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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화 〉11. 위험한 자(4) (58/119)



〈 58화 〉11. 위험한 자(4)

눈앞에도, 심지어 오른쪽에도 보이지 않았다.

“카심씨!”
“카심님!”

그때 뒤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휙 돌렸을  무려 200미터는 떨어진 곳에  있었다.

“어, 어떻게...”

아이템인가 생각했지만 그럴 리 없었다.
[봉인] 아이템이 사용되었다.
혹, 방어하는 아이템을 사용했나 싶지만, 만약 그랬다면 방금 떠오른 창처럼 무효화라고 떠야만 했다.

그 말은 즉.
자신의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것도 특화 Lv 8, 일체화 상태인 자신의 눈과 감각조차 잡지 못할 만큼.

클로마쿤은 이 미션을 하면서 지금 처음으로 당혹감에 사로잡혀 패닉에 빠졌다.

한편, 뒤늦게 온, 드로얀과 진 레첼은 이상한 대치 상태를 보고 의아했지만 다급하게 카심에게 다가가 보호했다.

“괜찮아요?”
“괜찮으십니까?”
“보다시피.”

카심은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었다.

신속.

처음으로 실전에서 사용해본 것이다.

신속은 소닉붐과 같이 가속을 압축하는 방식은 같았지만 그게 무기가 아닌 신체에 해당했다.
사실 이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위였다.
조금 잘못하는 순간 신체는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멀쩡하게 서 있는 듯하지만 몸속에서는 마나가 맹렬하게 움직이며  반동을 제어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가치는 있었다.
몸에 가속을 중첩시키는 순간 갑자기 완전히 다른 감각과 세계가 펼쳐졌다.
상대의 움직임이 마치 미리 움직이는  보였다.

정확히는 보이는 게 아니라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설명할  없는 아주 기묘한 감각이었다.
거기다가 자신의 속도는 믿기 어려울 만큼 빨라져 컨트롤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물론 추후에는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카심은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상대 역시 방금 자신의 움직임에 넋을 놓고 있는 게 보였다.

“이번엔 놓치지 말도록.”
“...”

그 말을 들은 드로얀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예.”

몸을 돌린 드로얀은 검을 고쳐 잡고 천천히 걸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몹시 화가 났기 때문이다.

기사가 되기 이전에도,
기사가 된 후에도.
이렇게 화난 적이 없었다.

그 순간, 그의 옆으로 붉은 검이 떠올랐다.
그것은 7의 이능을 보일 때보다 훨씬 진하고 선명했다.
그것이 주변에 떠다니는 게 아닌 왼손으로 들어왔다.

화아아악!!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기세가 워낙 강해 주변으로 바람이 일어났다.
 기세에 정신을 차린 클로마쿤 역시 어느새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

걸어오는 놈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사라지더니 눈앞에 나타난 드로얀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죽어라.”

콰가강! 콰지직! 쿠우웅!

두 사람의 전투가 시작되자 삽시간에 일대가 또 박살 나기 시작했다.
피어오른 먼지 사이로 붉은색 빛이 잔상을 내뿜으며 크게 횡을 그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클로마쿤은 다급하게 다가오는 그 빛을 보며 해머를 휘둘렀다.

콰아앙!

분명히 강한 폭발이 주변을 퍼졌음에도 그 검은 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 뒤쪽에서 느껴지는 오싹함에 고개를 돌리며 해머를 들어 올렸다.

카아아앙!!!

“큭!”

클로마쿤은 한쪽 다리가 움찔할 정도로 엄청난 충격에 인상을 확 찌푸렸다.

“크아아!”

힘차게 뿌리친 다음 뒤쪽에서 날아오는 붉은 검을 향해 해머를 휘두르면서 그대로 땅을  내려 찍었다.

콰아앙! 쿠구구궁!

그 순간 드로얀은 뛰었고 기다렸다는 듯 클로마쿤의 해머가 공중에 떠 있는 드로얀을 향해 움직였다.

콰아앙!!!

이번엔 제대로 타격을 입혔을 거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앞에서 드로얀이 순식간에 대쉬하며 양손에 든 검으로 날아와 회전하며 공격을 퍼부었다.

카캉! 푸푹! 촤아악!

“크악!”

단단한  육체가 벌어지며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드로얀의 공격은 이전과 달리 너무도 거칠었다.
마치  새 없이 몰아붙이는 폭풍과도 같았다.

카지직!

두 개의 검과 해머가 공중에서 부딪히면서 힘겨루기가 잠시 이루어졌다.

“크크크, 과연... 기사란 것들에 대한 소문이 허풍은 아니었군.
인정하지.
하지만 나는 그렇게 쉽게...”

푸북!

“쉽게 뭐?”
“크, 크윽... 어, 언제?”

클로마쿤은 밑에서 튀어나온 붉은 검이 자신의 등 뒤를 찌른 것에 경악했다.

“처음부터.”
“하, 하나가 아니었나?”

보통 붉은 검을 소환하는 이능은 단 하나만 이용한다.
그만큼 많은 체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로 검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여러 개를 사용해 체력 소비를 줄이기도 했다.

“둘도 아니야.”

그의 머리 위에 또 나타난 붉은 검.
그것이그대로 클로마쿤의 머리에 꿰뚫었다.

<왕이 되어라>

[철인 왕국] 나라의 왕을 죽였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영지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화 일부를 얻습니다.

드로얀은 창을 보지도 않고 걸어가 카심 앞에 도착하더니 고개를 숙였다.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두...”
“잘했다.”
“...”

그 순간 두근 거리는 심장에 드로얀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것이다.
바로 이것이었다.
그토록 화가 났던 이유.

자신은 주군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쳐야 했고 실패하면 자신의 목숨도 내놓아야 했다.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미션이다.
가짜 왕이다.

그런데 왜?
왜 그의 칭찬과 인정에 이토록 마음이 안정되고 기분이 좋단 말인가?

“뭐해 멍하니 서서.
포로들 도망간다. 잡아.”
“아, 알겠습니다.”

드로얀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때 진 레첼은 멀뚱히  있었다.

“왜?”
“사실  방금 봤어요.
어떻게 된 거예요?”
“뭐가?”
“그 움직임 말이에요.”
“근데?”
“왜 숨기냐고요!
그러고 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그 상황에서 피한  말이 되지 않았어!”
“내가 언제?”
“예?”
“난 단  번도 숨긴  없다.
너희들 마음대로 판단하고 있을 뿐.”
“... 그러니까.
그럼 그때도 내가 방심한 게 아니라 그냥 진 거다 이 말이에요!?”

카심은 피식 웃었다.

“마음대로 생각해.”
“그렇게 생각할래요!”
“응?”

순간 이해되지 않는 대답에 당황해 바라보려 했지만 이미 앞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심지어얼굴엔 미소도 그려져 있었다.

“참 왕족은 이해하기 어렵군.”

카심은 1번 영지로 향했고다.
클로마쿤을 죽인 후에, 도망친 이들도 많이 있었지만 약 100명 정도를 포로로 잡을 수 있었다.
그런데 백인장 푸르송이 1번 영지로 급히 오더니 재미있는 소리를 했다.

“왕께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이가 있습니다.”
“누구냐?”
“들어보니 <철인 왕국>에서 가장 중요했던 인물이라 합니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될 수 없었다고...”

흥미로운 자기 소개였기에 끄덕였고 잠시 후, 안으로들어왔다.

“반갑습니다. 대충아무거나 나라의 왕께 인사드립니다. 저는 코냐라고 합니다.”

코냐.
그녀는 사실 계획이 실패했다고 했을 때는 좀 믿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실패한 적 없던 자신의 작전.
이번 작전은 다소 과격한 부분이 있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파워 강화라 하더라도 LV 8.
실패할 수 있을만한 조건이 아니었다.

혹시 모를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 아이템까지도 준비했었다.
상대가 기사였다면 당연히 실패했을 계획이지만 왕이었다.
절대로 실패할 수 없었다.

그런데 실패했다.

그 말은, 상대는 그 움직임을 피할  있었다는 의미인데 그는 스피드 강화라 할지라도 피하지 못할 것이라 자신했었다.
그럼 상대는 최소 Lv 8 특화가 아닌 이상에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결과였다.

그래서 만나보고 싶었다.
그런데 들어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지도였다.

놀라웠다.
자신 역시 지도를 만들고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하지는 않았다.
심지어 방대했다.
자신들이 있는 곳 주위 세세할 정도로 모두 있었다.
하물며 자신도 모르는 아주 좋은 위치도 있었다.

“그래. 네가 철의 왕국의 모든 걸 만들었다고?”
“예 그렇...”

그러다가 왕을 보고는 놀랐다.
낯익은 얼굴.
기억력이 좋은 편이었기에 단번에 떠올렸다.

바로 카심이었다.

안토니오가 충격에 빠져 자신을 통해 알아보라고 지시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당시에는  어떤 정보도 얻을  없었었다.
그런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니 놀라우면서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도 이해할 없는 인물이었는데 지금 또 이해할 수 없는 인물로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왜 그러나?”
“아, 아닙니다.”
“그래. 나를 직접 보고자 한 것은?”
“철의 왕국에 제가 모든 것을 관여했습니다.
충분히 이곳에서도...”
“그렇다면 마지막 그 방법도 네가 한 것인가?”
“...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왜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아주 교묘한 질문이었다.
스스로 도움이 된다고 말하러 왔는데 자신의 계획이실패한 것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코냐는 주저 없이 말했다.

“정보 부족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정보로는 절대 실패할 리 없었습니다.”
“어떤정보가?”
“왕께서 설마 특화 레벨 8일 줄 몰랐다는 것입니다.”

카심은 피식 웃었다.

“7인데?”
“...”

코냐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자신을 놀리냐는 표정이었다.
왜냐하면 절대 그럴 리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마침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백인장 캄입니다. 포로는 모두 신하로 돌아섰습니다.”
“그래. 그럼 알아서 분류 작업 하도록.”
“예!”
“아, 캄.”
“예!”
“내가 특화 레벨이 몇이지?
절대 거짓 없이 말하도록.”

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래 정확히 해주지.”

카심은 아이템 하나를 꺼냈다.

“거짓을 할 수 없는 아이템이다.”

그것을 캄에게 사용했다.
코냐는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캄을 보았고 캄 역시 당혹스러워하더니 말했다.

“레벨은 7이십니다.”
“일 보도록.”
“예!”

카심은 다시 코냐를 보았다.
그리곤 코냐의 표정은 완전히 혼란이 되어 있었다.

“어, 어...”
“자, 그렇다면 어떻게 실패했을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급격히 흔들리던 눈동자가 멈추더니 카심을 보며 말했다.

“특성, 특성입니다.”
“훌륭하군.”

굉장히 빨랐다.
당황스러움 속에서도 저렇게 빠르게 정확한 답을 내릴  있다는 것은 확실히 대단했다.

“좋다. 너에게 군사 직책을 내리지.
백인장들을 데리고 남쪽에 남은 모든 나라를 흡수하도록.
자세한 설명은 백인장에게 만나서 들으면 된다.”
“감사합니다. 꼭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코냐는 끄덕이며 나가는 순간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클로마쿤보다 위험한 사람이었다.
실력도 있지만, 머리도 뛰어났음을 알았다.
이것은 굉장히 좋은 정보다.
머지 않아 만날 안토니오에게 아주 큰 적이 될 것이기에 가까이서 그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아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코냐가 나가고 카심 역시 가볍게 웃었다.

“재밌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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