지의 레벨을 올리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이곳의 레벨을 더 올려 1번 영지가 아닌 이쪽을 시작으로 만들려는 속셈이었다.
“이제 3입니다.”
“... 아직 3이라구요?”
“원래 레벨이 생각보다 올리기 어렵습니다.”
드로얀은 의아했다.
“1번 영지는 벌써 레벨이 5인데.”
“그래서 놀랐습니다.
과연 공주님과 기사님! 수준이 다르십니다!
레벨 4까지 올리는데도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
한편, 1번 영지로 넘어온 진 레첼은 주변을 둘러보아도 카심이 보이지 않자 바로 왕만 지낼 수 있는 건물로 향했다.
“카심씨!”
“...”
그곳에서는 많은 양피지를 늘어놓고 살피고 있는 카심이 있었다.
어느새 지도의 양은 훨씬 많아져 있었다.
“아무리 내가 방심했다지만 당신이 저들에게 무시당할 실력은 아니잖아요!”
지도를 살피고 있던 카심은 그런 그녀의 외침에도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카심씨!”
“뭐해?”
“예?”
“너 뭐하냐고.”
“무슨 소리예요?”
“저것들이 왜 저러는지 몰라?”
“...”
“너를 위해서지.
그런데 너는 지금 저들의 희생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왕족인 네가.”
그녀는 잠깐 침묵하더니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보았다.
“옳은 게 있고 옳지 않은 게 있어요.”
“...”
카심은 그 말에 가볍게 웃었다.
“그렇게 웃지만 말구요! 지금 제 걱정을 할 때가 아니잖아요!”
“그럼 넌 왜 내 걱정을 하는데?”
순간 진 레첼은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뛰기 시작하는 심장에 얼굴도 붉어졌다.
“으으! 또 화가 나요! 그렇게 답답하니까 그렇죠!
감히 공주인 제가 말하면 들어야지요!
진짜 왕이라도 된 줄 아시는 거예요!?
아주 오만하네요!
알아서 하세요!”
갑자기 소리치고는 후다닥 뛰어나가는 것을 보며 카심은 조금 당황했다.
“왜 저래?”
그래도 그녀가 나간 곳을 바라보았다.
진 레첼.
이전 삶에서도 그녀는 공명정대했다.
그래서 그런 그녀가 왕위를 물려받아야 한다는 인물이 적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이번 역사에선 왕이 바뀌는 것도 재미가 있겠네.”
역사의 흐름이 분명히 바뀌었으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또 30일이 지났다.
드로얀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유능했다.
무려 30명까지 인원을 늘렸고 두 번째 시작 영지의 레벨도 어느덧 5가 되어있었다.
동시에 많은 아이템도 제법 모은 상태였다.
“던전?”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출발하도록 하죠.”
이곳에는 던전도 있었다.
물론 아벨리우스 수정에서 하는 것과 달리 진짜 동굴이었고 그곳에는 몬스터가 무리 지어 살고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끝에 보상이 있었는데 그 보상이 몬스터를 잡고 나오는 것보다 훨씬 좋았다.
“...”
드로얀은 던전에서 얻은 보상을 보고 놀랐다.
[재도전]
다시 한 번 왕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토록 찾던 것을 드디어 얻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