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12. 변수 창출(5)
그리고 그 미소를 마지막으로 프레드릭의 기억은 끝이었다.
로드리게스와 안토니오, 라이안, 지그하르트는 다가오는 카심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긴장했다.
특히 세 사람은 왠지 자신도 갑자기 저렇게 되는 게 아닌가 하고 은연중에 겁을 먹기도 했다.
“지금부터 설명해줄게.”
이어지는 영생교에 관한 설명은 최대한 그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쉽게 간략하면서도 핵심만 전달했다.
동시에 방금 한 행동에 대한 타당한 이유도 제대로 설명해주어야 했다.
다만, 아벨리우스 세계에 관한 것은 뺐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 납득할 수 없을테니 영생교라는 것들이 이상한 단체이며 이들이 이 왕국을 지배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식으로 바꿔야만 했다.
“그러니까... 영생교는 우리 길드에도 있다는 말인가?”
안토니오는 충격을 받은 얼굴로 물었다.
“너희 길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내가 그래서 너희들을 부른 것이다.
영생교는 절대 너희들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보여주고 말해주기 위함이다.
뭐, 딱히 공감 갈만한 상황이 아니긴 하겠지만.
그리고 지그하르트.”
“어?”
“아레스 길드에는 있다.”
지그하르트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놈은 아레스 길드를 망하게 하려 했다.
내가 그걸 막았고.”
“누... 군데?”
“내가 말하면 잘도 연기하겠다.
너희들이 해야 할 것은 길드 내 영생교를 찾아내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확실하게 해야할 것은, 너희들은 길드를 지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길드를 물려 받겠지만, 보다 더 확실하게 너희들 것으로 만들어야 해.
길드도, 사람도.”
3대 길드는 중요했다.
그들이 가지는 힘과 영향력이 상당했기에 이 세 길드만 확실하게 방어해도 영생교의 움직임에 제법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세 사람의 표정은 심각해져 갔다.
사실 믿어야 하는지조차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워낙 갑작스러웠기 때문이다.
던전을 클리어하고 세 사람은 여전히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지그하르트, 먼저 리오나와 이야기를 해라.
내 이름을 말하고.”
“리오나? 우선은 알겠다.”
돌아가는 그들을 보며 로드리게스는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저 세 사람 중에 영생교가 있으면 어떡해?”
“없을 거다.
그랬다면 아까 프레드릭을 돕거나 혹은 어떠한 신호라도 줬겠지.”
“그걸 다 파악한 거야?”
“대충.”
“그럼 저들이 안 믿으면?”
“그것도 괜찮아.
적어도 영생교라는 단체에 대한 인식이라도 있으면 거부감을 느낄 테니까.
적극적이지 않아도 돼.
그 정도의 인식만 있어도 충분히 경계할 거다.
저들은 앞으로 각 길드의 중심이 될 인물들이다.
저들이 가지는 신념은 길드의 방향성에 큰 영향을 줄 테니.
문양을 가르쳐주지 않은 것도 그 이유다.
그것에 집착하다가는 티가 나게 될 테고 만약 길드내에 영생교가 있다면 아직 어린 저들이 그것을 대처하기도 전에 오히려 역으로 당할 테니까.”
“음.”
“물론 모든 게 예상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거다.
그러나 그건 그때 가서 또 새롭게 계획을 짜면 돼.”
“그럼 내 인생은 어찌 될 거 같아?”
카심은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냥 넌 뭐든 다 아니까.”
“원래는 순탄한 삶이었는데 나 만나서 망했지.”
“푸하하. 그래?”
“그래도 스펙타클 할 거다.”
“이야 그거 재밌겠네.”
카심은 로드리게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내가 프레드릭을 죽였다.
그래도 너는 나름대로 그와 친했을 텐데, 내 설명을 듣고 납득이 들더냐?”
“충격적이었지.
솔직히 말해서 네가 너무 무서워.
어느
순간 나도 내가 모르는 이유를 만들어 버리며 죽여버리지 않을까도 생각이 들 만큼.
나는 아마 그 말에 반박도 하지 못하겠지?”
순간 카심은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히 이번에 보여준 것은 너무나 거칠었다.
만약 그동안 로드리게스에게 쌓은 신뢰가 아니었다면 순식간에 튕겨져 나갔을 것이다.
안토니오와 라이안, 지그하르트는 그나마 경고와 같은 의미였지만 그들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었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은 신경을 쓰기로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제로드리게스는 자신을 완전히 믿는 동료였다.
더 이상 너무 막무가내로 할 수 없었다.
“미안하다. 다음부터는 처음부터 제대로 설명하지.”
“하하하, 아니야.
뭐 그래도 어차피 내가 바로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잖아?”
카심은 피식 웃었다.
“네가 바보라서 다행이다.”
“뭐 인마? 사려가 깊은 거라고 해라!
그건 그렇고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저들도 이미 나에 대해서 의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머지 않아 칼라리스 길드에서 내가 있었던 것도 알게 된다면 확신하겠지.
내가 자기들을 방해하고 있다고.”
“헉. 그럼 어떡해?
그 알베이안인가 그 사람은 엄청 유명하잖아.
벌써 70층에도 가까워졌다던데?”
“수호신이니뭐니 유치한 놈들은 아마 꽤 강하겠지.
지금 당장 나도 쉽게 감당하기 어려울 거다.”
“정말? 프레드릭도 엄청 강해 보이는데 간단하게 제압했잖아.”
“간단한 척 하는거다.
모든힘을 끌어 올린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가 여유로워 보이면 어떻게 보이겠냐?
당연히 더 강해보이겠지.
더 압박을 받게 될 거고 그럼 상대는 경직된 상태에서 움직이면서 더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된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전부 다 전략이다.”
“아... 너는 진짜 나랑 나이같은 거 맞아?
하긴, 안토니오나 라이안은 우리보다 나이 많은데 애들이라고 할 때 위화감도 못 느꼈네.”
카심은 웃으며 어깨를 쳤다.
“형이라 불러.”
“형.”
“하지마라 징그럽다.”
***
알베이안은 아레스 저택 내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때 길드원 한 명이 들어왔다.
그런데 그 길드원을 보자 알베이안의 표정이 굳더니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내뿜었다.
“무슨 일이냐.”
“프레드릭이... 죽었습니다.”
“뭐?”
서류를 넘기던 알베이안의 움직임이 멈췄다.
프레드릭.
아직 어리지만 뛰어난 특성으로 인해 앞으로 미래가 밝은 인재였다.
재능도 있었다.
“왜 죽었지?”
“던전에 들어갔다가 죽은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생명 신호가 끊겼다는 거 밖에는...”
“던전...?”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었다.
아무리재능이 있고 뛰어나다 하더라도 한 번의 실수로 죽을 수 있는 곳이 던전이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이상하리만치 위화감이 느껴졌다.
“철저하게 조사해.
누구랑 갔는지.
그리고 포에게서 연락이 온 건?”
“아직입니다.”
“나가봐라.
그리고 앞으로는 이곳에서 영생교와 관련된 이야기는 일절 금지다.
다른 이들에게도 꼭 전해라.”
“알겠습니다.”
알베이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프레드릭도 미션에 참여했던 거로 기억한다.
그 역시 마지막에는 클리어 했었으니... 카심 그자와 연결이 되어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카심... 네놈은 누구냐?”
아직 카심이라 단정지을 수 없다.
그러나 알베이안이 보기에는 그는 분명히 뭔가 있었다.
***
어두운 집.
희미하게 빛나는 불빛 사이로 테이블에 두 사람이각각 늑대 가면과 토끼 가면을 쓰고 마주 앉아 있었다.
“리톰 영지에 수상한 움직임이 있을 거다.
그자를 조사해라.”
“값이 꽤 나갈 거 같은 의뢰군요.”
맞은 편에서 토끼 가면을 쓰고 있던 이가 무언가를 책상에 올렸다.
아티팩트 장비였다.
“오~ 꽤 좋은 아티팩트입니다.
이 정도면...”
“의뢰를 하나 더 받아야겠지.”
“으흠, 떼어먹을 순 없겠군요.
좋습니다. 또 뭡니까?”
“진 레이널과 관련된 정보.”
그 말에 한껏 여유롭던 이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갔다.
“이야... 이건 좀 그런데.”
그때 또 하나의 물건이 올라왔다.
방금 올라 온 아티팩트와 비슷한 수준의 값이 나가는 물건이었다.
두 개 합해도 족히 300 골드는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위험합니다.
돈 때문에 목숨을 팔 순 없지요.
그쪽 정보를 파는 순간 곧바로 정보를 파고 있음을 알게 될 거고 우리는물론 당신도 위험할 겁니다.”
“그 이유인가?”
“당연하지요.
그 이유가 아니면 뭐겠습니까?
아무리 돈이 좋아도 목숨은 중요하다고.”
“다행이군.”
“... 잠깐.”
그의 표정이 다시 흥미롭게 변했다.
그의 자세와 말투까지 확 바뀌었다.
“지금 나를 테스트한 겁니까?”
“맞다.”
“이야 이거 정말 호기심 돋네.
무슨 테스트였을까...
아, 우리가 무언가와 연관되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려는 거네?”
“그래.”
“무엇일까?
그게 왕자님과도 연관되어 있을 거 같고.”
“관심이 가나?”
“푸하하하. 이 사람 이거 진짜 재미있는 사람이네?
내가 그런 뻔한 수에 넘어 갈...”
탁.
또 하나의 아티팩트.
“갈 수도 있을 거 같네.
일단은 들어봅시다.”
“네 말대로 진 레이널에 관한 것은 위험할 수 있으니 다른 쪽을 파라.”
“애당초 진 레이널은 테스트였으면서 뭘.”
“알베이안.”
“이것 또 나름대로 흥미롭네.
역시 당신 그때 온 사람이구나?”
“왜? 나에 대해서도 궁금하나?”
“내가 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말이야.”
“호기심...”
그때 토끼 가면은 책상을 툭툭 쳤고맞은 편의 늑대 가면은 그런 동작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날 찾는 게 그렇게 어렵진 않겠지만 찾아낸다면 아주 재미있는 정보를 주지.”
“푸하하! 정보 길드에게 정보를 준다?”
“장담하지.
네가 지금까지 느꼈던 호기심 중에서 앞으로 두 번 다시 보다 더 한 호기심을 가지지 못할 거라고.”
목소리에는 흔들림도 없었고 가면 사이로 보이는 눈빛에는 진심을 이야기 하고 있었기에 늑대 가면의 눈동자가 반달 모양으로 잡혔다.
“점점 더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지네.
알게 된다면 당연히 같이 일하게 될 거라는 말이군.”
토끼 가면은 대답이 없었다.
“날 가르쳐준 분께서 항상 하던 말이 있지.
호기심이 결국 네 목숨을 잃게 만들 거라고.
그런데... 어떡해. 너무 궁금한걸?”
그때토끼 가면이 일어섰다.
“내가 준 정보는 당신이 날 찾을 때 같이 가져 와.
너무 늦으면 다시 찾아오지.
내가 찾아오게 되면 능력이 없다는 걸 알고 다음 의뢰는 다른 정보 길드를 찾겠지만.”
“하하하! 그럼 머지않아 뵙겠습니다. 손님.”
토끼 가면이 나가자 그는 바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따라가 봐.”
그곳에서는 갑자기 바람이 일어났다.
“독일까... 아니면 달달한 꿀일까 흐음.”
그러길 잠시 후, 다시 바람이 일어났다.
“뭐야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놓쳤습니다.”
“...”
늑대 가면을 천천히 벗었다.
“스피드 강화 특화 레벨 8인 네가 놓쳤다?”
“특화를 사용하기도 전에 이미 사라졌습니다.”
“흐으음. 확실히 정보길드에 대한 사정을 잘 안다는 의미군.
준비하고 왔다는 거겠지.
목소리만 봤을 때는 꽤 젊은데 말이지.
뭐, 그렇다고 어려운 건 아니지.
왕국 내에 30살 이전으로 올림푸스와 관련된 이들에 대해 모두 조사해.”
그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