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98화 〉 17. 대격변(1) (98/119)

〈 98화 〉 17. 대격변(1)

* * *

대격변 ­

특화 레벨 8의 싸움에서 1:1과 1:2의 차이는 플러스가 아닌 곱이었다.

거기다 100명을 죽인 이후였다.

심지어 로드리게스가 위험할 수 있었던 터라 꽤 힘을 무리하게 사용했기에 체력이 많이 빠진 상황이었다.

그러니 계속되는 전투는 더 힘들 수밖에 없었다.

비록 로드리게스가 한 명을 맡고 있지만, 저 둘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순간 움직임이 달라지면서 공격이 훨씬 거셌다.

그랬기에 카심보다 두 사람이 더 충격을 받고 있었다.

“헉, 헉.”

“하아. 하아... 뭐 저런.”

세 명이서 공격할 때는 제대로 움직인 게 아니었다.

자신들 셋이서 공격하는데 대충해도 충분할 거라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그러다 둘이서 공격하는 순간부터는 본격적으로 힘을 냈음에도 상대는 아슬아슬하게 밀리지 않고 있었다.

치열했던 공반전 끝에 잠깐 다시 대치 상태가 이루어졌을 때 카심의 시선이 갑자기 아래로 향했다.

“후우. 후우...”

카심은 지금 떠오른 창을 보고 있었다.

마력이 증가 했습니다.

그것을 보자 히죽 웃었다.

“됐다.”

근력: 153

체력: 170

마력: 200

특화: 스피드 강화 Lv 8

특성: [완벽한 육체] [미지의 힘]

마력이 200이 되었습니다.

마력과 동화율이 올라갑니다.

곧 200이 가까워졌기 때문에 이곳에서 정말로 쉴 새 없이 수련을 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달성했다.

200의 수치.

역시나 어떠한 특수 효과가 있었다.

다만 동화율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 의아하던 순간 갑자기 모든 감각이 달라졌다.

화아악!

“...”

눈을 부릅뜬 카심은 허공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었다.

마치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만 같은 감각이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심해를 항해할 때 사용하는 레이더를 켰을 때 암벽의 위치가 보이는 것과 더 비슷하다 할 수 있었다.

즉, 등 뒤에도 눈이 달린 것만 같았다.

참으로 기묘한 감각이었다.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몸속에서 느껴지는 마력이 마치 당장이라도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처럼 너무 선명했다.

거기다 공중에 떠다니고 있는 마력도 분명히 눈으로 보였다.

문득 그 마력의 파동이 이상해 시선을 옮기자 자신과 싸우고 있던 두 사람이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앞으로 찔러 들어오는 공격.

가볍게 뒤로 피하려던 순간 갑자기 고개를 휙 숙였다.

어느새 뒤쪽으로 검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다시 바로 몸을 일으키자 앞으로 할버드가 지나쳤고 손을 들었다가 아래로 살짝 내리는 순간 찔러 들어오는 검을 쳐서 궤도를 바꿨다.

슈악! 슈슈슉! 타악!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공격 속에서 카심은 지금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몸을 비틀어 피하거나 쳐내서 궤도를 바꾸고 있었다.

공격하고 있는 둘은 점점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렇게 피할 수 있는지 그들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흐아!”

할버드를 든 이가 더욱 거칠게 이능을 내뿜으며 공중에서 다섯 개의 두터운 빛이 솟아나 카심을 향해 쏘아졌다.

쿠쿠쿠쿵!!

이어지는 검을 든 사내 역시 갑자기 품에서 솟아 나온 수십개의 무기가 그대로 카심을 향해 날아갔다.

후웅! 슈슉! 파바바박!!!

무기의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카심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몸을 흔들어 가볍게 위치를 바꾸며 창을 이용해 쳐냄으로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그 과정에서도 뒤로 물러서는 것은 없었다.

한참을 공격하려던 할버드를 들고 있던 사내는 다시 공격을 이어가려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파앗!

“... 어?”

그는 스스로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뭐해!”

검을 든 사내의 외침에 멍하니 바라보다 말했다.

“아니... 나도 모르게.”

그럴 것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뛰어 오히려 거리를 벌려 버린 것이다.

그의 얼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분명했따.

방금 들어갔으면 죽었다.

미친 듯이 두근 거리는 심장은 분명히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 덕에 점점 불안함이 생겼고 그 불안함은 공포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때야 눈에 들어왔다.

상대는 아까와 뭔가 다르다는 것을.

아까는 맹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며 저 나이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기세였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고요했다.

오히려 아무런 기세가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런데 그게 오히려 더 위험해 보였다.

“...”

침을 꿀꺽 삼킨 그는 갑자기 할버드를 아래로 내렸다.

“뭐해!”

“난... 포기한다.”

그 말에 검을 든 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씨발. 이제 상대는 지쳤다고! 안 느껴져!? 마지막 발악이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게 내 감을 믿어서다.

지금 저놈은 위험해.

물러서야 한다.”

“병신!”

하지만 검을 든 사내는 듣지 않았고 계속 공격하기 위해 다시 싸우기 위해 몸을 돌리려는 순간이었다.

화아아악!!!

“?”

할버드를 들고 있던 사내는 뭔가 엄청난 것이 옆에 지나가는 것을 느꼈고 고개를 돌렸는데 그때 소리가 들려왔다.

파아아앙!!!!!!!!

“...”

그리곤 입이 쩍 벌어졌다.

옆에 있어야 할, 검을 든 사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는 다리 빼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운이 좋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몸이 부르르 떨다가 자신도 모르게 할버드를 손에서 놓쳤다.

공격과 움직임 모든 게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텅!

그리고 옆으로 걸어 나오는 카심을 보며 아주 천천히 눈동자가 돌아갔다가 이상한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창에는 푸른색 빛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한편, 로드리게스 역시 혼자서 파워 특화 8과 상대하고 있었다.

“카심! 으아! 도와줘! 존나 쎄!!!”

***

테날프 트래가 있던 자리에 갑자기 엄청난 빛이 터져 나왔다.

그 빛은 수정에서 흘러나왔고 점점 하늘 위로 솟구치더니 이내 터져버리며 주변으로 튀었고 그곳엔 2만 명에 가까운 인원이 나타났다.

“드, 드디어 돌아왔다!”

“와아아!!”

여기저기서 소리를 내지르는 사이에 카심은 테날프 트래가 있던 수정이 사라진 것보다 주변 풍경에 인상을 찌푸렸다.

“왜 나오자마자 인상이야?”

“아무도 없으니까.”

“어?”

“이 정도 사안이면 보통 이곳 주위에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하기 마련이다.”

“그러고 보니 공주님이나 코냐도 없었고 심지어 3대 길드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잖아.”

“따라와.”

카심과 로드리게스는 급히 가장 가까운 영지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 그곳에서 텔레포트 아티팩트가 있는 영지를 조사해 다음 날 바로 출발하려 했다.

“...”

아침 일찍 움직이려고 했지만 문 앞에는 쪽지 하나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오늘 밤, 영지 밖 푸른색 사과 나무 ­ 레온]

“안 되겠다. 내일 출발하자.”

“왜?”

쪽지를 보여주자 로드리게스는 깜짝 놀랐다.

“와! 어떻게 안 거래?

우리가 여기 있는 줄.

어제 도착했잖아.”

“이 정도 정보 능력은 갖춰야지.”

“믿음직스럽기는 하다.”

그날 밤.

쪽지에서 말하는 위치를 찾기 위해 움직이던 중 이곳은 사과나무가 없어서 의아하던 순간 작은 사과 하나가 파란색으로 그려져 있는 나무 한 그루를 찾을 수 있었다.

그곳으로 향하자 잠시 후, 누군가 조심히 다가왔다.

레온이 보낸 하수인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카심님. 먼저 카심님께서 들어가신 이후 상황에 대해 말씀 드리겠...”

“그건 대충 알 거 같으니 현 상황에 이야기하도록.”

“옙. 먼저 영생교는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바로 왕을 살해하는 것이었습니다.”

“... 진 레첼이 위협적이긴 했나보군.”

“그렇습니다.

그 즉시 바로 진 레이널을 왕으로 세웠으며 왕위에 오르자마자 가장 먼저 한 것은 영생교를 유일교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반발이나 혹은 왕을 죽일 때 과정은?”

“이상하리만치 없었습니다.

왕은 기다렸다는 듯 죽었는데... 저희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이미 오랜 시간 중독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영생교가 이번에 생긴 곳이 아니라 아주 오랜 역사를 자랑하니 애초부터 장악해 놓은 상태였을 것이다.

“진 레첼은?”

“진 레첼님께서는 곧 다른 왕국의 왕자와 혼인을 맺기 위해 움직일 거라고 합니다.”

“이용하는군.”

카심은 가볍게 끄덕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영생교의 움직임 때문이었다.

빨랐다.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니 그들의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겨우 여섯 달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것을 보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체감이 되었기에 위축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큰 문제가 있습니다.”

말하라는 눈빛에 그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던전 브레이크 현상이...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역시 테날프 트래는 시작이었다.

이곳도 점점 아벨리우스 세계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빨리 움직이는 이유가 확 전해지는 상황이었다.

“저 카심님... 정말입니까?”

“뭐가?”

“이 우리 세계도... 아벨리우스 세계가 되면서 우리 모두가 죽게 된다는 것이...”

카심은 어깨를 으쓱였다.

“모른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불안해하고 있었지만, 딱히 위로해주지는 않았다.

어쩌면 몬스터가 될 수도 있다는 허황된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거기다 진짜로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곳만큼은 특별할 수 있을 수 있었기에 어떻게 될 지는 절대 알 수 없었다.

“영생교 위치는?”

“아! 마을을 알아낸 뒤로는 더 이상 알 수 없었습니다.

접근했다가 저희 전투원이 죽은 뒤로는...”

“그렇군. 레온은 어디에 있지?”

“왕국에서 정보를 모으고 계십니다.

그리고 카심님께서는 왕국으로 복귀는 천천히 하라고 하셨습니다.

혹시 모를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것보다 레온에게 빨리 전해라.”

“무엇을?”

“진 레첼이 살해당할 거라고.”

“... 네?”

이전 삶에서 진 레첼은 한적한 영지에서 조용히 살아간다.

하지만 이번 삶에서는 그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런 이를 다른 왕국에 혼인을 보낸다?

그렇다면 거기서 힘을 키워 올 수 있는 위험을 무릎쓰고?

절대 그럴 리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된 것은 자신의 탓이었기에 그녀를 구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레온에게... 그래. 그곳으로 오라고 전해라.”

***

리톰 영지.

“쏴!”

뮬의 외침에 칼라리스 길드의 궁수들이 일제히 사격했다.

그것을 보며 뮬도 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팽팽하게 당겨진 그녀의 활 끝으로 붉은색 빛이 휘감기더니 시위를 놓았다.

파앙!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파괴력을 지닌 화살이 굉음을 내며 날아가 다가오는 몬스터 수십 마리를 초토화했다.

영지 밖에서는 지금 몬스터가 몰려오고 있었다.

몬스터의 수가 100마리나 되었지만 칼라리스 길드는 뮬로 인해서 원거리 부대가 워낙 뛰어났기에 순식간에 전멸시켰다.

다행히 이곳에 나타난 던전 브레이크에서 나오는 몬스터는 강한 개체가 아니었다.

순식간에 정리하니 주변에 있던 다른 길드는 역시라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끝났어?”

“예 마스터.”

“고생했어, 언니.”

마리엘도 성벽에 올라와 주변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제 어엿한 길드 마스터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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