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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4화 〉13. 달라진 상황(3) (74/119)



〈 74화 〉13. 달라진 상황(3)

“어이 동상~ 여기 있었구만.”

자연스레 들어오자마자 안에 있는 과일 하나를 씹어 먹으며 다가와 의자에 앉았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동에 로드리게스는 입만 뻐끔거리다 카심을 보았다.

“일전에 일은 고맙습니다.”
“뭐~ 별 것도 아니지.
어쨌든,  도움을 받았으니 빛이 있겠지?”

과일을 씹어 먹으며 말하는 그를 보며 카심은 잠깐 고민했다.

“뭐야? 빛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냐? 하아, 안 되는데.
우리 부랑자들은 빛은 꼭 받아내자는 주의라.”
“양아치가 따로 없군요.”
“우하하하! 양아치라? 나에게 직접 그 말을 하는 놈이 있다니.”

웃던 칸의 표정이 갑자기 가라앉더니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래서 로드리게스는 자신도 모르게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수로에 대해서 어떻게 알았냐?”
“오랫동안 부랑자 길드로 설치고 있던 당신들이 3대 길드를 적대시 함에도 잡히지 않은 이유. 그렇다면 아주 대단한 위치가 있다는 것, 그리고 우연찮게 이곳에 아주 거대한 지하 수로가 있다는 걸 알았고 상상해봤습니다.”

카심의막힘 없는 설명에 칸은 가볍게 끄덕이며 납득했다.

“흐음. 좋아. 그러면 왜 영생교를 그런 되지도 않은 연기를 하며 공격했지?  알고?”

카심 역시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많은걸.”

그 말과 표정 그리고 분위기에 칸의 눈동자가 조금 가늘어졌다.

“야.  내 밑에 올 생각 없냐?”
“없습니다.”
“단호하구만.”
“그럼 당신은 왜 거기에 있었고 우리를 도와줬습니까?”
“난 말이야.
구린 냄새를 풍기는 것들을 굉장히 싫어해.
그런데 이 새끼들이 너무 구린 냄새가 나더라고.”

카심도 칸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전 삶에서 그의 화려했던 사건을 직접 보진 못해도 들었으니 말이다.

그는 아타락시아 사건 이후, 혼자서 아레스 길드와 싸웠고 그 피해로 인해 다른 길드에게 공격을 받으며 망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일인 군단이라 부르기도 했었다.

그 사람이 지금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하기를원하고 있었다.
카심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상황이었다.
만약 그때 그 같은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면 절대 이렇게 이어지지 못했을 것이었기에 신기하기도 했다.

그 일이 이렇게 이어졌으니 말이다.

“적의 적은 아군이군요.”
“우선은 들어보고. 계획은 있고?”

칸은 과일 하나를  먹고 하나를더 집어 먹었다.

“놈들에게는 수호신이란 놈들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죽이는 것.”

칸은 씩 웃었다.

“복잡하지 않아서 좋군.
그런데 그날 죽이면 되지 않았나?”
“그랬다가는 동정심이 일어날 겁니다.
먼저 부랑자 길드를 이용해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려야 합니다.
부랑자를 유혹해 데려다가온갖 노동을 시키며 사실은 악마 숭배도 한다는 식으로.”
“크크큭. 그거 재밌겠네.
확실히소문은 우리 애들이 빠르지. 그리고?”
“놈들은 더 많은 돈을 쓰게 될 겁니다.
이미지 회복을 위해서.
부랑자 일부는 의도적으로 그곳으로 향해 배고픔을 달래 십시오.
그래서 소비를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카심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내다보았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알베이안과 카심.
두 사람은 각각 다른 건물에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아주 기묘하게도 그 방향은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

이름 모를 한 농가.

“워, 뭐시당가?”

그중 한 명이 하늘에서 일어나는 괴현상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하늘에서는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일그러진 공간에서는 괴상한 물체 하나가 내려오고 있었는데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모습은 아벨리우스 수정과 흡사했지만, 미묘하게 달랐다.
모양이 마름모가 아닌 세모였기 때문이다.

“응?”

그런데 내려오는 수정이 엄청난 속도로 떨어져 내렸고 그 일대를 완전히 폭발시켰다.

콰아아아앙!!

폭발로 일대는 완전히 황무지로 변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라 잠시 후, 또 다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파지직, 파지지직!

수정 주위로 공간이 일그러지는 현상이 일어나더니 그곳에서는 아벨리우스 수정에서나 볼 법한 생명체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번도 일어난 적 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

칸은 부랑자들을 이용해 영생교에 대한 이상한 소문을 퍼뜨렸다.
부랑자들은 부랑자끼리 워낙 끈끈하다보니 소문의 영향력은 확실히 강했다.
그러나 동시에 영생교의 재력과 돈이 가지는 힘은, 그런 소문도 꽉 막아 낼 만큼 대단했기에 영생교를 싫어하는 이들과 좋아하는 이들의 대립이 깊어졌다.

그러면서도 카심이 부탁한 대로 부랑자들이 영생교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그들의 소비를 더욱 극대화 시켜 나갔다.
거기다 영생교 입장에서는 진 레이널도 도와야 했고 그 상황에서  레첼까지 공격해 나서니 생각보다 쉽게 이 상황을 타개해 나가지 못했다.

알베이안은 아레스 길드를 이용한다면 이 상황을 확 타개할  있었지만, 영생교에 관한 이미지가 썩 좋지 않았다.
실력 있는 유저의 경우에는 자부심이 있어서인지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것에 꽤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상황에서  길드 마스터 아들인 지그하르트가 영생교에 관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니 자연스레 배척하는 분위기가 흐른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다만 지그하르트의 행동이 조금은 부자연스러운 게 있었다.
그렇게 알아내본 결과 지그하르트 역시 카심과 접촉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참 대단한 남자야.
어떻게 저런 어린 나이에?”

어느새 여기저기 방책을 세워 놓은 것만 보아도 정말로 대단한 놈이었다.
그래서 탐났다.
직접 보고 싶었다.

“부르셨습니까?”
“루게릭. 카심이라는 친구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했지요?”
“아, 예 그렇습니다.”
“그 친구가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줬다는데 한번 만나보고 싶군요.
약속을 잡을  있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만나보겠습니다.”

루게릭은 곧바로 카심이 있는 곳을 수소문해서 찾아냈다.

“오랜만이군. 카심!”

루게릭은 카심을 보자마자 반가워하며 껴안았다.

“잘 지내셨습니까.”
“자네 덕분에 내가 특진을 했지 하하하!”
“우선 앉으세요.”
“아닐세. 내가 금방 다시 가봐야 해서 부탁 하나만 하고자 왔네.”
“예.”
“우리 부길드 마스터께서 만남을 원하네.”

카심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전에 자네 덕분에 우리가 큰 피해를 면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 확실하게 보상을 해주고 싶다고 하네.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장소는 어디라고 하십니까?”
“그건 아마 아레스 저택...”
“혹 제가 원하는 장소도 됩니까?”
“음, 뭐 것도 없겠지?”
“얼마 전에 늘 푸른 사냥터 쪽에 구경가다가 너무 아름다워서 혹시 그쪽에 아는 지인이 있다면 구경 겸 해보고 싶습니다.
일종의 보상이라고 봐도 좋겠군요.”
“하하하. 하긴 아주 멋진 곳이지.
알겠네. 한  이야기해보지.”

돌아가는 루게릭을 보며 카심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알베이안은 루게릭을 통해 소식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역시 아직은 젊은 친구군.”

스스로 잘났다고 여기는 이들은 저렇게 당당하게 보상을 바랐다.
예전에는 저런 게 꼴사나웠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오히려 당당함으로 다가왔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도 변해야겠지.”

당연히 알베이안은 알고 있는 이가 있었기에 그에게 부탁해 장소를 마련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 때, 카심은 누군가 방문 앞에 던져 놓은 편지를 보고는 뜯어 보았다.

“...”

그것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

[늘 푸른 사냥터]

아름다운 푸른 바다와 백사장.
매일 보아도 다르며 아침과 밤은 또 달라지는 환상적인 지역.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알베이안은 저 멀리서 두 사람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세대교체인가?”

자신은 영생교지만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문득 두 사람을 보니 그런 느낌을 받았기에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가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저택 안으로 카심이 사람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멋진 장비군요.”

예의상 말한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장비에  민감하기 때문에 좋은 이미지를 위한 칭찬이었는데 자세히 보니 자신의 눈에도 상당히 좋아 보였다.
오히려 조금  제대로 보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지만 다가온 카심이 손을 내밀었다.

“카심입니다.”
“알베이안입니다. 앉으세요.”

저택 내부는 물론 외부까지 일반적인 왕국에서나 영지에서 보는 디자인과는 확실히 달랐다.
지구에서는 마치 휴양지에서나 볼 수 있는 느낌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었다.

“어떠십니까?”
“멋지군요.”

간결한 대답.
이곳은 자신이 보기에도 멋있는곳이었는데 구경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알베이안의 눈엔 허세로밖에 보이지 않았기에 가볍게 웃으며 메이드에게 차를 내오라는 손짓을 하고 웃으며 말했다.

“얼마 전, 저희 아레스 길드에게 큰 위험이 생겼을 때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저희는 아주 큰 곤경에 처했을 겁니다.”
“아레스 길드가 사라졌겠죠.”

순간 알베이안의 미간이 움찔했다.
그리고 마침 메이드가 들어와 차가 들어와  사람은 홀짝였다.

“알베이안님께서는... 어쩌다 아레스 길드에 들어가게 되신 겁니까?”
“음. 이야기하자면 긴데. 아레스 길드 마스터와 함께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이 자리에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젊고 패기가넘쳤지요.
카심님처럼.”

카심은 차를 한모금 더 먹고 내려놓으며 말했다.

“영생교를위해서가 아니고?”

알베이안도 차를  모금 마시려다가 멈칫했다.

“그게 무슨...”
“당신도 수호신인가?”

너무도 갑작스럽게  들어온 말에 알베이안은 머릿속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을 알고 저러는 걸까?
자신이 그런 낌새를 보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하.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요. 제가 카심님을 부른 건...”
“혓바닥이 기네.
꼴에 대가리 좀 굴리는 거 같은데.”

카심은 씩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지금 이러는 이유 딱 보면 모르겠어?”
“...”

알베이안은 잠깐 생각에 잠긴 눈으로 카심을 바라보다, 천천히 잔을 놓고는 몸을 등받이에 닿았다.

“당황스럽군요. 흐음.”

카심은 그 사이에 또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사실 궁금한 게 많지만 많은 질문을 하지 못한다는  아쉽네요.
저는 당신을 굉장히 높이 샀습니다.
당신이 움직이는 행동이 예사롭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무모하고 멍청하게 행동하고 있으니 실로 당황스러울 수밖에요.”
“그런 걸 허를 찌른다고 하지.”

알베이안은 피식 웃었다.

“도대체 무슨 짓입니까?
설마 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안다는 것에 사실 굉장히 놀라움을 넘어 충격적일 정도입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좋은 기회를 왜 이렇게 놓치는 건가입니다.”

카심은 무슨 개소리를 하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 좋은 기회를 지금 얻었잖아.”
“무슨?”
“너를 죽일 수 있는 기회.”

문득 알베이안은 갸웃거리다가 이내 웃었다.

“아하하! 과연, 그렇군요. 하하.
이거 정말 입장 차이였군요.
하긴 당신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확실히.”

재미있다는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미안하군요.
저는제가 죽는다는 전제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으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겠지.”

지금 알베이안은 그 누구도 없이 자신 혼자 있었다.
정말로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낸셈이다.
거칠지만 분명히 원하는 목적을 이뤄냈다.

“당신은 참으로 재미있는 사람입니다.”
“글쎄, 별로 재미없을 텐데.”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가볍게 웃었고 잠깐 정적이 흘렀다.

팟!

먼저 움직인 것은 카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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