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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6화 〉 18. 소용돌이(3) (106/119)

〈 106화 〉 18. 소용돌이(3)

* * *

뒤이어 착지한 넷은 땅이 갈려 있는 것을 보면서 여유가 완전히 사라졌다.

바로 저 무기가 불길함의 정체였다.

착지한 카심은 어깨를 한 번 더 움직여보았다.

조금 삐걱거리기는 했지만 움직이는 것 자체는 큰 문제 없었다.

“아마 뒤쪽에 있는 저 여자의 무기도 저런 수준에 거기다 특화 레벨도 8로 보이니, 다들 긴장해야 할 겁니다.”

카심은 창을 가볍게 쥐자 로드리게스가 놀라 물었다.

“괜찮겠어?”

“안 하면 네가 죽는다.”

“그럼 힘내줘.”

카심은 바로 주웬과 드로얀을 보며 말했다.

“로드리게스 그리고 두 분은 저 뒤쪽 여자를.

저는 혼자서 이 앞에 놈을 맡겠습니다.

무슨 능력이 있을지 모르니 처음에는 간을 보시길.”

로드리게스 그리고 주웬과 드로얀은 긴장한 얼굴로 끄덕이고는 동시에 특화를 내뿜었다.

한편, 데니안은 블랙 파편의 성능에 잔뜩 흥분한 상태였다.

“으하하. 이것 봐. 그냥 휘두르는 게 이 정도라고! 난 이제 무적이야!”

“나도 빨리 휘둘러 보고 싶어!”

소니아도 골드 파편을 뽑아 들었고 두 사람도 특화를 사용했다.

특히 데니안은 그냥 휘둘렀음에도 어마어마한 능력을 보았기에 단번에 자신의 파워 특화를 이용해 휘둘러 보고 싶었다.

“으하하하! 다 죽어라!”

과연 얼마나 어마어마한 힘을 낼 것인가 궁금해 온 힘을 다해 휘둘렀다.

아니, 휘두르려했다.

갑자기 눈앞으로 나타난 카심에 의해 휘두르기도 전에 막혔기 때문이다.

캉!

“뭐야!?”

데니안은 언제 다가왔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서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겨우 스피드 강화임을 알고 씩 웃었다.

“같잖은 재주는 있나 봐?”

“...”

그래 봤자 자신은 파워 특화.

이런 것 따위 힘으로 밀어버리면 그만이었다.

“흐읍!”

온 힘을 다해 휘두르기 위해 근육이 팽창되며 다시 휘둘렀다.

캉!

그러나 역시나 제대로 힘이 전달 되기도 전에 블랙 파편을 가격해 동작을 멈췄다.

데미안은 놀란 눈으로 다시 상대를 보았는데 자신을 무심하게 내려다보고 있는 그 눈빛에 한순간 이마에 힘줄이 빡 솟아 올랐다.

“감히...”

자신이 누구인가?

차세대 수호자 중에서도 최고로 뽑혔다.

최고의 재능.

그 재능을 꽃피우는 이전 세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지원으로 인해 그 유명한 아박투와 알베이안보다 뛰어난 수호자가 될 거라 평을 받았고 스스로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 지금 당장 그 두 사람과 붙어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전설 아티팩트인 블랙 파편까지 있었다.

“버러지 새끼가!!”

몸을 회전시키고 다시 한번 블랙 파편을 휘두르려했다.

그때 밑에서 솟아 오는 창을 보고는 데미안은 씩 웃었다.

갑자기 블랙 파편을 멈추고는 손 위치를 순식간에 바꿔 잡았다.

속임수.

씩 웃은 데미안은 그대로 블랙 파편을 휘둘렀다.

캉!

허나, 이번에도 어느새 나타난 창이 그것을 막아서고 있었다.

“...”

데미안은 놀란 눈으로 상대를 다시 보아야했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 눈빛.

아까와 사뭇 또 다르게 느껴졌다.

마치 귀신이 바라보는 것처럼 갑자기 섬뜩했다.

“너...”

이어지는 그의 음성은 자신도 모르게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부터 한 번도 휘두르지 못할 거다.”

다시 한 번 데미안의 이마에 힘줄이 솟았다.

“씨발 같잖은 새끼가.”

입술이 파르르 떨릴 정도로 분노한 데미안은 이내 온 힘을 끌어 올렸다.

거기다 블랙 파편은 그의 잠재력을 강제로 끌어올려 한순간 기세가 폭발했다.

“...”

그 기세는 확실히 아박투와 비슷한 수준으로 위험했다.

저 무기는 보면 볼수록 위험해 보였지만 어째서인지 생각보다 카심은 그렇게 경계를 하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몸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말이다.

“크하하! 이제 그냥 죽어라!”

잠재력이 솟아오른 데미안은 다시 자신감을 내보이며 온 힘을 다해 블랙 파편을 휘둘렀다.

캉!

이번에도 막혔지만, 데미안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이전에는 힘을 주기도 전에 막혀 힘을 주지 못했지만 지금 상태라면 그런 것 따위 밀어내버릴 만큼 힘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겨우 그런 수준으로...”

허나 그 순간 갑자기 창이 명렬히 회전하며 블랙 파편을 그대로 튕겨냈다.

파앙!

솟아오른 블랙 파편에 당황한 데미안은 바로 앞에서 찔러 들어오는 창에 다급히 뒤로 뛰어올랐다가 다시 공격하기 위해 휘두르려는 순간 귀신처럼 자신의 앞에 나타나 공격을 또 막아섰다.

“...”

그런데 문득 데미안은 이상한 점을 느꼈다.

자신의 공격을 막아설 때는 굉장한 속도와 힘이 있었지만 자신을 직접 공격할 때는 전혀 그 힘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하, 큭큭. 그렇구나.

아박투와 전투로 아직 몸이 제대로 된 상태가 아니네? 하긴, 그 아박투와 싸웠으면 당연하지. 으하하. 그러니 이렇게 쓸데없이 휘두르는 것을 막는 거였네?”

“...”

카심이 아무 말 없자 데미안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어디 체력이 어디까지 버티나 볼까?”

목적을 안 데미안은 이내 미친 듯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카심은 그 모든 공격을 일일이 다 막기 시작했지만, 점점 데미안의 힘을 강해져 갔고 그럴수록 더 힘을 사용해서 막아야만 했다.

10번 20번 이내 순식간에 50번이 넘어가는 공격 속에서 데미안은 점점 힘이 강해지고 흘러 넘쳤다.

“큭큭큭.”

기고만장해진 데미안은 미친 듯이 움직이며 다양한 공격을 시도했고 그럴수록 카심 역시 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100번 150번의 공격이 이루어졌을 때도 여전히 모든 공격이 막히자 점점 데미안의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공격이 160, 180, 200번이 넘어설 때도 모든 공격이 막혔고 여전히 상대는 호흡 변화 하나 없이 자신을 향해 창을 내지르고 있는 것을 보며 이상함을 느꼈다.

거기다 여전히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눈빛.

이것은 압도적인 실력과 경험의 차이였다.

그런 사실을 데미안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에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짜아악!!

무언가 엄청난 소리에 카심과 데미안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야 했다.

마치 거대한 채찍이 때린 것과 같은 소리였는데 그곳에는 로드리게스와 주웬 드로얀으 널브러 진 채 충격에 빠져 있었고 그들 앞의 땅은 검게 그을린 채 불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아름다운 검을 들고 있는 여자가 서 있었다.

“크하하하! 저게 골드 파편의 능력이야?”

“골드 파편?”

“그래! 내가 들고 있는 것은 블랙 파편! 전설 아티팩트지.

크흐흐. 이걸 보고도 네놈이 계속 내 공격을 막는다고 의미가 있을 거 같아?”

카심은 그 말에 끄덕였다.

굳이 무리하지 않아도 경험의 차이로 막는 것은 무리가 없었기에, 원래 계획은 이놈을 막고 있을 때 세 명이 저 여자를 죽이고 천천히 이놈을 죽이려고 했었다.

“확실히...”

카심이 인정하고 나서니 데미안은 다시 기세등등해졌다.

“그러니까 얌전히 죽으란 말이다!”

서로 무기를 맞대고 힘을 겨루고 있으면서 데미안은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화아악!

“... 어?”

데미안의 눈동자가 맹렬하게 흔들렸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몸이 떨려왔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

공포였다.

그리고 그게 바로 앞에 있는 놈에게서 느끼고 있음을 알았다.

맹렬하게 흔들리던 눈동자는 갑자기 변하는 세상을 목격했고 이내 자신에게 쏟아지는 엄청난 힘의 이동에 동공이 점점 커져 갔다.

파아아아앙!!!!

***

소니아는 지금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골드 파편.

그 성능에 끌어오르는 감정을 주채하지 못했다.

“아아, 너무 황홀해.”

모든 것을 찢어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자신 앞에서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저 눈동자에 마치 자신이 신이 된 것만 같았다.

파아아아앙!!!

황홀에 잠겨 있던 소니아는 옆에서 들리는 굉음에 깜짝 놀랐다.

데니안이 수십 미터를 구르고 있었다.

“쿡. 역시 아무리 장비가 뛰어나더라도 쓰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

한심했다.

이런 엄청난 무기가 있음에도 당하는 게 말이 되지 않았다.

나름대로 자신의 라이벌이라 여겼건만 이제는 확실히 알았다.

최고는 자신이라는 것을.

“그나저나 아박투를 이겼다더니 영 형편없는데?”

로드리게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 장비들은 정말로 엄청났다.

만약 이 장비가 아니었다면 방금 그 황금색 번개에 그대로 죽었을 지도 몰랐다.

그래서 화가났다.

이토록 장비를 이용해도 점점 더 괴물 같은 것들만 등장하니 자신이 활약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에이씨. 그래. 내가 카심이 아니다!”

“뭐 그럴 거라 생각했어.”

소니아는 다시 데미안의 상대를 보았다.

“그럼 저놈이... 뭐, 그렇다면 데미안이 쉽지 않은 것도 이해는 가네.”

그리 말하면서 얼굴엔 여유가 가득했다.

갑자기 카심을 향해 몸을 틀더니 소니아의 검에서 황금색이 출렁거렸다.

그것을 본 로드리게스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카심!!!”

허나 이미 소니아의 검은 움직였고 카심의 머리 위에 거대한 마법진이 생기더니 이내 금빛 번개가 내려쳤다.

짜아아악!!!

“이 새끼가!!... 어?”

로드리게스가 분노하며 달려들려는 순간 멈춰섰다.

어느새 소니아의 뒤에 카심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파아앙!!

“끼악!”

소니아도 수십 미터를 바닥을 뒹굴렀다.

그러나 데니안도 그렇고 소니아도 큰 상처는 입지 않았다.

“미친 무기들이군.”

데니안이 들고 있는 블락 파편은 저항감이 느껴지더니 한순간 데미지를 줄였고 소니아의 골드 파편은 갑자기 솟아난 막이 막았다.

공격과 방어까지 참으로 위험한 무기들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저 물건이 아박투가 들고 있었다면...”

분명히 그때 죽은 건 자신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저 물건이 알베이안에게만 넘어가도 자신이 없었다.

자신에 대한 정보가 없던 아박투와 달리 알베이안은 정보를 확실히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무조건 저 두 개의 물건을 가져야만 했다.

“로드리게스!

최대한 저 여자와는 떨어지지 말고 붙어라!

악착같이!

그리고 두 사람은 로드리게스를 보조하며 공격하세요.”

조언을 해준 카심은 그대로 다시 시선을 돌려야 했다.

“씨발! 씨발!!”

그 사이에 일어선 데니안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헉!!”

저 멀리 있던 카심이 다시 눈 깜짝할 사이에 바로 앞에서 귀신처럼 솟아나 화들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자신을 바라보는 데미안의 눈엔 어느새 공포가 물들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그 무기를 놓는다면 살려는 주마.”

“씨, 씨발. 웃기지 마! 감히 네놈 따위가! 나는 선택받은 인간이란 말이다!”

“멍청하지는 않군.

사실 준다고 해도 죽일 생각이었다.”

“이익!”

다시 시작된 전투는 여전히 양상이 같았다.

카심의 창이 블랙 파편을 막으면서 데미안의 몸 곳곳에 때렸다.

입고 있는 갑옷 또한 뛰어난 아티팩트였는지 쉽게 뚫리지 않았고 무엇보다 계속해서 저항감이 느껴져 제대로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그럼에도 카심의 창은 쉴 새 없이 몸 구석구석을 가격하며 움직임을 막고 충격을 쌓아 나갔다.

빠악!

“끄윽!”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

분명히 같은 특화 LV 8이었다.

거기다 자신은 이 세상을 뒤집어버릴 만큼 엄청난 무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상대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제는 절망적이기까지 했다.

그토록 자신 넘쳤기에 그 반동은 더욱 컸다.

“운 좋은 줄 알아라.

아박투가 아니었다면 넌 이미 죽었을 테니까.”

그러나 카심도 조금 상황이 좋지 않았다.

신속은 생각보다 큰 무리가 없었지만, 소닉붐을 사용할 때마다 어깨에 무리가 왔다.

그 덕에 소닉붐의 위력도 제대로 실리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피로도가 쌓이는 정도가 평소보다 훨씬 빨랐고 이제는 체감이 될 정도로 조금씩 움직임이 느려지고 있었기에 빨리 끝내기 위해 이번에도 다소 무리하기로 하고 마력을 더욱 끌어 올렸다.

데미안은 위험함을 느끼고 블랙 파편을 휘두르려 했지만, 마지막까지 카심은 그것을 허용하지 않다.

캉!

툭 쳐 그 공격을 막은 다음 바로 소닉붐을 사용했다.

순식간에 솟아오르는 거대한 힘의 움직임이 다리에서부터 어깨를 타고 흘렀다.

우득!

어깨에서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카심은 이를 꽉 깨물고 온전히 힘을 창으로 실었다.

파아앙!!

“끄아아악!!”

다시 데미안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바닥을 수십 차례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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