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16. 실패(3)
* * *
“어마어마하네.”
왜 이 지구에 이런 힘이 필요 없는지 알 수 있었다.
***
우걱, 우걱!
“에이씨... 송대위 소식은?”
“아직 없습니다.”
“이 새끼 애들 데리고 지들이 빠진 거 아니야!?”
“그럴 리 없을 겁니다.
누구보다도 이 상황에 만족하던 놈이었습니다.”
4성인 장군은 입을 닦으며 말했다.
“그래도 인간은 몰라.
그렇게 끌고 간 게 처음일 거 아냐?
혈기 왕성한 것들은 꼭 딴 생각을 잘 한단 말이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상황을 보라고 사람도 붙여 놨습니다.”
“역시! 내가 이래서 자네 둘을 믿는다니까.”
웃으며 다시 음식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사단장님!”
“뭐야! 누가 식사할 때 처 오라 했어!”
장군의 외침에 사단장이 다급히 설명했다.
“혹 큰일이 있으면 어느 때라도 오라고 했습니다.”
“그래? 들어와.”
그가 들어오자마자 다급하게 말했다.
“충성! 1사단 소위...”
“인사는 됐고 상황부터 말해.”
“옙! 그, 그게... 전멸입니다.”
“뭐?”
세 사람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 그 그러니까... 저도 정확히 본 게 아닌데.
총소리가 나서 잠시 후 가보니...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거리를 두고...”
“야이 멍청한 새끼야! 제대로 확인 했어야 할 거 아냐!”
“죄, 죄송합니다!”
“나가 이 새끼야!”
“예, 옙! 추, 충...”
“꺼져!”
화난 장군에 소위는 다급하게 빠져나갔다.
“100명 전부 다 총 들고 가지 않았어?
씨발 그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잖아!”
사람이 죽은 것보다 총을 잃은 것에 더 걱정하고 있었고 앞에 있는 두 사람도 같은 마음이었다.
“제가 조금 더 자세히...”
“아니. 오래 끌 게 아니지.
이게 또 소문이라도 나면 좋지 않아.
그냥... 쓸어버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이대로 소문이 나더라도 분명히 저희 이미지가...”
“신경 쓸 거 없어. 거기 음식 좀 많다며?
좀 나눠주면, 돼지 새끼 마냥 조용해질 거다.”
그렇게 회의를 끝내고 장군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숙소로 돌아갔다.
백화점이었던 그곳은 5층으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모든 게 그의 개인 이용 시설이었다.
어서 오세요.
그가 들어가자 몇 명의 젊은 여성들과 청소하고 있는 남성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고 그는 지나가다가 몇 여성들을 손짓했다.
“따라오도록.”
그녀들은 입술을 질끈 깨물면서도 동시에 기쁨도 있었다.
따라가게 되면 음식을 보장받기 때문이다.
그렇게 3층으로 향했고 가구점이 놓여 있는 곳 중에서 안쪽에 깨끗하게 꾸며진 침대 하나가 있었다.
장군이 먼저 올라가자 그녀들도 옷을 벗고 올라갔다.
“으음. 몸이 뻐근하니 가볍게 마사지부터 해보거라.”
“예.”
세 명의 여성들이 나체로 그의 몸에 붙어 몸을 주물렀고 장군은 눈을 감고 즐겼다.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고 있던 와중 갑자기 어깨 쪽으로 들어오는 한 손이 묵직했다.
“오. 아귀 힘이 좋구나.
오오. 그렇지. 시원해.
너는 앞으로 내... 헉!”
낯선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좋아?”
“너, 너는 누구냐!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카심은 어름장 넣는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세상이 망해서 네가 사람들을 다스리게 됐다고 진짜 대단한 인물인 줄 아나?”
장군의 인상은 일그러졌다.
“나를 죽인다 한들!
네놈도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할 거다!”
“그래도 너보다는 오래 살 거 같은데.
넌 지금 당장 죽을 테니.”
장군은 협박을 하려 했지만,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에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당장 자신은 죽을 수 있다는 말은 오히려 장군이 더 위축되는 상황이었다.
“그, 그럼 뭘 원하나? 여자? 식량? 아니면... 물건?”
“물건은 또 뭐지?”
“마약이다.”
“별 걸 다 취급하고 있네.
마약이라... 한 번은 해보고 싶었는데.”
회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자 장군의 표정이 급격히 좋아졌다.
“그, 그렇지? 마약의 종류라면 얼마든지...”
“거짓말이다.”
“뭐?”
“관심 없다고.
그냥 죽어라는 말이다.”
“나. 나는...”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는 그를 보던 카심은 갑자기 옷을 던져 주었다.
“그 좆같은 거 보기 싫으니까 입어라.”
“웁,”
날아온 옷을 받은 장군은 더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뭔가 원하는 게 있음을 알고 긴장한 얼굴로 옷을 갈아입고 침대에 다시 서로 마주 섰다.
“네가 내게 보내준 선물은 잘 받았다.
덕분에 총도 생기고 말이야.”
“...”
“사실 처음에는 귀찮아서 너와 간부급들은 모조리 죽일까 생각했다.
그런데 와서 보니 생각보다 잘 해놨더군.
다소 많이 강압적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그 덕분에 이 정도로 상황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
“그, 그렇다. 내가 놀고만 먹기 위해 이런 건 아니다!”
실제로 그의 실력은 꽤 좋았다.
“그래서 마음이 바뀌었다. 계속 통치해.
그리고 네가 원하는 식량도 주지.
오크 고기를 좋아한다 했던가? 원하는 만큼 가져다주지.”
“... 내가 어떻게 하길 원하지?”
확실히 핵심을 잘 알고 있었다.
“그냥. 관리 잘 하고 아래쪽은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이다.”
“... 그, 그게 끝인가?”
“그래. 뭐 다른 맘 먹으면 어쩔 수 없고.
그때는 그냥 죽일 테니 알아서 해라.
입구에 오크 시체 몇 마리 있으니 알아서 챙겨.”
카심은 어깨를 두드렸다.
“근데 뭐, 다른 마음은 먹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경고를 한 이후에 내려가는 것이 아닌 멈춰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장군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인상을 찌푸리고 미친 듯이 달려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입구에 지키고 있는 병사를 보며 소리쳤다.
“네놈들은 뭐한 거야! 뭐한 건데 미친 새끼가 이곳에 오는 걸 막지 못했어!?”
“예, 예? 아, 아무도 오지 않았...”
짜악!
“닥쳐! 어디서 씨발! 그리고 당장 애들을 불러 지금 위층으로 미친놈이 갔으니 죽이란 말이...”
“자, 장군님!”
소리치던 그때 병사 한 명이 허겁지겁 달려와 다급히 말했다.
“이 새끼가 감히...”
“입구에... 오크 수십 마리가 있습니다!”
“뭐?”
방금 미친놈의 말이 떠올랐다.
설마 진짜인가 싶은 순간이었다.
그때 저기서 또 병사가 달려왔는데 두 명이었다.
“자, 장군님!!”
“장군님!!”
그런데 두 사람의 표정은 방금 온 병사와는 또 달랐다.
완전히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 그게... 사단장님께서...”
“참모장님께서...”
“...”
순간 다른 마음을 먹지 않는 게 좋을 거라는 경고가 절대 헛된 게 아님을 알았다.
거기다 잠시 후 몰려온 병사들이 샅샅이 뒤져도 아무도 나오지 않아서 장군은 멍하니 백화점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사이에 카심과 로드리게스는 다시 돌아가고 있었다.
“왜 안 죽였어? 그 위험한 아티팩트도 엄청 많은 거 같던데.
아무리 너라도 위험해 보이는데 갑자기 기습하게 되면.”
“그래. 확실히 병기고를 보니까 위험해 보이더라.
박격포도 꽤 있고 저 정도면 확실히 시선을 끌 수 있겠지.
반응만 빨리한다면 제법 피해도 줄 거고.”
“총만 쏴도 위험하지 않을까?”
“몬스터의 피부는 회전력에 꽤 강한 반발력을 가지고 있다.
내 장비만 해도 작은 생채기 정도 낼 뿐 피해도 없었고.
갑옷을 만드는 기술력도 높아 의외로 잘 버텼으니.”
“하긴. 나도 갑옷 입으니까 하나도 안 아프더라고.”
“그래도 빗발치는 총 속에서 눈 같은 곳이나 피부가 드러난 곳에 닿으면 충분히 위협적일 거다.
거기다 박격포는 분명히 그 장비도 뚫을 거고.”
지구인을 한곳에 모아두는 것보다 양쪽으로 나뉘는 게 좋았다.
그렇게 되면 이세계인들의 공격이 나뉠 것이고 훨씬 더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진짜 괜찮아?
지구인들 네가 원래 여기 있던 곳이잖아.”
“가족이 있었다면 이러지 않았겠지.
그리고 나는 더 가능성이 낮아지겠지.
아니 아마 실패할 거다.”
“후우. 이렇게까지 해도 솔직히 지금도 가능성이 높지 않지?”
“그래. 우리 둘이서 죽여야 할 인원이 최소 1~ 2만 명은 될 테니까.”
로드리게스는 고개를 저었다.
“진짜... 될까?”
“네가 닫고 성장해야 한다.
그게 아니면... 우린 죽는다. 너도, 나도.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포기해라.”
“이 새끼 자꾸 그런 소리 하지 말라니까?”
“같잖은 우정 따위 할 상황이 아니다.
진짜 죽는다 멍청한 놈아.”
“이 새끼가 진짜! 섭섭하게 그렇게 할래? 같잖은 우정이라니 인마!”
멱살을 잡고 있는 로드리게스를 보며 카심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만하자.
너무 오글거리니까.”
“크흠. 그렇긴 해?”
카심은 피식 웃으면서 어깨를 두드렸다.
“미안하다. 하지만 정말로 걱정 되서 그런 거니 이해해라.”
“알지 인마.”
다른 사람에게 저렇게까지 무서우리만치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니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게 카심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 건지 모를 리 없었다.
“그런데 언제쯤 올까?”
“모르겠다.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잘 모르니까.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확실히 죽는 수가 줄긴 했어.”
[테날프 트래 랭킹]
1. 닥스 : 12152명
2. 안나스 : 11143명
3. 인스토리아 : 9107명
4. 불로비우 : 9095명
.
.
.
“많이도 죽였군.”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지구인이었을 테니 이 정도면 정말로 많이 죽였다.
“그런데 이게 일주일 전과 거의 차이가 없다.
이 위쪽 순위권들도 더는 안 올라가는 걸 보면...”
“죽은 건가?”
“...”
순간 카심은 이상한 생각을 했다.
흔히 미국 영화에서 결국 미국의 군대가 승리한다는.
생각해보면 미국의 무기는 한국과는 차원이 달랐다.
권총도 이 정도 파워이다.
아무리 몬스터라 하더라도 미국의 무기라면 뚫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으, 으아악!”
“저건 뭐냐고!”
“무슨 아티팩트야! 씨발! 저런 원거리에서 말도 안 되잖아!!”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하늘을 나는 저건 뭐냐고! 너무 높아서 이능이 닿지도 않아!”
“저기서 날아오는 저 구슬 화살 세례도 미쳤다고!”
거기다가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저격수에 의해서도 그들은 공포를 느꼈다.
“크악!”
“씨발 또야! 도대체 어디서 날아오는 거야!”
승승장구하던 이세계인들은 지구인들을 거의 학살해나갔지만 미국을 건드리는 순간 특수부대에 의해 오히려 도망가는 신세가 되었다.
실제 지금 미국은 펜타곤을 중심으로 상당한 영토를 수복한 상태였다.
하물며 일반인들 중에서 무기 애호가들, 혹은 동호회들의 경우 어마어마한 수준의 무기를 갖추고 있었기에 몬스터까지도 학살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들의 무기는 웬만한 몬스터의 피부도 찢어발겼다.
마이클은 특수부대 옷을 입고 담배를 한 대 피우며 피식 웃었다.
“외계인 새끼들. 시대를 잘못 찾아왔어.”
“큭큭큭.”
도망치는 이세계인들을 보며 웃던 특수부대는 이내 웃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생기는 이상한 현상.
툭.
마이클은 물고 있던 담배를 떨어뜨렸다.
크아아아앙!!
그곳에는 족히 30미터가 넘는 괴물이 튀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