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6화 〉 16. 실패(4) (96/119)

〈 96화 〉 16. 실패(4)

* * *

­크아아아앙!!

그곳에는 족히 30미터가 넘는 괴물이 튀어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

“어, 어어?”

“저거 뭐야?”

생존지 사람들은 갑자기 나타난 이상 현상을 보며 나와 구경하고 있었다.

그때 그들 사이로 허겁지겁 나온 철수가 그것을 보더니 소리쳤다.

“모, 모두 도망치세요!!!”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저 이상 현상이 절대 자신들에게 좋을 게 아님을.

철수의 외침에 더는 구경하지 않고 빠르게 숨으려 움직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우어어어어!

이상 현상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수백 명이 동시에 움직임을 멈추거나 털썩 주저앉았다.

마치 맹수를 만난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고 사시나무 떨 듯 떨리며 공포에 휩싸였다.

이윽고 튀어나온 것은 너무도 묵직해 보이는 거대한 팔이었다.

붉었으며 두터웠고 튀어나온 다리와 몸 역시 마치 강철을 뭉치고 뭉친 것처럼 단단해 보였다.

전신이 나왔다.

키는 약 10미터인 괴물.

무엇보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두 개의 얼굴이라는 점이다.

트윈 헤드 오우거.

일반 오우거는 혼자서 다른 영역의 몬스터 무리에 들어가더라도 건드리지 않는 강한 개체였다.

그리고 그런 오우거 수 마리를 혼자 찢어버리는 것이 트윈 헤드 오우거였다.

그런데 지금 나온 것은 붉은색 피부였는데 바로 킹의 개체였다.

이 트윈 헤드 오우거 킹은 최상위 포식자 중 한 마리였다.

실제로 지금까지 잡았다고 알려진 게 겨우 10마리도 되지 않을 만큼 강력했다.

물론 그만큼 보기 힘든 몬스터이기도 했다.

트윈 헤드 오우거 킹은 그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고 프라이드가 엄청났다.

그래서 자신보다 더 큰 몬스터에게도 서슴없이 달려들었다.

“크그긍...”

낮게 으르렁거리던 트윈 헤드 오우거 킹은 인간이 있는 것을 보고는 숨을 푸쉭 내쉬며 흥분감을 일으켰다.

마침 허기진 상황.

당장이라도 잡아 먹을 생각으로 발을 한 발 내딛었다.

쿵.

그리곤 힘을 주어 뛰어오르려는 순간 몸이 움찔했다.

화아아악!!!!

“그우어?”

뭔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앞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조그마한 인간 한 마리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게 보였다.

“잘됐네. 안 그래도 조금 제대로 움직이고 싶었는데 말이야.”

이윽고 그 인간의 위로 알 수 없는 현상을 가진 무언가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을 훌쩍 뛰어넘는 크기였다.

“... 크그...”

본능이 저것과 싸움을 피해야한다고 경고했지만, 자신은 왕이었다.

­그어!!...

두려움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듯 외치려는 순간, 어느새 인간이 자신의 눈앞에 있었다.

“쉿.”

파아아아앙!!!!!!

트윈 헤드 오우거 킹의 몸이 수십미터 뒤로 물러나며 주변 일대를 파괴했다.

하지만 가슴 부분에 제법 큰 멍이 들었을 뿐이었다.

­그아아아아아아!!!!

흉포한 울음소리와 함께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 시각, 서울.

“공격해!! 최대한 쏘아 부어! 아끼지 말란 말이다!!”

장군은 사색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20미터에 이르는 괴물을 향해 아무리 총을 쏘아도 끄떡도 하지 않았고 점점 다가오니 그럴 만도 했다.

막을 수 없는 공포.

저것은 그냥 자연재해나 다름없었다.

우우웅!

갑자기 느껴지는 진동에 총을 쏘던 이들과 두려움에 떨던 이들이 한순간 멍해지면서 하늘 위로 고개를 올렸다.

그곳에는 마치 하늘에서 천벌을 내리는 것처럼 5미터에 이르는 붉은색 빛의 검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 신께서 도우러 오셨다!!”

그때 한 목사가 소리쳤고 너도나도 무릎을 꿇고 빌었으며 심지어 믿지 않는 이들조차도 기도를 올렸다.

***

자유로운 대륙 이동 포탈이 생깁니다.

남아 있는 생존자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0시간 내 모든 지구인을 죽이지 못할 시, 테날프 트래와 연결이 끊어집니다.

카심은 떠오른 창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테날프 트래와 연결이 끊어진다는 건... 더 이상 이 지구를 이용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이 의미가 지구를 해방시킨다는 의미가 되면, 조금은 더 움직이는데 힘을 실어줄 것이다.

“아니다 하더라도 그렇게 판단하는 게 나에게 좋겠지.”

때마침 허겁지겁 로드리게스가 달려오고 있었다.

“카심!!”

그의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서울엔 뭐 나왔냐? 힘들어 보이네.”

“헉, 헉. 오우거 킹 나와서 죽는 줄 알았잖아.”

“거기도?”

“어? 여기도 오우거 킹이었어.”

“아니 트윈 헤드.”

“허. 그걸 혼자 잡았다고?”

“쉽지 않더라.”

“미친놈. 아니, 그전에 이거 봤지?”

“그래.”

“그럼 그 포탈 위치 찾아야 하는 거 아니야?”

“딱히 알 필요는 없어.”

괜히 서울과 여기로 나뉜 게 아니었다.

“일단은 여기 보이는 데로 모든 위치가 다 뜬다.”

위치라고 말하는 순간 지도가 떠올랐다.

스마트 화면처럼 이런저런 카테고리를 통해 확인도 할 수 있었다.

“다만 제일 큰 걱정이.

이 시간이 우리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잘 모르겠다.”

“좋은 거 아냐? 겨우 100시간만 막으면 되잖아.”

“대신 우리가 쉴 수 없다는 거다.”

“흐음.”

“버텨 낸다면... 그만큼 더 도움이 되겠지.”

“그런데...”

로드리게스는 갑자기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내가 사실 처음부터 걱정 한 건데... 만약에 여기에 공주님이나 혹은 코냐 등 우리가 아는 사람도 있으면... 어떡해?”

“회유해야지.”

“음. 하긴 안 될 리는 없겠지.

그런데 그래도 만약 안 되면?”

“그들은 단순히 보상만 받지 못한다는 피해 말곤 없다.

다만, 그럼에도 안 된다면...”

한순간 싸늘하게 변하는 카심의 눈동자에 로드리게스는 어깨를 잡았다.

“야 그래도 공주...”

“존나 시간 끌어야지 뭐.”

“응?”

“뭐?”

“아... 난 또 공주님을 죽인다는 줄 알았잖아.”

“그럴 필요가 있는 게 아닌데. 굳이?”

“... 뭐야 그럼 필요가 있다면 죽인다는 거야?”

“아마도.”

로드리게스는 떨리는 입술로 혹시 자신도 그럴 거냐고 물으려다 참았다.

저 냉정한 놈은 그럴 거라고 말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카심은 그런 로드리게스의 생각을 알고 웃으면서 어깨를 두드렸다.

“걱정 마라. 너도 가능성이 있으니까.”

“하하. 아니 그냥 생각... 어? 뭐라고?”

웃으면서 걸어가는 카심을 보며 로드리게스는 바짝 달라붙어 진짜냐며 질척거렸다.

한편, 한국으로 올 수 있는 포탈에도 몇 이세계인들이 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도를 펼치고 살피더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착한 곳은 학교였다.

이곳은 카심이 회유했음에도 선택하지 않은 이들이었다.

실제 그런 곳은 꽤 많이 있었다.

“뭐야 저것들은?”

그래서 창문 밖을 본 한 남자는 걸어오는 사람을 보며 의아했다.

무엇보다 그들의 복장 자체가 워낙 이상했기에 경계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코스프레인가? 이 시국에?”

“미친놈들. 딱 봐도 사이코 일 테니 방어태세를 취하자.”

그들은 각자 위치에 잡고 창문을 열어 경고했다.

“그만! 더 이상 오면...”

푸왁!

창문을 열고 외치던 그의 얼굴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히, 히익!”

옆에 있던 이는 화들짝 놀라 쓰러졌고 멍한 눈으로 방금까지 살아있던 이의 시체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을 땐 더욱 놀랐다.

분명 아까까지 운동장에 있던 코스프레 사람이 창문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5층 창문을.

이것을 시작으로 점점 한국으로 오는 이세계인들이 많아졌다.

지도 때문에 순식간에 다시 랭킹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한국은 땅이 좁기에 몰려 있는 지구인이 많아 같은 생각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수는 어느새 순식간에 수천 명이 넘어서고 있었다.

“먹는 사람이 임자라고!”

빠르게 움직이는 그들은 순식간에 한국의 생존자들을 죽여 나가며 당연히 생존지는 더욱 손쉽게 찾아내 수백명 무리가 달려들었다.

“저기!”

“대박이다! 지구인인지 뭔지 많잖아!”

“으하하! 나부터라고!”

“치사한 새끼!”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달려나갔다.

이윽고 도달하기 멀지 않았을 때 그들 앞에 카심이 천천히 걸어왔다.

“어? 뭐야 이세계인인가?”

“장비만 보면 그런데?”

“젠장! 이미 있잖아! 늦기 전에 몇 놈이라도 뺏어!”

그들은 더욱 속도를 높이려는 순간 카심이 말했다.

“한 걸음만 더 움직이면 죽인다.”

일부러 기세도 뿜지 않았다.

애초에 이들을 이용해 경험을 쌓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세계인들은 굉장히 전투적이었기에 당장이라도 달려드는 그들을 순식간에 제압할 생각으로 자세를 취하려는 순간이었다.

“카, 카심이다!”

“헉!”

“뭐야! 저 사람이 왜 여기있어! 그리고 왜...”

그들은 카심을 보자마자 움찔하더니 정말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음?”

순간 당황한 카심은 그들을 바라보는데 황당함을 겪어야 했다.

“뭐, 뭔가 있나 본데? 저 사람이라면 그럴 거 아니야.”

“알고 보면 지구인 편이 더 좋은 보상이 있는 거 아니야?”

“그럴 수 있다. 혹은 오히려 지구인을 죽이지 않은 수가 좋은 거 아냐?”

“젠장! 벌써 5천명이 넘는다고!”

카심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아...”

밖에서 보여준 모습이 있었다.

자신은 그 대단한 알베이안 보다도 뛰어난 지휘 능력을 보여주었고 심지어 충격적인 파워도 보여주었었다.

그것을 직접 본 이들이었기에 지금 카심이 하는 행동에 어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려 30시간이 지났을 때 이곳 근처에는 무려 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몰려든 상태였다.

그리고 전부 주변 일대에서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아.”

“푸하하하! 이거 좋아해야 하는 거야 아닌 거야?”

“모르겠다 나도.”

“그만큼 네가 대단한 거잖아.”

“아무리 나라도 이 인원이 한순간에 달려들면 어쩌지 못하는데 왜 저러는 거야?”

“죽기 싫은 거지 뭐~ 나라도 그렇겠다.

네 말대로 굳이 실패해도 큰 의미 없어 보이구 말이야.”

“...”

솔직히 조금 이해되지 않았다.

만약 여기가 아벨리우스 세계가 관리한다고 하면 자기에게 불리하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러면 나간다 하더라도 당장 영생교에게 공격을 받아서 위험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공격도 하지 않는 저들을 공격했다가는 나는 더 많은 적을 만드는 셈이다.

최소한 명분이 필요한데...”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여길 때 마침 누군가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한눈에 보아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상대는 바로 특화 레벨 8인 한 길드의 마스터였다.

카심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달려들었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경험을 위한 싸움이 필요했기에 달려오는 카심을 보며 그 역시 곧바로 싸울 태세를 갖추고는 서로 부딪혔다.

콰앙!!!

만 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보는 가운데 시작된 전투.

카심은 자신이 싸우고 있을 때 이들이 움직이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럴 것이 같인 특화 Lv 8을 압도해버리는 카심의 모습 때문이었다.

상대의 공격은 단 한 대도 맞지 않았고 그의 창이 움직일 때마다 상대는 수십 미터씩 날아갔다.

압도적.

같은 특화 레벨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다른 이들이 그런 반응인데 당사자는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그는 지금 멍한 표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카심도 이쯤 되었을 때 차라리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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