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14. 이유(6)
* * *
심지어 3일은 걸린다는 것이 겨우 하루 반나절만에 끝이 났고 그들은 던전 브레이크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뭐야. 예상 시간은 최소 3일 아니었나? 하루 만에 왔네?”
다른 길드 마스터는 몬스터 시체를 툭 찼다.
“보기보다 약한 것들인가 보네.”
의아해하는 사이에 소드 마스터 길드 마스터가 상황을 정리했다.
“자자, 다들 준비합시다. 다른 길드 분들도 이쪽으로 모여 주세요.
그리고 저쪽에서도 백인장이니 뭐니가 그나마 쓸만하다니까, 그 중 다섯은 데리고 가고. 자! 움직인다!”
기존에 약속 되어 있는 것이지만 마치 베푸는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빠르게 움직이는 사이에 백인장들도 모여 있었다.
그런데 그들의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우리들 중에 누가...”
“역시 저 두 사람이 껴야겠지?”
“당연하지. 봤잖아.”
그들 중 그 누구도 반대하는 이들이 없었다.
백인장에 올라 기세 등등했던 그들이 오히려 두려워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중 한 명은 카심을 처음 보았을 때 막 대했던 것이 떠올라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다.
백인장들의 의견이 일치하자 그 상황을 데나에게 전달했고 데나 역시 당연하다는 듯 끄덕이고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저... 카심님.”
“예.”
카심은 이곳에서는 존대를 해주었다.
“원래 백인장이 예비 인원으로 움직이기로 했는데 저들이 두 분이 꼭 참여하셨으면 좋겠다고...”
카심은 당연하다는 듯 끄덕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렇게 총 30명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카심은 자신도 모르게 하늘로 바라 보았는데 다른 이들도 모두 같은 반응이었다.
“여기 뭐야. 하늘에 저거... 물이야?”
놀랍게도 바다가 하늘 위에 떠 있었다.
심지어 안에는 각종 생명체가 헤엄치고 있었다.
그 크기도 다양했기에 카심도 생전 처음 보는 던전 풍경에 꽤 놀라고 있었다.
“재밌는 곳인데?”
“와... 저거 뭐야 물고기가 아니라 생긴 게 괴물 같은데.
그렇게 커 보이지는 않는다.”
“... 아니다. 저거...”
그런데 카심은 그것을 보면서 갸웃거리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꽤 큰 거 같은데.”
그리고 그 순간 헤엄치던 한 마리가 이쪽으로 시선을 향하더니 그대로 물 밖으로 튀어나와 떨어졌다.
쿠웅!
그 크기가 무려 15미터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게 거대했다.
“당장 대형을 갖춰라!”
소드 마스터 길드 마스터가 가장 먼저 반응하더니 이능을 발현했다.
그의 특화는 카심과 같은 스피드 강화에 심지어 같은 이능인 가속이었다.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다른 이들이 위험에 빠지기 전에 빠르게 시선을 잡고 공격을 피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 덕분에 위험에서 벗어났고 빠르게 대형을 잡고는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 일련의 동작이 아주 순식간에 일어났기에 확실히 이들의 수준이 높음을 알 수 있었다.
“오. 카심 너와 같은 특화야.”
“이능도 같네. 다만...”
그능 중첩을 사용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랬다가는 몸이 폭발해버릴 테니까.
“저, 저희도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때 뒤에서 온 백인장이 카심에게 물었다.
“우리는 보조 인원이니까.
저들이 위험하거나 혹은 또 다른 몬스터가 나올 때...”
카심이 말하던 찰나에 위에서 세 마리 몬스터가 더 떨어져 내렸다.
각기 다른 기괴한 형태의 몬스터들.
그것을 보며 카심은 말을 마무리했다.
“움직이죠. 세 사람이 같이 다니세요.”
“예.”
셋도 백인장이 된 만큼 모두 특화 레벨은 7이었기에 크기가 작은놈을 상대했다.
“로드리게스.
혼자 두 마리 죽여.”
저들이 상대하는 것보다 이 세 마리 덩치는 5미터도 되지 않았다.
로드리게스는 주저 없이 달려들어 두 마리 중 한 마리의 목을 베어 버었다.
“깔끔해졌네.”
로드리게스의 움직임이 이전보다 월등히 좋아졌다.
순식간에 두 마리를 죽이는 와중에 어느새 위에서는 또 다섯 마리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카심도 창을 잡았다.
그리고 떨어져 내리는 다섯 마리를 향해 창을 휘둘렀고 다섯 마리는 바닥에 채 닫기도 전에 몸에 구멍이 뚫려 죽었고 땅에 떨어지며 굉음을 내었다.
쿵! 쿠쿠쿵!
“괴물 같은 놈.”
로드리게스는 그것을 보며 혀를 내밀었고 백인장 셋 역시 침을 꿀꺽 삼켰다.
***
힘겹게 거대한 몬스터를 잡은 소드 마스터 길드 마스터는 마침내 쓰러뜨리고는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젠장. 시작부터 만난 놈이 이렇게 강하다고?”
“마스터!”
“왜?”
“저기 뒤쪽을...”
그는 짜증을 내며 뒤를 돌아보았을 때 쓰러져 있는 몬스터를 보며 당황했다.
“뭐, 뭐야?”
다른 길드원들도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시하던 지원자들 다섯이 거의 10마리가 넘는 몬스터를 죽인 상태였다.
이곳에 오면서 말도 안 되는 속도로 그 많은 몬스터를 죽이고 심지어 자신들이 겨우 한 마리 처리하는 동안 10마리를 죽였으니 그들 눈엔 저 다섯 명의 십인장이 이상하게 보였다.
물론 그럼에도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조, 존나 약했나 보네. 우리만 개고생했네.”
“사실은 이놈이 보스인 거 아니야? 하하하.”
그들은 어색하게 웃고 있었고 소드 마스터 길드 마스터는 로드리게스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저 친구인가?”
딱 보아도 꽤나 범상치 않은 장비를 들고 있었다.
저 방패는 물론 무기도 심상치 않았다.
“또 내려온다!”
누군가의 외침에 하늘 위로 보자 이번에는 무려 10마리나 넘는 몬스터가 내려오고 있었다.
심지어 방금 자신들이 죽인 몬스터도 또 있었다.
“젠장!”
다시 시작된 전투는 더 치열했다.
각 길드는 각자 모여 몬스터를 잡기 시작했다.
쐐엑!
화살 하나가 초록빛을 머금고 날아가 몬스터에 박히는 순간 폭발했다.
그런 그의 위에 또 몬스터가 떨어져 내릴 때 소드 마스터 길드 마스터가 달려가 그를 구해주고는 곧바로 떨어진 몬스터의 몸에 검을 휘둘렀다.
스사사사삭!!!
엄청난 속도로 움직인 검이 몬스터를 타격했고 몸 곳곳에 상처가 벌어지며 피가 튀어 올랐다.
“마스터! 설마 저 위에 있는 것들이 전부 내려오는 건 아니겠죠!?”
“... 그런 거 같은데.”
“계속해서 내려오면 결국 저희가 죽을 거예요!”
“젠장. 우선은 저쪽도 위험해!
너는 얘들 데리고 천천히 뒤쪽으로 빠져!”
“알겠습니다!”
그가 스피드 강화임에도 길드 마스터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이런 식으로 이용해 길드원들을 위기에서 구했으며 몬스터의 시선을 끌어주는 등, 위험한 모든 상황을 해결해 나갔기 때문이다.
더 빠른 속도를 위해 가속 이능을 발휘해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고 또 한 명을 위기에서 구했다.
“너도 빨리 헤인이랑 같이 다른 길드에게도 전에 우선 뒤로 빠지자고!”
“예! 마, 마스터! 저쪽!”
이런 상황이 익숙한지 바로 마스터에게 위험한 상황을 전했고 그는 또 달렸다.
하지만 이미 너무도 위험한 상황이었기에 속도를 더 높여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다른 곳을 봐야만 했기에 입술을 질끈 깨물고 속도를 멈추려는 순간 옆에서 바람이 후웅! 하고 불었다.
“어?”
누군가 자신보다 더 빠른 속도로 달려나가 순식간에 몬스터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스피드 강화 특화 레벨 8인 자신보다도 빨랐다.
상대의 몸에선 어떤 특화 모습도 보이지 않았는데 설마 특화 레벨 8인가 싶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젊었다.
아니, 8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자신보다 빠를 수 있을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사고가 정지되어 자연스레 몸이 멈췄다.
“마스터!!”
다행히 누군가의 외침에 정신 차리고는 다시 빠르게 움직였고 결국 모두 뒤쪽으로 빠질 수 있었으며 운 좋게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바위가 있어서 피신했다.
짧은 전투라 그렇게 지친 이들은 없었지만, 충격은 있었다.
“미친 거 아니냐고 여기! 저기 있는 걸 다 잡아야 하는 게 말이 돼!?”
하늘 위 바다에 떠다니고 있는 몬스터는 못해도 수만 마리는 되어 보였다.
“설마 저걸 다 잡는 게 아닐 거여! 말이 안 되잖여!”
“여기는 클리어 못 하면 못 나간다면서요?
어떻게 합니까 이제?”
점점 상황이 혼란스러워지자 사기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세 길드의 마스터는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마 저기 괴물들을 다 잡는 게 아닐 겁니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오?
찾기 위해서는 결국 여기에서 나가야 할 것 아니오?
그렇지만 나가는 순간 저 몬스터들이 내려올 것이오.
저 하늘 위 바다는 하늘처럼 되어있으니.”
그때 한 길드의 마스터가 고개를 돌리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저 새끼들을 이용하는 건 어떻습니까?”
두 사람의 시선도 그쪽으로 향했다.
지원자들이었다.
“저 새끼들을 데리고 온 게, 이런 거 이용하려고 한 거 아닙니까?”
다른 길드 마스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거 같소.”
“...”
소드 마스터의 길드 마스터는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아까 보았던 그 움직임.
도저히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워낙 상황이 급했던 탓에 착각했다고 생각하고는 동의하듯 끄덕였다.
어찌 되었든, 자신들의 전력이 훨씬 중요했으니 말이다.
“그럼 동의하신 거로 알고 제가 말하겠습니다.”
의견을 제시했던 마스터가 그들에게 다가갔다.
한편, 카심은 바위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았다.
굉장히 독특한 형태의 이곳은 카심에게도 꽤 흥미로웠다.
그리고 저 하늘 위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는 많은 몬스터 중 30미터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크기도 지나가고 있었다.
“신기한 곳이야.”
“와... 저런 게 내려오면 다 죽는 거 아냐?”
“나도 자신 없네, 저 크기는.”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정말 저것들 다 죽여야 하는 건가?”
“글쎄, 그럴 리는 없을 거 같은데...”
카심은 우선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려던 찰나였다.
“어이.”
카심과 로드리게스 그리고 세 명의 백인장은 바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너희들 나가서 주변 좀 살펴라.”
보자마자 반말은 물론 당연하다는 듯한 명령조.
너무도 기분 나쁜 말이었다.
그런데 백인장 중 한 명이 그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씨발 여기서 죽고 싶나? 감히 내가 말했는데 바로바로 대답 안 해!?”
그는 평소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라 여기고 있었고 귀족이라 여겼다.
그럴 능력이 있었기에 자신보다 못한 이들은 깔아보며 하대했다.
그런 사실을 백인장 중 한 명이 다급하게 말했다.
“저 사람 평소 행실이 좋지 않습니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면 바로 죽입니다.”
카심은 가볍게 끄덕였다.
그 길드 마스터는 그것을 보면서 씩 웃었다.
들리지 않아도 대충 자신이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쯤은 알았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말이 나왔다.
“이게 모두 의견입니까?”
한순간에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고 쉬고 있던 이들은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고 웅성웅성거렸다.
“반응 보니 아닌 거 같은데 아니면 당신 독단적인 행동입니까?”
그는 황당함에 헛웃음 짓더니 너무 어이없어하며 웃으며 다가왔다.
“하, 진짜 오랜만이네, 이런 새끼.”
다가온 그는 가소롭다는 듯 바라보더니 그의 검이 순식간에 카심의 발가락을 노리고 움직였다.
경고도 없이 한 행동이라 웬만한 이들도 피하기 어려운 상황.
설마 이 상황에서 진짜로 발가락을 자를 거라 누구도 예상치 못하기에 무조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는 이들에게 자주 하는 행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