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4화 〉 16. 실패(2) (94/119)

〈 94화 〉 16. 실패(2)

* * *

“존나게 구르면.”

“...”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로드리게스를 내버려 두고 다리를 살폈다.

다행히 특별히 문제는 보이지 않았지만, 워낙 심할 정도로 몰려 있는 차로 인해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로드리게스 여기 있는 차들 전부 싹 치우자.”

“알았어.”

그렇게 하나둘 차를 밑 강에 던졌다.

절반쯤 지났을까? 차를 던지려는 순간 멈칫했다.

그리고 앞에서 차를 던지고 있는 로드리게스를 향해 소리쳤다.

“로드리게스!!”

“어?”

쿠구궁!

그 순간 울리는 진동에 로드리게스는 고개를 돌리는 순간 볼 수 있었다.

너무도 거대한 빨판을.

둘은 순식간에 뒤로 몸을 날려 여유롭게 다리에서 벗어났지만, 그 거대한 빨판은 결국 다리를 부서뜨렸다.

“...”

“허, 저런 괴물도 있어?”

“쉽지 않네.

다리가 여기만 있는 건 아니니까.

조금 돌아서 가더라도 어쩔 수 없지.

그쪽으로 가자.”

다시 하루를 이동해 도착하고, 다리를 살피러 가는 순간 카심은 이상한 흔적을 발견했다.

“뭐지?”

“왜?”

“많은 사람이 움직인 흔적이다.”

“오! 생존자들인가?”

“아니. 그게 아니라...”

신발 자국이 전부 동일했다.

“군화...?”

곧바로 고개를 돌린 카심은 인상을 찌푸렸다.

“총은 좀 무서운데.”

“총?”

“로드리게스. 이번엔 빠져라.

이건 좀 많이 위험하니까.”

“무슨 소리야! 뭔지 몰라도 8레벨 올라가기 위해선 그런 위험을 이겨내야지.”

“아니 이 건... 후우.

대신 방패 들고 다녀.”

“어? 꺼내도 돼?”

“그래. 간다.”

카심은 평소보다 더 속도를 높였다.

***

철수는 하루하루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생기가 가득 차 있었다.

“후우. 끝났나.”

서류를 정리하고 일어서면서 피곤했음에도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가끔 이렇게 일을 할 때면 이 지구가 변했는지도 잊는다니까.”

거기다 상쾌한 바람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자 이끌려 창문 앞에 섰다.

그런데 웃고 있던 그 얼굴이 한순간에 식어갔다.

“어, 어...”

다가오고 있는 약 100명의 사람들.

모두 군복이었고 그들의 손엔 총이 들려 있었다.

살벌한 분위기에 철수는 다급하게 간부를 모두 불러 달려나갔다.

잠시 후.

생존지에는 아주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네가 이곳 책임자인가?”

“그, 그렇습니다.”

다이아가 박혀 있는 군복을 입은 그는 젊었으며 매서운 눈빛을 지니고 있었다.

“불순한 소문이 들려왔다.

이곳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정부라는 소문이 있더군.”

“예? 그게 무슨... 저희는 절대...”

“네놈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

판단은 우리가 한다.

불법적인 물건이 있을 경우 모두 수거해가며 대한민국의 존립을 위해 매달 식량과 함께 인원을 서울로 보낸다.”

너무도 강압적인 태도에 철수와 간부는 화들짝 놀랐다.

“예!?”

“무슨 말입니까!

우리는 여기서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는 동안에 위험도 있고 무엇보다... 이건 우리 것입니다!”

주변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여들었다가 소리쳤다.

“당신들이 뭔데 내놓으라 말라야!”

“뭘 해줬다고! 지켜 주지도 못한 것들이!”

“하여간 더러운 것들!”

그 소리에 갑자기 대위는 하늘 위로 총을 쐈다.

탕!

“역시 반군무리들이었군.

지금부터 소리치는 것들은 모두 죽는다!”

처처척!

일제히 총구가 사람들에게 향하자 사람들은 움찔하며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그때 한 명이 저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카심과 로드리게스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수, 수호신이다!”

“와아!”

“신우님!!! 덕배님!!!”

광기어린 소리에 대위는 뒤를 돌아보았고 두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형편없는 장비에 피식 웃었다.

“사이비 집단이었나.”

사실 자주 있는 일이기도 했다.

다만 이 사이비 집단이 이렇게 크고 제대로 된 곳이 없었기에 놀라울 뿐이었다.

거기다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진짜로 문제 있는 곳이었으니 처리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그래서 대위는 돌아보자마자 권총을 들어 쏘았다.

그것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타앙!

예고도 없이 쏜 총알이 날아갔다.

카심은 한순간에 느껴지는 불안함에 특화를 사용했고 다가오는 총알을 보며 로드리게스의 방패를 살며시 차올렸다.

팅!

“헉, 뭐, 뭐야!”

“...”

로드리게스는 화들짝 놀라고 자신의 방패를 보았다.

방패 끝을 보니 데미지를 입은 흔적이 보였다.

“역시 총은 무섭긴 하네.”

“뭐였는데? 저거 뭐야?

미친 아티팩트잖아!

제대로 반응도 못 했어.

심지어 내 샤넬이 이렇게 상처를 입다니...”

카심도 식은땀을 살짝 느낄 정도였다.

자신이라도 보고 반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권총이 저 정도면 저격 총이라면 정말로 위험했다.

­우와아아!!

그때 생존지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소리쳤다.

총알까지 막아냈으니 그들에겐 정말로 신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

대위는 놀란 눈으로 바라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저 방패는... 뭐지?”

우연이긴 했지만 마치 저 방패에서 신성한 느낌마저 들었다.

심지어 총알까지 튕겨냈으니 그 단단함은 증명되었고 무엇보다 너무나도 화려하고 아름다웠기에 대위의 눈엔 탐욕으로 물들었다.

“너희들은 대한민국 존립을 흔들어 놓는 반군 세력이다.

허나 기회를 줄 것이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서울로 이동해라.”

그 외침에 카심은 그들에게 다가갔고 로드리게스는 뒤에서 대기했다.

어느 정도까지 거리가 좁혀졌을 때 그들은 일제히 카심을 향해 총을 겨누었고 카심도 멈춰섰다.

저 정도 수에, 권총이 아닌 소총이라면 자신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뭐 대충 예상은 했는데 너무 예상대로라 한심하네.”

“방패도 없이 앞에 나서다니.

진짜 자기가 신이라도 되는 줄 아나?”

“한 발 정도는 가능하긴 하겠는데 이렇게 많고 소총은 쉽지 않긴 하겠어.”

“미친놈이군.”

“잠깐.”

그의 손이 움직이려고 할 때 카심이 바로 말했다.

“네가 손가락을 움직이는 속도보다는 더 빠를 텐데.”

대위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그려졌다.

“신이니 그렇겠지.”

사실 어차피 사이비 놈들이니 살려둘 생각은 없었다.

남자들은 거의 다 죽이고 여자들만 데리고 가면 된다.

그래서 주저 없이 총구 방향을 향해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곧 있으면 날아갈 총알이 놈의 심장을 꿰뚫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툭.

그런데 귀를 때리는 소리가 아니라 무언가 땅에 떨어지는 소리가 울렸고 자연스레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것은 권총을 쥐고 있는 자신의 손이었다.

“어, 어...? 뭐야?”

너무 당황스러워서 남의 일인 것처럼 반응했다.

“으악!”

“저게 뭐야!”

옆에 있던 병사가 놀라자 정신을 차리고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순간 잘린 팔에서 피가 흐르는 게 보였고 그때야 통증이 느껴지면서 자각이 되었다.

“으아아악!”

자신의 팔을 붙잡았고 붉어진 두 눈으로 카심을 바라보았다.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놈 탓이리라 여겼다.

뭔가 함정을 썼을 것이다.

“저, 저놈을 쏴!!!”

그 소리에 놀란 병사들도 다급하게 총을 잡으려 했다.

처척!

“쏴! 쏘라고!!”

대위의 외침에도 총 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쏘라고 뭐하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병사들의 동공에 초점이 없는 것을 보았다.

그 순간, 갑자기 그들의 몸이 터져 나가며 피가 온 몸을 적셨다.

“...”

너무도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대쪽을 돌아보니 역시나 부하의 몸이 모두 잘려 사라져 남은 몸은 피를 꿀렁꿀렁 흘린 채 쓰러졌다.

“뭐... 야...”

너무 어이가 없어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다시 보기도 했다.

오른손에서 흘러 나오는 피인지 아니면 병사의 피인지도 분간이 가지 않았다.

저벅.

걸어오는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인간인 줄 알았던 그의 모습이 더 이상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악마...?”

푸악!

그것을 마지막으로 대위의 머리도 날아갔다.

카심은 대위를 죽이고 그가 떨어뜨린 권총을 주웠다.

“예상치 못한 수확이네.”

권총을 바라보다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생존지 사람들의 얼굴은 경악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반응은 좋네.”

그런데 카심은 그것을 보고 만족했다.

사람은 여유가 생기는 순간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힘이 생기는 순간 행동에 옮길 수 있다.

이 총이 바로 그 문제를 일으키기에 딱 좋았다.

그렇다고 카심은 자신이 쓸 생각이 없었고 이들에게 줄 생각이었는데 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보여준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강하게 박혀야 할 문구가 있었다.

‘총이 있다 하더라도 수호신을 죽일 수 없다’ 였다.

“철수님.”

“예, 예!”

작게 불렀음에도 그는 놀라 후다닥 달려왔다.

철수도 두려움에 가득한 눈으로 카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시체들을 모두 멀리 치우고 피도 깨끗이 닦아서 냄새를 없애세요.

그리고 이 총을 수거하시고 쏠 수 있는 사람에게 나눠주세요.

특별히 관리해야 할 겁니다.

믿을 수 있는 인원으로만.”

“아, 알겠습니다.”

철수는 간부들과 함께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카심은 권총을 들고 로드리게스에게 향했다.

“로드리게스.”

“어?”

“이거 이렇게 쏘는 거거든? 나한테 쏴봐.”

“그래? 알았어.

근데 아까 보니 위력이 장난 아니던데. 괜찮아?”

“피할 수는 있을 거 같은데 어느 정도 위력인지 느껴보려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이들은 입을 쩍 다물었다.

당연히 이것도 포퍼먼스였다.

로드리게스는 이렇게 처음 보는 총을 신기해하며 두 사람은 약 20미터 정도 뒤에 섰다.

“쏠까?”

“잠시만.”

당연히 시체를 치우다 말던 이들도 숨을 죽인 채 구경했다.

카심은 마력을 끌어 올렸다.

막상 다시 실험하려니 긴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이 위력을 알고 있기에 지구인이 가지는 본능적인 두려움이었다.

잘못 하면 손이 날아가거나 할 수 있었기에 모든 마력을 손끝에 모았고 특화도 최대로 끌어 모은 상태였다.

“쏴.”

그리고 로드리게스는 주저하지도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만큼 카심을 믿는다는 것이다.

타앙!

총이 울리는 순간 카심의 시야가 갑자기 바뀌었다.

‘신속’

Lv 8에서 이루어지는 이 신속은 7과는 달랐다.

달라진 세상 속에서 Lv 7은 몸에 제약이 있지만 8이 되는 순간 제약이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날아오는 총을 눈으로 보았고 순식간에 손으로 잡았다.

파앗!

­우, 우아아아!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그 장면에 사람들은 입을 쩍 벌리며 놀라워했다.

총을 맨손으로 잡다니.

만화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다.

그들의 뇌리에는 이제 진짜 카심이 인간이 아닌 완전한 신으로 보였다.

반면에 카심은 손에서 느껴지는 맹렬한 회전에 인상을 찌푸렸다.

모든 마력을 끌어 올려 그 회전을 짓누른 다음에야 멈추고 손을 펼쳤다.

그럼에도 살짝 손가죽이 찢어져 있었다.

“어마어마하네.”

왜 이 지구에 이런 힘이 필요 없는지 알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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