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5화 〉13. 달라진 상황(4) (75/119)



〈 75화 〉13. 달라진 상황(4)

먼저 움직인 것은 카심이었다.
그의 주먹이 알베이안의 눈을 노리고 들어갔지만 알베이안은 너무도 가볍게 손을 쳐서 막아냈다.
이어지는 알베이안의 손이 카심의 목젖을 노렸지만 역시나 가볍게 피해냈다.

타닥! 후웅!

두 사람의 가벼운 일격이 바람을 일으켰고 대기하고 있던 메이드는 화들짝 놀랐다.

“어맛.”

그녀의 눈에는 두 사람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기에  바람이 일어났는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 알베이안이 가볍게 손을 올렸다.

“예.”
“저택에 있는 모든 사람들.
지금 지하로 들어가세요.”
“예?”
“당장.”

알베이안의 차가운 눈빛에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아, 알겠습니다.”

빠르게 사라지는 메이드를 보며 카심은 언제 그랬냐는  차를 홀짝였다.

“제법이군요.
도저히 그 나이대는 물론 특화 레벨 7이라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단순히 스피드 강화라서가 아니라 방금 제 일격을 막을 정도의 힘은 물론 흘리는 컨트롤까지.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누구기에 우리 영생교에 대해서도 이렇게 잘 아는 것이죠?”
“피해자.”
“예?”
“원래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해서 모르지.”
“...?”

카심은  이상 대답하지 않고 웃으면서 다시 차를 들이켰다.
알베이안은 어깨를 으쓱이곤 자신도 잔에 있는 모든 것을 삼키려는 순간 카심은 찻잔을 던지고는 테이블에 손을 올리며 뛰어올라 그대로 그의 얼굴을 발로 가격했다.

빠악!

그러나 알베이안의 손에 가로막혔다.

“에이. 저도 이거는 먹어야지요.”

그때 카심은 몸을 비틀어 반대 발로 그의 차를 차올렸고 내용물이 튀어 오르는 순간 알베이안은 한숨을 내쉬더니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쾅! 쿠우웅!

카심의 몸이 뒤로 날아가 기둥에 부딪히며 저택에 충격을 주었다.
그와 동시에 갑자기 난간으로1층에 있던 로드리게스가 뛰어올라 왔다.

“카심!”
“창.”
“여기!”

가볍게 창을 돌린 카심은 자세를 잡았고 알베이안은 웃으면서 서 있었다.

“어쩌죠? 아직  전제가 저에게 없는 거 같은데.”

카심의 몸에서 초록빛이 터져 나왔다.

“어쩌라고.”

그 순간 알베이안의 동공이 급격하게 확대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등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오싹함.
알베이안은 순식간에 특화를 끌어 올렸고 곧바로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이윽고 카심의 어깨가 움직이려는 순간 갑자기 내려오며 그 오싹함이 사라졌다.
그때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알베이안은 뒤를 돌아 보았는데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깜짝 놀랐다.

“동상. 미안하지만 저놈은 양보해줘야겠다.”

칸은 알베이안을 보더니 씩 웃었다.

“어이, 알베이안. 오랜만이다?”
“...”

알베이안은 다시 고개를 돌렸고 카심을 보았다.
카심은 어느새 창을 거둬들였다.
그래서 알베이안은 피식 웃었다.
방금 그 오싹함이 칸이라고 생각하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과연, 역시 혼자서 올 리는 없었군요.
이러니 그렇게 자신 있었지.”

비웃음에도 카심은 알베이안을 무시하고 칸을 보았다.

“칸 형님. 어떻게... 저도 돕습니까?”
“고마운 말이지만 이 형님이 이 새끼에게 빛이 있거든.”
“어쩔 수 없지요. 제가 양보하지요.
로드리게스 가자.”

카심과 로드리게스가 내려가자 칸은 씩 웃었다.

“어이 생선 대가리.
 어떻게 아직도 이렇게 비린내가 풀풀 흘러나올까.”
“당신의 그 특성만 아니었다면  이용했을 텐데.
아쉽군요.”
“그러게 말이다. 크크.
내 특성만 아니면 이 좆같은 비린내를 못 맡았을 텐데.”

천천히 다가오면서 또 과일 하나를 집고는 아그작 깨물고는 알베이안 바로 앞에 마주 서서 내려다보았다.
알베이안도 180에 가까운 키였지만 칸은 190이 되었기에 얼굴이 완전히 아래로 향했다.

두 사람의 눈빛 사이로 맹렬하게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사이.

밖으로 나온 카심과 로드리게스는 백사장을 향해 걸어갔다.

“난 지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다.”
“잘 흘러가고 있으니 걱...”

콰아아아앙!!

뒤에서 들려오는 엄청난 굉음에 카심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었다.

“... 정 말고.”

그런데 백사장으로 나오던 중 웬 누군가 이곳 백사장 끝에 의자에 앉아 한가로이 누워있었다.
 옆에는 꽤 강해 보이는 남자 둘이 지키고 있었다.

“...”

이상했다.
여기에는 지금 아무도 있어서는 안 되는 곳이기도 했고 뒤에서 저택이 터지고 싸움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저 사람은 반응도 없었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검은색 실크로 몸을 감싸고 있었는데 여자라는 것을  수 있었다.

“뭐야 저 사람들? 아까는 없었는데?”

로드리게스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카심은 천천히 다가가자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대가 카심인가?”

신비한 목소리였다.
너무도 자연스러운 하대.
 하대에 카심조차도 기분 나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마치 당연한 것만 같았다.

무엇보다 상대는 이미 자신을 알고 있었기에 경계하며 그들을 보았다.

“당신은?”
“내가 누구일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카심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 그녀는 천천히 일어났다.
얼굴은 실크로 윤곽 정도만 보였고 키는 약 175정도 될 정도로 컸다.

“...”
“듣기로는 꽤 영특하시다 들었거늘,  아는 건 아니구나.”

그때 카심의 눈동자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예... 언자인가?”

그것을  그녀는 검은 실크  얼굴의 윤곽 속에서 입가가 살짝 올라갔다.

“제법이구나.”
“...”

카심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이것은 너무도 예상 밖의 일이었다.

콰아앙!!

그때 또 울리는 소리에 그녀가 말했다.

“그대에게 말해줄 것이 있다.
우선은 저 싸움을 말려야 할 거 같구나.”
“내가  그래야 하나?”
“그대에게  필요한 것이니까.”
“먼저 듣고 판단한다.”
“그렇군. 그렇다면 없던 일로 해야겠구나.”
“그렇게 하지.”

카심은 미련 없이 돌아섰다.
그런데 갑자기 멈춰 서서 다시 그녀를 보았다.

“그런데... 나는 너희를 없애려 하는데. 마침 그 목표가 여기 있네?”
“호오.”

그녀는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수호신은 내 직속 수호신이다.  둘을 뚫고 나를?”
“왜? 못할 같나?”

그때 옆에 있던 두 남성이 흉흉한 기세를 내뿜었고 로드리게스는 화들짝 놀라 방패를 들어 올리며 특화를 내뿜었다.
그 순간 카심에게서도 거센 기세가 터져 나왔다.

단  번.

그 한 번으로 목숨을 빼앗아야 했기에 모든 마나까지 끌어 올렸다.
카심에게서 흘러나오는 마나의영향은 삽시간에 두 수호신이 내뿜는 기세를 집어삼켰다.

“!!”
“!?”

두 수호신은 순간 당황하며 더욱 힘을 끌어 올려 순식간에 대항했다.
그들의 수준도 뒤쪽에 있는 알베이안과 칸과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강했다.

그렇게 당장이라도 싸움이 나려는 일촉즉발의 상황.

“얼마 전.”

그녀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두 수호신의 기세가 사라졌고 카심과 로드리게스도 천천히 자세를  수밖에 없었다.

“은총이 내려왔다.
개인에게 내려오는 것도 처음이고 그게 외부인이었기에 나 역시 놀랐다.”
“그게 나라는 거군.”
“그렇다.”
“과연, 궁금하긴 하다.
그런데... 이 기회보다 값이 있을까?”
“착각하고 있구나.
우린 그대의 적이 아니다.”
“그 판단은 내가 내린다.”
“오만하구나.
우리가 그대에게 어떤 피해를 준  있나?
혹은 우리가 어떠한 나쁜 짓이라도  게 있느냐?”
“원하는 대로 역사를 바꾸려고 하는 것도 잘못되었지.”
“그럼 그대는그 역사가 아닌 원래의 역사가 무엇인지 아는가?”
“...”
“그런데 어째서 역사를 바꾸었다고 생각하느냐?
만약 그렇다고 쳤을 때... 우리가 역사를 바꾸지 않았다면 그 역사가 더 좋고 올바른 것이라 판단할 수 있느냐?”

생각해보면 이전 삶에서 정말로 큰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는 카심을 바라보며 웃었다.

“우리는 올바른 역사가 되기 위해 움직이는 것뿐이다.”
“... 모르는군.
너희도 역사에 대해서 아는 게 아니구나?”
“무슨 의미더냐?”
“역사에 대해 알기 때문에 관여하는 게 아니었나?”
“우리는 신께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게끔 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구나, 그 말은... 마치 그대는 역사를 안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우리는 할 이야기가 많을 거 같구나.”

잠시 그녀를 바라보던 카심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계속 떼쓸 순 없겠군.
로드리게스. 누구 막을래?”
“뭐?”
“아니다, 넌 칸 형님 막아라.
네가 가진 모든 힘을 다 끌어내야  거다.”
“알았어.”

 사람은 어느새 저택 밖에 나와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갔다.

콰아앙! 콰직! 파바바박!

알베이안과 칸은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며 서로를 공격했고 그 충격에 저택이 부서져 나가자 알베이안은 재빨리 밖으로 뛰쳐나와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다시 마주 보았다.

“그 사이에 강해졌군요.”
“원래 강했어 이 쉐끼야.”
“좋습니다. 저도 제대로 하죠.”
“허이고 무서워라.”

알베이안.

특성 : [타점 변화]

공격하는 순간 갑자기 비이상적으로 타점이 바뀌는 특성이다.
알베이안을 부 길드 마스터 자리로 만들어 준 것으로 그의공격은 절대 막을  없었기에 절대 공격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칸은 웃고 있었다.
그 순간 몸이 붉게 빛나기 시작하더니 피부색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좆같은 공격 어디  해봐.”
“...”

사실 알베이안에게 있어서 칸은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알베이안은 주저 없이 가볍게 검을 내려쳤다.

빠악!

그의 이능인 검기는 복부에 닿았는데 칸의 얼굴이 옆으로 꺾였다.

“아이고 시원해라.”
“역시 이능으로는  되겠군요.”

이번엔 알베이안의 검에 붉은빛이 흐르기 시작했다.
 빛은 완전히 붉게 무기를 감쌌다.
 순간 달려들어 휘두른 그의 검은 분명히 오른쪽 어깨에 닿았는데
그러나 타격이 터진 것은 칸의왼쪽 발목이었다.

“아야!”

아무리 칸이라도 한순간 예상하지 못한 위치에서 공격하게 되면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다.
몸이 크게 휘청이는 순간  다시 내려오는 검을 보며 칸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검을 막으려했다.
그러니 또 타격 지점은 완전히 달랐다.

빠아악! 우지직!!

칸의 몸이  충격을 받아 날아가 뒤쪽 나무에 부딪혔다.
부서진 나무 기둥을 잡고 일어선 칸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씨 귀찮게.”

아무리 자신이라 할지라도 방어를 하냐 하지 못하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거기다 상대는 알베이안이다.
절대 그 공격이 가볍지 않았다.

몸을 일으킨 칸은 무서운 속도로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알베이안을 보며 그대로 주먹을 내뻗었다.

“으랏차!”

칸은 자신이 맞든 말든 주먹을 내질렀다.

콰아앙!!

둘은 서로 몸이 뒤쪽으로 쭉 밀려 나갔다.
그리곤 칸이 히죽 웃었다.

“크크.”

이것은 칸의 무서움이었다.
자신이 맞든 말든 무자비할 정도로 강한 힘을 상대에게 공격하는 것.
자신이 맞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공격하는데 생각 이상으로 강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당신은 제게는 너무 귀찮은 상대입니다.”

둘은 다시 맞붙었고 엄청난 속도로 서로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서로의 공격이 부딪힐 때마다 터지는 충격파로 인해 주변 나무가 부서질 정도였다.
이렇다 보니 주변에 있던 다른 지역을 가지고 있는 몇 귀족들은 이 상황에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쿠궁! 쿵! 우직! 콰아앙!

두 사람의 치열한 공격에 일대가 초토화 되면서 서로 공격을 부딪치더니 둘 다  멀리 날아갔다.

“후우.”

알베이안은 생각보다 강한 칸에 적잖게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은 놈이었지만  사이에 이렇게까지 강해졌을 줄은 몰랐다.
뭣보다 자신과는 상성이 너무 좋지 않았다.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검을 가볍게 손에서 회전시켰다가 다시 잡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