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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1화 〉12. 변수 창출(6) (71/119)



〈 71화 〉12. 변수 창출(6)

그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

카심은 로드리게스와 함께 밥을 먹다가갑자기 말했다.

“나를 특정하지 않았다는  예언자라는 놈이 다 안다는  아니다.
그저 우연히 걸려들었다는 거겠지.”
“무슨 말이야?”
“프레드릭이 너를 찾았다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무섭네.
그럼 난 뭐 제물 그런 건가?”
“그건 아닌 거 같기는 한데.”
“그래?”

아주 오랜 시간 프레드릭이자 레온과 함께 했었다.
제물이라면 그사이에 됐어야, 했겠지만 그게 아니었다.
뭘까?
생각해보면 오히려 자신에게 돌아갈 수 있는 비밀도 가르쳐 주었다.

“... 99층?”
“99층?”

카심은 대답하지 않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알았을까?
놈은 거의 자신과 함께 했기에  정보를 알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99층의 보상을 자신에게 양보했다.
왜?
소원을 이루어 주는 수정.
누구라도 탐낼만한 것이다.
물론 그래서 더 레온을 믿은 것도 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의심할만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었다.

“전사의 탑 99층 말하는 거야?”
“아무래도 그쪽으로 올라가야 할 거 같네.”
“지금?”
“내가 아무리 대단해도 지금은 안 되지.
사냥하러 가자.”
“그런데... 왕국에서 해도 돼?
네 말대로라면 오히려 왕국이 위험한 거 아냐?”
“아니. 그렇게 하면 오히려 위험해.
공격하기가 쉽거든.
왕국이기 때문에 오히려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거다.
물론 위험은 있겠지만. 그래도 걱정하지 마라.
내가 그렇게 생각 없이 저지른 건 아니니까.”

카심은 수정에 손을 올리곤 조용히 말했다.

“늘 푸른 사냥터로 와.”
“거기? 우리가 사냥할 만한 곳이 아닐 텐데.”

로드리게스는 끄덕이며 그곳으로 향했고 카심도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자마자 주변에 있던 몇 시선이 사라졌다.

[늘 푸른 사냥터]

이곳은 사냥터라기보다 사실 휴양지 같은 곳이었다.
아름다운 바다와 백사장으로 인해 내륙에 있는 이들에게 정말로 귀한 풍경이었다.

그래서 왕국에서는 특정 지역에는 귀족들에게 팔기까지 했다.
그들은 그곳에 멋진 저택을 만들어 심심할 때마다 이곳에 와서 쉬어가곤 했다.
이런 것을 보면 지구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기도 했다.

“이야 죽인다.”

로드리게스 역시 시원한 바람에 즐거워했다.
전에 바다를 봤지만. 그 바다보다 이곳이 훨씬 더 멋있고 낭만이 있었기 때문이다.

“헉! 저 여자 장난 아니야.”

이곳에서는 몸매를 드러내는 아주 얇은 옷을 입고 다녔는데 지구의 비키니와도 비슷했다.

“한눈팔지 말고 와 인마.”
“조, 조금만 놀다 가면 안 돼?”
“우리는  가.
해변가는 특정인들만 이용할  있으니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로드리게스는 카심을 따라 이동하는데 뒤쪽 숲을 향해걸어갔다.

“그런데 여긴   건데?”
“아무 던전이나 사냥터를 이용하면 놈들의 눈에 띄겠지.
그곳에서 사냥하다가 습격받으면 아무리 나라도 피할  없다.
특히 그들의 수준이  높을 테니.
순식간에 죽을 가능성이 있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 흠.”

생각하는  하고 있었지만 모를 걸 알았기에 바로 말을 이어 나갔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사냥하면 된다.”
“아!”

그러고 보면 이전에도 기상천외한 사냥터를 찾아냈었다.

“난 솔직히 네가 엄청 무모할 줄 알았는데... 역시.
너라면 뭐든 만들어 내는구나.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그런 곳을 아는 거야?”

카심은 대답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모를 수가 없었다.
살기 위해서 그렇게 발버둥 쳤던 지난 삶의 기억들을 절대 잊을  없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걸어 움직였을  도착한 곳엔  높은 절벽이었다.
앞으로 펼쳐진 풍경에 로드리게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푸른 바다의 지평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카심이 아래를 보라고 했고 또 아래를 봤을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아래로 내려가자고?”
“그래.”

백사장이 보였지만 워낙 높았기에 마치 작은 점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것을 보니 이전에 기억이 떠올라 몸이 부르르 떨었다.

“간다.”
“자, 잠깐! 이번에도 안아주는 거 아냐?”
“미친놈.”

카심은 무시하고 그곳에 뛰어 내렸고 로드리게스는 아래로 다시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으으, 뒤지기야 하겠냐아아아악!!!”

그리고는 몸을 날렸다.
먼저 떨어지고 있던 카심은 그것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야이 멍청한 놈아 벽에 최대한 붙어!
가까워지는 순간 벽에 방패로 가격해 반동으로 최대한 물로 뛰어!
안 그러면 뼈 다 부서지거나 운 없으면 뒤진다!
아무리 네 육체라도 이 높이는 위험해!”

마력을 담아 소리쳤기에 그 상황 속에서도 또렷이 들렸는지 로드리게스는 최대한 벽 쪽에 붙었다.
그리고 지상에 가까워지려는 그때 카심은 너무나도 가볍게 착지했고 로드리게스는 벽을 온 힘껏 가격했다.

쿵!

그 반동으로 몸이 한순간에 뒤로 튕겼고 그대로 물에 떨어졌다.

풍덩!!

물이 10미터 높이까지 튀어 오를 정도로 충격이 컸다.

“푸하아악!! 살았다!!!”
“처음부터 물로 뛰어 들었으면 됐잖아.”
“아.”
“멍청하기는.”
“네가 그냥 여기로 떨어지니까 그렇지!”

카심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젓다가 문득 로드리게스는 아름다운 백사장에 시선이 빼앗겼다.

“와 완전 아름답다.”
“빨리 와.”
“어, 어 어디가는 거야?
왜 바다로 들어가는데?”

카심은 그대로 바다로 뛰어들었고 로드리게스는 다급하게 뒤따랐다.
안으로 들어가 눈을 떴을 때 너무도 아름다운 바다 풍경에 시선을 빼앗겼다가 무거운 장비 때문에 순식간에 아래로 향했다.
바닥까지 내려왔을 때 카심은 해저 절벽으로 향했고 로드리게스는 호흡을 크게 참아가며 뒤따랐다.

카심은 절벽을 살피다 작은 틈을 발견했고 몸을 넣었다.
그 순간 몸이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고 이내 몸이 튀어 올랐다가 지면으로 떨어졌다.

[세이렌의 쉼터]

신비의 종족 세이렌이 머무는 쉼터.
그녀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조심해야 합니다.

뒤이어 날아온 로드리게스가 철퍼덕 떨어졌다.

“으헉!”

엉덩이를 만지며일어났을  눈 앞에 떠오른 던전 명을 보고는 멍한 얼굴로 카심을 보았다.

“가자.”

너무 당연하다는 듯 걸어가는 카심을 보며 말했다.

“아니, 여기는 또 어떻게 아는 거야?”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뒤따르고 있었다.

***

알베이안은 지금 어디론가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포가 가져온 정보를 받자마자 고민도 하지 않고 이동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을 때  마을에 도착했다.
아주 평범해 보이는 마을.
그곳에 알베이안이 나타나자 지나가던 이들이 갑자기 멈추고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알베이안 익숙하다는  자연스레 걸어 들어가 한 집으로 들어갔다.
안에 있던 노부부는 그를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가 손을 맞닿으며 고개를 숙였고 알베이안은 무시하고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바닥에 놓여 있는 천을 들었다.

바닥에는 또 하나의 문이 있었다.
문을 열자 계단이 나왔고 알베이안이 들어가자마자 노부부는 재빨리 다시 천을 덮고는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아래로 내려간 알베이안은 잠시 후, 공터가 나왔는데 그곳에는 푸른 빛을 발산하는 텔레포트 장치가 있었다.
텔레포트 장치를 타고 도착한 곳은 후덥지근한 사막 지역이었다.
사막 한가운데 바닥은 대리석이었고 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올라 있었다.
분명히 태양 빛이 강하지만 이곳 주위만큼은 시원했다.

기둥에 묶인 하늘하늘 주변을 떠다니는 수많은 커튼 사이를 지나치자 기둥처럼 아주 높은 단상이 나왔다.

그 단상 옆으로는 네 개의 기둥이 감싸고 있었고 기둥으로 휘황찬란한 색의 커튼이 겹겹이 묶여 단상을 가려놓았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 앉아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주변으로는 많은 이들이 시중을 들 듯 바삐 움직였고 앞으로는 건장한 몸을 지닌 남성 두 명이 창을 들고 매서운 눈으로 서 있었다.

“예언자시여.”

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알베이안에 희미하게 보이는 예언자의 모습이 움직였다.

“알베이안.”

차가우면서도 무겁고 동시에 아주 아름다운 음성이었다.

“지금...”

알베이안은  상황에 대해 말하려고 할  옆에서 네 사람이 걸어 들어왔다.

“이미 예언자님께서는 상황을 알고 계신다.
미리 우리를 부르셨다.”

알베이안은 어느새 옆에 다가온 그들을 보더니 언제나 여유롭던 것과 달리 인상을 찌푸렸다.
그들은 다른 왕국에서 활동하는 수호신들이었다.

“아박투.”
“오랜만이다. 알베이안.”

묵직한 음성.
180cm의 키지만 덩치가 너무 커서 체감은 2미터는  것만 같은 신체를 가진 남자였다.

“알베이안 오빠~ 여전히 얼굴은 좋네?”
“킬루자. 오랜만이네요.”
“왜 내 얼굴은 칭찬  해 주는 거야?”
“좋으십니다.”
“아하하하~ 나도 안다고~”

옆에 있던 다른  사람은 알베이안을 보며 비웃고 있었다.
수호신은 알베이안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다른 왕국을 다스리는 수호신들이 있었고 딱히 구분해서 부르진 않았지만, 수호신들 사이에서는 당연히 서로 구분하기 위해 수호신의 리더로 구분하고 있었다.

알베이안은 아박투를 바라보다가 그때 예언자가 말하자고개를 돌렸고 아박투와 그 밑의 수호신들도 바로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들과 함께 가세요.”
“알겠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예언자의 명이었기에 거절할 수 없어서, 그들과 함께 수리에바 왕국으로 돌아왔다.

“와~ 장난 아니네.”

처음 수리에바 왕국에 온 그들은 신기해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왕국에 비해 발전되어 있으니 눈이 휘둥그레졌다.

“우선 지낼 수 있는...”
“필요 없다.
여기서부터는 우리가 알아서 한다.
방해나 하지 마라.”

아박투가 지나가면서 다른 수호신들도 비웃으며 지나쳤다.
그들을 바라보던 알베이안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워낙 과격한 놈들이라 사고나 치지 않을까 걱정되네.
그래도 수호신이니 잘 하겠지만.”

그러나 이내 조금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예언자께서는 왜...”

사실 이들의 투입이 그의 입장에서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예언자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정보를 통하니 딱히 놀랄만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대처가 다소 이상했다.

이들이 활동한다는 것은 오히려 영생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꼴이 된다.
하지만 고개를 저었다.
이러한 의심조차 불경이었다.
예언자의 의도를 절대 의심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우선은 자기가 맡은 바나 해야겠다 생각하고 돌아갔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을 때 알베이안은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뭐라고...?”
“그게 무슨 영생교라는 곳에서 지금 포교 활동을 하고 있다고...”

다급하게 하던 일도 멈추고 표정이 일그러지자 평소의 알베이안과 다른 반응에 길드원은 당황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부길드마스터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 저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런 길드원의 반응에 급격히 정신을 차렸다.

“아, 으흠. 잠깐 다른 생각에 빠졌군요.
알겠습니다.
다른 보고는 있습니까?
최근 문제 되는 것이라던지.”
“그 외에는 특별한 이슈는 없습니다.”

나가라는 말과 함께 알베이안은 오묘한 표정으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잠시 후, 알베이안은 외곽에서 포교 활동을 하고 있는 영생교라는 이들을 확인하러 움직였다.

처음에는 설마설마했다.
혹 카심 그놈이 이용한 것인가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놀랍게도 포교 활동을 하는 인물 중에는 그때 같이 왔던 아박투 밑에 있는 수호신인 안백강우아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굉장히 온화한 미소로 어려워 보이는 이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제법 떨어진 곳에서 허름한 건물 옆에 서 있던 알베이안은 갑자기 혼자 누군가에게 말하듯 말했다.

“예언자님의 지시인가요?”

그 순간 옆 골목에서 아박투가 걸어 나왔다.

“그렇다.”
“... 놀랍군요.”
“왜 놀랍지?”
“영생교의 약점을 드러냄으로써 없애버렸으니까요.
거기다가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해서 쉽사리 저희를 반대하는 세력이 공격할 수 없는 구도를 만드셨군요.
이거 한 번으로 상대가 가지고 있던 유리함이 사라졌습니다.
이렇게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포교를 하게 되면 조금 더 크지는 않더라도 빠른 효과는 얻을 수 있으니까요.”
“과연, 머리를 잘 굴린다더니 사실이군.”
“어찌 보면 쉬운 결정일 수 있지만 사실은 굉장히 어려운 결정입니다.
그동안 영생교는 드러낸 적이 없으니까요.
역시 예언자님께서는 정말로 대단하시군요.”
“당연한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에는 이미 힘을 가진 이들이 영생교가 많습니다.
그들이 곧 들어오게 될 거고 그 주변도 포섭하겠지요.”
“머지않아 완전히 영생교가 먹게  거고 결국  나라 자체까지 우리가 가지게 되겠지.”

알베이안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영생교의 수준이라면 절대 불가능한 게 아니었다.
오히려 왜 이제야 이러나 싶을 정도로 충분한 힘이 있었다.

그래서 이상하게 더욱 카심이란 존재가 신경이 쓰였다.
영생교 역사상 한 번도   없던 일이 그로 인해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알베이안은 그 의문을 입 밖으로 낼  없었다.
그저 영생교가 앞으로 진행할 일이라고 믿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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