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화 〉11. 위험한 자(7)
그저 튀고 싶어 하는 놈들의 발악으로만 보고 있었다.
허나 카심은 그런 생각을 완전히 읽고 있었고 그렇게 3개의 영지까지 부서뜨렸다.
“이게... 정말 되는구나.”
“신기합니다.”
“이제 겨우 3개다. 아직 멀었다. 좋아하지 마라.”
카심은 지도를 펼쳤다.
“다음 영지는 이쪽을 친다.”
“어? 여기가 아니라요?”
“그래. 그리고 일주일 뒤.”
“어? 왜요?”
진 레첼이 의아해하자 대답한 것은 코냐였다.
“속일 생각이군요?”
“그래 맞다.
일주일 동안 오지 않게 되면 저들은 헤프닝으로 여기겠지.
왜? 자신들은 그렇게 강하니까 겨우 세 명으로 이러는 건 장난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거다.”
“그럼 그 사이에 다시 영지를 만들지 않을까요?”
코냐도 같은 생각이었기에 카심을 보았다.
“아니, 최소 일주일은 영지를 만들기 위해움직이지 않을 거다.
그래도 경계가 될 거니까.”
“그 사이에 모두 흩어지면 지금까지 노력한 게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요?”
코냐 말에도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상관없다.
어차피 뭉치게 되어있다.”
하지만 여전히 코냐는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정말로 제왕을 잡을 수 있는 건가요?
그렇게 하더라도 그들 중 기사는 물론 많은 수의 인원이 사라지고 있는 게 아닙니다.
도대체... 어떤 방법이 있기에?”
코냐의 물음에 드로얀도 걱정했다.
“저 역시 걱정입니다.
저들 중에 아직 바르바프로와 주웬 기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들만 나오더라도...”
“과연, 그들은 확실히 나도 판단할 수 없군.
뭐, 어떻게든 되겠지.
어차피 넘어야 할 문제 아닌가?
나중이든 지금이든 똑같다.
만약 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지.”
코냐는 그 말을 들으니 더 당황스러웠다.
너무나 막무가내고, 거칠고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았지만 하나하나 의미가 있었다.
의도가 분명했고 상대를 간파하고 행동했다.
그리고 너무나 신기할 정도로 들어맞았다.
그런데 이제는 또 안 되면 말고라고 말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움직였고 그들이 이미 클리어 한 동굴에 자리를 잡고 일주일을 기다렸다.
카심은 그 사이에 또 움직이고 있었다.
[텔레포트 장치] 아이템.
반을 갈라, 한 곳을 놓고 다른 것을 사용하면 그곳으로 나타난다.
단 1km가 한계였다.
카심은 일주일 사이 빠르게 움직이며곳곳에 이것을 심어 둔 상태였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일주일이 지났을 때 곧바로 움직였고 카심의 예상대로 일주일 정도가 지나니 다시 경계가 풀어졌고 각 영지 쪽으로 인원이 흩어진 상황이었다.
처음 영지를 공격할 때는 아침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밤이었고 세 번째는 더 깊은 새벽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일주일이나 소식이 없는 상황에 온다 하더라도 밤을 노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탓에 경계가 거의 풀린 상황이었다.
당연히 경계가 풀렸으니 진입하는 것은 너무도 쉬웠다.
“노, 놈들이다!”
“이런 씨발!”
“당장 수정 공격하기 전에 빨리 연락을 하라고!”
“문을 닫아!”
수정을 공격을 하게 되면 영지 간 이동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그들은 처음과 달리 그래도 대처를 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러나 이번에 카심은 꽤 아이템을 많이 사용할 생각이었다.
방벽에 있는 보호막 일부분을 제거할 수 있는 아이템을 던졌고 빛이 번쩍이더니 막이 일부분 사라졌다.
방벽을 뛰어 넘어 순식간에 영지 수정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역시 그들은 빠르게 수정 주위를 둘러싸며 방어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경계를 소홀히 했고 예상치 못한 시간에 기습이라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었다.
결국, 4번째 영지까지 터뜨렸고 그들은 이제야 본격적으로 신경쓰기 시작했다.
“주변을 샅샅이 뒤져!”
“밤이고 아침이고 경계를 늦추지 마라!”
각 영지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방벽 위에는 한 사람이 뒷짐 지고 서 있었다.
붉은색 갑옷을 입고 있는 그는 굉장히 멋스러웠고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찮은 것들이...”
바르바프로는 귀찮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놈들이 하는 짓이 너무도 같잖았다.
세 명이서 얕은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치사하고 더럽게 사람이 없는 곳만을 노렸고 이것을 이용해서 그저 자랑하려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거기다 짜증나는 건, 또 며칠째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었다.
그렇다고 경계를 늦췄다가는 저번과 같은 결과가 일어날 수 있었기에 밤낮 할 것 없이 경계를 서고 있다보니 서서히 피곤함이 생기고 있었다.
당연히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오는 순간 순식간에 목을 따주지.”
밤이 되었을 때도 바르바프로는 경계를 멈추지 않았다.
“...”
그런데 문득 미간이 좁혀졌다.
그의 감각은 일반 유저와는 수준이 달랐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저멀리 숲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을 본 것이다.
특화를 사용하면 더 감각이 뛰어나지지만 그랬다가는 바로 상대가 반응할 수 있었기에최대한 기본 상태에서 감각을 끌어 올렸다.
“... !!”
확인 되는 순간 그의 몸에서 빛이 터져 나오더니 그대로 달려나갔다.
콰직!
발돋음 만으로도 너무도 강한 힘에 성벽 일부분이 부서질 정도였다.
슈우우웅!
어두운 밤, 붉은 화살이 날아가는 것처럼 날아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목표물에 닿으려는 순간 빛이 번쩍이더니 사라졌다.
콰아앙!
사라지기 전 날린 일격에 나무가 완전히 박살났다.
“쳇. 텔레포트 아이템인가?”
잠시 후, 빠르게 달려온 이들을 보며 소리쳤다.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이다! 당장 찾아라!”
하지만 그날 밤새 움직여도 텔레포트를 설치했던 흔적만 찾을 뿐 다른 건 찾지 못했다.
바르바프로는 이 영지를 노린다고 전했지만 다른 영지에서도 머지않아 같은 일이 발생 되면서 그들은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그 시각 전혀 예상치 못했던 영지가 공격을 받았고 또 잃게 되었다.
코냐는 벌써 5번째 영지를 부순 카심을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정말... 대단하군요.”
특히나 텔레포트 아이템을 이용해 이렇게 혼란을 준 다음 너무나 손쉽게 영지를 부수는 것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드로얀과 진 레첼도 같이 따라 움직이고 직접 행하고 있지만, 너무나 신기해하고 있었는데 너무 기가 막힐 정도로 잘 통했기 때문이다.
“다음은 어떻게 할 것입니까?”
카심은 드로얀과 진 레첼을 보았다.
“내 예상이 맞다면 이제 진짜 중요하다.”
지금까지 여유롭던 카심의 표정이 무거워지자 세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이게 실패하면 우린 이 미션에서 탈락한다.
아니, 내가 탈락하는 거겠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드로얀. 지금부터 기사 두 명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
드로얀은 놀란 눈으로 카심을 보더니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 대해 모두 말했다.
“기사라고 해서 서로 제대로 아는 게 아닙니다.
그리고 바르바프로와 달리 주웬 기사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그
분의 이능은 검기. 거기다가 그 검기를 강제로 터뜨리기도 합니다.”
“알았다. 그렇다면 내가 그 주웬을 잠시 마크하면 바르바프로를 잡을 수 있나?”
“...”
자신 없는 표정이었다.
“내가 도와줄게요.”
“공주님과 함께라면 어느정도는 승산이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훨씬 많지 않겠습니까?
영지 안에서는...”
“걱정 마라.
놈들은 절대 그런 걸 원하지 않을 테니.
그런 놈들일수록 자존심이 강하거든.
그리고 진 레첼이라면 놈도 쉽게 공격하지 못할 거아닌가?
그것을 철저하게 이용해라.”
“... 아닙니다. 역시. 제가 하겠습니다.”
드로얀의 눈빛이 변했다.
감히 공주님을 이용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네가 진다면 나는 진 레첼을 그리 이용할 거다.”
“절대 그러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좋다.”
드로얀은 카심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이해했기에 분노 대신 굳은 다짐을 하고 있었다.
진 레첼도 더 이상 돕겠다는 말을 하지 않고 드로얀을보며 힘내라는 눈빛을 보냈고 드로얀은 끄덕이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카심은 코냐와 진 레첼을 보낸 뒤에, 드로얀과 둘이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어떻게 꾀어낼 생각이십니까?”
“간단하다.”
“예?”
“나 여기 있다고 홍보하면 돼.”
드로얀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설명을 더 했다.
“당연히, 아무 영지 앞에서 그러는 게아니라, 놈들이 있는 영지 앞에서 그럴 거다.”
“그렇다면 둘이서 한 명을 꾀어내고 해치우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그렇게 되면 경계를 넘어 진짜로 경각심을 느낄 테니까.”
“...”
“우리는 이번 기회에 두 기사를 모두 죽여야 한다.”
드로얀의 입이 커졌다.
“불가능합니다.
바르바프로 기사는 어떻게 가능하더라도 주웬 기사는...”
“그럼 당장 이 미션을 포기해야지.”
“생각이 있으십니까?”
“내가 주웬을 상대하는 사이에 바르바프로를 처리하고 합류해서 죽인다.”
“주웬님은 절대 쉽게 볼 상대가 아닙니다.”
“걱정 마라. 여기는 미션이다.
다양한 아이템들을 이용하면 버틸 수 있다.
너 역시.”
“상대도 아이템을...”
말하던 드로얀은 갑자기 멈췄다.
누구보다도 기사에 대해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래. 자존심 때문에 하지 않을 거다.”
“과연.”
“여긴 미션이다.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걸 이용하라고 만든 곳이다.
그걸 이용하지 않는 게 멍청한 거지.
자존심을 버려라.
진 레첼, 아니 공주를 위해서.”
드로얀은 카심을 보며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많은 걸 배웁니다.”
“다행이군.”
“뻔뻔함도 꼭 배우겠습니다.”
가볍게 웃던 드로얀은 문득 다시 의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두 사람을 동시에 꾀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존심이 강하니 혼자서만 움직이지 않겠습니까?”
“그것도 그리 어렵지 않지.”
그날 밤.
또 다시 제왕 주변의 카심은 텔레포트를 이용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의도적으로 아슬아슬하게 도망치기를 반복했고 차츰 더욱 더 경계가 강화되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 바르바프로가 한 영지의 성벽에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 드로얀과 카심은 서로 보며 끄덕였고 행동에 나섰다.
전보다 훨씬 예민해졌던 탓인지 아주 작게만 모션을 취해도 바르바프로는 반응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고민도 하지 않고 특화를 사용하며 달려들었다.
한참 멀리 있었지만,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지자 카심도 특화를 사용해 빠르게 뒤로 빠졌다.
그런데 그들 근처에 갑자기 빛이 번쩍였다.
거기에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주웬이었다.
드로얀은 특화를 내뿜으며 카심과 반대쪽으로 움직였다.
주웬은 그것을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주웬! 내가 이쪽으로 간다!”
“...”
순식간에 다가온 바르바프로가 왼쪽으로 향했고 주웬은 오른쪽으로 달려가는 초록빛을 바라보았다.
***
숲을 지나 어느새 바위가 많은 지역까지 도착한 카심은 가볍게 바위 위를 뛰어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옆에는 붉은빛이 따라오고 있었고 붉은빛은 순식간에 앞을 추월해 가로막았다.
달빛 아래 서 있는 주웬이라 불리는 기사.
그녀는 너무나도 강인한 모습이었다.
“너... 내가 올 거라고 예상을 했지?”
“어.”
“그래서 일부러 내가 있는 방향으로 슬쩍 향해서 둘을 갈라놓았고.”
“생각이 없진 않군.”
“시간 벌 속셈인가?
드로얀이 바르바프로를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상대도 이쪽에 대한 정보를 이제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강조했지만 카심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놈이 이기나 지나는 딱히 크게 관심이 없다.”
주웬의 미간이 좁혀졌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거기다 정체를 알고 있음에도 놀라지도 않았다.
딱 보아도 드로얀이 바르바프로를 이기는 게 주요한 작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앞에 있는 놈은 수십 명이 있어도 절대 자신을 이길 수 없을 테니까.
그러니 그녀의 입장에서는 너무 당황스러운 대답이었다.
그때 카심은 창을 들어 올렸다.
달빛 아래로 창이 살며시 빛을 반사했다.
“시간을 벌 생각도 없고.”
“...”
주웬은 잠시 바라보다가 가소롭다는 듯 가볍게 웃더니 몸에서 흐르는 특화의 빛이 서서히 몸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Lv 8은 드로얀이 한 것처럼 이능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모두 흡수되는 순간 갑자기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카심의 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