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화 〉 14. 이유(8)
* * *
자연스러운 대화였지만 워낙 살벌한 내용이었기에 옆에 있던 백인장 셋은 눈을 굴리며 두려워했다.
***
카심과 로드리게스 그리고 백인장 세 사람은 바위 은신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인원이 많다 보니 움직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게 뻔했기에 무료하게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5일이 되었을 때 카심은 확인한답시고 다시 물에 들어갔다.
역시나 다시 느껴도 이 물에 흐르는 마력이 상당했다.
그럼 여기서 마력을 끌어들인다면?
지금 수준에서는 숨을 쉴 수 없어도 마력을 모을 수 있었기에 천천히 집중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호흡하는 것보다 느렸기에 천천히 마력이 반응하기 시작했고 주위로 모여들었다.
마력을 모으기 위한 집중을 하니, 그냥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진하게 느껴지는 마력에 자신도 모르게 점점 집중력은 깊어져만 갔다.
한편, 아래쪽에 있던 로드리게스는 지루한 시간을 보낼 수 없어서 가볍게 연습을 하기 위해 검을 휘두르던 와중 갑자기 위쪽에서 이상한 변화를 감지하고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눈동자가 커졌다.
“어...”
그와 동시에 백인장 셋도 무슨 일인가 싶어 위로 쳐다보는데 그들은 입이 벌어졌다.
하늘 위 바다가 소용돌이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기현상에 넷은 당황하는 사이에 자연스레 그 중심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그들은 더욱 놀랐다.
“카, 카심님?”
“저게 위험한 거 아닙니까!?”
“구해주러 가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러나 로드리게스는 카심의 자세를 보고는 걱정말라며 손을 올렸다.
“괜찮을 겁니다.
저거 아마 카심이 하고 있는 거 같은데...”
하지만 로드리게스도 처음 보는 현상이었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하고 우선은 몬스터의 움직임을 살폈다.
다행인 점은 오히려 몬스터는 그곳에서 도망치려고 발악하고 있었다.
마치 겁에 질린 듯했다.
그렇게 무려 1시간 정도나 이어진 소용돌이는 카심 주위에서 계속되었고 점차 소용돌이가 사라지면서 카심의 몸도 내려왔다.
그리고 번쩍이는 순간 어느새 자신들 앞에 있는 것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카심은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후우. 운이 좋아.”
“무슨 일인데?”
카심은 자신의 앞에 떠오른 창을 보았다.
마력의 바다로 인해 마력이 크게 증가 했습니다.
마력 + 30
근력: 152
체력: 169
마력: 191
특화: 스피드 강화 Lv 8
특성: [완벽한 육체] [미지의 힘]
마력 수치만으로는 이미 이전 삶을 뛰어넘었다.
당시에는 늦게 얻은 점도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이 속도는 엄청났다.
머지않아 200까지 된다면 과연 어떤 효능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없을 수도 있었지만 말이다.
손을 저어 창을 없애고는 말했다.
“별거 아니다.”
“별거 아니긴 네 주위로 저기 소용돌이가 돌았다니까!
그것도 거의 1시간이 넘게!”
“... 그래?
나도 보고 싶네.”
그때 마침 갑자기 백인장 한 명의 가방에서 빛과 함께 소리가 울렸다.
저쪽에서 보내는 신호였기에 백인장 한 명이 그것을 받았다.
“예. 연락 받았습니다.”
당장 이쪽으로 지원해!
지금 쉬고 있을 거 아니야?
이쪽으로 와서 우리 바위 드는 거 도와라.
너무나도 무례한 말이었지만 백인장은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상대는 그만한 위치에 있기도 했다.
대답 안 해!?
그때 카심이 대신 아티팩트를 받았다.
“지금 갈 수 없습니다.”
닥치고 오라면 와 뒤지기 싫으면.
“이것저것 조사하는 중입니다.
바위를 알아낸 것처럼 물 안쪽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알아봐야 합니다.”
일리 있는 말이었기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바위를 이용한 방법을 알아낸 것도 아주 큰 공로였기에 뒤쪽 다른 마스터 역시 동의하는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작은 목소리로 흘러나왔다.
너 나중에 나가면 보자.
“어.”
어? 이 새...
카심은 어차피 일회용이었으니 그 자리에서 그것을 부쉈다.
네 사람은 그것을 보며 씩 웃었다.
통쾌했기 때문이다.
“크아~ 역시 카심 말도 존나게 잘해.”
카심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진짜 말하고 보니 확실히 다시 실험해봐야겠다.
예전에 내가 알던 지식만을 가지고 했다가 실수한 적이 있거든.
혹 나 혼자만이 아닌 다수가 들어갔을 때는 어떻게 변하는지도.
세 분께서도 도와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백인장 셋은 당연히 끄덕였고 다 같이 위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다섯은 동시에 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반응이 없었다.
그러다가 혹시나 싶어 카심이 혼자 내려갔는데 동시에 주변에 있던 몬스터가 반응하더니 그들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우부부북!”
“우오옥!”
“아바바박!”
“오옹우어.”
넷은 화들짝 놀라 다급히 내려가려는 순간 카심이 다시 들어왔고 놈들은 도망쳤다.
그것을 보며 어렴풋이 추측 할 수 있었다.
이놈들은 마력에 반응한다는 것을.
몇 번의 실험을 통해 자신이 있어야만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바위 은신처로 내려왔다.
“이걸 몰랐으면 꽤 위험할 뻔했어.”
“그러니까 너의 특성에 반응한다는 거지?”
“어, 대충 그렇게 이해해라.
그럼 이제 천천히 기다리기나 하자.”
30일이 흘렀다.
무료하게 대기하고 있던 백인장은 저 멀리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는 카심에게 알렸고 곧 이곳과 가장 가까운 바위 은신처에 도착했을 때 상대편에서 또 아티팩트가 연결 되었다.
당장 이쪽으로 와서 바위 들어라
카심은 대답도않고 꺼버리자 반대편에서는 노발대발하는 게 보였다.
“로드리게스.
가서 들어주고 와.”
“그냥 죽이면 안 돼?”
“반대편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조금만 더 참아.
그리고 네가 덤볐다가는 아마 쉽지 않을 테니 가서 성질 긁더라도 조심해.
저래도 특화 레벨 8인 놈이니까.”
로드리게스는 한숨을 내쉬며 바위를 들고 이동했고 잠시 후, 로드리게스 아래로 길드 마스터 셋이 이동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놈은 카심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야. 내 앞에서 행동해 봐.”
“진정하세요.
지금은 우선 나가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아니, 크작스님도 들었잖습니까. 이 새끼가 감히 저에게 반말 하는 것을.”
“통신 불량이었나 봅니다.”
카심은 뻔뻔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자 그의 입이 씰룩거렸다.
그 순간 소드 마스터 길드 마스터인 레일이 막았다.
“플륨님.
지금은 서로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이 사람은 많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플륨은 인상을 찌푸리며 카심에게 다가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목숨 시간 벌었네?”
카심은 그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무시하고 그들에게 그간 얻은 정보에 대해서 조금 각색해서 이야기했다.
“저쪽을 보시게 되면 저렇게 하늘의 바다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기둥...”
그 행동에 플륨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지면서 당장이라도 죽일 듯 노려 보았지만 이 상황에서 차마 하지 못했다.
거기다 그가 얻은 정보는 꽤 중요했기에 크작스와 다른 길드 마스터도 대단하다고 칭찬하고 있었다.
카심의 설명을 들은 그들은 각자 길드원에게 설명했고 우선은 며칠 푹 쉬고 이동하기로 했다.
그리고 충분한 체력을 회복한 뒤에 다시 준비하려고 할 때였다.
“어이 힘만 쎈 놈. 바위 들어라.”
“...”
로드리게스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가 카심을 보았다.
“야. 뭐해?
내가 말하잖아.”
마치 자신의 길드의 부하인 것처럼 대하는 것에 로드리게스는 점점 한계치가 넘어가려고 할 때 카심은 조용히 말했다.
“다리 하나 주마.”
그제야 끄덕이며 다 같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카심도 자신의 바위를 들어 천천히 움직였다.
꽤 높은 산을 무거운 바위로 들고 이동해야 하다 보니 체력이 꽤 많이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이곳은 이들의 수준도 높았기에 낙오는커녕 빠른 속도로 도착했다.
그들은 바로 위 물을 만져보며 신기해했다.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손만 넣어도 몬스터가 오지 않는 것을 알았기에 카심은 아래에서 대기했다.
이들에게는 양쪽에 사람이 서 있어야 몬스터가 경계한다고 말을 해놓았고 이미 백인장도 서로 숨을 참을 수 있는 데까지 로드리게스와 함께 번 갈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당연히 플륨은 믿지 않았다.
“그걸 어떻게 믿냐고 어?
거짓말하는 거 아냐?
알고 보면 다 죽을 수 있잖아.
너 먼저 가봐.”
카심이 주저 없이 안으로 들어가자 다들 신뢰를 얻었고 그 말대로 정말 몬스터는 공격하지 않았기에 카심이 다시 내려왔다.
그리곤 플륨을 보며 됐냐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그의 눈이 또 살기가 번뜩였지만 꾹 참고 물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별다른 일 없이 하나둘 위쪽으로 이동했고 카심은 혹시나 싶어서 계속 몬스터를 살폈다.
중간중간 숨을 참을 수 없는 백인장이 서로 바꿔가며 움직였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기에 30분이 지났을 때 거의 다 이동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심도 물에 들어가 올라가려는 그때 백인장이 크게 놀라더니 너무도 다급하게 손짓했다.
“...”
카심도 그곳을 보자마자 눈을 부릅떴다.
전에 보았던 30미터가 넘는 무지막지한 몬스터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은 그것을 보고 겁에 질려 허겁지겁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고 세 마스터와 간부급이들이 어떻게든 막아내기 위해 몸을 돌려 이능을 사용했다.
물속에서 각자의 이능이 번쩍이며, 거대한 붉은 빛의 검과 다양한 형태의 이능이 생겨났다.
하지만 다가오는 거대한 괴물의 크기가 너무 엄청났기에 그들의 공포에 질릴 수밖에 없었다.
특화 레벨 8인 세 길드 마스터도 긴장감이 가득했다.
물이 아닌 곳에서도 저런 괴물을 만난다면 자신이 없는데 이런 곳이었으니 다가올수록 공포가 커졌다.
시퍼런 눈이 가까워지자 그들은 공포를 느껴야 했다.
압도적인 크기에서 오는 인간이 느끼는 본능적인 공포.
결국 플륨은 씨발이라 외치더니 위로 도망쳤고 그를 보며 두 길드 마스터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뺄 수 없었다.
어떻게서든 막아내서 길드원들을 지켜야 하는 게 자신들의 일이었다.
그러나 더욱 가까워진 괴물은 30미터에 이르는 그 크기였기에 가까워질수록 더 거대함이 와닿았다.
특히 그 거대하고 섬뜩한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 두 마스터조차 몸이 움찔거릴 정도로 무서웠다.
그런데 그때 그들 앞에 카심이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그 행동에 당황했다.
카심은 괜찮다는 제스쳐와 함께 다가온 괴물과 마주했다.
거대한 눈과 마주친 카심의 눈도 점차 차갑게 변해갔다.
쿠우웅.
그 순간 갑자기 바다가 진동하더니, 주변에 있던 몬스터는 화들짝 놀라 도망쳤다.
다른 이들은 그 현상이 저 괴물에 의해 일어난 줄 알고 있었지만, 이것은 카심이 마력을 내뿜고 있는 것이었다.
이놈들은 마력에 민감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상대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하나였다.
바로 압도적인 마력이었다.
효과가 있었는지 괴물은 카심의 마력을 느끼고는 멈칫했다.
그리고는 무시무시하게 거대한 눈빛으로 카심을 노려 보았다.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이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다가오던 괴물이 멈추더니 마치 카심이 눈싸움을 하고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순간 카심에게서 더 큰 마력 파장이 터져 나왔다.
그 안에 담긴 의미는 한 단어였다.
‘죽는다’
이어지는 카심의 눈은 너무나도 살벌하게 일렁거렸다.
바라보고 있던 괴물은 마력의 파동과 그 눈빛에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잠시 후, 거대한 눈동자가 살며시 왼쪽으로 움직이더니 이내 몸도 함께 움직여 돌아가기 시작하자 크작스와 다른 길드 마스터, 몇 명의 간부는 눈을 크게 뜨고 놀라워했다.
그렇게 모두 안전하게 반대편 육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