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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2화 〉 17. 대격변(5) (102/119)

〈 102화 〉 17. 대격변(5)

* * *

“늦었나?”

“... 늦었잖아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진 레첼을 보며 카심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천천히 시선을 돌려 앞에 상대를 바라보았다.

“알베이안이 올 줄 알았는데.”

“어떻게 나왔지?”

“넌 누구냐?”

“예언자께서 너는 그곳에서 죽을 거라 했거늘.”

“다른 수호자인가?”

“...”

서로가 다른 질문에 아박투의 표정이 굳어갔다.

의도치 않았으나 기싸움에 귀찮다는 표정을 짓던 아박투는 살며시 내려깔며 바라보았다.

“실력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아박투는 그때야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았다.

“생각보다 형편없군.”

그리곤 창을 줍고는 카심에게 던져 주었다.

자신감을 내보이면서 상대를 모욕하는 행위였지만 아박투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행동이었다.

그에게는 진다는 것이 이 상황에 절대 일어날 리 없는 것이었다.

“아박투. 너를 인도할 이의 이름이다.”

카심은 날아온 창을 받았다.

“수호자인가?”

“그렇다.”

“알베이안보다 강한가?”

아박투의 미간이 한순간 좁혀졌다.

자신은 누군가의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랬기에 무시했다.

“어떻게 살아 나왔지?

예언자께서는 네놈이 죽을 거라 말했다.”

카심은 별 거 아니라는 듯 퉁명스럽게 말했다.

“예언자가 아닌가 보지.”

“감히...”

“그러니까... 너 알베이안보다 강하냐고.”

“...”

아박투는 투구를 들어 올렸다.

“그렇군. 예언자께서는 네가 죽는다고 했지 그곳에서 죽는다 하지 않았다.”

투구를 쓰고는 앞발을 앞으로 내밀며 손을 가볍게 내려 자세를 취했다.

“여기서 죽는 것을 보았던 것이겠지.”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세는 땅이 울리게 했다.

쿠구구궁!

“헙!”

근처에 있던 진 레첼은 숨이 콱 막혀왔다.

기세만으로도 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는데 실제 일반인이었다면 심장 마비로 죽었을 만큼 그 힘의 파동은 차원이 달랐다.

그때 카심의 손이 진 레첼의 머리에 살며시 닿았고 그 순간, 진 레첼은 모든 압박감이 사라지자 화들짝 놀랐다.

“이쪽으로 가.

가면 로드리게스가 있을 거다.”

“설마... 혼자서 상대할 생각이에요? 위험해요!

저 사람도 위험하지만 한 명 더 있어요!”

“안다.”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목소리와 표정에 진 레첼은 놀란 표정이 조금씩 평온해졌다.

역시 이 사람은 너무도 믿음직 스러웠다.

그래서 끄덕이며 일어났다.

“꼭... 돌아와요.”

“그래.”

진 레첼은 옆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보면서도 아박투는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기세 앞에 떨고 있던 진 레첼이 그의 손에 닿는 순간 표정이 돌아오는 것을 보며 뭔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

그리고 카심은 멀어져가는 진 레첼을 보고는 창을 가볍게 쥐고 아박투를 보며 특화를 사용했다.

후우웅!

기세가 터져 나오며 두 사람의 강한 힘의 파동이 부딪히자 주변의 나무들이 일제히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간 보는 짓 하지 말자.”

그 말과 동시에 움직인 카심의 동작.

한순간 세상은 변했고 그 세상 속에서 아박투의 눈이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아박투는 밀려 들어오는 거대한 무언가를 느꼈다.

머리로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몸은 이미 반응하기 시작했고 천천히 팔을 들어 올리려는 과정이었다.

파아아아앙!!! 콰과광!!

아박투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엄청난 속도로 뒤로 날아갔고 수많은 나무를 부수며 날아갔다.

“크흡!”

너무도 다급한 몸짓으로 일어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

몸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몹시 당황한 상태였다.

도저히 반응하기 힘들 정도의 스피드.

그런 스피드에서 나오는 이 말도 안 되는 파괴력.

이게 무슨 일인지 제대로 이해하기조차 힘들었다.

잠시 후, 저벅저벅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카심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기대 이하인가?”

“특성인가?”

가볍게 끄덕이는 것을 본 아박투는 천천히 일어나더니 다시 자세를 취했다.

그런데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빛에 변화가 일어나더니 붉은빛 안에 초록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너만 특성이 있는 건 아니지.”

카심은 놀란 눈으로 바라보려는 순간 갑자기 놈의 모습이 사라진 것을 보고 몸을 크게 뒤로 젖혔다.

그 순간 그의 주먹이 눈앞으로 스쳐 지나갔다.

콰아앙!

그의 주먹이 닿지 않았음에도 땅에 폭발이 일어났다.

원거리 이능.

심지어 스피드 강화까지.

카심은 순식간에 뒤로 빠지려는데 그 역시 카심의 속도를 따라잡았다.

콰앙! 콰아아앙!

이어지는 공격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마치 이제는 자신만 공격하겠다는 듯 매 몰아쳤고 카심은 그 공격을 피해가며 계속 뒤로 빠져야 했다.

“같은 스피드 강화에 나는 무기 강화까지 사용할 수 있다.

과연 여기서 네놈이 무엇을 할 수 있지?”

“...”

자신감 넘치는 그의 목소리.

스피드 강화 또한 무려 8레벨에 그의 뛰어난 신체 능력 때문에 훨씬 더 빨랐다.

실제 그의 속도는 지금 카심을 따라잡고 있을 정도로 빨랐다.

심지어 아박투는 자신 있는 너의 스피드 조차 내가 더 빠르다는 듯 자신 넘쳐했다.

빠르게 뒤로 빠지던 카심은 나무를 밟고 방향을 전환하며 창을 내질렀다.

파앙!

짧은 동작에도 공기를 때리는 소리가 울렸고 그 공격에 뒤쪽 나무가 닿지 않았음에도 터졌다.

허나 아박투는 붉은빛의 선을 내 뿜으며,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저 몸으로는 아무리 봐도 도저히 믿기 어려운 움직임이었다.

콰앙! 쿵! 콰지직!

짧은 사이에 이어진 수십 번의 공격 속에서 아박투는 앞에서 나타나 공격하려는 순간 사라져 뒤쪽에서 나타나 공격했다.

그 순간 카심이 옆으로 날아오르려는 순간 어느새 자신의 앞에 나타나 말했다.

“죽어라.”

스피드를 이용해 완벽한 상황을 만들었다.

절대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아박투의 주먹은 그대로 짓이겨버린다는 듯 움직였다.

슈악!

“!?”

그런데 눈앞에 있던 카심의 모습이 그대로 사라졌다.

말 그대로 사라져버린 것이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자신의 주먹은 그대로 나무 수십 그루를 날려버렸다.

콰아앙!

그 모습을 보던 아박투는 다급히 뒤를 돌았고 여유로운 모습으로 카심은 서 있었다.

“엄청난 속도군.”

“하나만 팠는데 두 개 판 놈보다는 그래도 빨라야겠지.”

헛소리다.

아박투는 자신보다 빠른 스피드 강화를 본 적이 없었다.

그랬기에 방금 그 움직임은 절대 정상적인 게 아니었다.

“오래 유지할 수 없겠지.

그 정도로 움직이려면.”

카심인 가볍게 웃었다.

“그래도 그 안에 죽일 거 같은데.”

“흥.”

다시 시작된 두 사람의 싸움은 일대를 완전히 박살 내고 있었다.

***

샤샤샥!

나무의 모습이 순식간에 지나쳐갔다.

아박투의 붉은 눈동자가 주변을 빠르게 움직이는 순간 고개를 휙 돌렸다.

그곳엔 카심이 있었고 어느새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파아아앙!!!

아박투의 몸이 빙그르르 회전하며 날아가더니 절벽에 부딪혔다.

쿠우웅!

“큽.”

맞는 순간 최대한 움직여 어깨에 맞았고 동시에 몸을 회전시켜 최대한 충격을 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증은 어마어마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처음 공격했던 것보다는 확실히 데미지와 속도가 줄었다.

이 말은 상대도 체력을 안배하고 있다는 소리였고 즉,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절벽에서 떨어져 내렸을 때 다가오고 있는 카심을 보더니 둘의 모습은 다시 사라졌다.

콰앙! 쿵!

중력이 작용되지 않는 것처럼 둘은 절벽을 달리며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고 그럴 때마다 절벽에서 바위가 한웅큼씩 떨어졌다.

슈슈슉!

카심의 창이 순식간에 수십 차례로 움직였지만 아박투는 건틀렛을 이용해 모조리 쳐내더니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턱을 차올렸다.

탁!

창을 이용해 막았으나 카심의 몸이 절벽에서 떨어졌고 아박투는 동시에 뛰어올랐다.

얼마나 그 힘이 강했는지 뛰어오르는 동작에도 절벽의 주위로 금이 쩌적 생겼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떠오른 카심을 향해 날아가 다시 한번 공격했다.

카앙!!

이번에도 막기는 했지만 카심은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다.

쿠웅!!!

“큭.”

카심의 입에서 작은 통증을 내뱉는 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입술을 질끈 깨물며 떨어져 내리는 아박투를 향해 또다시 ‘소닉붐’을 사용했다.

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날아간 충격에 아박투의 몸은 그대로 다시 절벽을 향해 날아가 박혔다.

파아아앙!!!!

“크헉!”

이제 아박투 역시 충격에 전보다 훨씬 큰 신음을 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아박투 역시 계속 있을 수 없었다.

아래쪽에서 카심이 절벽을 밟고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급하게 박힌 몸을 꺼낸 아박투는 그대로 팔을 교차로 들어 카심의 공격을 막으며 공격을 퍼부었다.

쿠궁, 쿵! 콰아앙!

시작된 전투는 보다 더 거칠었고 결국 제법 컸던 절벽이 완전히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무너진 절벽에서 크고 작은 바위가 떨어져 내리는데 그 속에서도 두 사람은 바위를 밟고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카심의 창이 아박투의 투구를 스치고 지나쳤고 아박투의 주먹이 카심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쳤지만 둘은 맞았음에도 미동도 하지 않고 더욱 파고들어 공격했다.

떨어지는 바위 사이를 오가며 쏟아지는 두 사람의 공격은 이내 바위들을 모조리 가루로 만들었고 두 사람이 땅에 떨어졌을 때는 큰 바위는 거의 없었다.

더 이상 바위가 없고 결국 땅에 동시에 착지하자마자 달려들어 부딪혔다.

카앙!!!

아박투는 카심의 창을 건틀렛으로 막으면서 잠시 힘겨루기로 이어졌다.

“그 나이에 정말로 경악할만한 능력이기는 하나... 그래서 아쉬울 것이다.

아직 무르익지 못 한 신체 능력이 바쳐주지 못할 테니.”

“그러게 아쉽군.

네 말대로 였으면 지금 그 입을 나불거리지 못하고 있을 테니까.”

카심은 씩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지금도 가능해.”

카심은 그의 손을 뿌리치자마자 몸을 크게 돌려 발로 그의 팔을 차서 거리를 벌려 그대로 창을 내던졌다.

쒜엑!!

아박투는 다급히 팔을 휘둘러 창을 쳐올렸다.

건틀렛에 맞고 위로 날아간 창에 아박투는 빠르게 시선을 다시 카심에게 돌렸는데 보이지 않았다.

다급히 찾기 위해 시선을 돌리던 중 창이 날아간 곳으로 다급히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 카심이 있었다.

“!!”

어늣 공중에서 창을 잡은 카심.

그런데 그 창에서는 푸른 빛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마력.

마력이 200이 되는 순간 달라진 활용.

직접 무기에 담을 수 있게 되면서 그 파워는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었다.

아박투는 위에서 짓누르는 엄청난 압박에 눈동자가 찢어질 정도로 커졌다.

“이, 이런.”

이것은 정말로 위험했다.

세포 하나하나가 위험성을 경고했기에 아박투는 온 힘을 다해 벗어나려 했으나 빛이 번쩍이는 순간 이미 몸은 바닥에 완전히 처박혔고 아래쪽에 있던 작은 동굴이 있었는지 무너져 내렸다.

콰아아앙!!!!!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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