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1화 〉 14. 이유(5) (81/119)

〈 81화 〉 14. 이유(5)

* * *

주웬과 로드리게스는 어색하게 웃으며 나갔고 진 레첼은 흐뭇하게 카심을 바라보았다.

***

무려 3일이 지났을 때 카심은 눈을 떴다.

“...”

오랜만에 푹 잔 느낌에 기분 좋게 몸을 일으켰는데 아무도 없어서 천천히 나가니 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게 보였다.

마침 지나가는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드로얀님.”

“어? 카심님.

몸은 괜찮으십니까?”

“예. 그런데 무슨 일 있습니까?”

“이상 현상... 아니, 던전 브레이크 위치를 또 발견했습니다.

최근 이 던전 브레이크를 모두 없애면 된다는 의견이 많아서 적극적으로 그 던전 브레이크를 클리어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쪽 인원은 보통 그 던전 브레이크에서 나온 몬스터 정리 아니었습니까?

그 일은 보통 길드 측에서 움직이는 거 같던데.”

“예. 그곳에 가기 위해서 최대한 길드들의 체력을 위해서 인원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카심은 가볍게 끄덕이곤 움직였다.

“저도 참여해야겠군요.”

“예? 몸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신가요?”

“괜찮습니다.

조금 움직이고 싶기도 하고.

게다가 전 일개 부하라.”

“아! 그렇지 않아도 들었습니다.

당장 장군의 직책을...”

“아닙니다.

이제는 귀찮아서.

뭐 영 마음에 안 들면 알아서 행동하면 되니까.”

드로얀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원래라면 절대 안 되는 행동이지만 카심은 그럴만한 능력이 있었고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심지어 주웬에게도 얼마 전 있었던 일도 들었다.

정말로 믿기지 않았다.

불가능이 없는 사람.

이 사내는 진짜 경이로운 사내였다.

“그럼 제가 안내해드리죠.”

드로얀과 함께 도착한 곳은 꽤 많은 인원이 모여 있었다.

족히 1000은 넘는 인원이 있었는데 대부분은 정렬한 상태로 서 있었다.

그러나 약 25명 정도 되는 인원은 각자 무리를 짓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다양했다.

한눈에 보아도 그 25명 정도가 길드 무리라는 걸 알았다.

“3대 길드는 안 보이는군요.”

“예. 그들은 왕자님 진영에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저들이 약한 길드는 아닙니다.

하나 같이 쟁쟁한 이들이죠.”

“그런데 왜 저 숫자밖에 없나요?”

“이쪽에 발견된 던전 브레이크의 인원 제한이 30명이기 때문입니다.”

카심은 끄덕이고는 데나를 찾았다.

그녀의 뒤에는 약 50명 정도 인원이 있었고 십인장 다섯은 찰스를 비롯해서 기존 부하였던 이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남은 인원은 모르는 이들이었다.

“제 간부가 저기 있군요.”

가볍게 숙여 인사를 나누고는 데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카심에게 시선이 쏠렸다.

백인장은 다가오는 카심을 보면서 시선을 쏘아보내며 말했다.

“뭐냐?”

“데나 오십인장 밑의 병사입니다.”

“왜 늦었지?”

“드로얀 기사님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는 뒤를 돌았고 드로얀과 눈이 마주치자 드로얀이 끄덕이는 것을 보고는 표정이 풀렸다.

“들어가도록.”

카심은 드랴온을 보며 피식 웃었고 드로얀 역시 웃으며 끄덕이고는 돌아섰다.

로드리게스는 카심이 오는 것을 보고는 놀랐다.

“뭐야 괜찮은 거야?”

“그래.”

그런데 문득 주변의 시선이 따가웠는데 십인장의 경우나 찰스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있었고 이번에 새로 온 데나의 부하들은 의문이 가득했다.

“눈빛들이 이래?”

“대충 우리한테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우리 오십인장님의 신신당부가 있었나 봐.”

이해하며 시선을 거두려다가 또 다른 시선에 고개를 돌렸는데 그것은 단상 위에 있는 인물이었다.

“쟤도 여기 있네.”

코냐였다.

이런저런 복잡한 심정이 담긴 눈동자가 움직이다가 잠시 후, 가볍게 끄덕이며 인사를 하고는 브리핑을 시작했다.

브리핑과 함께 각자 지도가 배분 되었는데 몬스터의 분포도, 종류, 특징이 적혀 있었다.

카심은 그것을 보며 피식 웃었다.

자신이 한 것과 흡사했기 때문이다.

이어진 종이에는 그녀만의 색다름도 있었다.

각 배정된 위치에서 움직이는 자세한 지시사항 이었다.

“와. 이렇게 세세하다니.”

“장난 아니다.”

“진짜 제대로 된 조직 같잖아.

저 사람 누구야?”

“듣기론 영웅 길드라던데?”

여기저기서 수군거릴 때 로드리게스도 감탄했다.

“오 세세하다.”

“좋은 건 아냐.”

“응? 왜?”

“이런 건 진짜 소속되어 있는 부대가 해야 하는 거다.

뭐, 몬스터 상대니까 그렇게 문제는 없겠지만.

그리고 로드리게스.”

“응?”

“유명해지고 싶다고 했지?”

“뭐 그럼 좋지?”

카심은 가볍게 끄덕였다.

잠시 후, 움직이기 시작했고 저 멀리 다른 쪽에서 진 레이널의 진영도 보였다.

그들의 수는 확연하게 이쪽과 차이가 났다.

하루를 꼬박 이동했을 때 마침내 위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던전 브레이크가 발견된 곳 중 하나인 이곳의 지형은 산맥이었다.

진 레이널 쪽은 초원이었는데 그는 일부로 편한 곳을 선택한 것이다.

산맥 사이로 앞으로는 무수히 많은 몬스터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지형도 그렇고 몬스터의 수도 많아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 사람이 이렇게 모인 것이 이해가 됐다.

잠깐의 휴식 끝에 코냐는 소리쳤다.

“그럼 사냥을 시작합니다!”

그와 동시에 백인장으로 이번에 뽑힌 5명이 각각 자신들 밑에 있는 이들을 향해 소리쳤고 각 오십인장은 십인장에게 명령을 했으며 십인장은 자신 밑의 병사들에게 지시하며 체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데나도 지시 사항을 내렸다.

“십인장은 철저하게 10명씩 움직이며 각 십인장끼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

명심해! 무엇보다 우리는 안전이 최우선이야!

이번 작전은 급하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천천히 확실하게 움직이는 것이니까!”

데나는 확실히 리더에 적합한 인물이었다.

스스로 먼저 앞장섰으며 각 십인장의 위치를 조율하기 위함이었다.

찰스도 움직이려는 그때 카심을 보았다.

“저...”

“찰스라 했습니까?”

“아, 예.”

새로 들어온 이들은 왜 십인장이 자신의 부하에게 저렇게 쩔쩔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우린 따로 움직이겠습니다.

찰스님께서는 남은 인원을 데리고 저쪽 십인장을 도와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아니, 너희들은 뭔데 갑자기 혼자 움직인다는 거야?

십인장님 이게 뭡니까 예?”

그렇지 않아도 갑자기 투입 된 몇 인물들은 자기가 십인장보다 더 강하다 생각했기에 불만을 내뱉었다.

이런 놈들을 하나하나 상대하고 납득시키기는 귀찮은 일이었다.

그래서 카심은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닥쳐.”

“뭐?”

“시끄러우니까 닥치라고.”

화아악!

눈이 마주치는 순간 느껴지는 어마어마한 압력에 그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온몸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고 모든 세포가 비명을 질렀다.

“어, 어, 어...”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멍한 얼굴로 어를 반복하더니 이내 털썩 주저앉았다.

그를 무시 하고 카심은 앞으로 나갔고 로드리게스도 뒤따랐다.

남은 인원은 그저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볼 뿐이었다.

산맥을 오르기 시작하자 위쪽에는 제법 큰 덩치의 몬스터가 보였다.

5미터 되는 곰과 흡사한 형태의 몬스터를 보며 카심은 손을 내밀며 소리쳤다.

“가라. 로드리게스.”

“간다!!”

로드리게스는 앞으로 뛰쳐나가며 삽시간에 몬스터를 정리해나가자 새로온 이들은 입을 쩍 벌렸다.

심지어 옆에 있던 십인장의 부하들도 입을 쩍 벌려서 순간 위험한 상황이 벌어져서 아까 지시한 대로 빠르게 그들을 도우러 움직였다.

하나 둘 올라가며 많이 몬스터가 많이 보였는데 로드리게스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 할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카심은 창을 가볍게 들었다.

“맛은 봐야겠지.”

특화 : 스피드 강화 Lv 8

몸에서 초록색 빛이 잠시 번쩍이더니 몸 안으로 흡수되었다.

그 순간 느껴지는 달라진 감각.

“...”

바람의 결이라던지 공기의 흐름까지도 느껴졌다.

무기 강화 때와는 확연하게 다른 감각이었다.

잠시 감각을 느끼다가 가볍게 움직여 앞에 있는 몬스터를 향해 돌진해 창을 내지르는 순간 어느새 몬스터의 눈에 창이 박혀 있었다.

“조금만 잘못해도 날아갈 것만 같군.”

빨랐다.

가볍게 움직임에도 속도만 따진다면 레벨 7때 마력을 어느 정도 사용한 수준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역시 묵직함이 없다.

왜 사람들이 그토록 무기 강화나 신체 강화로 몰리게 되는지 확연하게 이해가 되었다.

물론 자신에게는 예외였다.

지금은 스피드 강화만 가지고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고 위해 움직였다.

몇 마리를 더 죽이다가 찌르는 힘이 워낙 강했는지 시체의 뒷부분에 창보다 조금 더 큰 구멍이 난 것을 보고는 찌르는 순간 회전을 가미했다.

푸악!

“오.”

마치 총과 같은 효과가 발생했다.

워낙 빠른 회전력으로 인해 데미지가 급격히 상승했다.

단점이라 한다면 어깨에 무리함이지만 그것은 [완벽한 육체]로 인해 상쇄되었다.

확실히 아무리 파워 강화나 스피드 강화가 밸런스가 부족하다지만 레벨 8이 되면 의미가 없다는 게,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난 굳이 필요는 없지만.”

조금 더 익숙해질 겸 다시 움직였다.

그 사이에, 몬스터를 정리하던 로드리게스는 앞에 있는 한 마리의 몸을 베어버렸다.

촤악!

옆에서 다른 십인장이 한 마리를 상대로 다섯 명이 달라 붙어 힘겹게 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감을 내보였다.

“후후. 이제 나도 유명...”

그리고 왼쪽을 보는 순간 로드리게스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던 몬스터가 모조리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에 몇 마리의 얼굴이 뻥 뚫려 있었다.

“그 축하가 그 축하였구나.”

이제야 무슨 의미인지 알았다.

“나 유명하게 해준다더니...”

자신감이 확 꺾여버린 로드리게스는 시무룩한 얼굴로 쓰러진 몬스터를 바라볼 뿐이었다.

***

진 레첼 진영에 있던 세 개의 길드 중에서 가장 3대 길드와 근접한 길드라 할 수 있는 소드 마스터 길드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충분히 쉬어 둬.”

“쟤들이 워낙 느려서 아주 그냥 몸이 늘어 질 거 같습니다요 마스터!”

“그러니까 으하하하!”

“힘내라 이 새끼들아~ 큭큭.”

여유롭게 앉아서 산맥을 오르는 것을 구경했다.

이들은 던전 브레이크를 공략하는 필수 인원들이었기에 체력을 유지해야 했기에 앉아서 쉬며 놀고 있었다.

“3일 정도 걸린다고 했던가?”

“그랬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크흐흐.

우리끼리만 해도 3일이면 도착하지 않겠습니까?”

“주변 모든 몬스터도 죽이는 게 목적이니까. 물론 네 말도 맞다.”

피식 웃고 있는 사이 갑자기 저 멀리서 누군가 다가왔다.

“능선 하나는 정복했으니 능선으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오 뭐야 벌써?”

“몬스터가 별로 없었나 보네.”

그런데 첫 번째 능선에 오르는 그들은 쓰러져 있는 수십 마리 몬스터를 보았다.

꽤 덩치도 컸는데 벌써 이 많은 것들을 죽였다는 사실에 제법 놀랐다.

“제, 제법 하는 거 같은데?”

“숫자가 많잖아, 숫자가.

당연히 이 정돈 해야지.”

어색하게 웃고 있을 때 능선에 도착했는데 또 도착하자마자 다가왔다.

“다음 능선도 가셔도 됩니다.”

그들은 또 자연스레 이동했는데 이번에는 더 많은 몬스터의 시체가 보였다.

족히 백 마리는 훌쩍 넘어섰다.

이상했다.

이 정도는 빨라도 너무 빨랐다.

심지어 3일은 걸린다는 것이 겨우 하루 반나절만에 끝이 났고 그들은 던전 브레이크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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