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2화 〉13. 달라진 상황(1)
- 달라진 상황 -
용암이 강처럼 흐르고 있는 지역.
이곳의 온도가 높아서 서 있기도 힘들어 보였지만 그곳에는 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으으... 이제 진짜... 쉬자...”
“그러자. 나도 이제 지치네.”
“도대체가... 어떻게 된 놈이 나보다 체력이 좋은 거 같냐...”
그때 로드리게스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고 카심도 천천히 일으켰다.
로드리게스의 장비는 가죽 상의와 방패 외엔 거의 다 박살 난 상태였다.
“으으, 캐슈람 세트 더 이상 복구도 안 되겠어.”
“슬슬 바꿀 때 됐잖아.”
“아깝다. 그나저나 여기가 3번째지?”
“그래. 뻐근하네.”
“며칠 지났어?”
“최소 3개월은 지났을 거다.”
“하긴... 저놈 잡는데 엄청 오래 걸렸지.”
뒤쪽에는 거대한 육체의 생명체가 쓰러져 있었다.
“저건 재료 안 돼?”
“딱히 쓸모없을 거다.
죽으면서 가지고 있는 피부의 탄력이 잃는 놈이거든.”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뭐 얻은 건 많으니까.”
카심은 목을 돌리며 창을 띄웠다.
<상태>
근력: 147
체력: 163
마력: 161
특화: 스피드 강화 Lv 7
특성: [완벽한 육체] [미지의 힘]
3개월 사이에 성장한 육체 능력이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네 상태창 줘봐.”
“어. 이것 봐 장난 아니지? 으흐흐. 볼 때마다 기분 좋다니까.”
<상태>
근력: 295
체력: 300
끈기: 150
특화: 무기 강화 Lv 7
특성: [초인]
“괴물이네.”
“으하하. 다 네 덕이지.”
“확실히 네 육체가 아니었다면 저것도 쉽지 않았을 거다.”
“이 방패 덕분이지.
진짜 쓰면 쓸수록 사기라니까?
괜히 유니크급 아티팩트를 찾는 게 아니야.”
“후우, 그거보다 좋은 거 거의 없어.
그러니 소중히 해라.”
“안 그래도 비 내리면 내가 애를 감싼다니까.”
“샤넬이냐?”
“그게 뭐야? 근데 이름 되게 이쁘다.
샤넬... 이제부터 네 이름은 샤넬이야.”
마치 여자친구처럼 쓰다듬는 것을 보면서 카심은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일어났다.
“미친놈. 슬슬 돌아가자.”
“알았어. 샤넬 너도 일어나.”
다시 왕국으로 돌아와 숙소를 잡고 가볍게 샤워를 한 뒤에 카심은 쉬지도 않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길거리에 있는 한 레스토랑의 길거리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주문했다.
잠시 후, 4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성이 앉았다.
“안녕하...”
“직접 오라 전해라.”
“...”
카심의 말에 그녀는 잠시 놀란 눈을 짓더니 미소를 지었다.
“바로 알아 보시는 군요.
알아 볼 경우 이런 말을 전해라고 했습니다.
당신이 말하려던 비밀을 얼추 안 거 같아서 수지가 맞지 않다고.”
“그래?”
“영생교... 맞으시죠?”
놀란 표정의 카심을 보자 그녀는 가볍게 미소를 짓고는 품에서 양피지를 꺼냈다.
“의뢰했던 내용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녀를 보며 카심은 가볍게 말했다.
“다른 곳을 알아봐야겠군.
이리 형편없어서야.”
“예?”
“아, 못들은걸로 해.”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사라졌다.
양피지를 펼치며 보고 있을 때 누군가 다시 또 다가와 앉았다.
카심은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역시 당신은 재미있군요.”
“영생교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았지?”
“하하하. 제 정보력을 무시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렇게 영생교에 대해 말했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게 얻었다는 뜻이겠지.
떠보고 싶었던 거 아냐?
거기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었다면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을 테니까.”
“...”
그는 대답 대신 가볍게 웃었고 카심은 그때야 고개를 살며시 들어 올려보았다.
생각보다 아주 평범하게 생긴 얼굴이었다.
“하하.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는군요.
좋습니다.
영생교에 관해 알게 된 것은 사실 지금 누구나 다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심은 그게 무슨 말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이 얼마 전, 이곳에서 포교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무상으로 음식을 주면서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있지요.
꽤나 보통과는 다른 행보입니다.
가난한 자들에게 도움이라...”
이 세계에서 가난한 자에게 베푼다고 해서 얻는 게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영생교의 포교 활동은 지구와 달리 상당히 신선한 접근 방식이고 틀을 깨기도 했다.
“...”
카심도 조금 놀라고 있었다.
확실히 예상하지 못했다.
이전 삶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것을 보고 영생교와 관련이 있다고 연관을 지은 이유는?”
“당신이 조사해달라고 했던 인물에 대해 알아보던 와중에 영생교라는 이들이 갑자기 등장했지요.
사실 생각보다 이런 포교 활동은 꽤 많은 거 아십니까?
순식간에 사라질 뿐.
하지만 영생교는 뭔가 달랐습니다.
이들에 대해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았죠.
그래서 의심을 가지려던 찰나, 왕국에서 활동하는 평범한 짐꾼이 리톰 영지에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사실 그 외에도 몇 인물이 있지만 가장 의심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이지요.
뭐 어떻게 알았는지는 우리 비밀이니까 묻지는 마시고.
어찌 되었든 그 인물을 또 조사 했는데... 이게 또 재미있더군요.”
“영생교와 관련이 있었나?”
그러나 고개를 저었다.
“한때 승승장구하던 핏빛 기사단 길드가 [침묵의 안개] 던전에서 거의 몰살에 가깝게 전멸.
머지않아 대형 길드 급으로 올라 갈 수 있다는 [수호신]은 자신들 커리어를 위해 새로운 사냥터를 찾던 와중 전멸.
당시에는 정말로 엄청난 몬스터와 마주쳤다는 소문이 돌았지요.”
“거기에 동원된 것이 이놈이었군.”
“정확히는 그 짐꾼이 소속된 곳이었지요.”
“과연. 그런데 영생교에 대해서 어떻게 알았지?”
그 순간 그는 씩 웃었다.
“아~ 그거 방금 알았습니다.”
카심 역시 그 말을 듣고 웃었다.
이것은 자신이 프레드릭에게 사용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었다.
“카심이다.”
“레온입니다.”
“...”
“왜 그러십니까?”
“아니다. 아니, 이제 같이하게 되었으니 예를 차리겠습니다.”
“아직 모릅니다? 제가 흥미를 느낄지는.”
카심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서 할 이야기가 아니니 움직입시다.”
레온이 알고 있는 비밀 장소로 갔고, 그곳에서 카심에게 들은 이야기에 레온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물론 카심이 가지고 있는 비밀에 관한 것은 일절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지, 진짜 입니까?”
“예.”
“하, 하하. 이거 참.”
“구미가 좀 당기십니까?”
“구미는 무슨.
심장이 터질 거 같아 미치겠군요.
그런데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 상황에서 영생교가 저렇게 나왔다는 것은 사실 저들의 정보를 파는 것도 더 이상 의미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 부분도 노렸겠지요.
똑똑한 집단입니다.
앞으로... 생각을 좀 해봐야겠네요.
레온님께서는 레온님 대로 움직이시면 됩니다.
대신 조심하십시오.
저들은 이미 왕국 내에도 파고든 상태니까.”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부탁 하나가 있습니다.
현 왕국의 상황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모아 주십시오.”
“스읍~ 같은 일이라도 개인적인 거라면 돈을 받으려 했지만... 그것은 제가 하고 싶은 일이니 뭐 공짜로 해주지요.”
카심은 웃으며 다시 손을 내밀었고 레온 역시 손을 맞잡았다.
기묘한 느낌이었다.
또 다시 레온이란 이름을 가진 자와 함께 하게 되었다.
비록 다른 인물이었지만 이런 게 운명인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다시 숙소로 돌아온 카심은 로드리게스를 보며 말했다.
“로드리게스.”
“... 준비해야 하냐?”
이제는 표정만 봐도 아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레온과 이야기했던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로드리게스는 끄덕이며 물었다.
“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하려고?
너라면 역시 멋진 계획이 있겠지?”
“아니, 그들의 규모는 상상 이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솔직히 거의 없지.”
“그럼?”
“우선 당장은 해야할 게 있다.”
“뭔데?”
“쉽지 않을 거다.
맘 같아선 몇 년을 더 소비하고 싶지만 지금은 시간 싸움이 됐어.
조금 많이 위험할 거야.”
“우후후. 각오하고 있어.
그래서 무슨 짓을 하려고?”
“때로는...”
잠시 뜸들이는 카심을 보며 로드리게스는 그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
“단순한 게 아주 효과적이다.”
***
진 레첼은 능숙하게 왕국 내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시작했고 뛰어난 머리와 능력이 있지만, 계급이 부족했던 이들에게 기회를 주며 지지를 올려 나갔다.
그리고 그 능력이 있는 이들을 이용해 확실하게 이들이 실력이 있음을 증명해냈고 그들의 충성심을 올림은 물론 진 레첼은 스스로 사람을 능력을 볼 줄 아는 뛰어난 능력이 있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꽤 많은 이들에게 호감을 얻으며 확실히 자신의 위치를 만들었다.
그렇게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의외로 진 레이널은 조용했다.
그런데 최근 진 레이널의 행보가 급격하게 바뀌었다.
갑자기 온갖 사교계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파티를 열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곳에 참여하는 인물들이 아주 영향력이 있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거나, 많은 돈, 혹은 다른 왕국의 왕까지 참여함으로써 진 레이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 영향력을 과시하는 것만으로 또 사람은 몰려들었다.
아주 원초적이지만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 속에서 진 레첼은 자신이 하려는 몇 가지 행위에 대해 제지가 걸리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진 레이널이 움직이면서 방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시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영생교에 진 레첼은 놀랐고 어느 순간 진 레이널은 영생교를 따라서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시작했고 급격한 지지율이 올라갔다.
동시에 영생교에 후원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연관성을 표시했다.
진 레첼은 그 과정을 보며 입술을 질끈 깨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계획했던 일이 빼앗겨버린 셈이다.
영생교에 대한 경각심이 급격하게 커져갈 수밖에 없었다.
한편, 그 시각.
거적이나 다름없는 가죽조끼를 대충 걸치고 몸을 드러낸 이가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었다.
허름한 반 바지에 신발도 발목에 줄로 고정한 슬리퍼 형태로 거지처럼 보였지만 드러난 몸은 아름답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근육이 아주 선명하게 자리 잡혀 있었다.
거기다 190이라는 큰 키에 붉은 머리와 살며시 내려간 눈꼬리는 퇴폐적이었다.
칸.
그는 술병을 벌컥벌컥 마셨고 술이 몸 사이를 주르륵 흘러내렸다.
“크으! 영생교... 지랄하고 있네.”
걸어가고 있는 그의 앞으로 영생교가 최근 짓기 시작한 건물이 보였다.
그것을 돕기 위해 가난한 이들이 대거 몰려 들었고 사제로 보이는 이들도 웃으면서 돌을 옮기고 있었다.
“크크크. 난다고 더러운 냄새가그러니... 음?”
그런데 문득 다른 쪽에서 그곳으로 걸어가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굉장히 껄렁껄렁한 자세로 걷던 그들은 갑자기 쌓아 놓은 벽돌을 발로 걷어차며 소리쳤다.
“아따 씨벌, 누가 여기서 우리 허락 없이 집을 지으래~~ 아앙?”
“마, 마자!여, 여기는 우, 우리 땅이다!”
영생교가 짓고 있는 위치는 외곽에 있는 곳이었는데 당연히 이곳에는 별에 별 놈들이 있었다.
하지만 칸은 그것을 보자마자 먹던 술을 멈출 정도로 황당함을 느껴야 했다.
“저 새끼... 저기서 뭐하는 거야?”
칸도 알고 있는 얼굴.
바로 카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