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 〉 14. 이유(7)
* * *
그가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는 이들에게 자주 하는 행동이었다.
“어?”
자신은 분명 놈의 발가락, 그것도 새끼발가락을 노리고 휘둘렀는데 딱 바로 땅에 칼이 박혀 있었다.
실수했나 싶은 순간 카심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둘러 보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어? 그래.
그래야지 새끼가 처음부터 말하면 해라 앞으로는.
운은 좋아가지고.”
건방진 태도를 하고 돌아가는 것에 로드리게스는 화를 내기보다 놀라워했다.
“뭐야? 목을 안 비틀어 놓고.”
“여기는 나도 잘 모르는 곳이다.
한 사람이라도 중요해.
거기다 저자는 특화 레벨 8 정도 되는 실력자니 꼭 있어야지.
일단 우리끼리 나가보자.”
그리고 백인장 셋에게 다가갔다.
백인장 셋도 같이 움직이시죠.
여기 있다간 저놈들에게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모르니까.”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들로서도 카심과 함께 움직이는 게 훨씬 좋았다.
네 사람은 바위 은신처의 끝쪽에서 섰다.
제법 둥근 형태였기에 여기까지 오자 대기하고 있는 길드와는 보이지 않았다.
“잠깐 기다리세요.”
카심은 바위 위쪽을 빠르게 올라가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 보이는 풍경은 회색빛 암석이 다였다.
풀도 심지어 흙도 없었기에 황폐했는데 다행인 것은 평평한 게 아니라 이곳 바위 은신와 같은 독특한 지형이 많았다.
심지어 산 곳곳에는 산으로 보이는 곳도 있었다.
“...”
그때 제법 멀리 있는 산이 굉장히 높아 하늘의 바다와 맞닿아 있는 것이 보였는데 그런 곳이 몇 개가 있었다.
가깝다고 하더라도 이곳에서 며칠은 걸릴 정도로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가장 확인을 해봐야 할 것만 같은 곳이었으니 가야만 했다.
이번엔 시선을 하늘위 바다로 향했다.
헤엄치는 몬스터들.
저것들을 상대해나가면서 가기에는 아마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체력적으로도 굉장한 고난이 될 수 있었기에 굉장히 험난한 과정으로 보였다.
그런데 지금 모습을 보이고 있었음에도 당장 내려오는 건 없는 것을 보고 문득 생각을 떠올렸다.
“물고기의 특성이 있다고 하면... 움직이는 것에 예민하겠지.”
돌 하나를 주어 앞으로 힘껏 날렸다.
빠르게 날아가는 돌을 보더니 몬스터의 움직임이 움찔움찔했는데 돌인 것을 아는 것인지 내려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음.”
그것을 보자마자 또 좋은 생각이 떠올라 내려와서 로드리게스에게 말했다.
“이거 바위 크게 잘라내 봐.”
로드리게스는 의문스러웠지만 우선은 바로 크게 바위를 잘랐고 그것을 또 다섯 조각으로 나누게 했다.
“이걸 왜?”
로드리게스는 물론 백인장 셋은 설명해달라는 눈으로 카심을 바라보았다.
“몬스터는 움직임에 민감합니다.
그런데 이 바위 혹은 색 때문인지, 혹은 매일 보는 것인지 몰라도 그렇게 민감하지 않은 거 같습니다. 실험은 해봐야겠지만.”
“오오, 과연.”
“멋진 생각입니다.”
“좋습니다.”
로드리게스가 가볍게 번쩍 들어 올리자 그들은 각자 바위를 들려는데 순간 흠칫했다.
“흐업!”
“헉!”
“크으!”
그럴 것이 생각 이상으로 무거웠기 때문이다.
“왜들 그러세요?”
로드리게스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거... 새, 생각보다 너무 무겁습니다.”
카심도 힘을 주는데 묵직함에 놓았다.
이러면 체력 소모가 너무 컸다.
“우선 로드리게스 잠시 나갔다가 돌아다녀 봐.”
“알았어.”
로드리게스는 자기 것을 들고 왔다갔다 하며 촐랑거렸는데 몬스터는 다행히 반응하지 않았다.
카심은 그것을 보며 고민했다.
당장은 반응하지 않아도 몬스터 종류에 따라 또 반응할 수 있는 게 있었다.
몬스터가 절대 멍청한 종류만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체력까지 떨어지면 굉장히 위험했다.
“오 진짜 반응 안 하는 거 같아.”
돌아온 로드리게스를 보며 카심은 다시 벽을 보며 말했다.
“이거 다시 잘라봐 이번엔 넓게.”
“... 설마.”
“그래.”
“우씨. 힘이 왜이렇게들 없으십니까!”
“그건 네가 무식하게 힘만 쎄서 그런 거고.
시끄럽고 잘라. 아까보니 네 무기 그거 잘 잘리더만.”
“내 구쮜는 이런 용도가 아니라고!”
이름을 또 지어달라는 말에 하나 지어줬더니 무기에 또 이름이 붙은 상태였다.
그렇게 잠시 후, 로드리게스는 뚱한 표정을 지었고 카심과 백인장 셋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
“아주 좋군.”
“머리까지 좋으시군요.”
“과연.”
“로드리게스님 부탁드리겠습니다.”
로드리게스 타원형 바위를 혼자 들었고 넷은 그 안에서 같이 들어가 있었다.
결국, 한숨을 내쉰 로드리게스는 앞으로 걸었고 다 같이 움직였다.
그런데 막상 움직이자 백인장 셋은 긴장했다.
바위 중간에 구멍을 뚫어서 위쪽 상황도 살필 수 있게끔 만들어 뒀기에 그들은 쉴 새 없이 위를 보며 몬스터 움직임을 살폈다.
다행히 몬스터의 반응이 없어서 안전하게 다음 바위 은신처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어디로 가려는 거야?”
이곳에서는 그 위치가 보였기에 손을 가리키자 넷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왜 그쪽으로 가려는지 단번에 이해했다.
“확실히 뭔가 있을 거 같은데... 너무 먼데?”
“일단 가봐야지.
저기 외엔 뭔가 있는 거 같지는 않으니까.
만약 저기가 아니면... 진짜 여기 몬스터를 전부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
그 말에 백인장 셋은 잔뜩 긴장했다.
“... 힘들어도 꼭 가야 하는군요.”
“예. 어차피 고생은 이놈이 할 테니.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혹 몬스터가 내려오면 제가 알아서 죽일 거고.”
그 말에 백인장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안전하다고 자신하는 저 말은 남자인 자신들이 보기에도 듬직하고 멋있었다.
“우리가 백인장이라는 직책이 괜히 부끄러워지는군요.”
“하하하. 그러게요.”
“카심님을 천인장을 넘어 장군이라 봐야겠네요.”
그들의 말에 로드리게스도 웃었다.
“역시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는구먼.”
“넌 체력이나 잘 관리해.”
“걱정 마. 체력은 금방 회복하니까.”
그렇게 시작된 지루한 이동은 무려 15일이나 계속되었고 다행히 별일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식량의 문제는 없었기에 사실 특별히 힘든 것도 없었다.
도착하고 나니 놀란 것은 하늘의 바다에 닿는 것이 아니라 작은 기둥처럼 위쪽까지 더 이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자마자 역시 여기가 해답인가 싶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어마어마하게 높군요.”
“올라가는 데에도 바위를 들고 가려면 꽤 많이 힘들어 보입니다.”
“체력적으로도 문제긴 한데...”
다 같은 생각이었다.
바로 물에 들어가는 게 문제였다.
“그런데 겨우겨우 물에 닿는다고 하더라도 안으로 들어가면 몬스터에게 공격받는 거 아냐?”
카심은 주변 몬스터의 움직임을 관찰했는데 기둥 주위로 몬스터가 비켜 가는 것을 보았다.
“일단 확인해봐야겠다.
여기에 있어.”
카심은 그대로 혼자 밖으로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스피드로 달려 올라갔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 넷은 제대로 보기도 힘들 정도였고 눈 깜짝하는 사이에 절반까지 올라갔다.
“와...”
“속도가 어, 엄청나군요.”
“허...”
백인장은 입을 쩍 벌렸고 로드리게스도 놀란 눈으로 보고 있었다.
앞으로 달려나가는 카심은 그 와중에도 몬스터를 살폈다.
다행히 자신의 속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에 반응이 없었고 마력을 더 끌어 올려 속도를 더 높였다.
콰앙!
폭발하듯 소리가 나더니 마치 한 줄기 빛처럼 앞으로 쏘아졌다.
넷은 더욱 빨라지는 속도에 동시에 입이 쩍 벌어졌다.
스스로도 처음 제대로 내보는 속도인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거의 레벨 7때 ‘신속’에 가까운 속도였다.
족히 1시간은 걸어야 할 곳을 거의 눈 몇 번 깜짝할 시간에 도착한 카심은 바로 앞에 있는 물을 만졌다.
혹시 이곳이 산성으로 되어있을 수 있었기에 가볍게 손가락으로 만지고 아주 살짝 맛도 보았는데 다행히 짜디짠 진짜 바닷물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확인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곧바로 최대한 몸의 감각을 끌어 올린 채 몬스터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런데 갑자기 카심의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몬스터 때문이 아니었다.
“...”
바로 이 물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기운 때문이었다.
너무 당황스러워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팔렸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곤 빠르게 몬스터의 움직임을 살폈다.
확실히 물에 들어오자마자 몬스터가 인식은 했지만 다가오지 않았다.
어떠한 작용이 있는지는 몰랐지만, 이 기둥의 주위로는 올 수 없는 듯했다.
그렇다면 이곳이 분명한 해답이라는 셈이다.
남은 것은 이 기둥을 이용해 저 바다 위를 올라가 보는 것이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계속 몬스터를 살피며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고 약 30분 정도 올라가다 위를 보았는데 깜짝 놀랐다.
얼마나 놀랐는지 카심의 눈동자가 흔들릴 정도였다.
그렇게 남은 부분을 올라갔을 때 카심은 놀랍게도 얼굴이 바다 밖으로 빠져 나왔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하.”
바로 또 다른 대지가 맞은 편에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저쪽은 풀과 나무가 무성했다.
“음?”
그 순간 갑자기 느껴지는 중력에 당황했는데 바로 다시 바다로 잠수하자 사라졌다.
다시 제대로 살펴보기 위해 기둥 끝을 잡고 버티면서 밖을 보았는데 순식간에 몸이 붕 뜨더니 내려가며 하늘과 땅이 다시 바뀌어 높은 곳에서 기둥에 매달려 있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주변을 살피는데 저 멀리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저기군.”
바로 던전 브레이크 출구였다.
이제 확신을 얻었으니, 다시 바다로 들어가 반대편으로 향해 빠져나와 빠르게 내려갔다.
“카심! 어떻게 됐어?”
“확인했다.”
“저 하늘의 바다는 위험하지 않으셨습니까?”
“예. 기둥쪽으로는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게 반대편에도 지상이 있더군요.”
“엥?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니까.”
카심은 동작으로 보여주었다.
“이렇게 바다가 가운데 있고 양쪽으로 지상이 있다.
저쪽으로 넘어가는 순간 저기가 갑자기 지상으로 변하면서 위 아래가 다시 바뀌더라.
즉 공중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거지.”
“와... 엄청 신기한 곳이네.”
“확실히 이곳 던전들은 기존 우리가 겪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
백인장 셋도 너무 신기해하며 놀라워 했다.
“저쪽과 연락할 수 있는 아티팩트를 하나 주시겠습니까?”
“아, 예 잠시만요.”
아티팩트를 받자마자 작동시켰고 잠시 후 반응이 왔다.
말해라.
그때 그 싸가지 없는 놈이었다.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서쪽으로 보이는 가장 거대한 산이 보일 겁니다.
바다와 닿는 곳.
그곳으로 오면 됩니다.”
뭐? 잠깐 기다려.
그는 밖으로 나가 확인을 했는지 다시 연락 왔다.
야. 나랑 장난쳐?
너 이 새끼 일부러 우리 위험에 빠지려고 개소리하는 거지?
“...”
씨발 맞네.
말이 없는 걸 보니.
야이 개새끼야.
너 어디야?
너 만나면 바로 죽인다.
저들은 방법을 모르니 이 먼 거리를 겨우 보름만에 도착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도 몬스터가 떨어지는 이곳에서 말이다.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뭔데 새끼야.
카심은 방법을 설명해주었고 뒤에서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기다려.
그리고 확인을 했는지 여기저기서 조금 더 큰 소리가 들렸다.
이후 대답도 하지 않고 송신이 끊어졌다.
“안 죽일 거야?”
로드리게스는 옆으로 오자마자 물었다.
“죽일 거다.”
“나도 다리 하나만 주면 안 돼?”
“이건 양보 못 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자연스러운 대화였지만 워낙 살벌한 내용이었기에 옆에 있던 백인장 셋은 눈을 굴리며 두려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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