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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7화 〉 18. 소용돌이(4) (107/119)

〈 107화 〉 18. 소용돌이(4)

* * *

“끄아아악!!”

다시 데미안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바닥을 수십 차례 굴렀다.

“...”

굴러가는 데미안을 보며 카심의 인상이 조금 더 일그러졌다.

죽일 생각으로 공격이 겨우 구르는 것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상대의 장비도 장비였지만 결국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기에 팔이 제대로 파괴력을 실지 못했다.

거기다가 다시 부상까지 입었다.

만약 마력의 푸른 힘까지 담았으면 소닉붐을 사용하기는커녕 그 자리에서 팔이 터져, 버렸을지도 몰랐다.

그 사이, 고개를 돌려 보니 다행히 저 여자 상대로 끈질길 정도로 달라붙어 무기의 괴랄한 공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잘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저게 언제까지 될지 몰랐기에 빨리 끝내야 했다.

굴러가는 데미안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던 카심의 몸에서 다시 살벌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구르는 데미안을 향해 신속으로 붙으려는 순간 갑자기 카심의 눈이 커지더니 멈춰섰다.

한편, 한참 구르던 데미안은 가까스로 멈춰섰다.

“푸, 푸악! 커헉, 헉, 헉.”

입에서 한웅큼 피를 내뱉으며 통증에 고통스러워했다.

괴물이다.

공격하는 게 보이지도 않는데 도대체 어떻게 막고 어떻게 싸우란 말인가?

흉흉한 기세를 내뿜으며 다가오는 것을 보자마자 우선은 당장 반격이라도 하기 위해 블랙 파편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도저히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어차피 공격도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뇌리에 박혀버린 것이다.

공격해도 소용없고 피할 수도 없다.

의지가 완전히 사라졌다.

한순간 패닉에 빠져버린 데미안은 다가오는 카심을 보며 두려워했다.

그런데 다가오던 카심이 갑자기 멈추는 것을 보고 의아했는데 그의 시선이 자신의 뒤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돌린 데미안은 깜짝 놀랐다.

“다, 당신이 왜?”

알베이안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알베이안을 보자마자 자존심이 확 무너져내렸고 그게 분노로 이어졌다.

“씨발 설마 우리를 믿지 못해서 미행한 거야!? 어!?”

“하하.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후배님께서 들고 있는 장비는 우리 영생교의 보물입니다.

아박투가 들고 있던 장비마저 빼앗겼는데 이것도 빼앗길 수 없지요.”

“우, 웃기지 말라고 내가 이거 들고 질 리가...”

“뭔가 착각하고 있군요. 후배님.”

그 순간 차갑게 깔리는 알베이안의 눈빛.

그 안에는 멸시와 경멸이 있었다.

“네가 그것을 든다고 나나 아박투에 상대가 될 거라... 생각하시나요?”

확 바뀐 알베이안의 분위기.

그리고 쏟아지는 압박감은 감히 데니안이 고개를 들 수도 없을 만큼 엄청났다.

몸을 파르르 떠는 데니안을 보며 알베이안은 기세를 거두고는 다시 카심을 보았다.

“그나저나 정말 놀랐습니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전에 가볍게 검을 부딪혔을 때는 절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 만한 실력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건 네가 알 거 없고.

네놈이 여기에 온 걸 보니 무언가 이야기할 게 있나 보군.”

“과연! 역시 예리하십니다.

하지만... 제가 변덕을 부리면요?

솔직히 말해서 당신은 위험합니다.

나중에 이 상황을 후회할 거 같단 말이죠.”

알베이안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어떻게... 도망 갈 수도 없지 않은 상황 아닙니까?

보아하니 상태가 아~주 안 좋아 보이는데.

아박투님과 싸웠으니 당연하지요. 하하하.”

여유로움.

오히려 즐거워 보이기까지 했다.

후웅...

그때 갑자기 카심의 창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더니 소리를 내자 알베이안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그곳에서 푸른색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을 때 흘러 나오는 기세가 마치 폭풍처럼 덮쳤다.

화아악!

“...”

눈이 부릅 떠진 알베이안은 왜 아박투가 졌는지 단번에 이해했다.

이게 뭔가?

이런 건 들어 본 적도 없었다.

순간 자신의 손도 떨릴 정도로 저 힘은 두려웠다.

“그 힘을 사용하면 지금 당신의 몸은 버티지 못...”

“그래서?”

단 한 줌의 주저함도 없는 단호한 눈빛에 알베이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여기서 제가 참전하면! 당신 동료들도 다 죽을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지.

저들도 각오한 일이다.”

알베이안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제야 저 카심을 한 발 뒤로 물러 설 수 있는 상황을 잡았는데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으니 짜증이 치밀어 오른 것이다.

“이익! 한 번은 지고 가면 안 됩니까!?”

“...”

카심은 그때야 갑자기 힘을 풀었다.

“확실히 너는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군.”

“하아, 참나 정말...”

알베이안은 한숨을 내쉬었다.

“예언자께서 이야기를 나누길 원하십니다.”

“조건이 있다.”

알베이안은 말하라며 가볍게 끄덕였다.

“지금 당장은 말고.”

그 말에 알베이안의 표정이 굳었다.

그 의도가 뻔했기 때문이다.

그때 알베이안은 갑자기 조용히 허공을 응시했고 잠시 후 끄덕였다.

“좋습니다. 단, 일주일입니다.”

카심도 끄덕였고 그렇게 상황이 마무리되려는 순간이었다.

콰쾅!

아직도 저쪽은 싸우고 있었기에 알베이안이 말했다.

“저쪽은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

황금색 빛이 번쩍이더니 로드리게스의 가슴을 가격했다.

“크윽!”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는데 만약 이 엄청난 장비의 갑옷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어깨가 뜯겨 나갔을 것이다.

한 번 더 다가가면 저 살벌한 검이 그대로 목을 벨 것만 같아 뒷걸음질 치려고 했다.

“로드리게스님!”

뒤에서 들리는 드로얀의 외침에 이를 꽉 깨물고 다시 안으로 진입해 붙었다.

황금빛과 붉은빛이 뒤섞인 그녀의 검이 다시 움직이자 로드리게스는 온 힘을 다해 방패에 특화를 쏟아부으며 밀어붙였다.

캉!! 카카캉!

상대의 검이 닿을 때마다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엄청난 힘이었지만 로드리게스는 뛰어난 신체로 모든 힘을 흡수하며 절대 그녀와 떨어지지 않았다.

“흥!”

그녀 역시 자존심이 있었는지 뒤로 떨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로드리게스의 방패를 때렸다.

“떨어지세요!”

드로얀과 주웬이 거의 동시에 뛰어올랐고 로드리게스는 소리와 함께 힘껏 뒤로 뛰어올랐다.

그 순간 소니아는 씩 웃었다.

“그런 같잖은 수 따위.”

그녀도 기다렸다는 듯 반대로 뛰어 거리를 벌렸기 때문이다.

주웬과 드로얀은 거의 동시에 서로 양쪽으로 퍼지며 소니아를 압박하듯 달려들었다.

양쪽에서 다가오는 것을 본 소니아가 검을 하늘 위로 올렸다.

“지금 사용하면 너도 위험할 텐데!”

“풉. 아까 봤을 텐데?

이 무기에 그런 능력만 있는 게 아님을.”

카심의 공격을 막았던 방어막이 떠올랐다.

주웬과 드로얀은 다급한 표정으로 더욱 속도를 높였고 소니아는 골드 파편의 특수 능력을 사용하려 했다.

누가 먼저 사용하는지에 대한 일촉즉발의 상황.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고 소니아의 검도 앞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 그들 앞에 알베이안이 나타났다.

화들짝 놀란 셋은 이미 움직이는 공격을 회수하지, 못 했다.

콰아앙!!

세 명의 공격이 이루어지는 순간 큰 굉음과 함께 땅이 흔들렸다.

잠시 후, 드러난 모습은 알베이안이 세 명의 공격을 모조리 막은 상황이었다.

“허!”

“아레스 길드의...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드로얀과 주웬은 의외의 인물의 등장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아무리 3대 길드 부 길드 마스터라지만 자신들의 공격을 한 번에 막아낸 것은 충격적이었다.

“...”

그러나 가장 놀란 건 소니아였다.

자신의 공격뿐만 아니라 저 세 사람의 공격을 한 번에 상쇄시켜버린 알베이안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 수호자 중 자신이 가장 강하다는 생각이 와장창 무너져버린 것이다.

막상 마주한 알베이안은 마치 거대한 산처럼 느껴졌다.

“이제 다들 그만 하세요.

상황은 끝났습니다.”

***

카심은 칼라리스 길드 저택으로 돌아오자마자 참았던 신음을 내뱉었다.

“크윽.”

“괘, 괜찮아요!?”

“다시 부서졌다.”

진 레첼은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물을 글썽이며 카심을 부축해 자리에 앉혔다.

카심은 통증을 이겨내며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완벽한 육체]가 아니었다면 이 팔은 진즉에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뒤이어 들어 온 로드리게스와 주웬, 드로얀도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아, 하. 무슨 그런 장비가 다 있는 거야? 카심! 나도 저거 구해줘!”

“큭큭... 미친놈.”

어이없는 말에 카심은 웃고 있을 때 주웬은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물었다.

“그나저나 알베이안 그 사람이 왜 여기에 있는 거죠?”

그 말에 대답은 진 레첼이 했다.

“그자 역시 영생교의 수호자 중 한 명이야.”

“그런...”

“드로얀 기사님과 주웬 기사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영생교는 많이 퍼져 있어요.

이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점점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하면 그때는... 정말 겉잡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주웬과 드로얀은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했다.

“뭔가 허무하네요.”

“나도 그래.”

나름대로 왕실 기사단으로 제법 영향력이 있고 안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자신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로드리게스는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어보기 위해 카심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상황이 끝난 거야?”

“저쪽에서 나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 상황에서 바로 이야기를 해버리면 끝난 뒤에 나는 죽을 수 있으니 일주일은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래서 난 일주일 동안 최대한 회복을 해야 한다.”

그때 주웬과 드로얀이 서로 바라보더니 끄덕이고는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카심님.”

“...”

카심은 건네받은 것을 보자마자 깜짝 놀랐다.

“이건...”

“역시 알아보시는 군요.”

바로 엘릭서였다.

자신이 먹은 엘릭서가 아니라 모든 신체를 회복시킬 수 있는 엘릭서.

팔이 끊어져도 붙일 수 있다는 희대의 명약이었다.

“감사히 받지.”

카심은 주저하지도 않고 입에 털어 넣었는데 순식간에 온몸이 불타는 것처럼 화끈해지기 시작했다.

“크으윽!”

카심도 쉽게 참기 힘들 어마어마한 통증이었다.

그 통증이 가장 큰 곳은 양팔이었다.

특히 오른팔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끔찍한 고통이었다.

“끄으으으윽!!”

카심이 이토록 괴로워하니 그들은 화들짝 놀랐다.

“도, 독약을 준 거 아니야!?”

로드리게스가 드로얀을 보자 드로얀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제대로 확인도 한 것입니다.

아마... 워낙 몸이 좋지 않은 상태라 회복하는 과정에서 오는 반발인 거 같습니다만... 카심님께서 저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면 그 수준이 감히 짐작도 되지 않습니다.”

진 레첼은 안절부절못하며 발을 동동 굴렀다.

“괘, 괜찮은 거겠지?”

“괜찮을 겁니다.”

30분 정도가 지났을 때 카심의 신음이 줄어들더니 이내 그대로 툭 쓰러졌다.

깜짝 놀란 진 레첼이 살폈고 다행히 숨을 쉬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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