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9화 〉11. 위험한 자(5)
“재밌겠네.”
***
현재 상황은 이러했다.
동쪽의 1강.
남쪽의 1강.
북쪽의 1강.
그리고 서쪽의 2강이 존재했다.
“남쪽은 저희, 서쪽엔 <거인>, <붉은 깃발>이 있고 각각 500~ 800명 사이로 알고 있습니다. 북쪽의 <굳건한 의지>는 아직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고, 그리고 가장 강하다는 곳이 바로 동쪽의 <제왕>입니다.
그들의 수는 무려 1500명 가량.
심지어 Lv 7의 분포도가 무려 50명이 넘습니다.”
코냐의 말에 드로얀과 진 레첼은 끄덕이면서 정보를 모은 코냐를 대단하다며 바라 보았다.
“제왕이 그쪽인가?”
“예.”
코냐는 진 레첼을 가볍게 보곤 말했다.
“진 레이널. 왕자님이십니다.”
“역시 오라버니시네요.
오라버니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 아니, 마력이 있으세요.
특화 레벨도 머지 않아 8을 노릴 정도로 뛰어난 재능도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아마 두명의 기사도 같이 있을 거예요.”
“저와 같이 왔던 이들이 바로 바르바프로 그리고 주웬입니다.
두 분 다 저보다 더 먼저 기사가 되셨고 특히 주웬 기사의 경우엔 기사 내에서도 강자입니다.”
드로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카심을 보았지만 신경도 쓰지 않고 코냐에게 물었다.
“남쪽 일대 정리는?”
“거의 다 된 상황입니다.
저희는 약 580명으로 특화 레벨 7은 이제 약 10명정도 됩니다.”
“저 중에서 우리가 가장 약하단 말이군.”
“아닙니다.
저희는 그래도 드로얀님께서 계시기 때문에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특히 2강인 서쪽은 서로 힘을 합쳐서 저희 쪽을 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드로얀님이 알려지면서 그 움직임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당연히 공주님이라는존재의 영향도 큰 상태입니다.”
코냐의 정보력은 확실히 좋았다.
심지어 남은 나라를 정복해나가면서 모은 것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코냐는 가볍게 안경을 고쳐 잡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먼저 힘을 키워야 합니다.
진행 중인 남쪽 점령을 확실하게 이룬 다음에 근처에 있는 모든 던전과 몬스터를 정리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그리고 던전의 경우에는 클리어가아니라 계속해서 몬스터가 생성되는 부분을 이용해서 고정적으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제왕>의 경우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와 정말요? 그런 방법도 있군요?”
“그렇습니다. 공주님.
그래서 제왕의 경우 벌써 중심이 되는 영지는 레벨이 10이 된 상황입니다.”
“대단해요. 코냐씨는 어떻게 그런 정보를 다 모으셨어요?”
“왕께서 만들어 둔 정보 조직을 이용한 것입니다.
저보다 이런 조직을 만든 왕께 더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진 레첼은 카심을 보며 역시라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안다.”
카심은 너무나 당연하게 말하자 진 레첼은 풉 하고 웃었고 드로얀도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하지만 코냐는 웃지 않았다.
진심으로 대단하다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만든 시스템은 정말로 들어 본 적도 없는 종류의 것이었기에 매우 놀라고 있었다.
당연히 단점도 있지만, 특히 정말 큰 장점이 단점을 모두 집어삼켰다.
바로 몰입도였다.
계급.
강자들은 걸맞는 위치의 지위를 받고 그곳에서 단순히 자랑하는 게 아닌 밑에 이들을 확실하게 다룰 수 있는 권한을 줌으로써 책임감을 만들어 주었다.
거기다 밑의 인물들은 영지에 어떠한 도움이라도 주게 될 시, 적절한 보상을 통해 더 열심히 움직이게 만들었다.
더욱 놀란 것은, 단순히 무력만이 아닌 어떠한 지식이라면 확실하게 우대하며 보상을 이루었다.
사실 이 부분이 코냐에게 있어서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해주지 않았다.
특히, 남들은 하찮게 여기는 부분에서도 제대로 알고 있다면 대우를 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럼 우선은 이대로 움직일까요?”
“잠깐.”
카심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지금도 벌써 6개월이 소비된 상태로 생각보다 느렸다.
앞으로는 아마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게 뻔했다.
“이대로라면 최소 2년은 더 걸리겠지.”
“저는... 5년은 보고 있습니다.
만약... 저희가 통일을 한다는 가정하에.”
그만큼 힘들다는 의미기도 했다.
“나도 코냐씨 의견에 동의해요.”
“저 역시 못해도 그 정도는 걸릴 거라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 준비가 필요했는데 카심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그렇게까지 언제 해?”
“그럼...?”
좋은 계획이 있냐는 코냐의 눈빛에 카심은 가볍게 일어섰다.
“넌 우선 계획대로 움직여.
우리가 아직 싸우는 게 아니라 준비한다는 것을 보여줘라.”
세 사람은 다음 말을 기다렸다.
카심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왕>을 친다.”
셋의 입이 동시에 벌어졌다.
“그, 그게 무슨...”
이어진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나와 드로얀 그리고 진 레첼만 움직인다.”
드로얀과 진 레첼은 여전히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코냐는 순간 안된다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오히려 좋았다.
이대로 망하면 자신은 안토니오에게로 향하면 된다.
안토니오는 지금 서쪽의 <붉은 깃발>의 왕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 사이에 이쪽을 공격한다면?
아주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기존의 계획대로 움직...”
말을 하던 코냐가 멈췄다.
잠깐 눈동자가 흔들리더니 갑자기 다시 말을 바꿨다.
“저도 같이 갈 수 있습니까?”
궁금했기때문이다.
안토니오에게 이 좋은 기회를 알려주는 것보다 그게 더 끌렸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기에 저러는 것일까?
절대 허튼 생각으로 움직이는 인물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
카심은 그런 코냐의 눈빛에 피식 웃었다.
“마음대로 하도록.
단, 그 전에 너의 계획대로 움직임은 해라. 그래야 조금이라도 효과 있을테니.”
“감사합니다.”
보름 뒤.
코냐는 밤이 되었을 때 1번 영지 영주의 숙소로 들어왔다.
안에는 이미 드로얀과 진 레첼도 준비 중이었다.
“움직인다.”
네 사람은 어두운 숲 사이를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둠이 제법 짙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수없이 많은 나무 사이를 부드럽게 지나치고 있었다.
그렇게 환하게 비추는 달빛도 피하기 위해 더욱 깊은 숲으로 향했는데, 가장 앞에서 달리고 있던 카심은 살며시 뒤를 돌아보았다.
드로얀은 말할 것도 없고 진 레첼도 따라오는 데 전혀 문제없었다.
하지만 코냐는 상대적으로 훨씬 육체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벌써 힘들어하는 게 보였다.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기에 카심은 갑자기 뒤로 방향을 바꾸었다.
뒤따르던 드로얀과 진 레첼은 갑자기 자신들에게 오자 당황하며 멈췄고 코냐는 빠르게 다가오는 카심을 보며 깜짝 놀랐다.
“무슨... 악!”
갑자기 자신을 들어 올리는 카심에 순간 코냐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이, 이게 무슨...”
“늦는다.”
더 이상 대답도 듣지 않고 다시 앞으로 달렸고 코냐는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에 놀라 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진 레첼의 눈이 급격히 흔들렸다.
“공주님. 출발하셔야 합니다.”
“아, 예, 예...”
그날 오전이 되었을 때 비로소 멈추고 빠르게 각자 간단히 배를 채우기 위해 음식을 먹고 있었다.
“밤이 되면 다시 움직인다. 그때까지 쉬도록.”
“어? 어디 가세요?”
“확인하러.”
카심은 여기까지 오는데 코냐까지 들었음에도 또 움직였다.
그렇게 밤이 되었을 때 카심이 다시 나타났다.
“움직인다. 코냐.”
“괘, 괜찮습니다. 제가 가겠습니다.”
코냐가 당황하며 손을 저었고 카심은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진 레첼은 그것을 보며 음흉한 미소를 몰래 지었다.
샤샤샥!
한참을 숲 사이를 달리고 있던 도중 진 레첼이 비틀비틀거렸다.
그러자 드로얀이 말했다.
“공주님 힘드시면 제가...”
“저리 가요!”
“... 예?”
“조용히 하라구요!”
카심은 그것을 보자마자 바로 달려 진 레첼을 안았다.
“꺅!”
“드로얀 코냐를 안아라.”
“알겠습니다.”
코냐는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고 드로얀은 가볍게 웃으며 업어주었다.
“속도를 높인다.”
더욱 빠르게 앞으로 치고 달려나가자 드로얀 역시 속도를 높였다.
드로얀은 앞서 달려가는 카심을 보며 내심 놀라고 있었다.
나름대로 실력이 있다고는 생각은 했는데 달리고 있는 것만 보아도 생각했던 것 이상이라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첫날은 코냐를 안고 뛰었고 심지어 쉬지도 않고 주변을 정찰한 뒤에 또 저렇게 안고 달리는데 뒤처지기는커녕 오히려 속도를 높였음에도 힘들어 보이지도 않았다.
“신기하지 않나요?”
안겨 있던 코냐의 말에 드로얀은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 바라보았다.
“예?”
“카심. 저 사람 말이에요.”
그리고 그녀 역시 자신과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궁금합니다.
다음에는 또 무엇으로 놀라게 할 것인지.”
코냐는대답하지 않았지만 같은 마음이었다.
두 사람은 앞서가는 카심을 같이 바라보고 있었고 똑같이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한편, 카심에게 안겨 있는 진 레첼은 계속해서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있었다.
“공주님.”
“어, 예, 어라?”
몰래 훔쳐보다가 웃던 진 레첼은 카심의 부름에 놀랐다가 공주라는 말에 더욱 놀랐다.
그녀는 오히려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왜, 왜 갑자기 공주라고 해요?”
“저는 공주님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정도로 차이가 납니다.”
“...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러나 카심은 아무런 말 하지 않았다.
감히 공주에게 말을 이을 수가 없었고 어차피 이해했을 거라 생각했다.
잠시, 침묵하고 있던 진 레첼은 나지막이 말했다.
“처음 겪는 감정이었어요.”
바람 소리가 귓가에 울렸지만, 이상하리만치 그 작은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라서 이게 어떤 감정인지도 몰랐어요.
정말 바보같고 불쌍하지 않아요?
전, 그렇게 살아왔어요.
모든 것을 가진 게 아니라, 제 것 하나 없는...”
씁쓸함이 가득했다.
“그런데... 처음에로 내가 느낀 내 것인데.
이것마저 그러지 말라니... 참 가혹하네요.
그것도 이제야 무엇인지 알았는데.”
“...”
다시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슬픔에 젖어있던 그녀는 갑자기 입술을 질끈 깨물더니 눈을 부라렸다.
“건방지네요! 감히 공주님께!”
갑자기 확 바뀌는 태도에 카심은 피식 웃었다.
“내 맘이에요! 남들이 내가 원하는 거 다 가진 것처럼 보는데! 그렇게 살 거예요!”
“그래. 마음대로 해라.”
다시 반말을 하는 것에 진 레첼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나 부탁이 있어요.”
“뭔데?”
“여기 말고 밖에서도... 그렇게 대해주실 수 있나요?”
“...”
카심은 처음으로 눈을 아래로 내렸다.
진 레첼은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참으로 이상했다.
공주라는 이 대단한 신분을 지닌 이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반말해달라고 하고 있었다.
심지어 혹시나 그러지 않을까봐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제는 회귀했다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공주의 이런 모습을 보는 순간 다시 낯설게만 느껴졌다.
다시 앞으로 시선을 돌렸고 진 레첼은 안 된다고 생각하고는 토라지려는 순간 말했다.
“그럴게.”
“진짜죠?”
“그래.”
좋아하는 진 레첼의 모습에 역시 공주는 공주라 생각했다.
어느새 그녀의 분위기에 휩쓸렸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