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 〉11. 위험한 자(2)
잠시 아무런 말 없이 지도만 바라보고 있었다.
***
진 레첼과 드로얀은 신하 80명을 이끌고 움직이고 있었다.
“먼저 거대한 산을 노리는 건가요?”
“예. 싸우는 순간 빈집을 노릴 생각입니다.”
“드로얀의 생각인가요?”
“예. 전적으로 전투에 있어서는 카심이 저희의 의견에 따르고 있습니다.”
“좋아요. 그렇다면 제가 오른쪽에서 치겠습니다.”
드로얀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희 둘이 움직이고 나머지는 여기 백인장에게 맡길 생각입니다.”
백인장이라는 말에 돌아보니 제법덩치에 각이 잡힌 인물이 서 있다가 공주를 보고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예를 차렸다.
“푸랑소라고 합니다. 공주님!”
“잘 부탁해요.”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푸랑소에게 움직이라고 지시를 한 이후 드로얀과 진 레첼은 둘이 남았다.
“그런데 우리 둘만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공주님을 위한 것입니다.”
드로얀은 웬만한 것들이 처리하고 중요한 인물은 공주가 처리함으로써 그녀의 위상을 높일 생각이었다.
쿠궁!
멀리서 울려 퍼지는 진동 소리.
<거대한 산> 나라와 <왕이 될 나라>의 전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시작했습니다.
그럼 저희가 먼저 움직입니다.”
드로얀이 앞으로 달려나갔고 진 레첼은 투구의 안면을 내리고 뒤따랐다.
두 사람이 은밀히 <거대한 산> 영지 중 가장 큰 영지에 접근해 입구를 보다가 둘 다 성벽 위를 뛰어올랐다.
안에는 역시 많은 사람이 보이지 않았기에 끄덕이고는 동시에 떨어져 내렸다.
“뭐야! 적이다!”
갑자기 나타난 둘을 보며 당황한 그들은 순식간에 경계했다.
드로얀이 먼저 파고들어 공격하려는 순간 멈칫했다.
“... 공주님!”
진 레첼 역시 오른쪽으로 움직이려는 순간 멈칫하고는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드로얀이 왜 불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당황한 목소리와달리 표정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건물 사이사이와 안에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수는 족히 200명 가까이 되었다.
“함정... 인가?”
드로얀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으며 보았다.
<왕이 될 나라>와 이들이 짜고최근 급성장한 <대충아무거나>를 오히려 양쪽에서 치는 계획인 셈이다.
백인장이 이끄는 부대는 왕이 될 나라와 싸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정도 수라면 저도 쉽지 않습니다.
거기다 제가 한다 하더라도 공주님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아질 수 있으니 우선 뒤로 빼는 게 좋다고 봅니다.”
드로얀은 믿음직한 기사였기에 진 레첼도 끄덕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눈은 빛났다.
“물론, 그냥 갈 순 없죠.”
동시에 특화가 터져 나오며 앞으로 튀어 나가려는 순간 건물 위에서 누군가 순식간에 튀어나와 두 사람 앞을 막아섰다.
“오호~ 왜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나 싶었더만 그쪽도 7짜리 둘이나 있었네?”
“그럼 어디 한 번 실력 좀 볼까?”
그렇게 시작된 특화 Lv 7 간의 대결.
각각 일대일로 진 레첼은 땅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고 드로얀과 상대는 건물 위를 오가며 검을 부딪혔다.
그런데 그때 <거대한 산> 신하들은 갑자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대로 우리랑 싸워도 되겠어?”
“무슨 의미입니까?”
“우리도 너희들에 대해서 조금 알아봤거든.
영지가 어디에 있는지도 말이야.
지금 나간 인원들이 어디 갔을 거 같아?”
드로얀은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지금 당신은 우리를 막아서고 우리는 당신을 빨리 뚫어 보호하러 가야 한다 이 말이군요.”
“푸하하! 아니지. 너희들도 죽고 너네 왕도 뒤지는거지.”
씩 웃는 붉은 머리의 사내를 보며 드로얀은 다시 피식 웃었다.
“그렇군요.”
여유롭게 대답하면서 그의 창과 맞부딪혔다.
슈아악!
순식간에 접근한 놈의 언월도가 크게 회전하면서 위아래에서 움직였다.
가볍게 뒤쪽으로 뛰어 피하려는 순간 늘어나는 붉은 빛에 드로얀의 미간이 움찔거렸다.
파팟!
조금 더 빠르게 움직여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슈아아악!
빠르게 뒤로 물러 섰음에도 발끝까지 언월도가 지나간 흔적이 있었다.
놈의 이능은 언월도와 어울렸다.
길이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자신의이능과 달리 온전히 그 힘을 고스란히 실을 수 있었기에 꽤 위협적이었다.
쉽사리 막았다가 꽤 큰 충격을 받을 수 있었기에 빠르게 움직이며 피했다.
“푸하하! 쥐 새끼마냥 잘 도망 다니네!?”
“그런데 우리 쪽도 인원이 있습니다?”
“그것도 이미 준비해뒀지.
우리뿐만 아니라 저기 왕이 될 나라 새끼들도 너희들이 거슬렸던 모양이야.
잔챙이는 처리해준다더군.
물론 그 값을 치루느라 제법 손해도 있었지만 말이야.”
“배신할 거란 생각은 없습니까?”
“푸하하! 당연히 있지.
그래서 약속의 물건의 반만 준 상태다.”
“그 물건이 뭡니까?”
“알아서 뭐해? 어차피 뒤질 놈이.”
순식간에 파고든 놈은 씩 웃는 얼굴로 언월도를 거칠게 치켜올렸다.
촤아악!
뒤쪽으로 퍼지는 그의 창의 충격에 건물 하나가 부서져 날아갔고 드로얀은 가볍게 움직이면서 그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아냈다.
그러면서진 레첼의 움직임을 살폈다.
비슷한상대를 만났을 때 얻게 되는 경험이 컸기에 일부러 그녀가 최대한 집중해서 상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맞춰주기 위해 피하면서도 최대한 멀리 떨어지고 있었다.
콰직! 콰광!
거칠게 달려드는 놈의 언월도를 이능인, 붉은 검을 이용해 막아섰다.
카앙!!
“겨우 이능으로 내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거 같나!”
드러난 그의 어깨의 근육이 팽창하더니 순식간에 붉은 검을 밀어내기 시작해 드로얀은 하는 수 없이 이능과 함께 검에도 특화를 사용해 막아섰다.
“그렇게 하다가는 네놈 체력이 순식간에 날아갈 거다!”
이어지는 거친 공격을 막아내면서 계속해서 진 레첼을 살폈다.
그때 화려한 붉은빛이 언월도에 뭉쳐지기 시작하더니 거대해졌고 그대로 내려쳤다.
콰앙!!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파괴력에 붉은 머리 사내는 히죽 웃었다.
확실히 특화 Lv 7 치고는 강했다.
그러나 먼지 사이로 아무렇지 않다는 듯, 천천히 걸어오는 드로얀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과연, 경험이 제법 있군요.”
“새끼가 건방지군.”
“그런데 어쩌지요? 당신 동료는 당한 거 같은데.”
붉은 머리 사내는 옆에 돌렸을 때 자신의 동료가 쓰러지는 것을 보았다.
“흥, 어차피 내가 너희 둘 다 이겨.”
그때 앞에서 달려드는 드로얀의 공격에 붉은 머리 사내는 언월도를 들더니 더욱 강한 기세를내뿜었다.
“과연, 그 정도면 정말로 강하군요. 즉, 당신이 왕이라는게 확실하기도 하고.”
“푸하하하! 왜? 내가 왕이면 날 죽이게?”
“예.”
너무나 당연하다는 대답에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새끼가 감히...”
“감히는 아닐 겁니다.”
그때 그의 옆에 붉은 검이 둥실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드로얀의가슴을 찔렀다.
푸욱!
“...”
특화 : 무기 강화 Lv 8
붉은 머리 사내는 순식간에 밀려 들어오는 강한 바람에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기세만으로 이루어진 강한 파동에 의한 바람이었다.
저건, 자신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씨발... 잘못 걸렸네.”
슈악!
그와 동시에 그의 머리가 잘려 땅으로 떨어지면서 빛으로 변했다.
<왕이 되어라>
[거대한 산] 나라의 왕을 처치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영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화 일부를 얻습니다.
왕이 죽는 순간 나라는 와해 되고 신하는 선택권이 생긴다.
새로운 왕과 함께 할 것인지 아니면 다시 왕이 될 기회를 얻을 것인지.
그래서 빠르게 포로로 확보하는 게 중요했다.
“공주님 어떠셨습니까?”
“하아, 하아. 쉽지 않았어요.
역시 경험자는 어렵군요.”
“그래도 대단하신 겁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저희 영지쪽으로 움직인 놈들은 이것으로 와해가 되었으니 괜찮겠지만 백인장이 있는 쪽은 <왕이 될 나라> 놈들의 공격을 받고 있을 겁니다.
그쪽으로... 응?”
그런데 갑자기 창이 떠올랐다.
<왕이 되어라>
[왕이 될 나라] 나라의 왕을 처치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영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화 일부를 얻습니다.
“... 어?”
너무도 예상치 못한 문구였다.
진 레첼도 놀란 얼굴로 보았고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우선 빠르게 백인장을 만났다.
“푸르송!”
“기사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저, 저도 당황스럽습니다.
저희를 공격한 놈들인데... 갑자기 저러고 있습니다.”
“왕을 죽인게 아니고요?”
“아닙니다. 저들도 보십시오.”
백인장을 공격하러 왔던 왕이 될 나라 신하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드로얀은 빠르게 다시 거대한 산이 있던 영지로 돌아왔고 그곳에서 수정을 이용했다.
[대충아무거나 나라]
대충 1번 영지 : Lv 7
두 번째 영지 : Lv 5
세상 중심 영지 : Lv 6
황금 영지 : Lv 6
세상 중심 영지가 이곳이었고 황금 영지는 바로 [왕이 될 나라]의 영지였다.
그래서 곧바로 그쪽으로 이동했다.
번쩍!
대충 1번 영지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느낌이 다른 영지로 나타났다.
영지는 전혀 싸움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는데 어째서인지 근처에 앉아 있는 이들은 10명 정도 밖에 없었다.
아무리 거대한 산을 돕기 위해 인원이 차출되었다지만 그래도 수는 너무 적었다.
거기다 이곳에 자신이 왔음에도 그들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당황하며 걸어다니다가 한 명에게 물어보려던 찰나 그때 영주가 사용할 수 있는 건물에서 카심이 걸어 나왔다.
“카심씨? 어떻게 여기에...”
“싸움의 기본은 강자를 먼저 치는 게 아니라 약자를 치는 것이지.”
“예?”
“두 나라 사이에 우리는 걸리적거릴 테니 차라리 힘을 합쳐서 우리를 먼저 제거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의미다.”
“그, 그러니까. 카심씨는 그것을 알고 빈집을 털기 위해혼자서... 여기에 와서 왕을 잡았다는 말입니까?”
“그럼 이쪽 왕이 혀 깨물고 뒤졌을까?”
왕이 될 나라의 왕 역시 특화 레벨 7이었다.
단, 혼자서 이곳에 쳐들어와서 특화 7레벨을 잡는다는 것은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당황스러웠다.
“당신은... 도대체 뭡니까?”
카심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왕이다.”
그런데 드로얀의 표정이 급격하게 변했다.
지금 그는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
[철인 왕국]
500명이 넘는 인원으로 근처 일대를 제패한 나라였다.
본래 그렇게까지 강하지 않았는데 그들 중 한 명이 아주 뛰어난 지략을 가지고 있었다.
그 덕에 이곳 일대를 완전히 집어삼킬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이 바라보고 있는 전방에 300명 정도 되는 적군.
“저들만 이기면 남쪽 지역은 우리가 완전히 제패하는 건가?”
“예. 몇 나라가 더 있기는 하지만 가장 강적은 저기 대충아무거나 나라입니다.”
“인원이 약 300명이던가?”
“그렇습니다.
경계 대상은 진 레첼 공주님과 그의 기사인 드로얀이라는 인물입니다.
특화 레벨 8로 클로마쿤님과 같습니다.”
“기사라... 그렇게 왕국이니 뭐니 자랑하던 놈들의 실력이 궁금하긴 하네.”
“저 둘은 특히 앞으로 있어서 소중한 인재들입니다.
특히 공주님의 경우에는 앞으로 얻게 될 신하들을 어렵지 않게 끌어들일 수 있을 겁니다.”
단발머리에 초록색 눈이 인상적인 그녀는 안경을고쳐 잡았다.
그녀는 안토니오와 함께 아카데미에 있었던 여성으로 그곳에서도 그의 눈에 띠여 함께 다녔었다.
아카데미를 졸업하진 못했지만, 생활이 끝나자마자 안토니오에 의해 영웅 길드에 스카웃 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