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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9화 〉12. 변수 창출(4) (69/119)



〈 69화 〉12. 변수 창출(4)

“곤란하네.
이제 와서 속일 수도 없고,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너무도 막무가내인 카심 탓에 프레드릭은 더 이상 연기를 하지 못했다.

“이전에 너와 같은 놈을 만난 적이 있었다.
주먹을 쓰는 놈이었지.”
“아~ 그 타지에서 온 전사니 뭐니 하던 놈.
어? 그거 네가 죽인 거였어?”
“등에 문신이 있더군.”

그 말에 프레드릭은 깜짝 놀랐다.

“하! 그래서 목욕탕 가자고 했던 거냐?”
“처음에는 아니구나 싶었는데 펜던트 덕분에 확신했지.”
“펜던트? 아~ 영생교 마크 이거?
일부러 문신이 아니고 이거로 하라고 예언자님께서 했는데.
그래서 그랬구나.
역시 예언자님은 대단하시네.
내가 조금만 더 조심했으면 몰랐을 거 아냐?”

프레드릭은 놀랍다는 표정을 짓다가도 갑자기 고개를 저었다.

“잠깐,  말은... 애초에 확인하기도 전에, 이미 나를 확신하고 있었다는거잖아.
도대체 어떻게?”
“멍청하지는 않군.”
“하하하. 나도 나름대로 머리 좀 쓰는 편이거든.”

카심은 가볍게 창을 털어내며 잡았다.

“그런데 그건 알 거 없다.”

프레드릭은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뭐 내가 어차피 죽을 거니까 알 필요 없다고?
흐음. 방금 그걸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넌 절대 나에게 공격을 하지...”
“[위험감지].”

여유롭던 프레드릭의 눈동자가 다시 흔들렸다.

“어? 그건 또, 어떻게 안 거야?”

그 순간 카심이 앞에 나타났다.

“알 거 없다니까.”

슈악! 아까보다 빨랐던 창의 움직임.
하지만 역시나 프레드릭의 얼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소용 없...”

그 순간 그의 특성이 발동되었다.

[위험감지]

위험을 감지한다.

이 특성은 위험한 위치를 알려준다.
자신만이 볼 수 있는 특정 위치에 붉은 점이 생기는데 그것을 피하기만 하면 된다.
이것을 이용해 상대의 움직임도 예측이 가능해지기에 정말로 말도 안 되는 특성이라 할  있었다.

당연히 보이는 것만이 아닌 감각까지도 느껴지기 때문에 몸은 보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기에 이토록 빠른 공격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아까보다  많이 생기는 붉은 점을 보며 능숙하게 모든 공격을 피하기 시작했다.

슈슈슈슉!

붉은 점이 생기는 순서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
그와 동시에 생기려고 하는 순간 그곳을 계산해 상대에게 공격한다면.

스륵!

이렇게 또 상대를 손쉽게 적중할 수도 있었다.

“...”

이번에는 어깨를 스쳐 지나간 덕에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또 몸에 닿았다.

“신기하단 말이야.
넌 도대체 뭐지?”

카심은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어깨에 닿은 부분을 툭툭 쳤다.

“이 정도 속도는 안 되는 건가?”
“그러니까 나에게 속도는... 하아.”

또 다시 생기는 붉은 점을 보며 한숨을 내쉬더니 다시 움직였다.
그런데 그 순간 프레드릭의 눈동자가 조금 흔들리기 시작했다.
생겨나는 붉은 점의 속도가 아까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모조리 피해내면서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

로드리게스와 안토니오, 라이안, 지그하르트는 그 전투를 보며 얼굴을 왈칵 일그러뜨렸다.
 사람의 전투는 지금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전투를 보면서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고 최대한 많은 것을 담기 위해 단  순간도 눈을 감지 않고 있었다.

슈아악!

카심의 창 허공을 가르는 순간 몸을 크게 옆으로 꺾었다.

핏!

아슬아슬하게 눈동자로 들어오던 검을 피해내며 몸을 비틀어 그대로 창을 크게 휘둘렀다.
프레드릭은 뛰어올라 창을 피하고는 갑자기 전혀 다른 곳인 오른쪽 향해 검을 베었는데, 그러자 어느새 오른쪽에서 나타난 카심은 창을 찌르려다가 급격히 뒤로 몸을 피하고는 뒤로 덤블링하며 물러섰다.

“빠르네. 인정.
확실히 지금까지 본 것 중에서 가장 빨라.
특화 레벨 7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그런데 말이야.
 특성은  정도가 아니야.
단순하지 않다고.
네가 아무리 빨리 공격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간파해.
마음만 먹는다면... 네가 공격을 한 번도 하지 못하고 반격을 할 수 있다는 말이지.”

 순간  다시 공격하려는 카심을 상대로 프레드릭의 검이 먼저 움직였고 카심은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자신이 공격하려고 했던 곳이 분명히 그쪽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이야.
너 방금 공격했으면 죽었을걸?”
“...”

프레드릭의 특성은 정말로 압도적인 성능을 가졌다.

“원래 이렇게 말이 많았나?”
“아까부터 마치 나를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네.
수상하단 말이지.
도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나와 영생교에 대해서 말이야.
심지어 특성까지.”
“칼라리스 길드는 원래 망했어야 하는 길드지.”
“...”

여유롭던 프레드릭의 눈동자가 그 한 마디에 급격하게 흔들렸다.
지금까지 했던 말과는 무게감이 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아났다. 왜일까?”

이것은 역사를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미래를 아는 것.
오로지 자신 영생교의 예언자만이 가능한 것이었다.
그랬기에 진정할  있었다.

“제법이야.
한순간 흔들릴 뻔했어.
방금 예언자라고 내게서 들었고 그 사건을 이용한다면 충분히 만들  있는 스토리지.”
“아레스 길드 역시 망했어야하지.”

하지만 이어지는 말에 프레드릭의 미간이 다시 급격히 좁혀졌다.

“그리고... 알베이안.”
“!!”
“그 역시 영생교겠지.”
“그걸... 어떻게...”
“영생교. 생각해봤다.
도대체 너희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말이야.
 기존의 역사의 흐름을 이어가게 만들려고 하는 걸까?
그렇게 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득은?”

프레드릭은 정말로 큰 충격을 먹은 상태였다.
카심의 눈은 그 모든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아마 그 영생이라는 게 이 아벨리우스 세계와 연관되어 있겠지.
이 아벨리우스 세계는...  세계가 아니니까.
즉, 세계를 흡수하는 특수한 장치.
머지않아  세계를 먹어치우게 될 때, 모든 이들이 죽게 되겠지만 영생교는  안에서 영원히 살아가게  수 있겠지.”

프레드릭의 눈동자는 멈추지 않고 흔들렸다.

“네놈... 그걸 어떻게.”

카심은 어깨를 으쓱였다.

“방금 알았다.”
“뭐?”
“네 덕분에.
그저 추측이었는데 맞나 보네.
뭐, 어느 정도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속았음을 알았지만 그렇다 해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 알베이안도 역시 추측이었다.
설마 진짜 영생교였을 줄은 몰랐네.”
“... 너는... 도대체 그런 것을 어떻게 알았지?
영생교가 아니면 절대 알  없는 것들인데.”
“꽤. 재미있는 일들을 겪어서 말이야.
뭐 어쨌든, 대충 그림이 그려져.
이것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의심과 확신은 다르니까.”

프레드릭은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다가 눈빛이 변했다.

“역시 너는... 살아서는 안 되는 놈이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분위기가 바뀌었다.
터져나오는 기세가 주변에 터져 나왔고 멀찍이 떨어져 있던 로드리게스와 세 사람은 다시 시작 될 전투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카심은 귀를 후비적거리며 말했다.

“방금 내가  말을 이해하지 못했나 본데.”
“뭐?”
“이것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무슨 말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하던 프레드릭은 이내 웃었다.

“푸핫! 그러니까 지금 내게서 대답을 얻기 위해서 연기를 했다고?”
“역시 똑똑하네.”
“놀랍네. 정말 놀라워. 그래 그럼 다시 공격해봐.”

핏.

“...”

프레드릭은 서늘함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볼을 만졌다.
그곳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

분명히 위험감지는 발동되었다.
그런데 붉은 점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감각은 발동했음을 느꼈다.

다만, 자신이 반응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왜? 다시 해줘?”
“뭐?”

카심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 프레드릭의 입이 쩍 벌어졌다.
붉은 점이, 자신의 주위를 시작해서 이 일대 전체에 생겨났기 때문이다.

“어, 어...”

하지만  순간 다시 사라졌다.
그때 카심이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뭔가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그와 동시에 프레드릭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넘어졌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문득  생각이 있다.”

갑자기 이어진 말에 프레드릭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취했다.

“이 새끼 무슨 짓을  거야!”

프레드릭은 특성을 뛰어 넘은 속도와 방금 보였던 그 어마어마한 경고에 공포에 질려버렸다.

“너희 영생이라는  말이야.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수 있다.”
“무슨 소리야 씨발!”
“그 영생이라는 거... 몬스터로 변하는 것일  있다고.”
“뭐?”
“몬스터로 영원히 아벨리우스 세계 안에서 사는 게, 너희들이 그토록 원하는 영생이라고.”
“개소리하지 마!”

카심은 어깨를 으쓱였다.

“하긴, 그건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니 나도 확신할 수 없겠군.
그리고 어쩌면 내가 너에게 그 저주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일  있겠네.
아무리 그래도 예전 동료를 죽인다는 게 마음이 아팠는데.
이렇게 생각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어진 카심의 말은 도저히 이해할  없었다.
그리고 또 다시 나타나는 붉은 점.

그 어디에도 피할  있는 곳은 없었다.

“피할  있어!!!!!!!!!”

파아아아앙!!!!!!!!!

엄청난 파공음이 터지면서 일대를 그대로 휩쓸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지그하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저게... 내가 당했던...”

안토니오와 라이안도 마찬가지 반응이었고 로드리게스는 고개를 젓고 있었다.

“미친놈. 저걸 나한테 쓸려고 했던 거야?
괴물 같은 놈.”

그 사이에, 잔해 속에서 프레드릭이 튀어나왔다.

“피, 피했다! 으하하!”

기뻐하며 몸을 일으키려던 프레드릭은 오른발을 땅에 닿으려는데 몸이 기울더니 그대로 땅으로 처박았다.

“어, 어...? 크윽!”

충격 때문에 그런가 싶은 순간 오른쪽 다리를 내려보는 순간 사고가 정지했다.
분명히 오른쪽 다리를 움직였었다.
 감각을 느꼈는데 왜 오른쪽 다리가 없는 것일까?

그리고 저벅저벅 소리가 들려 고개를 휙 돌리자 카심이 걸어오고 있었다.
그 모습은 아까와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피부 하나하나가 반응할 정도로 공포의 대상이 되어있었다.

“오, 오지 마.”
“...”
“사, 살려 줘. 나는 살고 싶어.
영원히 살고 싶다고 제발... 제발.”

그의 눈에 다가오는 카심은 악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예언자님. 아니잖아요. 저 이렇게 죽는다고 한 적 없잖아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점점 제정신이 아니게 되었는지 갑자기 양손을 깍지 끼고 기도하며 울부짖었다.

“살고 싶나?”

그 말은 정말로 악마의 속삭임처럼 달콤했다.

“사, 살고 싶어.”
“그래. 그러면 네가 알고 있는 영생교에 관한 모든 것을 말해.”
“그럴 수 없어...”
“그럼 죽어야지.”
“그게 아니야! 제, 제약이 걸려 있어.
말을  수 없다고! 그, 그래. 아까처럼 네가 질문하면 내가 반응으로...”
“필요 없다. 대충 필요한  알았다.
알베이안 외에  다른 인물이 있겠지.
하지만 그건... 네가 죽이면   있게 되는 부분이다.”
“어...?”
“넌 나름대로 영생교에서 한 자리가 있겠지.
당장은 아니더라도 특성을 가지고 있으니.
 아까 말한 수호신이니 뭐니 예비후보라도 될 터.”
“...”
“그런 네가 죽게 된다면 그들은 무슨 반응을 할까?
당연히 경계할 거다.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나는 그런 움직임을 살필  있지.”

프레드릭은 다급하게 머리를 굴려야 했다.

“그, 그러면 너는 위험해질걸?
그래! 네가 나와 같이 왔으니 분명히 의심할 거야!
거기다가 칼라리스 길드 사건도 네가 한 거라며!
조사하게 된다면 분명히 우리 쪽에서도 알게 될...”
“그러니까.”
“...”

프레드릭은 야속하게도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숨어서 활동하는 이들을 확실하게 드러내게, 만들려는 것이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서.

그래서 더욱 살아야만 했다.
영생교를 위해.
이 자는 영생교에 있어서 정말로 위험한 자였다.

“나, 나는...”

하지만 도대체 어떠한 말로 설득해야 할까?
아니, 어떠한 말이라도  인간을 설득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너무나도 막무가내였다.
아니, 치밀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죽음은 비켜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절망적인 얼굴로 고개를 툭 떨구었고 그 모습을 보며 카심은 말했다.

“고통은 없게 해주지. 옛 동료로써.”
“... 옛... 동료?”
“그래. 너와 나는 예전에 동료였다.
정확히 말하면 또 다른 역사지.
나는  번째 삶을 살고 있거든.”

그 순간 프레드릭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을 느꼈다.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지금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 그래 동료였잖아. 그러니...”
“넌 왜 로드리게스에게 접근했었지?”
“그건...”
“말할 수 없겠지.
예전에 나에게도 그랬으니까.”
“아니야. 나는... 나는...”

그때 카심이 살며시 속삭였다.

“난 그때 네가 무슨 이유였던 간에 너를 용서했을 거다.”

용서라는 단어가 혼란스러운 프레드릭의 정신을 완전히 흩트려 놓았다.

“며, 명령이었어.
능력은... 있지만... 인기가 없는.
혹은 배경이 없는 그런 인재를 찾으라고. 그 이상은 몰라.
나도... 네 말대로 나는 아직 예비니까.”

프레드릭은간절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까 살려...”

그런데 내려다보고 있는 카심의 얼굴에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저 미소의 의미.
그것은 자신에게서 빼낼 수 있는 정보를 마지막까지 빼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미소를 마지막으로 프레드릭의 기억은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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